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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는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제가 현직 교사로 있는 것을 필포 분들은 다 아실테고요..
교직에도 스카웃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 인사 용어로는 '초빙교사'인데요.
저는 현재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학생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흔히 학교의 3D 보직이라고 하는 자리죠.
과거의 처벌주의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자치능력을 함양하는 쪽으로 학교의 분위기를 선회하기 위해
자진해서 맡은 자리입니다. 현재 2년 째 맡고 있고, 내년에도 연임할 생각으로 업무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대안학교에 교장으로 계시는, 초임교사 시절 저를 많이 도와주셨던 선생님께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저를 내년도에 꼭 초빙하고싶다고 하시네요. 거절할 것을 알고 있지만 삼고초려하시겠다고..
'공립'대안학교이기 때문에 일반학교에서도 전보가 가능한 곳입니다.
초빙으로 가면 6년은 근무해야 하고요.
일단 그곳으로 가면, 제가 하고싶은 일은 모두 다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필카 동아리 만들어서 학생들 특별활동으로 출사도 데리고 다닐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마 저렴한 필카라면 카메라도 다 사줄겁니다 학교에서...
문제는, 제가 현재 재직중인 곳에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겁니다.
내년까지는 제가 부장을 맡아야 학교의 자치적인 분위기가 정착될 것 같고요. 후임자도 딱히 없고..
교감선생님께서도 펄쩍 뛰시네요. 절대 가면 안된다고..ㅠㅠ
물론 제가 없어도 우리 학교는 잘 돌아갑니다. 혁신은 없겠지만요.
하지만 절 초빙하는 곳은 제가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우리 부모님을 찾아가서라도 부탁하고싶은 심정이라고 하시네요.ㅠㅠ
그곳으로 옮기면 일주일에 3일은 야근일겁니다. 할일이 많거든요. 제가 또 일을 만들어서 하는 타입이라..
출퇴근거리도 지금은 5Km인데 30Km로 늘어납니다. ㄷㄷ
내년이나 내후년 쯤엔 결혼도 해야할텐데 동행인의 직장과의 거리도 거의 두 배가 늘어납니다.
머릿속에서는 정중히 거절하라고 하는데, 마음에서는 또 고민이 되네요.
그곳 아이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거든요.
어디에도 끼지 못했던, 보살핌과 다양한 활동이 필요한 학생들입니다.
고민이 되어서 주절거려봅니다.

댓글
  • MoonInYourEyes 2018/06/15 11:35

    저라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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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03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어서 천천히 생각해보겠지만 딱 결혼 적령기라서 더 고민이 됩니다.
    학교를 옮기지 않으면 미래 부인과 출퇴근을 함께 할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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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ala400 2018/06/15 11:36

    행복한 고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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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04

    그러게나 말입니다.. 복받은걸로 하겠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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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이 2018/06/15 11:38

    보통이라면 안가는걸 추천드리겠지만 글 내용을 보니 안가시면 나중에 분명 후회하실거 같습니다. 멋지신 분 같네요. 어떤 판단이든 홧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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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02

    성격상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만
    문제는 가게되면 불편한 부분들이 더 많이 생긴다는 사실입니다. ㄷㄷ
    마음은 뜨거워지겠지만 몸은 불편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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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립 2018/06/15 11:38

    훌륭한 선생님이시네요.
    뭐라 조언드릴 자격은 없지만, 어느쪽이든 본인을 더 필요료 하시는 곳에 계시면 되지 않을까요.
    어떤 결정이든 박수쳐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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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04

    어딜 가든 항상 학생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필카 사진을 이곳에 올릴 것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을겁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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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이酒 2018/06/15 11:41

    요즘 교사직을 하시는분들 고생이 많지요.
    열심히 하시려는 분들은 더욱 힘이 들거라고 생각합니다.
    옳은 결정을 하시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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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05

    어찌보면 과도기 세대라 더 그러네요.
    젊은 교사라 상대적으로 월급은 적고 업무는 많고.. ㅎㅎ 보람이 있으니 버틸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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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67ii]나르는꼬마 2018/06/15 11:48

    ㅎㄷㄷ 고민이 많으시겠네요 ㅠㅠ 서로 학교에서 오라고 하고.ㅎㅎ
    정말 좋은 선생님이신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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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06

    사실 속은 시커먼데 말입니다.
    능력보다 너무 큰 기대를 받고 가면 실망을 안길까봐 쬐금 걱정되기도 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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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소리하고처자빠졌네 2018/06/15 11:50

    무조건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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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06

    그게 무조건이 아니라 고민이 됩니다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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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ti 2018/06/15 11:56

    글쓰신걸 보니 학생들이 존경 할 만한 선생님 같습니다..
    어떤선택을 하시던 응원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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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07

    존경까진 아니고 가끔 저처럼 살고싶다는 학생들은 몇 명 있습니다.
    재밌어보이나봐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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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manfrotto 2018/06/15 11:56

