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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여행 #6 -사도의 시간을 담아.

이번 사도 여행에는 일부러 유통기한이 10년 지난 필름을 들고 갔습니다.
사도의 풍경은, 마치 박물관에 파노라마로 전시해 놓은 듯 합니다.
지구가 나이들어 온 과정이 실시간으로 보이는 느낌이 들 만큼이요.
컨셉을 맞추기를,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으로, '5분 이상의 장노출을 이용하여', '사도의 시간을 담아오기'였습니다.
약 7천만년 전, 중생대 백악이에 형성된 지형. 공룡이 살던 흔적이 남아있는 곳..
단 5분, 10분의 장노출로 그 세월을 흉내나 내겠냐만은, 상징이라도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었지요.
이번 여팽&출사에서 처절히 깨달은게 있습니다.
"중형은 심도가 어마무시하게 얕다..."
평소 담았던 풍경은 항상 무한대로 잡으면 모든 곳에 초점이 맞을만큼 멀리서 찍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사진들의 현상본을 받고 스캔하다가 망연자실한 순간이 많이 있었습니다.
심도가 너무 얕아서 초점이 나가버린 사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삼각대를 들고 나갔을 때는 어차피 조리개를 조여버리니 상관없었는데
카메라만 들고 털레털레 갔더니 조리개를 8 이상으로 조일 수 없었고,
뷰파인더 상에서는 크게 티가 나지 않아 몰랐습니다.
이번 실수를 교훈삼아 다음에는 아무리 귀찮아도 꼭 삼각대를 들고 나가야겠습니다.
5번째 사진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Pentax67ii / 100mm&45mm / E100VS / Opticfilm120
1. 깨꽃이 하얗게 핀 섬마을의 풍경
(7.7_8)67ii+E100VS(사도여행)_2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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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섬의 서편. 이 곳에 가장 좋은 명당(야영지)가 있다.
(7.7_8)67ii+E100VS(사도여행)_2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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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도는 해안길 외에도 둘레길이 있어서 잠시나마 숨을 거칠게 쉴 수 있는 오르막을 맛볼 수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곳은 중도와 시루섬의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정표 때문에, 중도를 시루섬으로 착각하곤 한다.
시루섬은 사진에서 보이는 절벽 오른편에 작게 나와있는 바위섬이다.
(7.7_8)67ii+E100VS(사도여행)_2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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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금 더 걸어가면 둘레길의 가장 높은 곳이 나오는데, 전망이 트여있다.
짧은 둘레길을 걸으며 가장 아쉬웠던 것은 '생각보다 바다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곳 단 한 곳이라도 전망이 트여있어서 참 좋았다.
중도와 본섬을 연결하는 짧은 다리에 가로등이 있어서, 야간 장노출을 위해 밤에 다시 올라올 계획을 안고 내려갔다.
(7.7_8)67ii+E100VS(사도여행)_2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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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문제의 사진. 서 있던 포인트가 피사체와 거리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모든 곳에 초점이 맞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35미리 필름이었다면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무한대로 놓은 렌즈 경통은 도라지꽃을 뿌옇게 흐려버렸다. 너무 아쉬운 사진이다.
이번 실수를 꼭 기억하기로 한다.
(7.7_8)67ii+E100VS(사도여행)_3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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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행히 동행인에게 초점을 맞춘 사진이 하나 더 있어서 위안이 되었다.
적어도 이 사진은 실수한 사진은 아니니 말이다.
(7.7_8)67ii+E100VS(사도여행)_3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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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물이 들어왔다가 나간 자리에 햇빛이 내리쬐었는지, 바닥의 틈틈에 하얀 소금 결정이 만들어졌다.
(7.7_8)67ii+E100VS(사도여행)_3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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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중도로 넘어가는 다리 근처로 내려오면 켜켜히 쌓인 지층을 바닥 삼아
커다란 돌들이 현재에도 계속해서 동그랗게 모양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공룡의 발자국이 많은 섬이라, 마치 공룡 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4분 장노출
(7.7_8)67ii+E100VS(사도여행)_4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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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곳은 물이 빠져야 멋있다. 섬에 막 들어왔을 때는 동그란 돌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10분 장노출
(7.7_8)67ii+E100VS(사도여행)_4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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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담은 장노출 사진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세월의 흔적 위에 물결의 흔적을 남기고, 물결의 흔적 위에 나무 그림자의 녹색빛을 남겼다.
"지구는 살아있다!"
10분 장노출
(7.7_8)67ii+E100VS(사도여행)_44.jpg

댓글
  • 수술 2018/07/16 10:00

    사도를 담으신 멋진 작품들
    둘레길을 걸으시며 담아내신 풍경들과 설명이 눈과 귀로
    쏙쏙 들어옵니다..해변의 둥근 돌은 마치 오랜 세월 전 공룡들이
    낳아놓은 알처럼 느껴집니다..작품들로 멋진 구경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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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한마리◈ 2018/07/16 10:05

    저는 마지막 장노출이 눈이 확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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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ya 2018/07/16 10:13

    이야..... 잘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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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enr 2018/07/16 10:32

    유효기간 10년이나 지났어도 색감 진하고 좋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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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베이커리 2018/07/16 13:30

    중형의 맛!! 제대로 입니다. 섬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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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SW0115 2018/07/16 13:50

    디지털과는 확연히 다른 오묘한 맛이 필름에는 분명히
    있군요.
    사도 섬 여행을 제가 하고 있는듯 착각을 하게됩니다.
    멋작 즐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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