시작은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귀여운 애완 고양이를 자랑한 일. 그 정도 사건이었다.
동영상의 제목은, '큰절하는 깜순이'.
귀여운 고양이가 만세를 하듯이 일어났다가, 쓰러지듯 큰절을 하는 동영상이었다. 당연히 그 귀여운 모습에 사람들은 댓글을 달았다.
[ 와~ 깜순이 너무 귀엽다~! ]
[ 나만 없고 다 있네 고양이! 나도 저런 고양이 한 마리만 있었으면! ]
한데, 동영상 조회수가 높아질수록, 이런 댓글이 늘어났다.
[ 와! 우리 고양이랑 똑같네 ㅋㅋㅋ 우리 고양이도 저러는데ㅋㅋㅋ ]
[ 대박! 우리 뽀뽀 보는 줄 ㅋㅋㅋ ]
[ 어머 우리 고양이도 저러는데~ ㅋㅋ ]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기엔, 똑같은 댓글이 너무 많이 달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깜순이뿐만이 아니라, 다른 고양이들의 큰절하는 동영상들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귀엽다며 동영상들을 찾아다니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어? 우리 집 고양이도 오늘 큰절했는데? "
" 우리집 고양이도! "
" 우리도 그런데? "
모든 고양이가 큰절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집고양이뿐만이 아니었다. 길고양이든 야생고양이든, 세상 모든 고양이가 정확히 낮 12시만 되면 갑자기 큰절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신비한 사건은 전 세계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좀 더 구체적으로, 고양이들이 큰절을 하는 방향이 매번 똑같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 도대체 뭐지? 고양이들이 어디로 큰절을 하는 거야? "
" 이게 무슨 일이야 도대체? "
사람들은 이 신비한 사태를 연구했고, 누군가 말했다.
" 고양이가 큰절을 하는 방향으로 가보면 되지 않을까?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
사람들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 따로 연구를 위한 도구를 개발할 필요도 없었다. 일단, '고양이'만 있으면 됐다.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다, 낮 12시가 되면 고양이가 큰절을 하는 방향으로 계속 이동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전 세계, 각 나라의 연구진들이 고양이를 데리고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연구진들의 출발 데이터가 모이자마자, 곧바로 모두의 예상 목적지가 밝혀졌다.
남극이었다. 세상 모든 고양이들이 남극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었다.
전 세계의 연구진들이 준비를 해 남극으로 진입했다. 남극에 도착해서는 낮 12시가 되길 기다렸다가, 데려간 고양이가 큰절을 하면 그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했다.
전 세계인들의 관심 속에 각 나라 연구진들의 행보가 펼쳐졌고, 그들은 조금씩 한 점을 향해 모여들었다.
그들은 끝내, 동서남북 모든 방향에서 고양이들이 한 지점을 향해 큰절을 하는 모습을 한 화면에 담을 수 있었다.
곧장 그들은 한 점을 파헤치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되었다!
" 이, 이것은... 고양이입니다! "
유리처럼 속이 다 비치는 투명한 얼음 속에, 고양이 한 마리가 갇혀 있었다.
세상에 알려진 그 어느 종과도 비슷하지 않았다. 작지만 비율 좋은 몸체에 부드러워 보이는 황금빛 털, 아주 긴 꼬리. 얼핏 근엄함까지 느껴지는 강인한 눈매엔 우주가 담긴 듯한 신비한 빛깔의 눈구슬이 있었다.
그 고양이의 모습이 전 세계에 알려지자마자, 각 나라의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비슷한 워딩을 했다.
'고양이들의 신'
그대로 그것이 고양이의 이름이 됐다.
