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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도시 키보토스. 언뜻 보면 귀여운 소녀들이 다양한 학원에서 청춘을 구가하는 투명한 세계. 하지만 실상은 총과 미사일, 심지어는 고대 오파츠까지 여기저기서 분쟁이 벌어지는 터무니없는 학원도시.
그런 키보토스에 갑자기 찾아온 어른──샬레의 선생님.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하면서도 자신을 서포트해주는 AI 아로나와 여러 모로 개성 넘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양호한 관계를 쌓아 올린지 어느새 몇 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학생이나 어른도 점차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지금은 세 대형 학원의 수뇌부와도 친분을 쌓아 정신적으로 미숙한 학생들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언뜻 보면 어른인 선생님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지적이고 냉정하면서도 책임감이 강한 학생도 많다. 사실 다양한 힘과 감정이 교차하는 이 거대 도시를 무력으로 통제하는 각 학원의 수장들, 그리고 『샬레』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어린 그녀들이 그 책임을 지기에는 너무 혹독하다. 기대와 책임감에 짓눌릴 듯한 그녀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이다.
선생님으로서 이 학원도시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선생님! 현실을 보세요! 책임을 다할 줄 아는 어른이라면 이 정도 일은 해내야죠!"
"긍정. 학생들에게 허세를 부리는 것도 적당히 해야 합니다."
그런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의 일터는 하늘을 찌를 듯한(사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새하얀 서류 뭉치와 대량의 빈 캔으로 가득했다. 컴퓨터 옆에 놓인 태블릿에서 새어나오는 화난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냉장고에서 캔을 하나 꺼내 하늘을 바라봤다.
천천히 액체를 체내로 흡수하고,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맛에 조금 씁쓸한 반응을 하며 다시 펜과 종이에 손을 뻗었다.
"나는 뭐라고 할까, 적어도 선생님이니까 일이라면 교편 앞에 서거나 할 줄 알았어."
"현실은 기한이 다가오는 과제에 쫓기는 하루하루라니. 여름방학을 보내는 학생 때와 다를 게 없을 줄은 몰랐어."
데스크 위에 놓인 지긋지긋한 자료들을 전부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아픈 손가락으로 펜을 힘껏 쥐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아무리 선생님이라고 해도 자유시간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적절한 분량의 일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늘 한다. 물론 당번으로 오는 아이들이 있으면 우수한 학생과, 어른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허세)로 어떻게든 정시에 끝내지만, 학생은 한창 때의 청춘을 소중히 즐기길 하는 마음에 과제를 절반 정도는 숨기고 있다. 지금은 그 쌓인 업보를 돌려받는 셈이었다.
"그 정도 업무라면 자정이 되기 전에는 끝낼 수 있어요! 슈퍼 AI 아로나가 계산했으니 틀림없어요!"
"선생님의 게으름을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아로나 선배. 자정이 넘을 겁니다."
"하아... 아로나가 도와준다면 순식간에 끝날 텐데..."
"전자 자료는 맡을 수 있지만 수기로 쓰는 종이에는 제가 간섭할 수 없어요. 오히려 선생님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해드리고 있으니 고마워하셔야 돼요!"
"알고 있어, 아로나.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태블릿 너머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헤헤... 하고 웃으며 기쁜 듯 얼굴을 붉히는 아로나를 보니 눈이 즐거웠다. 태블릿 너머라서 촉감은 없지만, 그대로 내가 할 일을 대신 해주는 아로나에게는 고마울 따름이다. 사실은 내가 혼자서 해낼 수 있었으면 하지만.
"선생님, 아로나 선배가 방치한 자료는 제가 대신 끝냈습니다. 아로나 선배 말고 저도 쓰다듬어 주세요."
"네?! 그, 그건 딸기우유를 대가로 말하지 않기로..."
"그래 그래, 프라나도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이번에는 태블릿 너머 비슷한 외형의 백발의 소녀를 쓰다듬었다. 아로나는 조금 불만을 가진 듯 하면서도 기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렇게 자신을 칭찬해 달라고 경쟁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마치 친한 자매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과제 수다. 키보토스의 아이들은 그렇다 쳐도 바깥 세계에서 온 나에게는 기력도 체력도 부족할 것 같았다. 전에 있던 세계에서도 힘이 센 편은 아니었지만, 이 세계에서 자신보다 어린 소녀들에게 보호받는 대상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한심하다.
그녀들도 다른 세계 사람을 경험한 적은 없으니 당연하겠지만 내 체력을 감안한 업무량을 달라고 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생각일까.
