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웹은 늘 눈팅 위주인데 이렇게 1인 제작 게임 후기써보네요.
사실 1년 전만 해도 혼자서 게임을 만들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저는 약 17년 동안 QA를 했습니다. 회사가 망하고, 또 망하고, 망할 것 같아 도망치기를 반복하다 보니 결국 벼랑 끝까지 몰렸고, “이제 이렇게 된 거 혼자 게임이나 만들어보자” 하는 심정으로 덤볐습니다.
첫 작품을 공포게임으로 정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 영화감독들이 데뷔작으로 공포영화를 많이 찍듯, 영화 매니아인 저도 첫 작업물은 공포물로 하고 싶었습니다.
• 공포 장르는 꾸준히 찾아주는 매니아층이 있어서 홍보가 부족해도 누군가는 해주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 대부분의 작업을 AI를 활용해 진행하려 했고, 실제로 AI가 게임 제작에 어디까지 도움이 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공포게임을 고른 건 실수였습니다.
가장 큰 난관은 그래픽이었습니다.
애셋 스토어에서는 제가 원하는 분위기의 귀신이나 크리쳐를 찾기 힘들었고, 이미지 기반으로 3D를 생성하는 서비스도 AI 정책상 혐오스러운 이미지를 막아버려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결국 기획했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30분 분량을 목표로 했지만, 그래픽 제약 때문에 작업 폭을 넓히지 못했고 최종적으로 플레이타임은 15분 정도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저처럼 겁이 많은 사람이 긴 호흡의 공포게임을 만드는 게 애초에 무리였던 것 같아 결과적으로는 잘된 선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작 중 가장 힘들었던 건 플레이 테스트 과정에서 점점 무뎌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서운가, 지겨운가” 경계가 점점 흐려졌습니다. 요즘 공포게임들이 점프 스케어나 강한 이미지에 의존하는 이유를 몸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AI와 함께한 제작은 흔히 말하는 “바이브 코딩”처럼 뚝딱 만들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대충 기능만 말하면 허술한 스크립트가 나오고, 기획을 상세히 설명해야 쓸 만한 코드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AI에게 기획을 설명하며 질문하고, 티키타카로 보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3D 모델링 때문에 블렌더도 만져야 했는데, 이때도 AI에게 질문하며 공부하듯 진행했습니다.
다만 유니티나 블렌더 모두 최신 버전을 쓰다 보니 메뉴명이 학습되지 않았거나 바뀐 부분이 있어, 어느 정도는 ‘때려 맞추기’가 필요했습니다.
결과물을 보며 이 누더기 같은 게임을 팔아도 될까? 라는 고민이 가장 컸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도 존심 부릴 상황도 아니고 이번 경험 자체가 다음 게임을 더 잘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며 출시를 결심하게 됐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3줄 요약 드립니다.
1. 게임 회사 존망인생 살다 1인 개발 시작
2. AI님 제 뇌를 지배해 주십쇼
3. 똥겜이지만 관심 부탁드립니다
덤으로 출처의 게시판에서 스팀키 10분에게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출처 게시판에서 댓글 주시면 스팀키 보내드리겠습니다.
혹시나 뭐 질문 있으시면 댓글 주시면 답할 수 있는건 답글 달아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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