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순간이 피와 살이 될꺼야 참가상! 믿지 못하겠다면, 내가 외곽에 갔을때 있었던 일을 들려주도록 할께! 그러고보니 참가상이라고 하니 전에 있었던 발명 경시대회가 생각이 나네. 그땐 말이지, 아직도 생각나. 내가 말이지, 깃털로 움직이는 태엽식 자동 이쑤시개 디스펜서를 만들어서 출품했었지. 사람들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난 당당하게 얘기했어. “이건 기술이 아니야. 예술이야.” 물론 다들 고개를 갸웃했지만,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내 어깨를 툭 치면서 “정말 쓸데없는 발명품이군요” 하고는 웃으면서 상을 주더라고. 참가상. 그 참가상이 지금도 내 방 한켠에 있어. 아니 방이라고 하기엔 좀 뭐하고, 지금은 옷방이자 서재이자 창고 겸 고양이 화장실이 있는 멀티룸으로 바뀌었지. 아참 고양이 얘기 나와서 말인데, 우리 집 고양이 이름은 ‘천하무적대왕짱짱냥이’야. 줄여서 무적이. 이름이 길다고? 어쩔 수 없어. 처음 이름 붙일 때 나랑 조카랑 한참을 고민했거든. 조카는 '토르'라고 짓자고 했는데, 나는 그보다 더 강한 느낌을 원했어. 무적이는 매일 새벽 4시에 나를 깨워. 눈꺼풀 위에 앉아. 물리적으로. 진짜로. 말 그대로 눈꺼풀 위에 엉덩이를 딱 올려. 그래서 요즘은 매일 아침이 아니라 새벽 4시에 눈을 떠. 그 시간이 의외로 괜찮더라. 조용하고… 아, 새벽 얘기하니까 나는 새벽에 혼자 거실 불 안 켜고 냉장고 문 살짝 열어서 불빛으로 물 찾는 거 좋아해. 그 순간만큼은 무슨 탐험대 된 기분이랄까. 예전에 다큐에서 본 적 있어. 냉장고 불빛을 이용해서 야간 시력을 단련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게 나야. 내가 바로 그 사람이야. 그리고 너희 혹시 물은 무슨 브랜드 마셔? 나는 한동안 얼음산샘물 500ml 페트병만 마셨는데, 뚜껑 색깔이 은근히 매력 있더라고. 근데 요즘은 집에 정수기를 들였어. 근데 들이고 나서 알았어. 정수기는 진짜, 필터가 생명이야. 필터 교체 안 하면 그냥 어릴 때 우리 시골 할머니 집에서 퍼먹던 약간 흙맛 나는 우물물 느낌이야. 그 시골 얘기하니까 또 생각나네. 우리 할머니 집엔 꼭 호박엿이 있었거든. 진짜로. 열이면 열, 열흘 있으면 여드레는 호박엿이 상 위에 있었어. 호박엿을 좋아하냐고? 아니, 전혀. 근데 이상하게 호박엿이 없으면 불안했어. 그게 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안도감을 주는 상징 같은 거지. 지금도 책상 서랍에 호박엿 하나 넣어두면 마음이 놓여. 심지어 내가 만든 호박엿 모양 USB도 있어. 저장 용량은 2GB. 요즘은 쓸 일도 없는데도 말이야. 아, 나 요즘 피젯토이 모으는 거에 빠졌거든? 그중에 제일 좋아하는 건 ‘달팽이 슬라임’이야. 이름만 들으면 뭔가 질척질척할 것 같지? 근데 엄청 말랑말랑하고 냄새도 포도향이라 기분이 좋아져. 그걸 하루에 세 번은 꼭 만져야 안정감이 생겨. 정확히 언제부터 그런 습관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재작년에 양파즙을 실수로 코에 흘렸을 때부터일 거야. 그날 이후로 감정의 진폭이 생겼거든. 그리고 있잖아, 감정이란 게 참 묘해. 지난주에 회사에서 사무실 의자를 바꿨거든? 그냥 쿠션 조금 들어간 검은색 메쉬의자야. 근데 앉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 이 의자는 나를 안아주는구나…”라는 말이 나왔어. 그 말 한 마디에 옆자리 과장이 뻥 터졌지 뭐야. 그 과장이란 사람도 재미있어. 점심시간마다 꼭 유자차만 마셔. 커피 못 마신대. 이유가 뭐냐고 물어봤더니, 옛날에 첫사랑이 카페인이 민감한 체질이라 같이 커피 못 마셨대. 