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다가오는 쌀쌀한 밤이었다.
창문은 조금씩 열려 있었고, 눅눅한 바람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방 안의 공기를 무겁게 눌렀다.
컴퓨터화면에 비친 내 얼굴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눈 밑은 짙게 그늘져 있었다.
"늦었다"
새로 올라온 구직글 안에는 이미 다른 서클장들이 남긴 댓글이 가득했다.
같은 고민을 나누던 사이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서로를 밀쳐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가끔 서로의 사정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외면할 수 밖에 없다.
내가 망설이는 사이 다른 사람들은 벌써 서클원을 채우기 시작하였다.
다섯 개나 빈 자리가 있었다.
이 자리를 계속 채워야 할까,
아니면 그냥 서클을 접고 클원들을 더 나은 곳으로 보내주는 게 맞을까,
머릿속은 그 생각으로 가득했다.
어쩌면 이건 이기심일지도 몰랐다.
다 끝났는데 혼자서 난 척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언제쯤 끝이 날까, 아니면 출구 따윈 없는 미로 였던 걸까.
그런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아래쪽 화면 구석엔 아직도 옛 서클장이 남긴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내용을 읽지 않았지만, 예상이 가는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읽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난 이런 결말을 좋아하지 않아서 라고 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그가 떠난 뒤, 나는 이 짐을 대신 짊어지게 되었다.
처음엔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날이 갈수록 이 자리가 얼마나 고된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창밖의 달빛은 점점 깊어져 갔고, 새벽이 다가오는 걸 느꼇다.
이 시간이 올 때마다 예전에 서클장에게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떠올랐다.
"서클장은 왜 하는 거야?"
그는 말없이 웃으며 햄버거를 권했었다.
당시에는 그 의미를 몰랐지만, 이제는 안다.
서클장이란, 명확한 동기가 있어서 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어쩌다 보니 맡아버렸고, 그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그래도 언젠가는 결말에 도달해야겠지.
새로고침을 누르자, 새로운 구직글이 올라왔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마우스를 움직였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아무리 하기 싫은 일이라도, 결국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을 일이었다.
이 한숨도 언제가 지나갈 것이다.
얼마나 걸리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믿는 수밖에.
서클원 한명 모집중....
서클장이 이렇게 힘들구나
???: 그래서 이제 뭐함?
???: 흙먼지
서클장이 이렇게 힘들구나
???: 그래서 이제 뭐함?
???: 흙먼지
"흙먼지 다음은?"
"모르는건가... 흙먼지가 끝나면 다시 흙먼지가 시작된다"
"제철 황사냐고"
본문에선 5명 모자른다고 약한척을 하더니 강한 서클장이었다
흙먼지 싫어요
집에 갈래요
크루거 국장님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