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리 가야 합니꺼.”
“가 봐야 알 거 아니겠노.”
“누가 이래 간답니까? 다들 서류 제출로 끝낸다 아입니까. 누가 변호사님처럼 이래 직접 간답니까?”
운전을 하고 있는 사무장의 볼멘소리가 계속 이어집니다. 그 볼멘소리를 귓등으로 흘리며 문재인 변호사는 계속 서류만 뒤적일 뿐입니다.
차가 드디어 공장에 도착합니다. 울산의 한 대기업입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거대한 크레인들이 줄을 지어 늘어선 곳, 그중 한 크레인 밑에 노동자들이 모여 있습니다.
크레인 끝에는 노동자가 매달려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마지막에 선택하게 된다는 그 유명한 고공 크레인 농성. 바로 그 현장입니다.
문재인 변호사가 성큼 성큼 그곳으로 다가갑니다.
“하도 교묘하게 엮어버리니까, 참말로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그 며칠 전 몇 명의 노동자가 문재인 변호사를 찾아왔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여느 노동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노동조합의 조합원을 해고했고, 노동자들이 이에 반발하며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고공 크레인 농성을 시작한 겁니다.
그러자 회사는 이제 ‘건조물 침입죄’라는 걸 들고 나옵니다. 결국 그것으로 고공 농성자들을 고소했고, 법원은 이에 유죄판결을 내려버립니다.
“항소를 해야겠는데, 하도 요상하게 엮어놔 버리니까 참말로 우째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건조물 침입죄라는게 도대체 뭔 말인지도 잘 모리겠는데, 뭐 지네 재산에 우리가 침입해갖고 점거하고 있다, 뭐 그런 소리 아니겠습니꺼?”
변호사는 운동가가 아닙니다. 법으로 말하고 법으로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건조물 침입죄라는 것이 과연 법리적으로 타당한가, 이제 그걸 증명해내만 합니다. 참으로 난감한 사건이었습니다.
“오늘이 며칠째입니까?”
“오늘로 사십일 넘었다 아입니까.”
현장에 도착한 문재인 변호사가 까마득한 고공 크레인을 올려다봅니다. 높이 구십 이미터, 삼십층 높이입니다.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지경인데, 그 높다란 끝에 노동자가 걸려있습니다. 그것도 사십일째.
잠시 크레인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기던 문재인 변호사가 갑자기 윗저고리를 벗습니다.
“내가 올라가 봐야겠습니다.”
“뭐라고예? 변호사님이 저기를 올라 간다고예?”
“왜요, 올라가는 사다리가 있을 거 아닙니까.”
“있긴 있는데, 거기 아무나 못 올라 가는 뎁니다. 우리도 올라갈라면 다리가 후둘거리는 판인데, 변호사님이 우째 저기를 올라갑니까.”
농담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이상한 변호사, 농담이 아닌 모양입니다. 성큼 성큼 앞으로 다가가더니 크레인의 사다리를 부여잡습니다.
그리곤 정말로 거기를 기어오르기 시작합니다.
팔월, 여름 한낮의 햇볕은 쇠도 녹일 듯한 기세로 내리쬡니다. 그 불타는 하늘 위로 오르는 외줄기 가느다란 사다리 하나, 문재인 변호사가 그 길을 오릅니다.
한 계단, 또 한 계단… 아무리 올라도 끝은 보이지 않고, 한 순간 밑을 바라보면 그 역시 천길 낭떠러지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올라야 저 노동자에게 다다를 수 있는 것일까. 왜 그는 그 위태로운 길을 가야만 하는 것일까.
저 아래 지상에, 수많은 변호사가 있습니다. 변호사, 편안하고 안락한 삶이 보장된 최고의 직업이지요.
그러나 그 삶을 버리고, 지금 한명의 변호사가, 고공 크레인을 오르고 있습니다.
‘거기에 노동자가 있다잖아요, 나더러 도와달라 하는데 가봐야 할 거 아닙니까.’
문재인 변호사, 그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얼마나 올랐을까, 드디어 삼십층 높이, 구십 이미터 고공 크레인의 끝입니다.
마지막 한 발, 이미 손도 발도 힘이 다 빠져버린 그가, 힘겹게 그 마지막 한 발을 딛습니다.
그 순간, 온 몸에 땀을 뒤집어쓴 채 느닷없이 고개를 들이밀고 나타난 남자 앞에서 노동자들은 경악합니다.
"이게 뭐고? 어? ... 누구십니꺼?"
"문재인입니다."
"뭐라고예?"
변호사 문재인. 그가 정말 그곳으로 왔습니다.
억울한 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기어오른 크레인, 그 까마득한 높이에 차려진 단 몇 평의 땅, 그 고독한 노동자의 땅에, 변호사 문재인, 그가 왔습니다.
"아이 여가 어디라고, 이래 오셨단 말입니꺼, 참말로, 여가 어디라고.. 여가 어디라고..."
