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모든 TV 채널에 악마가 나타났다. 그는 인류에게 의외의 제안을 했다.
[ 난 너희 인류에게 한가지, 초능력을 주고 싶어. 만약 동의한다면 말이야. ]
초능력이라는 단어는 TV 앞에 선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악마는 솜씨 좋은 외판원처럼 이야기를 시작했다.
[ 너희들은 TV나 사진 같은 데서, 정말로 먹고 싶은 음식들을 본 적이 있지? 정말로 먹고 싶지만~! 당장 구할 수 없어서, 너무 비싸서, 우리나라에는 없는 음식이라서! 그래서 그림의 떡처럼 쳐다만 본 적들이 많지? 내가 너희에게 주고 싶은 초능력이 바로 그거야! 너희들이 그 음식들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그 음식의 맛, 식감, 포만감까지 모두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
" 오오오-! "
사람들은 놀랐다! 그런 게 가능하다면??
악마는 TV 앞 사람들의 반응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 웃으며, 잘 익은 딸기 하나를 꺼내 들었다.
[ 예를 들면 이런 느낌? ]
순간! TV를 보고 있던 사람들의 입에 상큼함과 달콤함, 기가 막힌 딸기의 식감이 퍼졌다!
" 우와아아! "
" 아! 맛있어! "
사람들은 경악했다!
악마는 마지막으로 웃으며 TV에서 사라졌다.
[ 하하하! 만약 그런 초능력을 얻기를 원한다면, 3일 뒤까지 전 인류의 의견을 모아줘! 그래서 너희가 원한다면, 내가 그 초능력을 줄게! 너희 인간들은 살 좀 쪄야 돼! 하하하 ]
사람들은 이 놀라운 사태에 흥분해서 떠들어댔다! 이런 초능력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 무조건 땡큐지! 와~ 보는 것만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
" 당연히 원하지! 이것만 있으면 식비도 안 나갈 거 아니야! "
" 굶어 죽는 우리 아이들도 모두 사라질 거예요! 그것도 효율성 지원식이 아니라,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먹는 맛있는 음식들로! "
" 와~! 랍스터! 크레이피시! 코코넛 크렙! 진짜 그동안 TV 보면서 먹고 싶은 음식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대-박! "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감으로 환영했다. 물론, 반대 목소리들도 분명 존재했다.
" 분명 목적이 있을 겁니다! 악마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이겠습니까!? "
" 인간이 보는 것만으로 모든 걸 먹을 수 있다면, 요식업은 물론, 식품업, 농업, 어업, 모든 산업이 다 망할 겁니다! 경제 대공황이 올 거라고요! "
그러나 반대의견은, 어떤 주장 앞에서 기를 쓰지 못했다.
" 망한다고? 망하면 어때? 이 초능력만 있다면 인간은, 무슨 상황이 오더라도 결코 굶어 죽지 않게 된다! 어쩌면, 평생 일을 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는 있겠지! "
" 그, 그래도...! "
" 이 초능력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모르는 건가?! 이 초능력은 말 그대로, '무한동력'이란 말이다! 무에서부터 나올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 "
" ... "
그 주장은 이 사태를 하나의 혁명이라 표현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것에 열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려 섞인 생각도 깊어졌다.
" 말 그대로 먹을 게 없어도 인간이 굶어 죽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그 효율을 노리고 인간 노예 공장 같은 걸 만들지 않으리란 법이 있는가?! 나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인간이란 그렇게, 무섭단 말이다. "
" ... "
" 먹지 않고 싸기만 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지구의 생태계는 먹고 싸는 순환의 고리로 돌아가고 있는데, 사라지는 것 없이 생성되기만 한다면? 지구 상에 똥만 넘쳐나게 되는 것 아닌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각해질 텐데.. "
" ... "
" 사람들의 건강도 문제다. 지금도 비만이 전 세계적인 문제인데, 너무나 간단하고 손쉽게 맛있는 음식들을 넘치게 먹을 수 있다면? 비만 인구가 역대 최대치로 늘어날텐데! "
" ... "
일리있는 우려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그렇지만 인류 대부분은-,
" 무조건 찬성이지! 뭘 고민해?! 당연한 거 아니야? 초능력이라고 초능력! "
" 와~나, 지금 있는 것들이 지금 반대하는 거지! 우리 같이 없는 사람들은 평생 먹어보지도 못할 음식들을 먹을 기회가 생기는 건데! "
" 누가 반대를 하는 거야?! 개념 없네 진짜! "
찬성했다. 환영했다. 3일이 지나 어서 악마가 나타나기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3일이 지났다.