무심하게 펜을 잡고 굴렸다. 나중에 수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제출할 정도로는 만들어야지, 그렇게 한 장 두 장, 세지 못할 정도가 되고 잉크도 바닥을 드러낼 무렵에는 그 많던 서류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슬슬 끝이 날까, 희망에 부풀어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잉크가 나오기 않기 시작할 무렵, 무기질적인 시계 소리와 함께 마지막 칸에 이름을 기입하며 끝을 냈다.
"드디어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후암..."
하품을 하며 축하해주는 프라나. 문득 벽시계를 보니 시침이 이미 12시를 넘긴 뒤였다. 자정 전에 끝내는 것은 무리였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아로나는 먼저 잠든 듯 했고, 졸음을 참으면서도 프라나는 나를 지켜봐준 듯 했다.
"고마워 프라나. 이런 시간까지 깨어있게 해서 미안해."
"아뇨, 저는 이 밤 시간이 활동 시간... 이니까요."
"허세부리지 않아도 돼. 나도 곧 잘테니까 프라나도 푹 자."
"......알겠습니다. 잠금장치 확인과 간단한 자료 정렬 후 수면으로 돌입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문을 원격으로 잠근 뒤 화면을 어둡게 하는 프라나. 그것을 보고 태블릿을 충전한 뒤 나도 불을 껐다.
분명 내일은 트리니티 종합학원에 볼일이 있었을 것이다. 공식적인 자리인 만큼 폐를 끼칠 수는 없으니 오늘은 일찍 자야 할 것 같다. 이미 자정은 넘겼지만 그래도 4시간은 잘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무거운 눈꺼풀을 감고 은은한 전자음을 뒤로 하며 의식을 내려놓았다.
"......"
"선생님의 부담을 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요란한 알람 소리가 좁은 실내에 울려 퍼졌다. 조금 더 자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오랜만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기에 금방 이불에서 손을 뻗어 알람을 껐다. 간단한 몸단장을 하고 샬레의 선생님으로서 활동할 준비가 끝났을 때, 인터폰 소리가 울렸다.
띵|동──
"네, 들어오세요."
무거운 문을 열고 조금 어수선한 사무실로 들어오는 하얀 옷차림의 여성. 총학생회장 대리이자 나의 상사라고 할 수 있는 린짱... 이 아니라 나나가미 린이다. 나보다 상사라고는 해도 어엿한 학생이며, 나의 업무 분담도 결정하는 훌륭한 학생이다.
그녀의 일에 대한 열정과 능력, 그리고 책임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솔직히 말해 나보다도 대단한 소녀다.
"또 무리하신 건가요?"
그 말과 함께 안경을 고쳐 쓰고 나를 노려보는 그녀. 확실히 놀다가 부랴부랴 해치운 나의 잘못도 있지만, 솔직히 그 양의 일을 하루만에 끝내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렇지만 나보다 몇 배는 고생하는 그녀에게 내가 뭐라고 할 처지도 아니여서 마른 웃음으로 상황을 무마했다.
"어제 익명으로 총학생회 게시판에 의견이 올라왔습니다. 외부인에게 맡기기에는 너무 많은 양과 빈도, 그리고 종류의 업무. 저희를 몇 번이고 도와준 『선생님』에게 이런 취급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어? 대체 누가 그런 의견을..."
학생들 앞에서는 그렇게 많은 양의 일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대체 누가 제보한 걸까.
"그렇다는 건... 혹시 일이 없어진다든가..."
"그건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선생님이 담당하는 일은 샬레의 선생님 말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어째서..."
낙담해 어깨를 축 늘어트린 나에게 반응도 없이 평소처럼 딱딱하게 대응하는 린짱.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나 싶어 기분이 가라앉았지만, 린짱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키보토스에 있어 선생님의 필요성. 그리고 최근 선생님에 대한 납치나 스토킹 사건 증가. 원래도 의견은 많았습니다. 샬레에서 발견된 도청장치와 몰래카메라. 그리고 선생님의 암살 행위에 대한 방어도 샬레의 보안 수준으로는 대응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점을 감안하여, 샬레는 폐지하려고 합니다."
"뭐?"
"선생님의 직장은 『트리니티』나 『밀레니엄』 중 한 곳에 맡기려고 합니다."
"......"
"뭐어어어어어?!?!?!"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갑작스러운 해고와 재취업. 게다가 앞으로 일하게 될 곳은 이 총학생회의 샬레가 아니라 다른 학원인 『트리니티』나 『밀레니엄』이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청소할 시간조차 없어 더러워졌다고는 해도 이 작은 방에 애착이 생겼는데 너무 매정한 것 아닐까.
