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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바람이 불러온 대파란


[말딸,괴문서]자유로운 바람이 불러온 대파란_1.png




“응? 요즘 3강하고 그 동기랑 후배들이 난리가 났다고?”
시리우스 심볼리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다가, 상세한 내용을 퍼피, 아니 트레이너에게서 듣고서 코웃음을 쳤다.
“하, 뭐 졸업하면 결혼할 수도 있는 거지. 겨우 그 정도로 뭐 그러나. 진짜 난리 터지는 걸 못 겪어본 풋내기들이로구먼.”
카페의 야외 의자에서 반지가 끼워진 왼손을 훼훼 내저으며 하는 말에는 무언가 질린 듯한 기미가 보였다.
“퍼피, 기억 안 나? 미스터 시비가 저질렀던 일.”
“아, 걔는 진짜 돌풍이었지.”
한 우마무스메의 이름이 거론되자, 트레이너 또한 한순간에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소위 황제의 시대를 달린 이들 중 가장 먼저 사고를 친 우마무스메.
그녀가 일으킨 일의 규모는 지금 3강과 그 후배들에게 몰아치고 있는 폭풍과는 격이 달랐다.
3관 우마무스메는 사고를 쳐도 격이 다르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니까.
-⏲-
미스터 시비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를 알려면, 일단 그녀의 부모에 대해 좀 알아야 한다.
담당 트레이너와 담당 우마무스메의 관계로 사랑의 도피를 한 부부.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온 자녀.
음, 아주 좋은 가정 교육이 있었을 거라고 유추되지 않는가.
그 영향 때문일까, 현역 시기 미스터 시비는 의도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지만 트레이너를 데리고 자신의 부모님과 만나게 한 적도 있었다.
워낙 머릿속이 꽃밭이라 당시에는 그냥 ‘우연히 그랬는가 보다’라고 학생회장이었던 심볼리 루돌프조차 그러려니 하고 넘겼으니까.
그런데 처음이 어렵다는 말이 있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었다.
시비의 부모님과 만나는 횟수가 늘어났고, 그녀가 평소의 자유분방한 모습에서 점차 트레이너에 착 달라붙은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마루젠스키가 다소 지적을 하려 해도 돌아온 답은-.
“난 내가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건데?”
응, 지극히 시비다운 답이었다.
문제는 이 시점부터 급격히 트레이너와 그녀 사이가 가까워졌다.
자유분방함? 뭐 좋지.
그런데 선물을 교환했다.
그것도 반지로.
이때부터 같이 뛰었거나, 먼저 물러난 이들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대부분 학창 시절 연애를 해도 숨기거나 하지 아예 대놓고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미스터 시비는 달랐다.
대놓고 약지의 반지를 숨기지 않고 보이며 교내를 오고 갔다.
이때 눈치채야 했거늘.
결국 드림 트로피로 넘어가던 해.
미스터 시비랑 그녀의 트레이너는 결혼 발표랑 동시에 트레센에서 증발했다.
진짜로.
-⏲-
“사고라는 건 모름지기 저런 거야.”
시리우스 심볼리는 차가운 커피를 빨대로 쪽쪽 들이키며 말했다.
“그때 루돌프가 얼마나 패닉했는지 아직도 기억나네. 그 ‘황제’가 안색이 새하얘져서 머리를 쥐어뜯었다니까?”
당시의 일을 회고하는 처지에서도 그리 썩 유쾌하지 않은 모양인지 붉은 눈 사이의 미간이 좁혀졌다.
“뭐, 결국 보름 만에 돌아오긴 했다지만, 신혼여행 갔다 왔다나? 그 트레이너도 좀 이상한 사람이었어.”
달그락거리며 얼음을 움직여본 천랑성은 자신의 옛 트레이너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상 어느 정신 나간 인간이 신혼여행이라고 말도 안 하고 연차 쓰고 튀어?”
“와 씨, 이사장이랑 타즈나 씨 등골이 서늘했겠는데.”
저건 재앙이다.
경조사 때 연차 쓰고 튀는 건 그냥 광인의 극이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무튼 돌아오고 나서가 더 골치 아파. 소문을 막을 수 없게 됐거든.”
-⏲-
미스터 시비가 트레센에 복귀한 건 꼬박 2주 하고도 하루 더 지난 후였다.
그것도 기념품을 가득가득 챙겨들고서.
“대체 어디로 사라졌다 이제 온 건가, 시비.”
연락까지 끊어졌던 통에 스트레스를 그사이에 어마어마하게 받아서 옛 성격이 나올락 말락하는 심볼리 루돌프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물었다.
그리고 돌아온 답은-.
“하와이 다녀왔어, 좋더라.”
“허….”
피부도 적당히 타고, 아주 맨질맨질하게 광택도 나는 게 신혼여행 다녀온 것이 진짜인 모양이었다. 루돌프의 말문이 그렇게 턱 막힌 사이, 미스터 시비는 양손 가득 들고 온 봉투들 중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