노동자들이 그를 붙잡고 눈물을 쏟습니다. 한 평생 노동으로 단련된 그 씩씩한 장정들이, 울고 있습니다. 평생을 가슴에 담아둔 한이 서린, 노동자의 눈물입니다.
"이제 됐습니더, 이 싸움요, 우리가 끝내 못 이기고 이래 허멍하게 끝난다 해도, 진짜 지금 제 맘이 얼매나 벅찬지 모르겠습니더, 참말로 이제 됐습니더."
자신들의 얘기를 들어주겠다고 그 높은 크레인까지 올라온 변호사, 노동자들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했습니다. 문재인 변호사는 노동들에게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문재인은) 22년동안 부산에서 힘없고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일했습니다. 부산뿐 아니라 울산, 창원까지 돌아다니면서 저같은 사람들 변호를 해주었습니다.
92미터짜리 크레인 위에서 농성중인 노동자들을 만나러,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도 했답니다." - 김성연 -
전래동화 같다
레전드
올라가는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나는데
“가 봐야 알 거 아니겠노.”
-문재인의 이 한마디에서 뜨거운 남자라는게 느껴지네요.
아는 일화여도 또 눈물이...ㅠ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올라가다가 기절할 듯...
야구잘해 축구 잘해 바둑잘해 특전사 특수전 수행 굵작한 인권사건에 변호사지 포레스트 검푸가 요깃넹
저도 아는 일화인데 이거읽으니 또 눈물나네요 ㅠㅜ
문재인 보유국 ㅠㅠ
임시조치// 저도 그 생각밖에.
어떤 사람들의 사고 방식으로는 ~노 거리는게 일베가 올린 글이라고 생각하겠네요.
진짜 200을 외쳤다는게 유일하다시피한 오점인 사람..
자랑스럽지 아니한가... ㅠㅠ
파파미
춤 빼곤 정말 완벽...
결말이 궁금한데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진짜 무슨 전래동화같은.. 이런분을 내손으로 뽑았다는게 영광스럽네요.
얼핏 들었던 얘기가 이거였었군요~투표잘했다는생각이듭니다
가봐야 알거 아니겠노 이렇기 사투리 안써요 ㅎㅎ
가봐야 알거 아이가? 또는 가봐야 알거 아이겠나
이렇게 써야해요
경상도 사투리 모르는 분이 쓰신듯
본문은 일베말툰데
농성하는 노동자들에게 기업이 불법건조물침입으로 벌으로 걸면 100% 노동자가 지는 상황
아무리 훌륭한 변호사라도 그건 어쩔수 없는 상황
문재인이 사법연수원 차석 졸업한 변호사인데 그걸 모를일 없죠.
저들을 위해 해줄게 없는 답답한 상황에서 그때 문재인이 선택한 일이 크레인을 타고 상공에 올라가는 거였습니다.
변호사가 자기들을 위해서 가만 있어도 땀 뻘뻘나는 한여름 뙤약볕에 그것도 100미터에 달하는 상공 크레인에 사다리타고 올라왔다는 것만으로 저 노동자들의 억울함이 치유가 된거죠.
그때는 공사 현장에 엘레베이터 같은거 이용하던 때가 아니었죠.
상공 100미터를 사다리 타고 올라갔다는 건 공사현장에 익숙하지 않은 엘리트 변호사한테는 정말 위험한 일이죠.
물론 문재인은 특전사 출신이라 가능한것도 있었겠죠 ㅎ
고공에 매달린 노동자를 위해서 문재인이 했던 저 행동은 영화에나 나올법한 장면이죠.
만약 영화에 나오면 "에이 저런 변호사가 어딨어" 이럴거임
파파미
레전드^^
형님 사랑해요
파파미 문통, 문재인 보유국..
좋타.노인네들 503보고 헤롱거렸을때 기분을 알겠네요
드라마에서나 볼수있는 캐릭터가 실제로 존재하다니 ㄷㄷㄷ
사투리가지고 말이 있네요.
저렇게 쓰기도 합니다.
그게ㅜ잘못배운 사투리일지 모르지만
저렇게 쓰는 사람들도 있단거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전 지구상에 한분 나올까 말까한 분 문재인 보유국 ..
다음대통령도 문재인 이었으면..
내 생전에 문통영화 나오면
매일 아침 보러가서 펑펑 울어줄 자신 있다.
내 죽기전에만 나와다오
근데 크레인이 82미터였는데...
하...ㅠㅠ
아는 얘긴데도 또 눈물남..ㅠㅠ
힘없는 노동자들 변호한 일화만 책으로 엮어도 몇 권은 나오겠네
훗날 위인전에 에피하나 넣으면 될듯 ㄷㄷ
파파미 문프
올라가 봤는데 처음 3층까지는 올라가는데 손이 안떨어집니다 디게 무서움 일단 어느정도 올라가면 내려가기가 더 빡세서 그냥 다 올라가짐 ㅋ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는 저 심정 이해갑니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고 들어주고 찾아와주는 것만으로도...
그게 가능한 사람은 몇 안 됩니다. 그 중 하나가 우리 대통령.
뽕한대 맞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