너무 갑작스럽지 않나 싶어 린 행정관에게 이유와 필요성을 물었더니 조금은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건 지금까지 샬레에만 의지할 수 있었던 업무를 분담할 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안전 확립을 위해, 그리고 각 학원의 경험을 위해서입니다."
"물론 샬레라는 연방동아리 특성 상 어느 한 학원에 속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오신 뒤 지금까지 전통을 따르던 트리니티, 그리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밀레니엄에 새로운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선생님도 각 학원의 특징을 더 잘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테니 직장 경험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아니, 잠깐만! 그래도 여기 온 지 이미 몇 달은 지났고, 트리니티도 밀레니엄도 각자 학원 업무로 바쁠 텐데 샬레의 업무까지 맡기는 건...!"
"문제 없습니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돕고 선생님이 학생들을 도우면 되니까요. 실제로 트리니티의 외교 문제에도 한몫하셨죠?"
"아니 그... 에덴조약 건은 좀 복잡한데..."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는 몇몇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일을 빨리 끝낼 수 있고, 학생들도 그동안 볼일이 없으면 올 수 없었던 샬레를 더 쉽게 방문할 수 있어 편하지 않을까? 트리니티라면 몰라도, 밀레니엄이라면 게헨나나 트리니티도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다. 이치카나 나기사처럼 그동안 폐가 될까봐 방문하는데 신경을 썼던 아이들의 상담도 쉽게 할 수 있고, 좋은 점도 확실히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정치적인 문제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위험하지 않을까...?
"......아무튼 오늘로 이 사무실은 작별입니다. 지하의 크래프트 챔버는 사용할 수 없겠지만, 애초에 그다지 많이 사용하던 것은 아니니 필요할 때 다시 오시면 문제없습니다."
"으음... 진짜 괜찮은 거 맞나..."
"그럼 오늘 회의에서 옮길 학원이 정해질 예정이니 괜찮다면 회의에 참석해 주세요."
그리고 메모를 건넨 뒤 사무실을 나서는 린짱. 익명의 작성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를 배려해 필사적으로 호소한 것 같았다. 얼마나 마음씨가 따뜻한 사람인지 정체를 알게 된다면 꼭 보답해야겠다.
"왜 그러시나요 선생님?"
"아, 좋은 아침 아로나. 샬레의 사무실을 옮기는 것 같아. 트리니티나 밀레니엄으로."
"네?! 그럼 이 사무실은 더 이상 안 쓰게 되는 건가요?"
"긍정. 그렇습니다 선배. 섭섭하겠군요."
여기 오고 이제와서는 친가처럼 되어버린 사무실에 작별을 고하는 것이 적적하게 느껴졌다. 가져갈 것이 많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준 추억의 물건은 전부 가져가야 할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벽에 붙은 사진이나 메모, 그리고 서류를 챙겼다.
밀린 서류가 쌓인 데스크는... 새출발이라는 명목으로 챙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럴 리가 있나. 분명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이다.
~~~~~~~~~~
"정리를 거의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양의 진동이 주머니 속 스마트폰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모모톡...? 다들 무슨 일이지..."
폭포처럼 흘러가는 알림을 눈으로 쫓고 있으면 대부분의 모모톡 내용은 샬레 이전에 관해서였다.
『응, 선생님. 아비도스에 와야 해. 출퇴근은 내가 자전거로 시켜줄 수 있어.』
『샬레가 사라진다고? 아저씨는 언제나 환영이야~』
『선생님! 밀레니엄으로 오신다고 들었습니다! 회계 보조가 되는 사람은 저밖에 없을 텐데 세미나로 오시겠어요?』
『선생님이 오신다고 기뻐서 방방 뛰는 유우카짱이 정말 귀여워요♡ 선생님, 여자아이의 기대를 저버리시지는 않으시겠죠?』
『선생님은 이제 일시적인 동료가 아니라 정식 파티원이 되는 거군요! 아리스도 기쁩니다!』
『선생님, 트리니티라면 안전 부문이든 금전 부문이든 문제 없고, 업무도 완벽하게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티파티는, 아니 저희들은 언제든지 선생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습니다.』
『안녕 선생님☆ 이제부터 매일 볼 수 있다는 게 진짜야? 나기짱도 의욕 가득이야~ 사무실은 물론이고 정원까지 만들어서 엄청나거든! 와 줄 거지, 선생님?』
『정의실현부라면 선생님을 반드시 지킬 수 있슴다~ 츠루기 선배도 기뻐하고 있는데 어떠심까?』
『게헨나 학원이 위험하다는 건 알아... 하지만 선생님이 있다면 마코토 그 바보도 얌전해져서 일이 편해질 거야. 그리고 나도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
『선생님이 다른 학교에서 성희롱을 하는지 감시할 필요가 있거든요! 그리고 히나 부장에게 손을 대면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내가 말했지? 내 눈이 닿는 장소, 체온이 전해지는 거리에 있으라고. 백화요란이 있는 백귀야행 연합학원 말이야. 알겠어?』
『선생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곳은 발키리 경찰학원밖에 없습니다. 선생님이 계신다면 치안도 좋아질 텐데, 어떻습니까?』
『이전이라니 큰일이겠군요... 큭큭, 게마트리아에 오는 건 어떠신지?』
조금밖에 보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수많은 메시지 대부분은 자신의 학원으로 오는 것이 어떻냐는 권유였다. 트리니티나 밀레니엄으로 이전할 텐데 게헨나, 백귀야행, 발키리는 물론이고 아비도스에서도 권유가 왔다. 검은양복은 왜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이렇게나 권유를 받다니, 선생님으로서 이렇게 신뢰받다니 더없이 기쁜 일이다.
