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636520

살면서 별로 운 적 없었는데 오늘 펑펑 울었다

진지한 글 한 번 읽어줘라 내 얘기야

내 살아온 이야기



살면서 울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아마 서너번 될 것 같다.


여자친구였던 년이 정말 존경하던 동네 형과 바람나 헤어진 후 시간이 지나 가장 친한 친구랑 사귀고 있을 때,

어머니가 암 수술을 앞두고 있을 때, 

군 복무를 강원도 고성서 했는데 14년도에 큰 사고가 나서 거의 마주한 죽음 앞에서 오열했던 것 말고는...

딱히 살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말 하기 어렵지만 가정 환경이 매우 안 좋았다. 부모님의 관계,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감정 표현이 서투른 것은 이러한 배경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추측한다.


대학에서는 철학을 전공했다.


비전과 경제적 가치가 거의 없지만, 인생에서 해결해야 할 고민들이 있었기에 작은 신학교에서 철학을 배우고자 했다.

과학적으로, 논리적,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이해하고자하는 열망이 컸다.


대학을 진학하며 집안을 홀라당 뒤집어놓았다. 

수능 성적이 생각보다 괜찮았기에 철학을 한다는 것을 부모님은 강하게 반대했다.


걱정하는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집에서 등록금 내줄 것도 아니고, 내가 알아서 벌어서 내고 다닐 건데 참견하지 말라" 라고 말해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버렸다.

그 때는 많이 어렸을까 왜 그렇게 말했는지...




대학을 다니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단 한 학기라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학생 신분으로 잠을 줄이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방학 때는 중소기업사원 정도의 임금을 2~3개의 아르바이트로 벌 수 있었다.


매 학기 등록금 300

매달 생활비 약 6~80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핸드폰비용, 보험비를 모두 내 계좌로 가져왔고 가끔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 용돈도 쥐어드렸다.


그렇다고 학업을 포기하진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패기였는지 1, 2학년 때는 학교 내외서 진행하는 학술제, 세미나 등을 닥치는대로 모두 참석했다. 그러면서 학점도 어느정도 나왔으니.... 상당히 피곤한 삶을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았음을 회상해본다.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해 학업을 마무리 할 때 쯤

인생의 중요한 고민 대부분이 해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학원을 진학하고자 했다. 

임상심리, 정신분석, 포스트모더니즘, 서양철학 등을 전공하고싶었다.


많은 교수님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다. 정말 감사하게도 추천서를 써주며 이곳 저곳에 알선을 해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았다.


가계가 무너지기 시작한지 상당히 오래되었고 부모님이 아무리 말을 아껴도 한 집에 살다보니 집안 사정을 알 수 있었다.


1, 2, 3학년 때 많은 학점을 채워놔서 4학년 때는 하루 또는 이틀만 등교하면 됐는데 이 때 인턴과 계약직 등으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는 날이 잦았지만 과제와 시험으로 땜빵해 아슬아슬하게 C D학점으로 이수를 할 수 있게 됐다.


졸업을 앞두고 많은 돈을 벌고자 했다.

여러 기업에 입사지원을 하였드

나름 괜찮은 어학점수와 여러개의 자격증이 있었기에 서류는 크게 문제 없이 통과했다.


지원한 기업마다 분야와 업무가 모두 달랐지만 어느 한 곳이라도 빠짐 없이 공통된 질문이 있었다...


"대학에서...철학을 전공했네요?, 저희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데...."


나름의 관련 인턴 경력과 잘 할 수 있는 믿음을 주는 대답을 했음에도 많은 기업에서 낙방을 맛 보고 말았다. 

(아마 철학을 배웠다는 것 때문에 떨어진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


우여곡절 끝에 한 건설회사를 들어가게 되었다... 계약직으로.. 

난 당장 돈이 필요했고 페이도 괜찮은 편이었다.


3개월 정도 근무하게 됐을 때 나의 모든 삶이 피폐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잦은 야근과 외근 .. 공휴일은 물론 토요일에도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일반화 할 수는 없겠지만 건설회사들에 관한 편견...

예를 들면...

더럽고 저급한 접대문화....는 존재했다


하루는 집에 돌아오는 어두운 길에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봤다.

