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 물 빠지고 이제 슬슬 실세소리 듣고있을 때 신병이 들어왔다.
근데 이 녀석 신병주제에 표정에 어리버리함이 없이 날카롭고
당장이라도 누군가 건들면 안광으로 태워죽이기라도 할 것 처럼 눈이 부리부리했다.
키는 작은데 왠지 모를 위압감도 느껴지고.
근데 신병이 그렇게 위세좋다고 그딴 거 신경쓰면 군인이 아니지.
"너 사회에서 뭐하다 왔냐?"
바로 물어보는데
"킥복싱하다 왔습니다."
라고 바로 말하더라.
군필자라면 어느정도 공감할테지만, 우물쭈물하거나 '학교 다니다 왔습니다...' 하는 애들보다는
이렇게 재깍재깍 확고하게 '뭐하다 왔습니다'소리 나오는 애들이 이미지가 좋다.
"올? 진짜? 얼마나 했냐?"
"대충 한 6년정도 한 것 같습니다."
대답이 막힘없이 착착 나오는데 이 녀석 기세가 아주 등등했다.
'이런 녀석 가만 놔뒀다간 분명 선임들이 차곡차곡 잡아먹힐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라는 생각을 한 나는 아직도 그 때의 결정을 어떤 자신감으로 내렸는지를 모른다.
"야, 로우킥 한대만 때려봐."
하고 딱 서서 허벅지를 들이밀었다.
"잘 못들었습니다?"
신병이 존나게 당황하고
내가 내 허벅지 슥 들이밀면서
"로우킥 여따 함 차보라고. 아 그렇다고 넘 쎄게 차진 말고... 나도 자세 좀 배워보자. 가르쳐 준다고 생각하고 슬쩍 차봐."
생각해보면, 그 당시 헬스트레이너맨의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
하루에 준비운동삼아 연병장을 15바퀴씩 돌던 내가, 내 육체에 필요 이상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신병이 존나게 당황하면서
"아...안됩니다. 다치십니다..."
이러면서 말리는데
"아 괜찮으니까 차보라고. 아 뒤끝 없음. 진짜로. 야 시발 형이 로우킥 한방에 다칠거라고 생각하냐?"
랄까 이새끼를 다그친 그때의 저는 확실히 미쳐있었죠(웃음)
"아...그럼 해보겠습니다."
이러면서 신병이 자세잡고
내 허벅지를 자기 정강이로 진짜 밀어내듯이 살짝 툭 찼는데
다리가 꺾였다. 입에서 진짜 바로 '뜨헙!'소리 나면서 다리가 꺾이고 자세 무너지고 맞은자리 싸매면서 그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존나 아파가지고 비명도 잘 안나오는데 한 5초동안 '흡 허 아 흡 허 아' 소리만 나오더라
근데 신병이 그거 보고 표정관리를 못함. '괜찮으십니까!' 하면서 부축하는데 안간힘 쓰면서 웃음참고있더라.
'시발 살살 차라 그랬잖아 나쁜새끼야' 이러면서 난 존나 징징대고
소대에서 친한 애들이 다 '푸힝'하면서 터져부리고
알고보니 그냥 표정이 좀 긴장해서 험악해보였던 거였지 착한 놈이었고,
나한테 로우킥 한방 찬 이후로 까불대는 자신의 원래 성격을 마음껏 보여주며 금새 소대원들과 친해졌다.
나는 마음 훈훈한 가운데 '헛헛 녀석들 내가 아픈 척 한 보람이 있군' 하고 생각했다.
시퍼렇게 멍들어서 한동안 닿기만해도 비명지르긴 했지만 암튼 아픈척 한거임
너부터 잡아먹혔단 소리네?
로우킥빌런이 왜 거기에...
분위기 좋게 만드는데 희생 한 추
재대로 한놈은 툭 건드리는거같아도 아파 죽음.
로우킥빌런이 왜 거기에...
분위기 좋게 만드는데 희생 한 추
너부터 잡아먹혔단 소리네?
아니야! 아니라고!
중간에 랄까 라는 말 있는거보니
구라냄새가 난다
이거 패러디한건데
크큭.... 랄까....?
나도 군대있을때 이종격투기하던 막내가 들어왔는데 씹덕찐따같은 후임놈 하나가 걔한테 싸움배운다고 트레이닝 하다가 실전처럼 하자고 얼굴 한대 치라고 하다 한대맞고 눈물흘리는거 보고 개폭소했던기억이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