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이야기:
오프라인에서 산 디오라마 세트의 말법적인 퀄리티에 굿즈와 멘탈 둘 다 빠갈나버린 나

내 시발 이럴줄 알았지 싶어 플랜 B를 준비,
새벽에 이마트 예약픽업으로 굿즈를 죄다 사놓고 수령을 기다리고있었다

시간은 대충 5일 오전 10시 반쯤,
집 근처에 이마트 24가 없어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구석진 점포에 예약을 맡겨놓아
순조롭게 수령해갔다

사실 그렇게 순조롭진 않았다.
처음 가는 골목에 있어서 10시에 온다는걸 몇십분이나 늦었고
알바로 서 계신 호호할아버지는 포스기 사용법을 아직 잘 모른다는 듯이 바코드를 찍는데 한 10분은 잡아먹었으니까
아무튼 좋은게 좋은거라고, 찍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굿즈를 뜯었다.

키링 빼고 올컴플을 성공해서 안도의 한숨,
당근이나 뒤지면서 교환해볼까 하려는 찰나
물건 정리하느라 보지 못했던 카톡을 잠깐 읽어봤더니

'너 왜 쿠폰 수령 안함? 1시간 뒤에 교환권 터진다?'
? 이게 무슨소리야

??? 너 왜 살아있어
할아버지의 포스기 조작 이슈로 쿠폰은 소진되지 않았고
난 물건만 들고온 것이었다.

"이미 굿즈는 손에 들어왔고 귀책은 점포에 있으니 그만아닌가?" 싶겠지만
어르신이 무슨 소리 듣게 될 것 같아 찝찝하고
나도 구매확정이 돼야 이 굿즈세트 응모 이벤트를 참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거에 이미 16만원을 박아버린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이걸 인지한 시각은


그렇게 나는 주말농장 가도록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맨몸으로 전력질주해 30분 거리를 20분만에 도착한 나
땀을 좔좔 흘리며 할아버지에게 다시 쿠폰을 찍게 시켰는데
왜 됐는데 자꾸 안되냐고 역으로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묻습니까
하도 답답한 마음에 양해를 구하고 포스기 모니터를 보았는데...

"쿠폰을 찍은 뒤 해당 상품을 찍어 수령완료"
이런 씨
팝업으로 다 알려주는 이 절차를 보고도 모른다고 하셨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절차를 이제 알아챈들 뭐하나,
급한 마음에 맨몸으로 전력질주한 나는 손도 쓸 수 없이 그자리에서 좇됐다.

다른 게임 클랜원들이 이 참사를 공유받은 뒤 나눠준 훈훈한 덕담
남은 시간은 10분, 집을 왕복하는건 아무리 빠르게 잡아도 40분
단단하게 꼬인 이 상황에서 체념할 수 밖에 없었고
몇분간 얼타고있다 그대로 돌아가려는 찰나

어느새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받은 점장님이
몸빼바지 내복 패션으로 전력질주를 해 점포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할렐루야
점장님은 포스 조작에 익숙하셔서
실물 스캔 없이도 쿠폰 수령을 가능하게 만들어주셨고

59분에 버저비터를 울리며
모든 쿠폰 수령 완료를 찍으며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고맙습니다 점장님
어떻게든 뛰어와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30시간 밤 샌 저의 생체시계를
전력질주와 아드레날린으로 정상화 시켜줘서

그렇게 나는 서울시에 200마일리지를 삥뜯고 오후 2시에 기절하듯 자버려
지금 일어났다.
끝
예약수령 받을 사람을 위한 꿀팁:
1. 예약된 상품은 제품 뒤에 예약 전용 바코드와 스티커가 붙어있어 구분이 된다. 무조건 구분해야한다
2. 쿠폰과 제품을 찍어야 수령이 완료되니 잘 모르는 알바가 있으면 알려줘야된다
3. 에피드 제발 굿즈 퀄리티 좀 어떻게 해줘봐요
와...하나도 아니고 저만큼이나....부럽다
으으 오타쿠
내일 수령인데 덕분에 잘 배웠다 ㄳ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