짙은 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서울 부근에 살아 이런 날은 정말 흔치 않았다.


집에 들어가지 않고 집 앞 돌계단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하늘만 쳐다봤다.


내가 꿈꾸던 삶은 이런 삶이 아니었을텐데...


다음 날로 바로 퇴사 절차를 밟았다.

아침에는 가족들에게 회사가는 척 하며 피시방으로 향했다.

피시방으로의 출근도 언젠가 들통나기 마련 게임에 흥미도 없던 나는 새로운 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영업을 뛰었다. 잠깐이지만 적성에 맞기도 하는 것 같아서 열심히 달렸다.

그러나 내가 하고싶었던 일도 아닐 뿐더러 나름 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나와 관계하는 사람들을 이용해서 금전적 이익을 취하고싶진 않았다..

쉽게 말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그들과의 관계를 연줄삼아 영업 아이템을 팔아 장사하는 모습이 떳떳하다고 생각이 들진 않았다.

(영업아이템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영업직을 비하하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말하고 싶다 오히려 영업 관련 사람들을 존경하는 편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후...

한 기업에서의 최종합격 통보를 받게 되었다...


출근을 하게 됐다.

회사명을 말 하지는 않겠지만,

전국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며 복지가 좋은 것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하는 일 또한 정말 맘에 들고 잘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매일 매일 집에 돌아오는데 해가 지지 않아 거리가 환하다. 


퇴근 이후 시간이 생겨

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은혜를 입은 것들이 많아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있다.




어렸을 때 집안이 개박살나 맞벌이를 나가신 부모님 대신 업어주고 키워주고 먹여주던 지금은 백발 노인이 되신 동네 할머니, 


친구와 싸웠을 때 네 손은 사람을 때리는 손이 아닌 피아노를 쳤으면 잘 칠 것 같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손이 될 것 같다고 말씀해주신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


학원비가 부담되어 그만두게 됐다고 말씀드렸을 때, 그냥 부담없이 나오라고 하셨던 논술학원 선생님


청소년 시기 방황하던 나에게 늘 아들처럼 대해주시고 따뜻한 말씀들로 감싸주신 교회 목사님 등



매우 자만하게도 

주위 도움 없이 내가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결과라 생각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내가 잘 견뎌내어 얻은 현재라 생각했다.

많은 이들의 희생과 노력들이 당연하다 느껴 지나쳐왔다.

이 세계는 부조리와 부당함으로 가득찼다는

불만만 가득했다.



그것은 나의 자만이자 피해의식이었음을

지금의 나을 살게해준 많은 손길들이 있었음을

불평할 것 보다 감사할 것이 훨씬 더 많았음을



이불을 덮고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 눈물이 쏟아진다.



왜 이제야 깨닫는지 모르겠다.

이전부터 알았으면 좋았었으려만



많이 늦었지만... 늦었겠지만 이제부터 감사하며 살아보려한다.


또한 감사함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 또한 누군가에 은혜를 나누는 사람이 되기를

댓글
  • 톱기어 2018/06/10 04:21

    (Eu4Te0)

  • 정도력 2018/06/10 04:25

    잘되겠네요 그마음으로 간다면

    (Eu4Te0)

  • 루키님 2018/06/10 04:41

    글솜씨가 대단합니다^^
    화이팅입니다

    (Eu4Te0)

  • 서쪽하늘노을 2018/06/10 05:06

    의지나 신념도 있으니 가능하지
    우리같음 노숙자됐겠지
    어쨌든 잘되시길 빕니다

    (Eu4Te0)

  • 달인의남편 2018/06/10 05:40

    어제 개그맨 사진 올리고 글 쓰셔서 다들 개그 그만두지 말라고 했었는데 다시 보니 그 개그맨 하준수씨 와는 전혀 상관없는 분이 었나 보네요 지금 많이 힘들고 왜 삶에 대한 따듯하고 달콤한 보상없이 보이지도 않는 미래를 갈구하며 살고 있나 싶을 겁니다 그래도 열심히 살고 계시니 이 모든 게 시간이 지나면 그저 "열심히 살았었지"한 단어에 녹아 당신의 삶에 한 단의 발판이 되어 있을 겁니다 힘 내세요

    (Eu4Te0)

  • 뿌라구8개 2018/06/10 05:46

    철학적으로 볼때 존나게 길다.