남극의 사람들은 고양이 신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얼음 속에 갇혀있었지만, 절대 죽어있을 거라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 당연히 얼음을 녹여서 깨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 세계 고양이들의 이 신비한 사태가 무엇 때문이었는지 밝혀내야지요! "
어떤 이들은,
" 신중하게 생각합시다!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 사태가 무섭지도 않습니까?! 고양이의 신에겐 인류가 절대 알지 못할 신적인 능력이 있음이 분명합니다. 인류가 모르는 것은 언제나,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만 합니다! "
사람들은 당연하게 고양이 신을 깨우진 않았다. 어떤 이들의 우려가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 만약에 깨어난 고양이가 세상 모든 고양이를 지배하는 신이라고 칩시다. 사실상, 지금도 12시마다 큰절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 지배력의 발현이라고 봅니다. 근데, 그 고양이 신이 인간을 싫어한다면? 고양이에게 전 세계 모든 인간들을 공격하라고 명령한다면?! "
" ... "
" 자신이 사랑으로 키우던 고양이에게 습격당한다는 상상은 해보셨습니까? 그 끔찍함을? "
" 그래도 그건 너무 나간 생각이 아닐지... "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떤 이의 말은 사람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 그럼 묻겠습니다. 인류는 고양이를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전 세계에서 인간의 손에 다치고, 괴롭힘당하고, 죽는 고양이들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모든 고양이가 애완 고양이처럼 인간의 사랑 속에서 함께 공존하고 있을까요? 아니, 애초에 인간의 손에 길러지는 게 고양이들에게 행복이라는 것은 누구의 기준입니까? "
" ... "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람들은 당연히 얼음을 녹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인간의 고질병, 호기심 때문이었다. 아직도 낮 12시만 되면 고양이들은 큰절을 했고, 얼음 속 고양이 신은 너무나도 신비롭게 보였다.
당장, 사람들이 기대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아예 각 나라의 국제적인 동의하에만 얼음을 녹일 수 있도록 합의된 상황이었다.
점차, 사람들은 원하기 시작했다.
" 고양이 신을 깨워라! "
" 어서 얼음을 녹이고, 모든 모습을 생중계하라! "
" 우리는 고양이 신이 깨어난 모습을 보고 싶다! "
사실, 사람들은 고양이가 인류의 적이 되는 것까지 감안했다. 그래 봤자 고양이. 지구 상에 인류보다 더 강한 동물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언제나,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니까.
그럼에도 각국 정부는 쉽사리 판단을 내리지 못했는데-,
그때. 한 사람이 나섰다.
" 고양이 중에 신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가문에 가장 어울리는 애완 고양이다. "
대다수 사람들은 그가 누군지 몰랐다. 그저 어리둥절하게 저건 누구고, 저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싶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각 나라의 고위층들은 달랐다.
세계에는 있었던 것이다. 전 세계 90%의 부를 독점하고 있는 0.1%의 인간들, 그중에서도 정점에 달한 인간이 말이다. 매년 발표되는 세계 재력 순위에는 이름 한 글자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그들 모두가 알고 있고, 그들 모두의 부를 합쳐도 그 가문에 비할 수 없는 존재.
[ 고양이 신을 깨우기로 각국의 정부가 합의했습니다! ]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도 망설이던 것들이, 고작 한 사람의 말 한마디에 얼음을 녹이기로 하다니?
그것도, 고작 누군가에게 애완동물로 주기 위해서라고?
사람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고양이를 녹이자 주장했던 사람들까지 반대편에 설 정도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말을 신경 쓰는 정부는 없었다. 어느 날-,
" 고양이 신이 사라졌다! 얼음까지 통째로 사라졌다! "
" ... "
사람들은 허탈했다.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도둑맞았다곤 하지만, 뻔한 이야기였다.
" 고양이 신이, 결국 누구의 애완동물이 되는 거야? "
" 참나! 혼자 독점하겠다 이거군! 이제야 똑똑히 알겠네!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 0.1%의 것이네! "
누군가는 울컥해서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 두고 봐라! 고양이 신을 애완동물로 키우겠다고? 흥! 그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 가문인지 몰라도, 고양이 신을 마음대로 다룰 순 없을 거야! "
게다가, 처음의 우려도 언급되기 시작했다.