"선생님! 모모톡이 엄청나게 쌓여 있어요!"
"선생님을 자신의 학원으로 부르고 싶은 자들의 외침인가요, 천박하기는."
"프라나짱? 왜 그래요?"
그나저나 왜 이렇게까지 안달인 걸까. 미카나 시로코같은 아이들은 그렇다 쳐도 발키리의 칸나나 평소 격무에 시달리는 히나마저도 룰을 어기고 권유하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샬레의 존재가 의지가 되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이제껏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선생님이 되길 잘했어... 다들 고마워..."
"갑자기 울지 마세요 선생님! 아니 근데 이거 뒷감당을 못할 것 같은데요..."
"긍정. 해냈습니다."
"프라나짱? 해냈다뇨... 설마?"
아로나와 프라나가 뭔가 이야기를 하는 듯 했지만, 나는 홀로 감상에 조금 젖어 있었다.
그렇게 감정을 추스렸을 무렵, 린짱이 다시 사무실에 찾아왔다.
"선생님, 회의에 참석해주셨으면 합니다... 조금 곤란한 일이 생겼어요."
"응, 린짱. 근데 무슨 곤란한 일이 생겼는데?"
"그건 직접 와서 보시는 게 빠를 겁니다. 따라와 주세요."
그리고 돌아서서 나를 안내하는 린짱. 샬레 이전이라는 별 거 아닌 일이라고는 해도, 각 학원의 정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총학생회는 어느 때보다도 바쁜 모습이다. 창밖으로 크로노스 학생도 몇 보이는데, 대체 어떻게 이전에 대해 안 걸까. 아마 사무실에 설치된 도청장치일 것이다.
이곳에서 보이는 총학생회 정문에는 엄청난 수의 학생이 있었고, 교복도 다양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겨우 샬레 이전으로 이렇게나 소란스러운 걸까?
"회의실에 도착했습니다. 대표로 입실해주세요."
"아, 고마워. 그럼... 실례합니다."
그렇게 문을 열자 그 너머에는...
"안녕 선생님! 나기짱은 안 된다고 했지만 억지로 따라왔어☆"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대표로서 온 티파티의 키리후지 나기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밀레니엄 대표 하야세 유우카입니다. 선생님, 괜찮으시죠?"
"마찬가지로 밀레니엄의 우시오 노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트리니티와 밀레니엄에서 온 네 명의 학생들. 아마 그녀들과 총학생회 임원들의 논의로 어느 학원에 속할지 결정될 것이다. 이것만이라면 아무 문제 없는 평범한 회의다.
하지만 다른 것은...
"안녕, 선생님. 아저씨도 여기까지 오느라 지쳤다구~"
"......게헨나 학원 대표, 소라사키 히나. 미안 선생님..."
"백귀야행 연합학원 소속, 키류 키쿄. 선생님도 왔으니 빨리 시작하는 게 어때?"
"발키리 경찰학원의 오가타 칸나입니다. 이 회의에 발키리가 없을 뻔 했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어째서인지 트리니티나 밀레니엄이 아닌 학원에서도 대표가 선출된 상태였다. 분위기로 보아 억지로 이 회의에 참석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정도의 인재가 모이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학원 하나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사실 막으려고 했지만 몇 명의 외부인이 회의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학원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서 이례적이지만 이대로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그, 그래? 그럼 나도 자리에 앉..."
하지만 『샬레 대표』인 내가 앉을 자리의 의자는 부서져 있었고, 그 잔해 몇 개가 책상 위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어... 의자는?"
"죄송하지만 방금 전 폭동으로 부서졌으니 원하는 자리 아무데나 앉으세요."
"아, 응."
