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인이 공무원 시험에 낙마했네요.

동행인이라 쓰고 여친이라 읽습니다.
항상 저와 모든 곳을 함께 다녀주는 사람이라 동행인라 표현하지요.
9급 지방직 공무원 시험 준비중이었습니다.
합격하면 1년 안에 결혼을 하자고 약속을 했지요.
이번이 두 해 째 도전인데 가채점 결과가 매우 좋았습니다. 합격 유력권에서도 한참 웃도는 점수..
너무 좋았지요. 미래를 함께 그려보며, 이번 여름 여행도 같이 계획했습니다.
자유롭게 백수로 떠나는 여행은 이번이 마지막 아니겠냐고..
그런데..
저번 주 금요일 발표 때 명단에 동행인의 수험번호가 없었습니다.
두둥.. 엄청난 충격에 머리가 띵했습니다.
사실을 알아보니....
선택과목을 잘못 마킹했더군요.
집에 가봤더니 바닥에 엎어져서 어찌할 수 없이 울고만 있었습니다.
위로를 했습니다. 너무 억울하긴 하겠지만,
장래성으로만 보자면 점수가 모자라서 떨어진 것보다 더 낫지 않겠냐고..
다시 해보자고..
곧바로 짐을 챙겨서 평소 잘 가던 야영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무언가를 잊는 데에는 야영이 최고입니다.
타프를 치고, 팩을 박고, 텐트를 펴고, 불을 피우고..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면 이내 무념무상이 되어 힘든 것이 사라지거든요.
금요일 저녁에 들어가서 어제 오후 늦게까지 산 속에 있다가 나왔습니다.
재충전도 했고, 여름 여행을 위해 산악자전거 연습도 했습니다.
여름에 가리왕산 임도를 자전거로 주파해 볼 예정이라 미리 장비 테스트 겸 연습을 했습니다.
제 자전거는 얼마 전에 업힐용으로 꽤나 괜찮은 놈을 샀는데
동행인의 것은 임도 업힐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스펙입니다.
항상 아쉬운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시험에 낙마한 기념으로!
크로스컨트리가 가능한, 괜찮은 자전거로 현금 결제를 해버렸습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어. 이 자전거로 산에 다니자.
사실 이번 실수도 체력과 마음이 약해서 저지른 걸지도 몰라. 더 건강해지자. 선물이야."라고 하면서요.
9박10일로 계획했던 강원도 여행도 취소하지 않고 다녀올 것입니다.
7전8기를 위해 애쓰는 우리 둘을 위해 응원해주세요~!
여전히 함께 담긴 사진으로 근황을 전하겠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기승전 지름신고...네요?? 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