" 인류는 대비해야 합니다! 고양이 신이 깨어난 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모두 충분한 대비를 합시다! "
그 말은 사람들에게 크게 다가왔다. 고양이 신이 깨어난 모습을 보고 싶을 땐 몰랐지만, 막상 어딘가에서 아무도 모르게 깨어난다고 생각하니, 그것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각 나라의 정부에서 의도한 것인지 뭔지, 공공연하게 어떤 소문이 돌았다.
" 삼일 뒤 일요일 낮 12시에 고양이 신이 녹는다던데? "
" 일요일에 고양이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미리 대비해야 해! "
삽시간에 퍼진 그 소문을 제재하는 기관은 없었고, 사람들은 사실상 그 소문을 사실로 받아들였다.
일부의 사람들은 믿음으로 애완 고양이와 함께했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고양이를 관리했다.
" 미안해 깜순아.. 잠깐만 케이지에 들어가 있자. 응? "
" 엄마! 하양이랑 아기랑 같이 두지 마! 작은방에다 문 잠가! "
[ 각 가정에서는 길고양이들을 대비해, 창문과 문이 잠겨 있는지 확실히 점검하시길 바라며-. . . ]
각종 언론도 모든 프로그램을 정지하고 긴급 뉴스 모드로 전환한 가운데-, 모든 인간들이 설마 하는 심정으로 고양이들을 경계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일요일의 낮 12시가 지나갔다.
.
.
.
.
.
.
며칠 뒤.
" 아~씨! 깜순이 너! "
' 냐아아-! '
작고 귀여운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방에서부터 우다다다 도망쳐, 소파에 앉아 있던 중년 여인의 품으로 숨어들었다. 뒤따라 달려온 젊은 여인이 짜증 내며 소리쳤다!
" 아 엄마, 이거 좀 봐봐! 깜순이가 내 파우더팩트 깨 먹었어! "
화가 잔뜩 난 젊은여인과는 달리, 중년여인은 느긋하게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 고양이가 모르고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러냐~! 너 어차피 화장해도 별로야~ "
' 냐~ '
" 아, 엄마!! "
젊은 여인은 화를 내며 고양이에게 달려들려 하고, 중년 여인은 웃으며 몸을 비틀어 막아주는 평범한 가정의 장면이 펼쳐졌다.
그러다 갑자기 멈칫, 고양이를 바닥에 내려놓는 중년 여인. 곧-,
벽시계의 시계가 오전 12시가 되었다. 웃음 짓던 중년 여인, 화를 내던 젊은 여인, 깜순이,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큰절을 했다.
이웃집 사람도, 그 이웃집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도로 위에서도, 어떤 가문의 누군가들도, 전 세계의 모든 인간들이-,
고양이 신님을 향해 큰절을 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우앙 첫조회, 첫추천의 영광을
고양이가 큰절을 하는 쪽에 큰 절이 있을 줄 알았는데! ㅋㅋ
이제 누가애완동물이지?
냐 말고 야옹 써주세요… ;^;
(저주를 앓지 않는 뱀이.)
뷰게인 : 팩트를깼어...?(공포)
으앙ㅋㅋ 머릿속에 절로 그려지는 이야기예요
재밌게읽었어요!!!!
복날님과 고양이의 콜라보라니 ㅋㅋㅋㅋ
갓갓 조합이군요! 잘 보고 갑니당 :3 (큰절
고양이신님 얼마나귀여울까 궁금해
그나저나 중년여자반응 딱 내동생이넼ㅋㅋㅋㅋ
고양이 신!
글이 자주 올라와서 너무 좋아요.
복날님 글 맨날 읽으면서 자는데
언젠가는 아껴두고 일주일동안 참았다가 읽을때도 있어요. 모든글이 너무 좋습니다.
물론 복날님이 걱정하시는만큼 어느건 조금더 재미잇고 어느건 조금 덜 재미있고 하는건 분명히 있지만 글 진짜 잘쓰세요. 너무 본인을 하위평가하지마셔요.사랑합니다♡
일단 선추천 후감상.ㅋㅋㅋㅋ.
좋은 글 올려주셔서 매번 감사해요.
역시 주인님과 집사인거군요
항상 재미있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뭔가했더니 역시 주인과 집사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