    (Eu4Te0)

  • 씨써리 2018/06/10 05:50

    철학과 없어지는게 아쉬웠던 1인.

    (Eu4Te0)

  • 두잔술에멍멍 2018/06/10 06:06

    현실적인 얘기속에 철학이 담겨있어
    보기좋습니다
    시대가 바뀌는만큼
    가지고있는 철학도
    더욱 발전하는 자신을 만드시길
    잠시나마 바래봅니다

    (Eu4Te0)

  • 푸조3008차주 2018/06/10 06:24

    이런거 어디서 퍼오시는건지;;
    출처가

    (Eu4Te0)

  • bmwxyz 2018/06/10 06:30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글이네요

    (Eu4Te0)

  • 명지돼지국밥 2018/06/10 11:04

    글은 좋은데 글쓴이 얘기는 아닌거 같음

    (Eu4Te0)

  • 봉봉애비 2018/06/10 11:09

    14년도 고성이면 총기난사 사건 때 현장에 계셨나요?

    (Eu4Te0)

  • AJ23styles 2018/06/10 11:11

    정독하게되는 글이네요~ 하루하루 감사하는마음으로 살면 얼마나좋겠습니다만... 이 사회가 너무 악하네요..

    (Eu4Te0)

  • 미니태어나다 2018/06/10 11:16

    음....

    (Eu4Te0)

  • 내첫차슴삼이 2018/06/10 11:27

    은혜를 감사할 줄 아셨다면 이제 베푸시는 것으로 살아가면 되요~" 감동입니다

    (Eu4Te0)

  • 양파123 2018/06/10 11:29

    아.. 직장생활..쭈루룩

    (Eu4Te0)

  • 건강한놈 2018/06/10 11:39

    좋은 글.

    (Eu4Te0)

  • sixx 2018/06/10 11:47

    세상의 수많은 인생중에 모래알같은 그많은 인생중 선택된하나일뿐입니다 힘내라는 말은 거짓말이에요 그냥 주어진 인생에 뜨겁게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는것, 그거 하나면 됩니다 당신은 열심히 살고 있는거에요 ㅆㅂ 다 좃까라고 하고 계속해서 열심히 사세요 그게 이기는 겁니다

    (Eu4Te0)

  • 목표와방향선택과집중 2018/06/10 12:20

    축복합니다

    (Eu4Te0)

  • 행복공작소 2018/06/10 12:45

    감사하는 하루

    (Eu4Te0)

  • star002 2018/06/10 13:32

    이런분들 인생얘기 들어보면 나 자신이 너무 쉽게살고 이룬것같아서 이래도 되는건가 생각이드네요

    (Eu4Te0)

  • PatricJane 2018/06/10 13:57

    철학을 배우실때 한번 돌아볼 기회는 있었는데, 당시 생각의 끈이 그리 길지 못하셨나봐요. 삶은 늘고민하고 걱정하고 불안해 하는 끈부터 끈어내는것 부터 시작인데... 아마 알바나 일로 인해 학과에 대한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거 같습니다. 여유가 생기면 주위를 둘러볼 생각이 나거든요. 다시 철학을 집으시길 빕니다. 삶이 좀 달라지실거에요 여유란 그래서 좋은거죠

    (Eu4Te0)

  • 시골목수 2018/06/10 14:59

    일기는 일기장에..
    다짐과 성찰을 게시판에 하신다면 좀더 공손한 어투와함께 뭔가 실천적인 방편 들고 오셨으면 좋았겠다 싶네요.
    어쨋거나
    아직 삶의 초입이신것 같은데 삶의 업다운은 교호하듯 올테고.. 그때마다 깊어지길 바래봅니다.
    즐거운 휴일되시길~

    (Eu4Te0)

  • 가장행복한날 2018/06/10 15:14

    아직은 전부를 이해 못할 반 백살의 나이 이지만
    조금은 알듯 해요..
    어떤일이든 핑계 거리를 먼저 찾았던 내 자신의 성찰..

    (Eu4Te0)

(Eu4Te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