그 이후로는 자기도 자연스럽게 커피를 안 마시게 됐다나? 순정이지. 감동받았다. 그래서 난 그 과장에게 ‘로맨티스트 유자’라는 별명을 붙여줬어. 참고로 내 별명은 ‘허수아비’야. 왜냐면 예전에 코스튬 파티에서 혼자 허수아비 복장 입고 갔다가 아무도 코스튬 안 했더라. 그때 이후로 붙은 별명이야. 근데 이젠 익숙해. 오히려 사람들이 “허수아비, 점심 뭐야?” 하고 부르면 정겹기도 하고. 참 사람 사는 거 별 거 없지? 별명 하나에도 정 붙이고. 아, 밥 얘기 나와서 그런데, 요즘 점심은 꼭 닭가슴살 샐러드로 먹어. 단백질 챙긴다기보단 그냥 조리하기 귀찮아서… 전자레인지 돌리면 끝이잖아. 근데 중요한 건, 거기에 항상 콘샐러드를 곁들여. 왜냐하면, 단 거랑 짠 거의 조합이 입 안에서 균형을 맞춰주거든. 이건 순전히 내 철학인데, 인생도 단짠단짠이 있어야 해. 언제나 단 맛만 있으면 이게 단 건지도 모르게 되고, 짠 맛만 있으면 인생이 너무 짠내나잖아. 그래서 나는 주말마다 꼭 케이크 한 조각을 사 먹는단 말이지. 아, 그 케이크는 꼭 ‘마롱케이크’여야 해. 이거 진짜 별 거 아닌 정보인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는 마롱이야. 밤이 통째로 들어있어야 해. 단면을 봤을 때 밤이 쏙 박혀있지 않으면 안돼. 작년 생일에 마롱케이크가 안 와서 삐진 거 아직도 기억나. 그날은 대신 치즈케이크였는데, 맛있었지만 마음은 울적했지. 그러니까 인간은 참 간사해. 그 얘기하니까 갑자기 내가 7살 때 생일파티에서 울었던 기억이 떠올라. 그때는 풍선을 빨간색만 불어놔서 울었어. 나는 파란색을 좋아하거든. 지금도 그래. 사무실에 파란 컵만 써. 심지어 펜도 파란색 잉크만 쓰지. 이건 철학이야. 파란색은 침착함의 상징이거든. 물론 가끔 까먹고 검정색 쓰지만, 마음속으로 “배신이다” 하고는 다시 바꿔. 그래서 결론이 뭐냐면, 이런 사소한 것도 결국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라는 거야. 단 하나도 버릴 수 없는 TMI의 향연이지. 사실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난 이미 30%는 행복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말인데, 혹시 다음에도 내 얘기 들어줄 수 있어? 아직 못 한 얘기 많은데, 예를 들어 내가 왜 감자보다 고구마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수건 개는 방식의 철학, 목욕할 때 왼팔부터 씻는 이유, 스마트폰 벨소리의 유래, 카페에서 항상 창가 자리를 고수하는 심리적 이유, 또는 왜 난 항상 장바구니에 고구마를 먼저 넣는지, 왜 이불을 고를 때 무조건 체크무늬를 고집하는지, 머리를 자를 때마다 미용실에 가져가는 나만의 타월이 왜 보라색인지, 그런 것들 말이야. 사실 이것도 말하고 싶은 TMI 중 12%밖에 안 돼. 나머지 88%는 아직 마음속에 저장해뒀으니까 다음에 꼭 다시 와서 들려줄게.응? 약속해줘. 나 진짜 얘기할 거 많단 말이지. 예를 들면 내가 어릴 때 왜 꼭 양말을 한 짝씩만 벗고 잠들었는지, 그 이유가 뭐였냐면 말이지, 나는 양말을 신은 채로 자면 꿈속에서도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근데 양말을 완전히 벗으면 또 발이 허전해서 잠이 안 와. 그래서 타협점을 찾은 게 오른쪽 발만 양말을 벗는 거였어. 이 습관은 지금까지도 남아있어서 호텔 가도 꼭 한 짝만 벗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걸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냥 ‘나의 리듬’이라고 해야 하나. 