[ 좋아! 인간들아, 결정했어? 자~ 그럼, 이 초능력에 찬성하는 사람은 오른손을 들고, 싫은 사람은 왼손을 들어줘! ]
결과는 뻔했다.
[ 그래! 역시 원하는구나! 그럴 줄 알았지! 하하하! ]
악마는 웃으며 손바닥을 '짝!' 쳤다.
[ 좋았어! 이제부터 너희 인간들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음식을 먹게 될 거야! 하하하! 마음껏 즐기라고! 이 초능력을! ]
악마의 손에서 빛무리가 뻗어 나간 후, 전 세계의 하늘이 일순간 번쩍했다. 그리고-
" 우와! 진짜다! 진짜 초능력이 생겼어! "
사람들은 열광했다! 모든 인류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방송국들은 기다렸다는 듯, 전 세계 맛 기획 프로그램을 틀었다. 제삼 세계의 굶주린 아이들에게도 건강식단이 펼쳐졌다. 사람들은 준비했던 최고급음식들의 사진을 펼쳤다.
" 코코넛 크랩이 이런 맛이었어?! 이런 식감이었어?! 대~박 너무 맛있어~! "
" 크~! 이게 바로 자연산 송이의 참맛이구나! 이 향 좀 봐! "
" 아아아! 특등급 참치 대뱃살! 평생 못 먹어볼 줄 알았어! 아~ 행복해~! "
전 세계에서 행복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데,
길지 않았다.
" 으...배불러... 배 터지겠네.. "
" 아 뭐야... 이 초능력 어떻게 끄는 거야? 배 터질 것 같다고! "
" 우웩! 우우웨엑-! "
이것은 내가 원할 때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었다! 눈으로 본 음식은 다 먹게 되는 능력이었다!
" 당장 TV 꺼! 끄라고! "
" 요리책 치워! 우웨에엑-! "
" 119...! 119 불러! 119! "
전 세계에 '배부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심지어 구토하다, 기도가 막혀 사망하는 일들까지 벌어졌다.
사람들은 두 패로 나뉘어 소리쳤다!
" 악마에게 속았다! 이게 무슨 초능력이야! 이건 저주라고! "
" 아니야! 잘만 조절하면 될 거야! 처음이라 그렇지, 분명 조절이 가능한 문제라고! "
그것이 속은 것이든 어떤 것이든, 인류는 적응해야 했다. 처음의 대혼란 이후, 각국의 정부는 수습을 위한 모든 노력을 펼쳤다!
" TV든 뭐든, 음식을 내보내는 것을 모두 금지합니다! "
" 식당의 간판들을 모두 치우세요! 음식 그림이 들어간 사진들은 모두 폐기하세요! "
" 모든 가게의 식료품들을 안전처리 하여 폐기하겠습니다! "
" 도심 내 과실수들을 모두 베어 넘기세요! 과수원과 논밭, 어장의 출입을 금합니다! "
최대한 사람들의 눈앞에 음식들이 보이지 않도록, 모든 걸 없앴다.
인류는 적응해나갔다. 힘들었지만, 초반의 혼란을 잠재우고 나니 그래도 살만했다.
체계가 잡혀 나가자, 인간들은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원하는 만큼, 조절해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조금 낯설긴 했지만, 확실히 인류는 초능력을 이롭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배가 고프면 블라인드 된 사진첩을 펼쳐서, 원하는 음식을 검색하기만 해도-,
" 아~ 좋아~! 오늘은 뭘 먹어볼까나~ 불도장? 샥스핀? 스테이크? 후식은~~ 여름 수박? 겨울딸기? "
혼란이 잠재워진 인류는 행복했다. 과연, 인생의 절반은 먹는 즐거움이라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때. 악마가 다시, TV에 나타났다.
[ 안녕! 인간들아! 살 많이들 쪘어? ]
악마의 등장에 누군가는 이를 갈며 원래대로 돌려달라 소리치기도 했고, 누군가는 혹시 또 다른 이벤트가 생길까 기대하기도 했다.
한데,
[ 오늘은 그냥~ 지혜를 전해주고 싶어서 왔어. ]
" 지혜? "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혜? 지혜라니?
그때, 악마가 말했다.