“자, 기념품 좀 사왔으니까 가져. 살 게 많았는데 어울릴만한 건 이 정도 뿐이었거든.”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하나…?”
언론의 대폭주와 교내 소문의 난동을 막느라 정작 자신은 트레이너와 어울릴 시간이 보름 동안 단 하루도 없었던 터라 살이 쑥 빠진 루돌프는 마음속 말이 그냥 여과 없이 튀어나왔다.
좀 적당히 힘들었어야지, 아예 태풍을 불러오고 사라지는 바람에 ‘진짜 이 자리 테이오한테 물려주고 당주 노릇이나 하고 만다’하고 결심하게 했으니까.
‘쾅쾅쾅쾅’
그렇게 골머리를 앓는 사이,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
“회장, 미스터 시비가 돌아왔다는 게 사실입니까?”
급하게 달려왔는지 숨을 고르지 못하는 부회장, 에어 그루브의 질문이 총알같이 날아왔다. 그에 대해 답 대신 루돌프는 조용히 검지로 옆을 가리켰다.
“안녕, 그루브. 간만이네?”
“사실이었군요. 정말로 귀환하다니.”
그녀가 손짓하며 인사하는 걸 뚫어져라 바라보며 특히 왼손의 반지에 시선이 고정되었던 ‘여제’는 학생회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거, 허용되는 거 맞는 겁니까? 막 드림 트로피에 올랐다 해도, 엄연히 학생입니다만.”
“법적으론 성인이니, 이 나라의 법으로는 가능하지.”
“그렇습니까….”
‘아, 얼른 트레이너 품속에서 쉬고 싶다’라는 생각이 루돌프에게 스멀스멀 올라오는 가운데, 여제가 두 번째 폭풍을 소환했다.
“그렇다면 교내 연애는 허용이라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는 겁니까?”
“에어 그루브, 그건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사례가 나왔습니다. 결정을 미루면 회색지대가 될 뿐입니다.”
“하아….”
머리가 지끈거린다.
진짜 건수 잡히면 이 자리 테이오한테 바로 던지고 만다.
“일단은 보류. 이건 학생회가 결정할 안건이 아니다. 이사회에 올려야 하지.”
“쯧.”
순간 에어 그루브가 고개를 돌리며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지만, 아무튼 착각이겠지.
“일단은 후일 다른 사례가 나올 때까지 보류다. 그때는 회색지대가 아니라 이사회에 정식으로 건의될 안건이 되겠지. 이해는 하나, 기다리도록.”
“뜻이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회장과 부회장의 대화를 바라보는 시비는 상당히 재밌는지, 소파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
“저 이후 누가 두 번째가 될 것인가, 가 관심사였지. 타마모 크로스? 걔 정도야 뭐.”
시리우스 심볼리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아무튼, 그 정도면 적당히 조용한 거야. 자기들끼리만 시끄럽고 교내 안 뒤집으면 조용한 거지. 어휴, 시비 걔는 진짜 답도 없어.”
남은 커피를 빨대를 치운 후, 쭉 들이킨 그녀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뭐, 나도 학원법을 개정하게 만들 두 번째가 누가 될 지는 궁금하긴 하지만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당신과 당신의 담당, 어드마이어 베가 사이에 일어난 풍문은 분명 학원법과 교칙을 위반하는 사항이지만 다르게 해석이 가능한 겁니다.”
고민에 휩싸인 누군가의 귀에 카시모토 대리의 다소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꿈이 꺾여가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동기, 다시 목표를 정하고 달릴 수 있다는 희망.”
다시 일어서서 달릴 수 있는 동기라는 건, 매우 중요하다. 사람이든 우마무스메든. 그녀는 그것에 밑줄을 긋듯 강조하고 있었다.
“희망을 잃은 아이들이 다시 달릴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데 마침 완벽한 사례가 되어주실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그러니 법령 위반을 적용하지 않을 겁니다. 아예 URA 학원법 개정의 좋은 명분이 되어주겠죠. 또한 당신의 담당도 아주 가벼운 경징계만을 받을 테니 안심하시길.”
그 깐깐하기로 소문난 카시모토 대리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거니와, 아예 산 제물이 되는 걸 예상했음에도 솜방망이만이 돌아오니 트레이너의 어이가 없어져 버렸다.
“…저기, 저 이전에 미스터 시비의 트레이너도 있었잖습니까.”
그러기에 트레이너가 다소 조심스레 항변하자 카시모토 대리는 약간 어이없는 표정으로 잠깐 멈칫했다가 바로 반박을 날렸다.
“그 사람은 담당이 트윙클 시리즈 끝낸 후에 일 터트렸고 당신은 담당이 아직 현역일 때 풍문 일으킨 거 아닙니까.”
“아.”
명예로운 두 번째 자,
어드마이어 베가.
낙점.





마침내 지금껏 연재하던 모든 것들이 하나로 이어졌다.

댓글
  • 린성신관알타 2025/09/22 11:23

    황제는 탈주각만 엿본다...!

    (vND4Y9)

(vND4Y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