아 참, 리듬 얘기하니까 나 휴대폰 알람도 항상 7:00, 7:03, 7:06 이렇게 3분 단위로 세 번 맞춰놔. 왜냐하면 5분은 너무 느리고 1분은 너무 조급해서. 근데 또 4분은 애매하잖아. 3분은 뭐랄까… 수학적으로도 느낌이 좋아. 딱 나눠지면서도, 리듬감이 있어. 이건 마치 양배추를 썰 때의 간격 같은 거지. 아, 나 양배추 썰 때도 항상 일정한 폭으로 썰어야 마음이 편해. 칼질 소리가 일정해야 안정이 된다고 해야 하나. 이상하게 칼질할 때 리듬이 어그러지면 갑자기 온몸이 거슬려서 다시 처음부터 썰기도 해. 그래서 같이 요리하는 사람들은 나랑 일하는 거 힘들다고 하더라. 난 그렇게까지 예민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예민하면 또 생각나는 게 있어. 나는 티슈는 무조건 무향을 써. 향이 나는 티슈를 쓰면 손에 남는 향이 밥맛을 방해한다고 느껴서. 이게 또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글 보고 동지애 느꼈다니까. 아, 그 커뮤니티 말인데, 난 이상하게 댓글은 절대 안 달아. 눈팅만 해. 왜냐면 한번 달기 시작하면 꼭 누가 답글 달아서 내가 또 답해야 하고 그러다 밤새거든. 나는 그런 식으로 휘말리는 거 너무 약해서, 예전에도 한 번 그림 커뮤니티에서 댓글 단 거 때문에 무려 38개 쓰레드 타봤어. 진짜 거의 드라마 한 편 썼다니까. 그래서 그 이후론 관망주의. 참고로 관망이란 단어 되게 좋아해. 발음이 좋잖아? ‘관망’. 음… 단어 얘기하니까 또 할 말이 생기네. 나는 자음보다 모음을 더 좋아해. 특히 ‘으’ 소리. 뭔가 뿌듯하지 않아? ‘느그’, ‘스르륵’, ‘으쓱’. 말소리에 촉감이 있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촉감 얘기하니까 갑자기 내 마우스패드 얘기 안 할 수 없네. 무려 인조 가죽인데, 손바닥 닿는 부분은 약간 까끌까끌한데 손가락 닿는 부분은 부드러워서 손을 조금씩 움직이면 촉감이 두 가지가 번갈아가면서 느껴지는 거야. 그래서 나 일할 때도 괜히 손을 이리저리 굴려. 이건 일종의 촉각 명상이지. 근데 또 너무 오래 굴리면 패드가 미세하게 뜨거워져서 다시 멈춰야 해. 아 참, 이 얘기 하다 보니까 생각난 게 있는데, 난 키보드 소리도 되게 중요하게 여겨. 예전에는 기계식 키보드 썼었는데 클릭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멤브레인으로 바꿨어. 근데 또 그건 너무 조용해서 타건감이 안 살아. 그래서 지금은 ‘조용한 기계식’이라는 되게 애매한 영역의 키보드를 써. 그걸 고르기 위해 비교 영상만 열다섯 개 넘게 봤고 결국 직구로 샀다니까. 그런데 배송 중에 키 하나가 빠져서 AS 문의 넣었는데, 그때 고객센터 상담원이 너무 친절해서 ‘아… 이건 운명이다’ 하고 감사 메일도 보냈어. 나 원래 그런 거 잘 안 쓰거든? 감동받으면 바로 행동하는 스타일이긴 해도, 메일까지는 잘 안 쓰는데 그날은 뭔가 고맙더라. 아, 고마운 거 얘기하니까 또 떠오른다. 나는 마트에서 계산할 때 앞 사람이 나 대신 바코드 찍어줄 때 너무 감동받아. 특히 내가 손에 물건 많이 들고 있을 때 “제가 찍어드릴게요” 하면 진짜 그날 하루는 기분이 다 좋아. 반대로 내가 그렇게 해준 적도 있는데, 어떤 분은 놀라서 “괜찮아요!” 하면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더라. 그때 약간 민망했지만, 여전히 내 선의는 진심이었다고 생각해. 그 뒤로는 눈치 보면서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편이야. 아, 이 얘기도 해야겠다. 나는 편의점에 들어갈 때 항상 오른쪽 문만 써. 두 개 문이 있어도 왼쪽은 잘 안 가게 돼. 이유는 없어. 그냥 어릴 때 오른손잡이는 오른쪽 문을 써야 한다는 이상한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아. 