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디 게임이란 재미있으면 그만이라 생각하여, 감히 게임을 직업 삼는 자들을 훈계하거나 깨우쳐줄 식견은 없다.
그러나 2018년 3월 27일 나딕 페이스북에 올라온 입장문과, 유저들이 기다린 복사 붙여넣기의 공지를 보고 있다니 참담하고 기막혀 키보드를 두들겨 본다.
...
일주일 전, 나는 넥슨 캐쉬 5만원을 충전했다. 사고 싶은 아이템이나, 튜닝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겜주라 불린 사람의 인증을 보며 내 결제 금액을 확인해보니, 3년간 내가 쓴 돈은 겨우 100만 원을 조금 넘긴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입문을 서유리로 하였고, 잠시 티나를 키운 것을 제외하면 언제나 서유리를 키웠다. 트루러버라고 자신했지만, 내가 클로저스에 투자한 돈은 모바일게임 유저들이 몇 달이면 쓰는 돈에 불과했다. 조금 과하게 말하자면 가챠게임 일주일 지름만도 못했다.
사랑에 가격을 매길 수는 없지만, 게임에 쏟은 애정을 표현하는데 가격만큼 또렷한 것도 없지 않나.
그렇기에 나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내 애정을 확인하는 마음으로 넥슨 캐쉬 5만원을 충전했다.
5만원, 코스튬으로 치면 두 세트고, 통돌이로 치면 60번이 조금 넘는 돈이었다. 유리에게 음양사와 마법소녀를 사줄 생각이었다. 취향에 맞는 옷들은 아니었으나, 클로저스란 본디 옷장을 채우는 게임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결국 이 5만원이 코스튬에 쓰이는 일은 없었다.
노노는 가벼운 마음으로, 어쩌면 진심으로 그렇게 믿기에 sns에서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표출했을 것이다. 클갤에 문앰수뒤를 쓰던 클갤러와, 그녀의 사이에 무슨 인간적 차이가 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
단지, 가진바 영향력이 달랐고, 게임에 가진 애정이 달랐을 뿐이다.
그렇기에 24일의 공지를 보며 수많은 유저들이 그러한 입장문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한뿅뿅의 찌질함, 갑의 갑질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게임에서 아 일러레가 트페미구나, 한남이라고 우리를 조롱하는구나, 그럴 수 있지, 라면서 납득 할 사람이 있을 것인가. 티나가 떠날 때 자리를 지켰던 자들은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터인데, 우리는 메갈을 품고 무너지느니 게임을 살리기 위해 스타터팩을 환불하였고, 여혐게임, 유사게임이라는 조롱 속에서도 게임을 떠나지 않았다. 대정화, 램누수, 무너진 밸런스와 없뎃들... 그것들을 인내한 것은 오직 애정 때문이었다.
정직원이라 자를 수 없고, 너무 많은 일러를 그렸고, 그저 sns 때문에 처벌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누군가 말했다. 그럴 수 있다. 그럴 것이다.
그리고 24일, 공지는 그 말에 힘을 실었다. 거기에는 애정을 지켜온 유저에 대한 의리도 없었고, 스스로 게임에 대한 애정도 없었다. 한마디로, 그럴만 하니 그러겠다는 말이었다.
유저들은 대정화때 그러했던 것처럼, 없뎃 속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기꺼이 나딕의 결정을 따랐다. 애정도 의리도 없다는데 어쩌겠는가.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끝끝내 쥐고 있던 애정을 포기한 뒤, 떠났다. 불과 3일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힘들게 맞춘 장비를 부숴버린 뒤 게임을 떠났고, 아직 봉인을 풀리지 않은 자들은 게임을 통째로 지웠다.
이 많은 이별을 누가 위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딕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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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트윗이 퍼진지 4일이 흘렀지만, 유저들이 만족할 만한 공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24일, 불과 몇 시간만에 올라와 유저들의 복창을 터트린 입장문과는 대조적이다.
