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영도 단편 에소릴의 드래곤의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어느 평화롭고 평소와 같은 이영도 판타지 세상.

어떤 일상적인 날. 평소대로 드래곤이 공주를 납치하는 일이 터진다.
판타지 세상에선 늘 일어나는 일이지.

빨리 날 풀어줘 이 나쁜 드래곤아. 니네가 평소에 하던걸 무의미하고 안일하게 반복해서 드래곤의 공주납치같은거 하지 말고!

글쎄. 여가 널 선택한 것은 연역적 추론의 결과이다.

엥? 당연히 드래곤이니 공주를 성에서 납치해간거 아니었음?

여는 네가 가장 좋은 음식을 규칙적으로 공급받으며, 충분한 운동과 정서적 안정을 누리며 아직 출산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육질이 우수하고 식감 또한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가정했다.
딴 드래곤도 다 그래서 공주 납치한거일듯?

얽그그ㅏ(기절)
(잠시 후)

야 근데 공주가 그렇게 맛이 있다고 생각하는게 이상하지 않음?
궁정 생활은 화분같은거야. 화분에서 예쁜 꽃이 자라지만 맛있는 과일은 비바람 맞은 산나무에서 열리는거라고.

학문성은 없지만 수긍 가는 면모는 있군. 여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검증 대상의 일부분을 채취해...
그러니까 손가락이나 귀를 분리해 실험을 하는 일을 필요하겠어.

아니아니아니 야 그러다 맛없으면 어쩌게? 날 돌려보내고 몸값을 받는게 가장 현명한 일이지.
그런데 내 손귀 어디가 없으면 파손품으로 몸값이 반도 안되지 않을까? 너라면 그런 피규어를 정가 대비 얼마 주고 사겠음?

...여는 너를 섭취하기 앞서 조금 더 다각적인 검토를 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와 ㅅ발 살았나??)
(저 도마뱀 새끼 아주 오래 궁리하는 모양인데)
...
(잠시 후)

심사숙고한 끝에 여는 흡족한 결론을 얻었다.

(제발제발제발)

너의 처리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여는 시장해졌다.
허기보다 감미로운 조미료는 없는 법이지.
역시 깊은 사유는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 같지 않은가?

이런 ㅅ1발...
과연 논리적인 드래곤과 자신의 맛없음을 외치던 공주님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저놈의 드래곤을 해치울 멋진 기사님은 과연 도착할 것인가?

오늘도 새는 두 마리뿐인 이영도 작가의 단편 [에소릴의 드래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짧지만 아주 이영도스러운 대화였어
과학적이군
역시 고도의 개그맨이야 이영도는
갸아아악 결말 빨리 가져와!
그래서 이거 어떻게 끝나는데...
아니 니 사이즈에 이런 작은 몸뚱이로 허기가 사라질 수 있겠냐
이럴땐 질보다 양이지, 산에 가서 일단 얼른 큰 고기부터 잡아다가 배고픔을 없애고 천천히 생각을 더 해보라구 ㄷㄷ
결론.. 소나 돼지가 더 맛있네.. 인간은 진짜 진짜 인생에 한 두번 정도 먹어야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