그래서 적당히 빈 의자를 찾으려고 회의실 안쪽까지 걸어가다가 근처의 키쿄에게 팔을 붙잡히고 그대로 옆 의자... 가 아니라 키쿄의 무릎 위에 앉고 말았다.
"자, 잠깐만, 키쿄?!"
"당신 자리는 여기로 충분해. 항상 이렇게 붙어 있었잖아... 뭐, 위치가 조금 바뀌긴 했지만."
"적어도 때와 장소를..."
순간 회의실이 술렁이고 곳곳에서 살의가 꽂혔다. 히나와 호시노는 눈에 생기가 사라진 채 허리의 총에 손을 올렸고, 미카는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노아와 칸나의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지만, 핏대가 조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거리가 좀 가깝지 않아? 백귀야행 연합학원은 축제가 한창이라고 들었는데, 축제 때문에 적절한 거리감도 모르게 된 거야?"
"우리 고양이와는 다르게 대담하네~ 빨리 떨어지지?"
좀 무섭다...
분위기를 전쟁터처럼 바꾼 것 치고는 무표정한 키쿄. 빨리 시작하라는 듯 한 손에 책을 들고 내 팔에 두 개의 꼬리가 휘감겨 있었다. 독점욕의 발현일까... 최근 바빠서 얘기를 못 한 것에 대한 반동일까.
하지만 시선도 따갑고 이대로는 회의를 시작할 수 없으니 키쿄의 꼬리를 치우고 옆자리에 다시 앉았다. 키쿄가 조금 쏘아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분위기로 앞으로 잘 될 수 있을까...
"칫..."
"......크흠, 그럼 긴급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각 학원의 주장을 말씀해주세요."
"절대 그 요괴고양이한테 선생님을 건네주면 안 돼 나기짱...! 절대로!"
"알고 있으니까 조용히 좀 계세요, 미카 씨. 그럼 실례지만 트리니티에서 먼저 발언하겠습니다."
그렇게 트리니티 대표 키리후지 나기사는 트리니티 전교생의 의지, 그리고 선생님이 와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
"저희 트리니티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키보토스의 3대 대형 학원 중 하나입니다. 안전에 대해서는 정의실현부, 그리고 구호기사단이 있으니 말할 필요도 없겠죠. 다른 티파티조차 모르는 제가 소유한 몇 개의 세이프하우스를 주거지로 쓸 수도 있습니다. 경제력은 다들 알고 계시겠죠? 사무실 뿐만 아니라 의식주 전부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말을 들은 모두는 반박 없이 조용해졌다. 사실 나기사는 그만한 자신이 있었다.
트리니티는 키보토스 내에서 대형 중의 대형 학원이며, 치안은 물론 시설이나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치안이 매우 열악해 선생님을 보호할 수 없는 게헨나나 제대로 된 공공시설이나 의식주가 갖춰지지 않은 아비도스가 낄 자리가 없는 것이다.
사실 이 중에서 가장 편한 학원은 트리니티가 맞을 것이다. 나도 나기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나기짱!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어! 고마워~!"
(후후... 제가 지금까지 유지해 온 트리니티의 힘이라면 선생님을 데려오는 건 당연한 이야기... 금방 결착이 났군요.)
하지만 그때 딴지를 건 학생이 한 명, 밀레니엄의 대표 하야세 유우카였다.
"아뇨, 트리니티가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은 핸드폰이나 단말기 해킹으로 위치를 파악당한 적이 있는데, 트리니티는 사이버 보안 대책이 미흡합니다!"
(그 해킹을 하는 게 유우카네 학원인데...)
떠오른 말을 하려고 했지만, 눈을 마주친 노아가 검지손가락을 들고 말하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했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범죄는 범죄이니 베리타스 아이들은 반성했으면 한다.
"게다가 시설에 대해 말하자면 트리니티보다 기술이 발달한 밀레니엄이 우위입니다. 유우카짱 말대로 환경은 저희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선생님?"
"어? 나?"
노아에게 너무 자연스럽게 질문을 받아 당황했지만, 실제로 사이버 문제를 해결할 힘이 트리니티에는 없을 것이다. 해킹이라도 당하면 트리니티에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점에서 밀레니엄의 환경이 더 적합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의 있습니다."
평소 광견이라고 불리는 자의 압박감 때문인지, 한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새롭게 이의를 제기한 학생은 발키리 경찰학원의 칸나였다.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은 빈말로도 운동신경이 뛰어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치안 유지 조직도 존재하지 않고요. 경찰학원인 발키리라면 호위부터 사이버 대책까지 폭넓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발키리 말고 다른 선택지가 존재할까요?"
