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7년, 운석 충돌로 이탈리아가 초토화되고 60만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진 후,
인류는 스페이스가드 프로그램을 창시해 모든 소행성을 발견하고 추적하는 계획을 실행한다.
그리고 약 50년 후, 31/439 라는 소행성이 발견되며 이야기가 시작한다.
목성 근방 쯤에 있던 이 소행성은 꽤나 독특했는데,
궤도나 속도를 보아 태양계 밖에서 날아온 것이 확실해 보였다는 것.
이렇게 되자 천문학자들은 여기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게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름들은 이미 다 써버린 지 한참 지났기 때문에 힌두교 신 중에서 골라야 했고,
그렇게 31/439는 라마라고 명명된다.
저기 라마의 관측 결과가 좀 이상합니다
뭐지?
광도가 일정해요
그게 무슨 뜻이지
소행성은 모습이 불규칙하고 자전을 하기 때문에 반사하는 빛이 계속 달라져야 합니다
그런데 광도가 완전히 일정하단 건 완벽한 대칭형이거나 자전을 안 하고 있단 뜻이죠
굉장히 이상한 경우입니다
빌 스텐턴 박사입니다
운 좋게 망원경으로 라마의 더 자세한 데이터를 측정했습니다
잘 보니까 광도가 바뀌고 있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라마의 자전 주기를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얼마인데
4분이요.
...소행성이 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자전하고 형상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할 텐데?
...소행성이 맞다면 그렇겠죠
좋다 라마에 탐사선 시타 호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런저런 정치질과 관료들의 기싸움 끝에 발사 예정이던 해왕성 탐사선을 긴빠이쳤지
(들리지 않는 천문학자들의 절규)
이제 석 달 정도 기다리면 라마의 사진을 볼 수 있을 거야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3개월 후)
...확실히 인공물은 아니군
좋은 소식입니다! 라마의 중력을 기반으로 질량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속이 비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인류 역사 최초의 성간 구조물을 보고 있는 겁니다.
이건 SF 소설 1~2장의 내용이다.
'외계 구조물을 발견한다'는 간단한 사건을 필력 하나만으로 경이롭게 묘사하는 게 일품이다.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라 SF 소설 팬들은 다들 아는 작품인데, 영화화도 예정되어 있다.
사실 스페이스 오페라물에서 너무 스케일 크게 놀아서 그렇지
현실적으로는 저어기 유로파 얼음층 밑에 헤엄치는 지렁이를 발견했어도 대단한 일이고
태양계 밖에서 온 인간이 만들지 않은 제작물(심지어 그게 사실 폐기물이거나 파편 조각일지라도)을 발견한다면 전세계가 발칵 뒤집힐 일이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