나딕과 일러레는 필요할 때는 침묵했고, 이 침묵은 클로저스의 티나 사태를 다시 불러들인 제 2의 티나 사태라고 할 만하다.
물론, 유저에게 사과하는 나딕의 입장문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16년의 그 사건을 갈등과 고통이라 표현한 글도 진심일 것이다.
노노의 사과 또한 진심일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니 동시에, 문어인간의 해명문도 조롱일지 누가 알겠는가.
우리가 게임을 사랑한 게 아니라, 그저 여혐종자라는 그 말이 사실일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진심으로 이 게임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게 사실일지 누가 알겠는가.
결국 유저가 믿을 수 있는 확고부동한 진실은, 클로저스가 실망스러운 게임이란 사실 뿐이다.
...
일주일만에, 클로저스에 접속했다. 주말이 지나 한산해진 플게는 썰렁했다. 뉴비는 없었고, 오염지옥 파티를 찾지 못한 자들이 좀비처럼 서성이고 있었다. 재해복구를 기억하는 자라면 익숙한 광경이겠으나, 대정화의 시대에 살고있는 나에게는 낯선 광경이었다.
매일 버프를 받느라 보기 싫어도 봐야 했던 종전 1위 좌석들에는 사람들이 바뀌어 있었다. 시즌 3가 나올 때까지는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사람들이 사라져 있었다.
나는 쓸쓸히 캐쉬창을 켜, 내가 충전한 5만원을 바라봤다.
5만원. 예전이라면 누군가는 통돌이를 살 것이고, 누군가는 문수를 욕하며 초월의 비약을 샀을 수도 있다. pna, 혹은 칩작을 위해 썼을 수도 있었다.
이 5만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게임을 종료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느낄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기꺼이 죽은 자를 위해 장례를 치루고 부조금을 낸다.
유저들, 내가 클로저스에 가진 애정은 죽었다. 소울워커가, 혹은 다른 게임이 즐겁게 위로해줄 수 있을지언정, 죽어버린 애정을 살릴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내가 쓰지 않은 5만원은 부조금이 되었다. 아직 내지 못한 부조금, 이미 죽어버린 유저들의 애정 위한 부조금이자, 아직 죽지 못한 클로저스를 위한 부조금.
섭종의 날이 오면, 나는 기꺼이 이 부조금을 내리라.
2014.12.30~20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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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금 5만원..ㅠㅠ
그 5만원을 소워로 옮기면 코스튬세트가 2개반이다!
이거 맞다 감상에 젖을 시간에
옮길 수 있다면 당장 옮겨라
캡쳐한 놈도 지우고 있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성자 : 엥 진짜? (후다닥)
문과 감성이 이걸... 추천준다
그 5만원을 소워로 옮기면 코스튬세트가 2개반이다!
이거 맞다 감상에 젖을 시간에
옮길 수 있다면 당장 옮겨라
ㅋㅋㅋㅋ
너어는 진짜.... 먹먹한 마음을 깨버리는 아주 못된 아이구나!
작성자 : 엥 진짜? (후다닥)
코스튬 셋트 2개반에 5만원이면 개당 2만원이란 말인가??
음 해자롭군
위추 ㅜㅡ
문학오지넹a
캡쳐한 놈도 지우고 있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uninstall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필감성 무엇
아아 앗
수능문제로 출제되도 이상하지 않을 퀄
와 필력 감탄스럽다
문과 감성이 이걸... 추천준다
술술 읽힌다..
환불해야죠!
부조금 5만원 환불하는게 좋을듯. 그렇게 의리 지켜도 메갈들은 알아주지도 않는다
문 풍
당 당
키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나름 재미있게 했었는데... ㅠㅠ 그래도 환불은 하세요.
아. 정말 애정과 실망이 느껴지는군요.
얼마나 착잡할까요.
저야 그나마 대정화때 접었기에 이번 사태를 피할수 있었지만. 그 대정화 조차 버티며 겜 했던 분들에게는 정말 허망함이 남았을것 같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