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트레센 학원에는 정말 다양한 학원이 있다.
휘황찬란한 건틀릿 한 쌍을 중앙 로비에 전시해서 모두의 머리에 두통을 안겨주고 있는 팀 티아라도 있고, 2연속으로 학생회장을 배출한 팀 옥좌도 있다.
그런데 개성 하나는 이 둘에 뒤지지 않을 독보적인 집단도 하나 있는데.
“자, 맥퀸! 조금만 더!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아홉! 아홉! 아홉!”
“왜 아홉이 계속되는 건가요, 라이언!”
“내 숫자는 네가 제대로 자세를 취해야 올라가, 아홉! 아홉!”
“으아아아아! 다시 숫자부터 가르쳐야 하는 건가요!”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파르페 하나를 먹었다가 그 대가로 열심히 바벨을 밀어 올리는 메지로 맥퀸과 그 옆에서 지도하고 있는 메지로 라이언.
“와, 철저하네, 근데 진짜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거 맞아?”
“단 냄새를 풍겨서 자극하라고 한 건 라이언의 권유였으니까요. 맥퀸의 자업자득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서 편하게 교복 차림으로 달콤한 카라멜 팝콘을 와작거리며 이 광경을 보고 있는 골드 쉽과 페노메노까지.
이 환장할 광경을 만들고 있는 이들은 전부 하나의 팀에 속해있었다.
들어는 보았는가.
팀 얼간이.
멀쩡한 이들도 들어가면 머저리가 된다는 전설의 팀.
이 팀은 과연 뭐가 문제인가.
-⏲-
사실 처음부터 이 팀이 맛이 간 건 아니었다.
당장 초대 개국공신이 그 오구리 캡이었으니까.
그래, 무려 그 회색 괴물과 그 트레이너가 주축이 되어 창단된 팀이다. 이러니 기본적으로 팀의 분위기가 느슨할 수밖에 없던 건 당연한 거지.
문제는 그 오구리 캡이 졸업하여 팀의 유지가 아슬아슬해지자, 그녀의 의지를 이어 팀을 이어 나가겠다는 신념에 불타오른 한 후배가 팀을 유지하기 위해 온몸을 비틀면서 모든 게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메지로 맥퀸.
오구리 캡의 라스트 런에서 경쟁하던 메지로 라이언까지 끌고 들어와 팀의 유지에 전력을 다한 그녀를 따라, 중앙 트레센 내에서 괴짜 순위로는 1순위인 한 우마무스메도 쫓아왔다.
“이야, 난 절대 저렇게 못 해. 탄수화물 20g당 운동 2시간이 걸려 있는데 파르페를 먹어? 저건 우마무스메가 아니라-.”
“골드 쉽?”
“친애하는 메지로 맥퀸님, 전 결코 맥퀸님을 돼지라 생각한 적이 없-. 으갸갸갸갸갹!”
일단 골드 쉽.
트레센에 입학한 직후에는 다소 거뭇한 머리카락 색을 띠던 그녀는 맥퀸을 동경해서였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였는지 몰라도 냅다 이 팀에 들어왔다. 문제는 점점 강해지는 기행은 메지로 맥퀸이 억제하기가 점점 벅찼고, 같은 시기 입단한 다른 우마무스메도 족쇄를 걸어야 했다.
“골드 쉽, 최소한 선배에 대한 존중이라도 없는 겁니까.”
“아, 그치만 메노찡도 똑같은 생각한 게 눈에 보였고.”
“전 결코 맥퀸 씨를 당뇨 걸린 주제에 리미터 없이 퍼먹어서 손가락 자를 돼지라 생각한 적이 없-. 으아아아악!”
“당신들! 둘 다! 생각을! 입밖으로! 내지! 마세요!”
근데 그 족쇄인 페노메노도 진지할 뿐이지 가끔 하는 말은 골드 쉽하고 다를 바 없어서 맥퀸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뭐 이런 놈들만 다 왔는가 싶은 생각이 솔솔 들었고, 오구리 캡의 졸업과 함께 치프의 자리를 물려받은 맥퀸의 담당 트레이너였던 서브 트레이너는 결심을 했다.
“얘들아, 우리 팀 이름 바꿀 거다.”
“오, 어떻게? 어떻게?”
“멀쩡한 이름이 있는데도요?”
“자, 여기 있다. 봐라.”
그리고 그가 한 단어를 딱 보여주는 순간, 그는 맥퀸한테 머리채를 잡혔다.
“아니 팀 얼간이가 뭐예요, 팀 얼간이가! 진짜 숨지고 싶으신 건가요!”
“으아아아악, 담당이 트레이너 잡늗다!”
치프 트레이너의 머리를 잡고 아주 풍차돌리기를 하는 맥퀸은 ‘역사와 전통은 대체로 어디로 팔아먹고 이따위 이름으로 바꾸려는 건가요!’라고 포효까지 하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크윽, 하지만 이미 늦었다, 맥퀸!”
