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도 많이 까이는 세습제 직업 끝판왕.jpg

가부키(歌舞伎, かぶき)
일본의 인류무형문화유산 중 하나
가부키 배우들은 대를 이어서 세습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안에서도 가문의 격이 따로 있다
이유는 배역조차 대를 이어 세습하기 때문이다

"가부키는 오로지 혈통"

"아무리 혹독하게 수련해도 혈통이 전부"

가문의 이름을 계승하는 가부키 배우

"혈통이 아니면 정상에 서지 못하는 가부키 세계"

"혈통이 부족한 사람은 그냥 보통 사람"

"혈통이 없으면 죽은 자나 마찬가지"

이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철저하게 가부키는 가문 위주다

주연만 연기하는 명문 가문

조연만 연기하는 저급 가문

이 따로 나뉘어져 있고, 결코 대극장에서 혈통이 뛰어나지 못한 가문은 주연을 연기할 수 없다

춘향전으로 따지면

이몽룡만 연기하는 가문

춘향이만 연기하는 가문

= 급이 높다

방자만 연기하는 가문

향단이만 연기하는 가문

= 급이 낮다

로 나뉘어지는 셈

물론 상위 가문이 등장하지 않는 지방 소극장에서는 급이 낮은 가문도 주역을 연기할 수 있다

(급이 높은 가문은 그런 극장에 나오지 않으니까)

또한 배역을 바꾸는 것도 대극장에서는

이몽룡 가문과 춘향이 가문이 역할을 바꿈

= 가능

이몽룡 가문과 방자 가문이 역할을 바꿈

= 불가능

방자 가문과 향단이 가문이 역할을 바꿈

= 가능

처럼 주역은 주역 가문만 조연은 조연 가문만 바꿔서 연기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연기법이 가문으로 전해지는 경우까지 있다

미에(見え)라고 하는 극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눈을 감았다가 부릅 뜨면서 동공을 한 가운데로 모아 객석을 응시하는 연기법이 있다
그 중에서 니라미(睨み) 라는 하늘과 땅을 동시에 바라보며 빛을 반사 시키는 표현법이 있는데,
이 방법이 나리타야의 초대 이치카와 단쥬로가 고안한 표현 방식이라서 나리타야의 직계 장자만이 니라미를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
즉, 저 연기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도

가부키 4대 명가의 당주인 나리타야의 당주 13대 이치카와 단쥬로 하쿠엔을 제외하면 저 연기를 해서는 안된다
가끔씩 분가에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공식 행사에서는 금지

그 탓에 니라미는 직접 보면 운이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드물어서 아래 사진과 같이 니라미 보러 사람들이 사방에 몰릴 정도다

실력이 뛰어나서 선배를 제치고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즉시 이지메가 시작된다

무려 주인공 스승도 "당연히 이지메 당하겠지" 라고 납득해서 제자에게 도와주라고 한다

또한 명문 가부키 가문은 방송계를 깔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화는 하찮아서 연기할 수 없다는거냐?!"

라는 대사가 나올 정도

가부키 4대 명가인
나리타야(成田屋, 이치카와 종가)
오토와야(音羽屋, 오노에 종가)
나카무라야(中村屋, 나카무라 종가)
코라이야(高麗屋, 이치카와 분가)
가문은 연예계에 데뷔하면 무조건 대하드라마 주조연 급으로 데뷔하고 무명 시절 같은건 없다
그라비아 아이돌이 되어도 입기 싫으면 수영복 안입어도 된다
그래서 방송계에
수영복을 입지 않아도 되는 건 마츠 다카코 뿐
(水着にならなくてもいいのは松たか子だけ)
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다

저런 4대 명문가 정도 되면 가문의 가주는 기본적으로 인간문화재에 옛 화족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상류층이라 막나가도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못한다

위의 예시로 자주 등장한 이치카와 에비조는 술을 마시고 한구레 관동연합 총장에게

"나는 인간국보다! 네 이놈, 감히 인간국보가 주는 술을 안 받아?"

라며 재떨이에 술을 체워서 주고 때리는 등의 막장 행동을 했는데 살인까지 했던 폭력조직 총장은 꾹 참았다

정작 총장 아래 똘마니들은 에비조를 쥐어 팼지만...

그리고 그 사건 이후 관동연합은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합의금 받고 바로 화해를 했는데, 보복을 하려고 해도 고작 일본의 대형 폭력조직 따위가 가부키 명가와 싸울 수 없어서 바로 합의를 본 것

거물급 가부키 가문은 정재계와 연줄이 두터운 건 누구나 아는 사실에 황실, 재벌, 구 화족(귀족) 등 사회 지도층과 연줄이 깊고, 오랫동안 유지되었다보니 가문의 경조사에 총리, 장관 등이 직접 참석할 정도라서...

(한국으로 따지면 송강호나 마동석 가문이 있고, 그 가문 사람이 결혼을 하면 대통령이랑 문화부장관이 참석해서 축하해주는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