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페그오 2부 종장 스포 약간 있음

이놈의 주제의식이 뭐냐고 하면 정의나 이상이나 가짜 진짜 같은 거 다 덜어내고 핵심만 남기면
'지금까지 손에서 놓아버린 것들을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 자신의 인생을 긍정하며 나아간다'임.




그건 세 루트 모두가 공통되는 에미야 시로의 사상이고, 세 루트의 에미야 시로는 '모두 동일한 선상에 있다'는 나스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근거이기도 함.
페스나의 이야기는 결국 에미야 시로라는 인간이 '자신을 죄인으로 여기면서도 자신의 인생을 긍정하는 이야기' 니까.
내가 한그오 유저이기도 하고 그쪽에 안 나온 스토리는 지금 종장 정도를 빼면 개요나 등장인물만 조금 훑어본지라 인셉션에 대한 이야기는 못 하는데
일단 지금 나온 종장의 구다즈의 독백을 보면


똑같음.
지금까지 자신이 잘라내온 것.
잘라내온 이문의 역사에서 자신이 태어나지 못하게 만든 것.
그것들을 헛되히 하지 않겠다, 그 마음들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으로서 구다즈는 칼데아스를 적대함.
물론 시로랑은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함.
시로는 '지금까지의 괴로운 과거를 없앨 수 있음에도' 지금의 자신의 길을 끝까지 걸어나가려 함.
구다즈는 '지금까지의 즐거운 기억이 사라지더라도' 지금의 자신의 길을 끝까지 걸어나가려 함.
그렇지만 둘이 다르다고 할 수가 없지.
나는 이게 본질적으로 나스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함.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었든, 지금 여기에 쌓아올려진 '자신'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지만, 나스는 시로와 구다즈를 '같은 인간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음. 답을 얻은 상태인 홍차를 마슈가 '선배'라 부른 것도 그렇고.
그걸 인류 레벨로 확장하면
인간은 지금까지 많은 잘못을 범해왔고, 따지자면 그 죄업에서 인류라는 종에 속하는 이상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음.
그렇다고 인류가 걸어온 길이 처음부터 잘못된 거고, 죄인이기에 자신을 부정해야 하냐? 그건 결코 아니라는 이야기.
전쟁이 일어나고, 범죄가 일어나더라도 그것을 기억하고, 사라져간 것들을 위해서라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
누군가를 돕는 사람의 기억들, 선의로서 이루어진 많은 기적들을 기억하고, 과오도 업적도 선의도 모두 후일로 이어내면서 인류가 살아온 족적을 온전히 긍정해야 한다는 것.
사실 인류 레벨로 확장시킨 이것도 키리츠구와 시로의 관계성 등으로 '이미 간접적으로 이야기 했던 주제' 라고 생각함.
제로에서 성배 진흙 쏟은거야 제로에서 끼워넣어진 설정이니 차치하고서라도, 세이버와의 관계나 이리야와의 관계 등 키리츠구가 남기고 간 '잘못'은 수도 없이 많음.
그러나 시로는 키리츠구의 잘못을 그저 이어받아, 그 과오를 고쳐가면서도 키리츠구의 삶을 긍정하는 역할이지. 이것이 인간의 삶에서 서술되는 '앞으로 이어나간다'는 의미라고 봄.
그렇게 생각하면 길가메쉬가 페스나에서 부정할 수 없는 '악당'인 이유도 명확하지. 길가메쉬의 목적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류의 부정'이니까.
코토미네 같은 경우는 시로와 대치되지만 동질한 무게를 가진 '지금의 자신을 긍정하고 싶다'는 갈망을 품은 아치 에너미인 거고.
이것을 나스 키노코는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규정한 거고, Fate 시리즈를 20년 이어오면서 말하고 싶은 변하지 않는 메세지인 것 같음.
30대 무직백수 120kg 김유게이라도 지금 쌓여온 자신을 부정하지 말고, 행복했던 기억을 이어가고 잘못이 있다면 과오를 고쳐나가며 계속해서 살아나가야 한다는 것.
지금 네 모습은 잘못이 아니라고. 설령 잘못처럼 느껴진다 해도 살아가도 된다고.
아냐... 120키로인 모습은 니 잘못이 맞아 그만 먹어 돼지야
Emiya브금이 틀어지기 딱 좋은 텍스트인데 어떠려나
그리고 1부 마지막에서 x'그저 살고싶으니까'보다 더 가다듬고 완성된 목표의식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