[ 너희~ 알고 있어? 인간은 뭐든지 먹어! 예전에 배고픈 나라의 아이들은 배가 고파서 나무 껍데기를 벗겨 먹었더라고! 또 생식하는 사람들은 산에 올라가면 웬만한 풀들은 다 먹고 말이야! 그리고 알지? 개나 고양이도 먹을 수 있는 거! 예전에 불이 없던 시절의 인간들이었다면, 아마 개나 고양이를 사냥해서 그 생살을 뜯어 먹었을걸? ]
" 뭔 소리야?! "
사람들은 도대체 악마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몰라 눈쌀을 찌푸렸다. 한데, 악마가 전해준 '지혜'를 의식하게 된 순간-
" 우...우웩! "
" 뭐, 뭐야 이 맛?! 으..으! 이 맛 뭐냐고-!! "
사람들은 눈으로 먹게 되었다. 그것들을 '음식'이라 인식하게 되었다. 나무를 보면 나무 껍데기 맛을 느꼈고, 풀을 보면 풀 맛을 느꼈다. 집에서 키우던 개를 보면, 그 개 맛을 보게 되었고, 고양이를 보면 고양이 맛을 보게 되었다.
[ 하하하! 내가 전해준 '지혜'를 잘 알아들었어? 지식이란 언제나 좋아! 그치? 하하~ ]
악마는 웃으며 사라졌고, 전 세계에서는 눈물이 터졌다.
또다시 인류는 대혼란을 겪게 되었고, 또다시 인류는 적응했다.
[ 모든 애완동물을 금합니다. 도심에 나무를 모두 철거하겠습니다. 집에서 화분을 기르는 것은 불법으로-. . . ]
수많은 사람들이 불행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능력은 좋았다.
" 아이씨! 기분도 더러운데 오늘은 달콤한 음식들 좀 먹어야지! 세계 3대 초콜릿 사진 검색... "
" 아~ 치킨이나 뜯어야겠다! "
" 오~! 8성급 호텔 풀코스 사진이라고? 좋지~ "
시간이 지나 적응하니, 더 이상의 문제는 없는 듯했다. 굳이 꼽자면, 같은 인간끼리의 음식 테러라던가, 고추냉이가 잔뜩 들어간 요리 사진을 이용한 낚시 따위의 것들이나 말썽이었다.
한데, 악마가 또다시 나타났다.
[ 안녕! 인간들아! 마지막 '지혜'를 전해주려고 왔어! ]
" 뭐, 뭐야 또?? "
인간들은 공포에 떨었다. 혹, 누군가는 이미 어떤 생각으로 설마설마 하기도 했다.
악마는 웃으며 말했다.
[ 그거 알아? 불의의 사고로 조난 당한 사람들은...정말로 배가 고파서 인간끼리 먹기도 했대! ]
" !! "
[ 그래! 인간은 같은 인간도 잘 먹더라고! 어쩌겠어? 먹을 수 있어서, 먹는 것뿐인데 뭐! 너희 인간들은 먹을 수 있다면 뭐든지 먹잖아? 안 그래? 하하하하하 ]
악마는 웃으며, 크게 웃으며, 신명 나게 웃으며 사라졌다.
" ... "
전 세계에서 수많은 구토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많은 비명이, 눈물이,
그리고 어둠이 찾아왔다.
그동안 이런 저런 연습만 너무 한 것 같아서;; 익숙한 스타일로도 한번 ㅎㅎ;
행복하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뭔가 요괴시리즈 같은데 악마네요 ㅋㅋㅋㅋ
예상은 살짝 됐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진정한공포네요..ㅋ
웹툰으로 만들어서 보고싶네요 글 들이 기기괴괴나 금요일 같은 분위기도 나고 그런 딜.. 이 들어오실것도 같은데 .. ㅎ
화장실을 못가...
ㅎㅎ 재밌어요 ㅎㅎㅎㅎㅎ
이분 뭐지? 뭔데 다 잼있지???
시각 장애인에겐 축복일까요?
똥먹는 얘기 나오는 줄 알았네요 ㅎㅎㅎㅎㅎ
너무 몰립하여 많은 생각이 들면서 끝까지 내려와 이제 댓글을 달아야지
아, 제 눈에 재떨이가 들어왔어요ㅠㅠㅠ
이 글의 악마가 요괴가 아니라 악마인 이유는 요괴는 항상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영악하게 행동하지 않아서인가요?ㅎㅎ
으어어...하면서 보다가 댓글에 화장실ㅋㅋㅋㅋ
잘읽었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목에 더 추천을 주고싶네요
밖이라서 추천조작 의심ㅜㅜ이따 추천하기 위해 댓글 남깁니다 참 복날님 요즘 문장력 엄청 좋아지셨어요!!! 너무 완벽해지지 마세요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