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흥미로운 주제의 영상이 올라와서 그 내용을 올려봅니다.
전달하는 늬앙스를 살리기 위해 반말체를 그대로 옮겼는데, 불편하신 분들은 댓글을 남겨주시면 오후 중에 확인하는 대로 이 글은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전까지는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TATIC ARCHIVES채널
좋아, 내 말을 잘 들어봐.
스틸 사진, 그러니까 정지 사진이라는 게… 어쩌면 정말 죽었을지도 몰라.
그래, 나 방금 그렇게 말했어.
“죽어가고 있다”가 아니라, “문제에 처했다”도 아니고, 그냥 정말로 죽어서 사라진 것 같아.
알고리즘 조정, 하이브리드 사양, 미러리스 마케팅 더미 밑에 파묻힌 채 말이야.
그리고 최악인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장례식조차 눈치채지 못했다는 거야.
우린 4K B-roll을 찍고 12초짜리 릴스를 넘기느라 바빠서,
한때 중요했던 ‘순수한 사진’이 콘텐츠 신에게 팔려나간 줄도 몰랐어.
근데 말이야, 난 이걸 두고 울려고 나온 게 아니야.
그저 묻고 싶은 거야 — 도대체 어디서 잘못된 걸까?
그리고 이게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는 걸까?
왜냐하면 나처럼 셔터 소리의 마법을 믿으며 자라온, ‘사진 우선주의자’라면
아마 너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을 거야.
새 카메라 발표를 봐도 이상한 공허함이 밀려오는 거지.
“도대체 이건 누구를 위한 거야?” 하고 말이야.
그러니까 일단 가장 명확한 곳부터 시작해보자.
‘순수 사진가’ — 말 그대로 정지 사진만 찍는 사람.
그런 사람들? 이제 거의 멸종 수준이야.
지금 클라이언트 미팅에 가서 “저는 사진만 찍어요”라고 말해봐.
그들은 마치 네가 “나 이메일 안 써요”라고 말한 것처럼 멍하니 쳐다볼 걸.
“어? 영상은 안 찍으신다고요?
촬영에서 릴스는 못 만든다고요?
비하인드 씬 틱톡은요?”
난 지금 24살이고, 거의 10년 동안 사진을 업으로 삼아왔어.
낡은 캐논 60D와 중고 50mm 렌즈로 시작했지.
그때만 해도 선명한 JPEG 몇 장과 라이트룸 마법 몇 번이면 돈을 벌 수 있었어.
하지만 요즘 클라이언트들은
편집된 영상, 비하인드 스토리, 세로형 SNS 콘텐츠, 그리고 스틸 사진까지
전부 한 사람에게서, 보통 같은 패키지 안에서 같은 금액에 받길 기대해.
그래서 지금의 ‘순수 사진가’는 단순히 저평가되는 수준이 아니야.
시장 자체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렸지.
이 변화의 이유는 사실 너무나도 단순해.
소셜 미디어가 사진을 집어삼켰기 때문이야.
인스타그램, 예전엔 말 그대로 사진가들을 위한 플랫폼이었지.
이제는 정지 사진을 올리면 오히려 패널티를 줘.
알고리즘이 그냥 묻어버려.
빛도 좋고 색보정도 세심하게 한 인물 사진 세트를 공들여 올려봐.
그건 묻히고, 누군가의 흐릿한 아이폰 릴스가 오디오 트렌드만 잘 타면
3시간 만에 조회수 3만을 찍는 걸 보게 될 거야.
이제 중요한 건 이미지 그 자체가 아니야.
움직임, 주목도, 바이럴성, 그리고 알고리즘이 밀어줄 가치가 있느냐야.
사진이란 원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피드를 조작하는 것이 되어버렸어.
더 웃긴 건, 기업들도 이걸 안다는 거야.
그래서 요즘 나오는 ‘사진용’ 카메라들이 전부 하이브리드로 나와.
스펙 자체가 영상 중심이고, 사진 기능은 곁다리 수준이야.
Sony FX30이나 Canon R5C를 봐봐.
둘 다 훌륭한 카메라야. 나도 최근에 FX30 샀어.
(첫 유튜브 수익으로 샀다는 사실에 셀프 축하를 보내고 싶다.)
근데 그 카메라들은 “스틸 머신”이라기보다 “시네마 리그”에 더 가까워.
사진가의 브랜드라 불리던 후지필름조차
지금은 하이브리드 기능에 훨씬 무게를 싣고 있어.
물론 네가 적응하지 않기로 선택할 수도 있어.
그건 괜찮아. 다만 그렇게 하면 세상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될 거야.
지금의 순수 사진가는 마치 스포티파이 세상 속의 바이닐 수집가 같아.
소수에게 존경받지만, 나머지 대부분에게는 무시당하는 존재.
잠깐 장비 얘기를 좀 해보자.
내가 보기엔 스틸 사진을 죽인 건 ‘스펙 집착’이야.
요즘 카메라는 전쟁터 같아.
8K 240fps 슬로모션, 10비트 4:2:2 내부 기록… 멋지긴 하지.
하지만 인체공학적인 디자인,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
플라스틱 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다이내믹 레인지는 다 어디 갔지?
나는 단지 ‘사진만 찍는 카메라’를 쓰던 느낌이 그리워.
예를 들어 니콘 DF 같은 거 말이야.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해상도가 높지도 않았지만,
와… 그건 진짜 카메라를 사용하는 느낌이 있었어.
메뉴에 파묻히지도 않았고, 어떤 로그 프로파일을 써야 하나 고민하지도 않았지.
그냥 그 순간 안에 있었어.