“설마?!”
“내가 무슨 만화책 속 악당인 줄 아는 거냐? 이미 3시간 전에 정정 신청을 끝냈다!”
“이 화상아!”
“끄르르르륵!”
이번에는 레그락을 걸면서 당당히 선조치 후보고를 알리는 자신의 트레이너 머리를 뒤흔들었다.
아, 전통의 이름이여 안녕.
이제부터 뭘 해도 팀 얼간이로 불릴 미래여 오라.
-⏲-
뭐 아무튼.
이 팀도 하나의 치프, 각 우마무스메를 담당하는 서브의 구조로 팀이 구성되어 있었다. 이는 ‘황제’의 팀이 구상해 낸 이래, 극강의 효율성을 보이니까 채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지.
다만 그놈의 이름이 문제였다.
얼간이가 뭐야 얼간이가.
팀명 개명 신청서를 처음 봤을 때 녹색 신마도 동공이 흔들리며 ‘이거 장난으로 하시는 거 아니시죠?’라고 재차 물어봤을 정도니까.
그래도 밀어붙였다.
4명의 얼간이가 서로 머리채를 쥐어 잡는 즐거운 아수라장이니 딱 어울리는 이름 아니던가.
문제는 이 이름으로 인해 신입의 발길이 한동안 뚝 끊어졌다는 거다.
아무리 좋게 순화해도 덤 앤 더머로 밖에 풀이할 수밖에 없는 이 정신나간 팀은 분명 실력은 있었다. 그런데 이 이름에 꽂혀서 온 이상한 듀오가 또 있었다면 믿겠는가.
“아, 핫핫하! 실로 유쾌한 이름 아닌가, 카페! 얼간이라니! 그 이름 뒤에 어떤 원석이 숨어있는 줄도 모르고 다들 기피하는 것이 실로 유쾌해!”
“알았으니까 좀 입 다무시죠, 타키온 씨.”
아그네스 타키온과 맨하탄 카페.
팀 얼간이에 가입.
-⏲-
한순간에 머릿수가 여섯으로 늘어났고, 그에 따라 서브 트레이너도 늘어났다.
다만, 아그네스 타키온과 맨하탄 카페를 담당하는 트레이너는 각자 하나가 아니라 동시에 담당하는 하나가 되었다.
동시에 들어왔음에도 악우 사이인 둘이 일으키는 소소한 사건 사고들은 이 팀의 악명을 여러 가지로 더 불려 나갔다.
그리고 과연 그 둘 또한 ‘얼간이들’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인재(人災)라는 걸 증명했다.
실력 좋으면 뭐 해, 사람들 속을 뒤집어 놓는데.
췌장의 능력을 굴복시킬 정도로 간식을 달고 산 끝에 당뇨 걸린 최고참.
루틴 돌다가 드림 트로피 참가 일정 날려 먹은 고참.
게이트에서 갑자기 기분이 들어서 난동 부려서 타카라즈카를 날려 먹은 놈.
이걸 제어하라고 세트로 데려왔더니 은근히 맑은 눈의 광기를 드러내는 경찰 지망생.
이 혼돈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며 신나게 실험해 대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그저 좀 조용히 살고 싶은데, 유령하고 대화하는 거 보면 고요함과는 거리가 먼 커피광.
아, 참 평화롭다. 그렇지?
밖에서 보면 희극인데 안에서 보면 혼돈의 비극 그 자체인 이 얼간이 집합소는 그야말로 답이 없었다.
이런 데서 이름값을 할 거라곤 누구도 상상 못 했겠지.
“맥퀸양! 오늘도 새로운 당뇨치료제를 만들어 왔다네! 이걸 먹으면 파르페를 먹을 수 있을 것이야!”
“파르페!”
“아, 근데 주의점이 있는데, 그거 정량 초과해서 먹으면 식전 혈당 더 오른다네.”
“끼야아아아악!”
맥퀸은 오늘도 주의점을 듣지 않고 타키온이 들고 온 당뇨약을 먹고 비명을 내지르며.
“커피, 맛있군요.”
“취향이 비슷한 분이 계시니 좋네요.”
페노메노와 카페는 그 혼돈을 간식 삼아 커피를 즐기며.
“골드 쉽, 앞으로 다섯 번만 더! 하나, 둘, 셋, 넷, 넷, 넷!”
“크아아아악! 날 차라리 죽여다오!”
“죽여달라는 거 보니까 힘이 넘치네요! 그럼 추가로 5세트!”
“으아아아아악!”
골드 쉽은 열심히 라이언의 지도에 따라 기구 위에서 비명을 내질렀다.
팀 얼간이, 오늘도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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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구리가 있던 팀
이야 맥퀸 위장병 생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