그렇게 의견을 제시하는 칸나. 발키리 경찰학원인 만큼 무력은 물론 치안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와카모가 몇 번 탈주하기는 했지만)
베리타스가 시큐리티를 맡고 있기 때문에 방어 대책은 베리타스의 보증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총알 한 방에 죽어버리는 선생님에게 있어서는 명확히 안전장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학원이다.
확실히 안전 면에서는 발키리가 제일일 것이다.
"확실히 칸나라면 도청기나 몰래카메라도 알아차리겠네."
"......칭찬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선생님."
"서, 선생님?! 그건 밀레니엄 기술로 지키고 있는 거잖아요!"
"동시에 뚫는 것도 저희지만요~"
책상에 손을 얹고 몸을 숙이는 유우카. 아이러니하게도 밀레니엄의 장점을 경찰학원 발키리에 제공한 탓에 원시적인 무력과 현대적인 제어력 두 가지가 갖춰진 것이다. 자승자박의 상황에 유우카는 입술을 깨물며 노려보지만 칸나는 헛수고라는 듯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당신네 경찰학원은 일곱 죄수 중 하나인 코사카 와카모를 하루에도 몇 번이나 탈옥시킨 끝에 놓쳤다면서?"
그러나 옆에서 조용히, 그럼에도 격렬하게 압을 가하는 사람은 백귀야행 연합학원의 키류 키쿄. 아까부터 눈치챘지만 의자가 조금씩 가까워져서 지금은 나한테 기댈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왔다. 미묘하게 높아진 습도를 감지하는, 이것이 백화요란의 참모이다.
"그런 허접한 경비에게 선생님을 맡길 수는 없어. 선생님은 내가 맡아."
"잠깐만, 키쿄? 백귀야행 말하는 거지? 내가 누구의 것이 될 지 정하는 자리가 아니야."
"백귀야행 연합학원에는 수행부나 백화요란이 있어... 좀 그렇긴 하지만 음양부의 힘을 빌리면 대재앙조차 상정 내야. 백화요란이 부활한 지금이라면 사소한 분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리고 경찰학원같은 엄격한 곳에서는 선생님도 숨이 막히겠지. 백화요란이라면 많은 점포와 축제가 있어. 벚꽃축제라든지."
그렇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키쿄. 백귀야행에는 축제가 많은 만큼 문제도 많이 발생하지만, 그래도 대규모 축제가 열리는 것은 백화요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음양부의 인맥을 넓힐 수만 있다면, 이제껏 없었던 대재앙도 어쩌면 미연에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른 학원과는 다른, 대규모 축제의 분위기는 백귀야행에서밖에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죄송하지만 차례대로 의견을──"
"하지만 코사카 와카모는 백귀야행 학생이지."
점점 과열되어가는 회의실. 다음으로 입을 연 학생은 게헨나 학원 선도부장, 소라사키 히나였다.
그리고 히나는 손에 든 총을 키쿄에게 향한 뒤 발사했다.
탕...
키쿄는 손에 든 총으로 방어할 겨를도 없이, 냉정하고 침착한 그녀답지 않게 식은땀을 흘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 쪽으로 발사된 총알은 정확히 뒤쪽 창문으로 향했고, 뒤쪽에는 깨진 유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탄피 연기가 만연했다.
"......어머, 상당히 난폭하시네요, 게헨나 분은.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러셨나요?"
연기가 걷히자 깨진 유리창 파편과 함께 나타난 것은 일곱 죄수 중 하나, 코사카 와카모였다.
키쿄도 반응 못 할 정도의 총격을 쉽게 방어한 그 강함은 언제 봐도 놀라웠다.
"빗나갈 리가 없잖아. 당신이 선생 쪽으로 총알을 튕겨내지 않는 한."
"나쁜손이네요... 제가 선생님을 지켜보는 게 그렇게 부러우셨나요?"
"와, 와카모? 왜 여기 있어?!"
갑작스러운 손님에 당황했지만 따지고 보면 와카모도 코타마처럼 스토커에 속하니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스토킹 중이던 그녀에게는 나중에 제대로 훈계해야겠다. 그보다 총학생회의 벽을 쉽게 부수지 말아줬으면 한다... 또 일이 늘어나잖아.
"......"
아무래도 대답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키류 키쿄. 당신은 내 총을 포착하지도 못했지. 그 정도 실력으로는 선생님을 『재앙』에서 보호할 수 없어."
"나라면 지킬 수 있어. 선생님을 생명의 위기에서 지켜줄 수 있어. 그러니까 게헨나 학원... 조금 마음에 안 들지만 치안이 괜찮은 만마전이라면 안전도 나름 확보할 수 있어."