근데 지금 최신 미러리스 바디를 집어 들면
마치 손안에 작은 넷플릭스 스튜디오를 쥔 기분이야.
영화 제작자라면 최고겠지만, 그냥 멋진 사진 몇 장 찍고 싶을 때는 좀 이상하지.
문제는 하드웨어만이 아니야.
소프트웨어도 완전히 달라졌어.
AI가 사진 편집을 다시 썼지.
라이트룸은 피사체를 자동으로 마스크하고,
포토샵은 한 번 클릭으로 배경을 지워.
루미나르 네오는 창의적인 결정까지 대신 내려버려.
그러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우리가 지금 만드는 게 예술일까?
아니면 단지 “향상” 버튼을 눌러서 알고리즘의 미소를 기다리는 것일까?
이건 더 깊은, 존재론적인 질문으로 이어져.
내가 느끼기에 지금 사진이 죽고 있는 게 아니라,
‘사진’이라는 단어의 정의 자체가 바뀌고 있어.
사진은 원래 시간의 한 프레임이었어.
하지만 요즘은 그냥 말 그대로 “콘텐츠”일 뿐이야.
예전에는 한 순간만으로 충분했는데,
지금은 사진 한 장을 찍고 나서 이렇게 해야 해:
-세로로 크롭해서
-필터를 입히고
-캡컷에서 애니메이션을 넣고
-텍스트를 덧붙이고
-스토리에 올리고
-틱톡용으로 다시 내보내고
-그리고 그걸 ‘사진 작업’이라고 부르지.
이제 정말 묻게 돼.
우리는 여전히 ‘사진’을 찍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콘텐츠 생산자가 되어버린 걸까?
이제는 카메라 셔터 소리조차도 예전 같은 의미를 가지지 않아.
우리는 더 이상 ‘순간을 포착’하는 게 아니야.
그저 버퍼를 쌓고 있을 뿐이지.
초당 30프레임의 연사 속에서 한 장을 골라내는 거야.
그러면 그 사진을 정말 ‘찍은’ 걸까?
아니면 그냥 셔터를 누르고 있는 동안 나온 결과 중
가장 괜찮은 걸 ‘선택’했을 뿐일까?
물론 효율적이긴 해. 특히 어떤 상황에서는 말이야.
하지만 그건 더 이상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느껴져.
그리고 애초에 우리 대부분이 사진이라는 세계에 끌렸던 이유도 아니지.
지금 이 창작 세계 전체가 이상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아.
영상 안 찍는다고 부끄러워하는 사진가들,
프레임에서 스틸을 뽑아냈다고 자기를 사진가라 부르는 영상가들,
그리고 이제는 그 차이 조차 모르는 클라이언트들.
솔직히, 왜 그래야 할까?
그들에게 결국 모든 건 콘텐츠일 뿐이잖아.
움직이면 더 좋고, 움직이지 않으면 세로형이고 밈화가 가능해야 하지.
우린 이제 한 장의 사진으로도 가능했던
정지 이미지의 힘, 미묘함, 그리고 스토리텔링에 대한 존중을 잃어버렸어.
이건 포트폴리오 문화에서도 보여.
최근에 누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스틸 사진 세트만 딱 보여준 적이 있었어?
이제는 전부 비하인드 영상, 전후 비교 라이트룸 편집 영상…
결국 사진을 어떤 ‘영상 콘텐츠’에 연결시키는 거지.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 자신도 이제
단순한 사진가가 아니라 개인 미디어 회사를 운영하는 브랜드 매니저처럼 보이게 됐어.
그래서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
이 모든 걸 되돌릴 방법이 있을까?
사진을 다시 독립적인 예술 형식으로 되살릴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는 이미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 형식을 억지로 되살리려는 것일까?
내 생각엔, 그 사이 어딘가에 중간 지점이 있어.
미래는 아마도 ‘스틸 우선 하이브리드 촬영자’의 것이 될 거야.
사진을 거의 종교처럼 대하면서도,
필요할 땐 영상에도 적응할 수 있는 사람들.
한 장의 프레임이 가진 힘을 여전히 믿으면서도,
그걸 살아남기 위해 리믹스할 줄 아는 사람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이런 주제들을
훨씬 더 솔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어.
사진가들이 점점 더 무대 밖으로 밀려나는데
“괜찮은 척”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하이브리드 촬영자와 순수 스틸 사진가는
같은 길 위에 있지 않아.
그리고 그건 괜찮아. 다만 그 차이를 솔직히 인정할 필요가 있어.
결국 다시 돌아와서 말하자면,
스틸 사진은 죽지 않았어.
아니, 어쩌면 단지 새로운 방식으로 재정의되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그리고 만약 네가 여전히
한 프레임의 예술성, 기술, 그리고 영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진가라면,
넌 멸종한 게 아니야.
그저 빠르게 스크롤되는 세상 속에서 조금 느리고, 더 의도적인 반란의 일부일 뿐이지.
어쩌면 진짜 사진은 지금,
바로 그 언더그라운드 속에서 살아 있는지도 몰라.
https://cohabe.com/sisa/500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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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결. 기승이 너무 심각하지만 전결로 바뀌는 모습을 보니 상상력이 지배적인 그림도 마찬가지. 많은 화가들이 현장에서 직접 그리는 것 보다 사진을 찍어와서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이 많다는 것.
난 지금 24살이고, 거의 10년 동안 사진을 업으로 삼아왔어
????
단순 사진만 피해자라고 보기 힘든게 SNS PR없이 부스팅을 할 수 없는건 기업들 조차 마찬가지인데 해외친구가 산업변화를 너무 피해자 시점으로 쓴게
아닌건지 싶습니다 막말로 AI에 대한 우려에 비해 피해도 거의 없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