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검을 뽑은건 제 인생 최악의 실수였어요."

"그렇지. '실수'."

쌍검선배가 양손 검지와 중지를 들더니, 동시에 까딱이며 '실수'를 느리게 또박또박 발음했다.

"그래, '실수'겠지. 이해해."

대검선배도 쌍검선배와 같은 동작을 취하며 '실수'를 느리게 또박또박 발음했다.

"그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몹시 기분이 나빠지는 제스쳐인데요?"

"우리 마검쟁이들은 다들 '실수'하거든."

"'실수'로 힘도 좀 빌려쓰고, '실수'로 못 버리게 되고, '실수'로 외형변화 일어나고."

"그러다 눈구멍으로 빨간연기 뿜는 까만해골이 되거나 빈유슬렌더주근깨미소녀가 되기도 하지. 암암. 그럴수 있어."

"'실수'를 연달아 하는 바람에 마인이 되는 놈들도 있는걸 뭐."

"아니! 실수였다고요! 저는 이게 마검인지도 몰랐어요!"

"그러니까. 던전 마지막 방에 전혀 수상쩍지 않게 박혀있는 검신에 고대 룬문자가 가득 새겨진 검이 말이지? 절대 마검일리 없지."

"단조부터 마감까지 어느 미쳐버린 예술가가 한땀한땀 20년은 목숨 갈아넣어 만들었겠다 싶은 검이 말이지? 절대 마검일리 없지."

"몰랐다니까요! 진짜로 우연히 뽑게 된거에요!"

"괜찮아. 법국 고위 신관 형씨들도 '모르'고 '실수'로 매춘부들과 뒹굴곤 하잖아?"

"괜찮아. 많은 사람들이 '우연히' 항문이나 요도에 슬라임이 들어가서 교회를 찾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