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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주의) 야, 내 꼬라지가 유머라서 그런데 좀만 봐줘라

처음 회사에 이직 했을 때 내가 쉬고 싶은걸 못 쉬어서 그런것 같았다.


이직의 사이가 1달도 되지 못해 짧아 부모님의 등살에 밀려서 쉬고 싶었는데 못쉬어서 그런가 보다. 회사 다니면서 쉬면 되겠지 싶었다.


너무 회사를 우습게 본걸까, 이전 근무자가 인수인계를 하지 못하는 피치 못할 상황에 빠졌던 터라 나는 일의 윤곽만을 붙잡은 채로 어떻게든 업무를 이어가기 위해 열심히 부딪혀야 했다.


그 많은 업무를 어떻게든 추려내어 리스트를 할때쯤 내가 해야 하는 업무의 과중함을 알았다. 관리직과 구매직의 겸임은 절대 만만치 않았고 이것을 혼자해야한다는 중압감이 우선적으로 내 목을 조여왔다.


메신저 창에서 나는 이 내용을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풀어내려고 했다. 1년, 2년이 지날때쯤은 진짜 그만두고 싶었지만 주변에서는 나를 말리는 목소리들 뿐이었다.


나이, 환경, 돈 모든 것이 나를 붙잡아 이곳에 파묻는 기분이다. 그때부터다 결제하러 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이게 반려되면 어쩌지...내가 놓친 것이 있어서 또 혼나는 걸까? 왜 난 여기서 이런 걸 쥐고 있는 거지.... 날카로운 가시 줄기를 쥐고 매달린 것 같다.


몸은 조금씩 망가져간다. 잠은 언제자든 휴일에도 새벽 5시에는 무조건 눈을 뜨게 했다. 먹어야하는 약봉지가 늘어난다. 차라리 이 약이 내 목을 막아 괴롭게라도 나라는 녀석을 끝내주지 않으려나? 이런 생각은 그만해야지, 내가 죽으면 슬퍼할 부모님과 동생이 있잖아? 약을 욱여넣고 참고 날들을 버텼다.


뭐든 해야했다. 게임을 사서 하든, 뭔가를 사서 채우든... 맛있는 것을 먹으려 해보지만 독립한 곳의 환경은 차가 필요했고 나는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기운마저 버티는 것에 써버렸다.


그렇게 지쳐가던 중 처음으로 건강검진에 위내시경이 포함되어 있어 예약을 하던 중 우울증 설문이 눈에 밟혔다. 진지하게 답변해 지문을 채워봤다, 나도 내 상태가 궁금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어쩌지 못해서 바스라져버린 속이 궁금했었다.


'가벼운 우울증'


......그래, 가벼운 거겠지, 별거 아닌 걸거야 하면서 건강 검진이 끝난 뒤에 나는 정신과의 예약을 진행하고 있었다. 일정이 맞지 않아 2주를 더 버텨야 한다. 약 조제만해주는 곳에 우선가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약을 받아 왔다.


가벼운 불안장애 약, 이게 지금 내 상태인가....민숭맨숭한 기분으로 이 약을 먹었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런가? 불안장애? 내 상태는 불안장애로 끝인가? 고작 이 약으로 내가 나아질 수 있나?


이런 상황 속의 회사를 가는 것 자체에 약 1시간 정도의 힘을 쏟아야 한다. 첫 진료일이 다가온다. 가도 되는 건가? 내가 정상이라고 나오면 나는 뭐지 진짜? 제발 정상이라고 나와줘라. 그럼 나는 꾀병이 될지언정 정상일 수 있으니까. 제발, 제발.


'중증 우울증과 6개월 이상된 불면증'


....아, 난 이만큼 깨져 있었구나....난 아직 그 선생님의 말씀을 잊지 않았다.


"악화되기 전에 잘 오셨어요. 참기 잘하는 분은 더 심각해져서 오거든요."


가슴 속에서 뭔가 내려앉는 기분이다. 난 우선 가족과 친구에게 상황을 알린다. 뭔가 달라질까 하는 기대감일까? 아니면 살려달라는 구조 요청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이 곳에서 살아 나가고 싶어하는 마음이었을까.


하지만 달라진건 '다니면서 치료해보자' 였다. 왜 이러지? 나 뭔가 이들에게 잘못했나? 아니 그들의 조언이 이렇다는 건 내가 이곳을 그만둔 뒤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가?


그때부터다 이적의 '빨래'의 한 부분이 자꾸 맴돈다.


그게 참 맘처럼 쉽지가 않아서

그게 참 말처럼 되지가 않아서

무너진 가슴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난 어떡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


약을 먹고 난 뒤에 뭐가 달라져줄지를 모르겠다. 지금도 계속 먹고 있지만 이제 한달을 겨우 채워간다.

어제 클리닝 맡겨놨던 양복을 받아왔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옥상은 자유롭게 드나 들 수 있다. 양복과 옥상을 번갈아 보며 혼자 사는 곳으로 걸어가며 중얼거린다.


"아니,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오늘도 회사에 나와 이 글을 쓰면서 필요 시 먹는 약 봉지를 만지작 거린다. 제발 오늘은 불안에 떨지 말기를.... 가슴이 답답해지지 않기를 빈다.



긴글 봐줘서 고맙다.

댓글
  • 잡초도둑 2025/06/10 11:08

    아이고 힘내십쇼

    (EznOIv)

  • 별윗너울 2025/06/10 11:08

    파이팅
    우리 모두

    (EznOIv)

  • THINKDICK 2025/06/10 11:11

    힘내시게.
    해줄 말이 여의치 않지만.

    (EznOIv)

(EznO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