이런 게 습관이 되어버리면 진짜 무서운 거 같아. 요즘도 자주 쓰는 카페가 있는데, 거기 문이 왼쪽에만 있거든. 그래서 처음엔 진입이 어려웠어. 몇 초 동안 서 있다가 각오하고 들어갔지. 그 이후로는 괜찮아졌지만, 아직도 약간 꺼림칙해. 이걸 말로 설명하면 다들 이상하게 보더라고. 근데 나만 그런 거 아니야. 분명 비슷한 습관 가진 사람 많을걸? 예를 들어 가방 맬 때 왼쪽 어깨부터 거는 사람, 양치할 때 꼭 오른쪽 어금니부터 닦는 사람, 나도 그래. 그런 건 일종의 나만의 루틴이고, 그 루틴이 무너지면 하루가 삐걱거리기 시작해. 그래서 나는 항상 같은 순서로 이불을 개고, 같은 순서로 양말을 꺼내. 세탁기 돌릴 때도 흰옷-회색-어두운색 순으로 분류해서 넣지. 그냥 막 섞으면 마음이 막 울렁거린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이런 사소한 게 모여서 내가 되는 거야. 사실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게 거창한 순간보다도 이렇게 아무 의미 없는 작은 디테일들이 모여서 형성된 거잖아. 그래서 난 앞으로도 계속 이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싶고, 누군가 들어만 준다면 무한정으로 해줄 수 있어. 그러니까 다음에도 또 들어줄 거지? 지금 말 못한 것도 한 가득이야. 예를 들어 나는 왜 유리컵보다 플라스틱컵을 선호하게 되었는지, 내가 왜 동그란 책갈피는 싫어하고 네모난 책갈피만 쓰는지, 왜 난 항상 리모컨을 TV 오른쪽에만 두는지, 그리고 휴지를 쓸 때는 항상 안쪽에서부터 돌려 쓰는지, 그 이유를 다 설명하려면 또 하루는 걸릴걸? 어때, 다음에 또 들어줄래? 나 아직 목욕탕에서 바닥에 물 튀는 소리가 마음을 안정시키는 이유도 말 안 했단 말이야.
https://cohabe.com/sisa/4838791
림버스) 안녕참가상!나기억해?설마대표님이라는재미없는대답을하는건아니겠지?
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댓글을 남겨보세요!
- 젠레스)루시의 앨리스 비속어 교육 [5]
- 카스둥이 | 2025/08/03 16:25 | 1065
- 블루아카) 리오맘 근황 [1]
- 호망이 | 2025/08/03 16:25 | 679
- 고양이 특: 컴퓨터 하는 거 방해함.gif [9]
- HCP 재단 | 2025/08/03 16:24 | 538
- 요즘 한국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곤충. jpg [7]
- 5324 | 2025/08/03 16:24 | 468
- ㅇㅇㄱ)ㅇㅍㄹ : 아무튼 네이버 잘못이라고!! [5]
- DTS펑크 | 2025/08/03 16:24 | 1128
- ㅇㅇㄱ) 구버전이긴 하지만 이것도 네이버 api가 붙어 있었네 [0]
- valuelessness | 2025/08/03 16:23 | 331
- ㅇㅇㄱ)ㅇㅍㄹ : 일반회원 검색을 왜 해요? [2]
- DTS펑크 | 2025/08/03 16:22 | 747
- 여름 와타메 [4]
- Nyang-Kaz | 2025/08/03 16:21 | 795
- ㅇㅇㄱ) 이 사건은 오히려 진행이 굉장히 빠른 편임. [14]
- 7556399930 | 2025/08/03 16:21 | 676
- 돌핀 팬츠 치어리더 gif [1]
- 오지치즈 | 2025/08/03 16:20 | 327
- ㅇㅇㄱ)ㅇㅁㅇ하면 개인정보가 털린다는건 뭔솔 ㅋㅋㅋ [6]
- DTS펑크 | 2025/08/03 16:19 | 517
- 李대통령 "가짜뉴스 유튜버, 징벌적 배상이 최선"…법무부에 검토 지시 [7]
- rogust | 2025/08/03 16:19 | 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