갑자기 나타난 와카모의 강함과 히나의 높은 전투 능력에 장내가 압도당했다. 히나는 이 키보토스 내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의 소유자이며, 그 거친 게헨나 학원을 거의 단신으로 제압하는 엄청난 책임감과 체력의 보유자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불가능하지만, 그녀 한 명의 거대한 존재감은 그 게헨나 학원, 그리고 일곱 죄수조차 벅차다.
선도부 아이들도 좋은 아이들(재미있는 아이들)뿐이고 거리감이 가까운 편에 속하므로 분명 서로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아비도스도 괜찮지 않아? 아저씨도 꽤 강한데~"
하지만 실력에 대해서라면 잊어서는 안 될 사람이 또 한 명 있는데, 아비도스 고등학교 소속의 타카나시 호시노이다.
"......타카나시 호시노. 당신은 확실히 강하지만, 당신에게 선생님의 책임을 맡길 수는 없어."
"나 혼자 말고 우리들이야. 게헨나는 치안이 나쁘고, 선생님이 살해당할 뻔한 적도 있었...지?"
""""?!?!?!""""
그 말에 각 학원 대표들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교사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흥신소68의 폭주도 있었고, 학생에게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이제 와서는 다 추억이지만.
하지만 그 말대로 게헨나의 치안은 키보토스 내에서도 제일 열악한 쪽에 가깝다. 호위 없이 게헨나 내를 돌아다니는 것은 총알 하나로 죽음에 이르는 나에게는 분쟁 지역을 맨몸으로 돌아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아로나의 배리어가 있다고는 해도 총알이 자신을 스치는 느낌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으..."
"게다가 선생님이 고문으로 처음 왔던 것도 우리 쪽이고, 선생도 아저씨나 우리 애들하고는 친하잖아?"
"뭐, 학생을 줄세우고 싶지는 않지만, 확실히 호시노네 아이들은 인상이 깊지."
아비도스 고등학교는 폐교 직전까지 몰렸지만, 대책위원회 모두의 힘을 합쳐 지금까지 존속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고 있다.
저쪽 세계의 시로코를 포함해 전투 능력도 낮지 않고, 과소 지역이라 해킹을 당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나도 보물찾기처럼 오파츠를 발견하는 것에는 마음이 끌렸다.
아비도스가 제 2의 고향같다는 사실은 이제 부정할 수 없었다.
"서, 선생님! 트리니티도 중요하지?! 나한테 공주님이라고 말해 줬잖아!"
"저도 선생님과 총학생회 탈환 작전을 함께했어요! 기억하시죠?!"
"그, 그때는 선생님에게 폐를 끼쳐서 미안... 죄송합니다!"
아비규환이다. 이제는 더 이상 회의가 아니라 각자의 불안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호시노와 관계성을 말해버린 내 책임도 있지만, 부추기지 말았으면 한다. 예민한 아이들이 많아서 이런 상황은 수습하기 힘들다.
"죄송하지만! 다들 진정해 주세요!"
소리치는 린짱. 원래는 트리니티부터 순서대로 발언하도록 해야 하는데, 어느새 다들 제멋대로 말하다 보니 이런 참사가 벌어졌다.
한숨을 내쉬며 안경을 고쳐 쓰는 린짱. 이렇게 개성 넘치는 학생들을 통제하려면 꽤나 인내심이 필요할 것 같다. 전 총학생회장도 그게 싫어서 떠난 거 아닐까? 솔직히 맞을 것 같다.
"아시다시피, 이 회의는 애초에 트리니와 밀레니엄 두 학원을 대상으로 하는 회의입니다. 게헨나는 위험 지역, 아비도스는 학원 규모, 발키리는 일곱 죄수를 수감하는 위험성, 그리고 백귀야행은 설립 취지 상 낮은 통솔력 문제로 이번 의제에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의제는 어디까지나 샬레의 사무실을 이전할 장소일 뿐, 샬레의 소속을 결정하는 자리가 결코 아닙니다. 당번 제도도 선생님이 원하신다면 지금처럼 다른 학원의 학생을 불러도 상관 없습니다."
그렇게 호흡을 끊지도 않고 모든 학생에게 연설하는 린 행정관. 트리니티와 밀레니엄 외의 학생들은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지만, 애초에 의제 대상이 아닌데 억지로 들어온 문제도 있어 쉽게 반론하지 못했다.
반대로 트리니티와 밀레니엄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트리니티와 밀레니엄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 같았다.
"......선생님, 트리니티 종합학원과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어느 학원으로 옮기시겠습니까?"
"으음..."
"선생님, 밀레니엄이겠죠?! 트리니티는 선생님이 살기에는 너무 고급지고, 저희 애들이 해킹할 가능성도 높아요!!"