    대안학교 교장샘에게 지금 계신 교감샘과 말씀나누라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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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08

    일단 관망할까요? ㅋ
    스포츠 이적시장도 아니고 뭔가 호사스럽기도 하고 고민스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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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쟁여 2018/06/15 11:58

    어디계시든 필요한 분이시군요. 멋집니다. 좋은 선택 하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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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Lancer 2018/06/15 11:59

    하기로 하셨던 건 하고 가는 게 맞는 듯 합니다. 초빙하신 곳에는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씀하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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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09

    초빙은 내년만 가능합니다. 제 과목 자리는 딱 한자리고 채우지 않을 수 없어요.
    그곳에 다른 선생님이 들어가면 6년이 만기입니다.
    저는 이곳이 3년 후 만기인데, 그 때 다른 곳으로 가면 또 6년이 만기..
    제가 내년에 안가면 저를 초빙할 기회는 없어집니다..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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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cean2sky 2018/06/15 12:00

    고민한다는 것 부터가 존경 받을만한 분 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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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집폭탄 2018/06/15 12:01

    인생은 게임의 연속이며 선택의 게임같습니다.^^
    현실과 이상이 늘 부딪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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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mJ 2018/06/15 12:01

    딱 내년까지 지금 하시는 계획을 깔끔하게 완수하고 가시는게 베스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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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16

    안그래도 내후년에 가는 방법은 없습니까? 여쭈었더니
    인사 규정 때문에 내년에 어떻게든 다른 분이 와야한다고 해요. 그러면 저랑 근무년수가 엇갈리고요.
    그래서 고민이 되는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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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ee 2018/06/15 12:02

    일은 둘째치고 출퇴근 거리가 큰것 같은데요. 그게 해결 안되면 저 같으면 안갈거 같네요.. 자기자신 챙기는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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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10

    그러니까요..
    그것도 만만치 않아요. 더구나 결혼이라도 하게되면 예비와이프의 직장과의 거리가 90키로미터가 됩니다..ㄷㄷ 현재 있는 학교에서 남은 3년을 보내고, 와이프 직장 쪽으로 전보를 갈까 했거든요.. 함께 출퇴근하면 좀 나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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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버트 2018/06/15 12:03

    교사로서 뜻이 있고 그것을 알아봐주고 실천할수 있는 곳이라면 분명 예측하 못했던 또다른 길이 열릴거라 생각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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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나라피터팬 2018/06/15 12:03

    좋은 선생님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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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atsby 2018/06/15 12:04

    일반학교를 혁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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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16

    사실 그게 제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이곳에 올 때도 혁신학교에서 올거냐고 물어봤었는데 일부러 일반학교로 왔어요. 오히려 상대평가에 목메는 아이들, 의미없이 학교를 다니는 중간층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싶어서 그랬죠.
    물론 제가 더 어울리고 적합한 곳은 대안학교이긴 합니다. 시너지효과도 많이 있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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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J8 2018/06/15 12:06

    교사가 아니라 선생님이시네요.
    어떠한 결정을 하시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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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F500D 2018/06/15 12:06

    계획 따위 씨알도 안먹히는 것이 인생. 변화를 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하던대로 지냉션서 천천히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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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로커다일 2018/06/15 12:07

    많이 고민되시겠습니다~ 글을 보니 선뜻 어떻것이 좋다라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충분한 생각과 가족들간의상의. 좋은의견을 줄만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서 결정하셔야 할듯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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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12

    네. 당장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올 9월 정도에만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
    여름에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측면으로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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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스피 2018/06/15 12:08

    왠지 참교육자이실것 같아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학생들은 운이 좋을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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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13

    '참'이란 말은 한 20년 뒤에 붙이는걸로 할게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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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8]FocusD 2018/06/15 12:09

    미래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좋습니다. 잘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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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13

    조언 감사합니다. 깊이 생각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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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잎새 2018/06/15 12:10

    지금 근무하는 곳은 다른 사람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교사의 윈활한 회전을 위해서라도 가셔야 하고,
    지금 대안학교의 교장샘께서 아끼는 마음으로 초빙하시는데 뒤돌아 보지 말고 가시기 바랍니다. 거기서 하고 싶은거 마음껏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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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14

    여기서 벌여놓은 일들이 또 많아서 그렇습니다.
    행복한 고민입니다만, 암튼 찬찬히 생각해봐야 할 듯 해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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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인혁 2018/06/15 12:12

    초빙 절대 비추입니다. 대안학교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일반학교의 경우 초빙 딱지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본인들이 필요해서 초빙하고는 나중엔 니가 원해서 온 거 아니냐 라고 이야기를 하지요.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이 부르셔서 초빙 했는데 관리자로 만날 때의 관계는 정말 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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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를살다 2018/06/15 12:13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죠. 공감합니다. 더구나 총각일 때와 가장이 되었을 때는 또 다를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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