"와카모랑 베리타스 애들은 나중에 벌이야."
"트리니티는 고급 점포만 있는 게 아니라 교내 축제도 활발히 열리고 있습니다. 정의실현부라면 선생님의 경호도 기꺼이 받아들일 겁니다."
"그치만 트리니티 종합학원은 물가가 비싸죠? 돈 관리에 허술한 선생님은 분명 식사도 오락도 만족스럽게 못 할 거에요."
"괜찮아 선생님! 나기짱 부자니까 비위 좀 맞추면 몇 백만 정도는 쾌척할 걸!"
"그건 내가 사양할게..."
빠직빠직 노려보는 두 학원. 이런 중요한 자리가 아니었다면 『나 때문에 싸우지 마~!』하고 가볍게 농담이라도 했을 텐데, 이렇게 큰일이 되어서는 농담도 못 하겠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결정할 수 있을 리도 없다. 선택받지 못한 학생들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기 린짱, 나 그냥 원래 사무실로..."
"안 돼요, 업무량을 줄이는 것도 겸하니까."
"아니, 내가 참을게..."
"불허합니다. 저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니까요."
"이제 와서?!"
트리니티와 밀레니엄... 내 선택은...
"저,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만."
그때 한 학생이 말을 꺼냈다.
"......뭐죠, 오가타 칸나 씨?"
"사흘."
"사흘동안 각자의 학원에서 일해보는 것은 어떤가요? 어디가 가장 잘 맞는지는 역시 선생님이 아니면 모르니까요."
칸나의 제안에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주어진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다른 학생들도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 아저씨도 찬성."
"사흘... 사흘만이라도 선생님이 있다면..."
"이견은 없어. 백귀야행이 최고라는 걸 당신에게 증명할게."
"그치만 사흘밖에 안 쓸 사무실을 준비해달라고 하는 건..."
"어차피 다들 진작에 준비했을 텐데요?"
"어? 정말로?"
엄지를 치켜세우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는 호시노.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듯 아래를 보는 칸나.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대체 다들 내가 오기를 얼마나 기대했던 걸까...
"......선생님, 만약 괜찮으시다면..."
"어, 다들 괜찮다면 나도..."
"그럼 결정이네. 맡겨줘, 선생님. 그 너구리도 협력하게 해서 최고의 직장 환경을 만들 테니까."
"으음~ 아저씨는 별로 자신은 없지만, 후회하고 싶지는 않아."
"......괜찮습니다. 트리니티의 전력을 다해서 대접하겠습니다."
"으... 곤란해졌어... 어떻게든 세미나 예산 내에서... 아니, 내 개인 계좌에서도 좀 쓰면..."
"......아무데도 가지 말라고 했을 텐데.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백귀야행에 오도록 할 테니까..."
"발키리에 부족한 건 활기... 선생님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장소가 되려면..."
살았...나?
칸나의 제안으로 구사일생한 나. 형기가 미뤄졌을 뿐인 것 같기도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나저나 익명의 아이, 악의는 없었을지 몰라도 굉장한 사태가 되어버렸어...
~~~~~~~~~~
여하튼 이것으로 대충 결론은 난 듯 했다. 그런 생각으로 린짱에게 회의를 끝내자고 재촉했다. 솔직히 이 분위기에 더 있으면 위염에 걸릴 것 같다.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인 린짱이 헛기침을 하고──
"그럼 백귀야행 연합학원이 처음 시작하겠어."
""""......""""
"트리니티가 책임지고 선생님을 초대하겠습니다."
"아뇨, 밀레니엄이 제일 먼저 선생님을 모실게요."
"제가 발언했으니 발키리부터 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아비도스는 시로코가 바로 태워줄 수 있다구? 가자, 선생."
"재액의 여우도 있었으니 지금부터 내가 호위할게. 선생님, 와 줄 거지...?"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이렇게 또 다시 나를(?) 둘러싸고 싸움이 발발한 것이다.
그래도 발키리 얘기할때 위로는 (전)방위실장의 준 사조직 취급받고 옆으로는 카이저에 잠식된 끝에
최종장 시점에선 아예 그쪽 학생으로 변장한 카이저 용병들이 대놓고 돌아다닐 정도 아니었냐고까진 안 하네 ㅋㅋㅋ
그래도 발키리 얘기할때 위로는 (전)방위실장의 준 사조직 취급받고 옆으로는 카이저에 잠식된 끝에
최종장 시점에선 아예 그쪽 학생으로 변장한 카이저 용병들이 대놓고 돌아다닐 정도 아니었냐고까진 안 하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