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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태를 보고... 5년만에 로그인 했습니다 (장문주의)


안녕하세요, 5년만에 로그인을 했습니다. 사실 지난 5년동안 오유에 많은 실망을 하고 로그인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눈팅은 계속 해왔던 것 같아요. 

5년전에 마지막으로 로그인 했던 기억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으로 보고 한탄하기 위해서 였던 걸로 기억해요. 그날 저는 학생이었고, 많은 술을 마셨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대학생 때 항상 오유를 해왔어요. 시기 상 MB정권이네요. 오유에 빠졌던 이유는 서로를 존중하고 약자에 관대하며 강자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모습이었어요. 오유가 특정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커뮤니티 사이트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법이니깐요. 하지만 오유가 특별했던 것은 정치성향을 뛰어 넘어 잘못된 것을 비판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이더라도 올바른 것은 칭찬할 수 있었어요. 

그 매력에 끌려 오유를 시작했고, MB정권을 보면서 함께 눈물을 흘렸고 기업에 취직하는 것보다 좀 더 사회와 시민들을 위한 직업을 가지고 싶었어요. 원래 경영학 전공이었지만 전공을 바꾸기도 했고요. 

5년이 지난 지금, 세상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직업이 됐어요. 말 그대로 '맞아도 싼' 직업이죠. 대충 아실거에요. 제가 몸 담았던 오유에서조차 미움받는 직업이지만 그래도 자신 있었어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덜 때뭍을 수 있는 사회부에서 만 4년 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칭찬받을 짓은 못해도 적어도 욕을 먹을만한 행동을 하진 않았어요. 항상 '적폐' 딱지를 달고 다니는 집단이지만, 인정해요. 그 동안 너무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던 것. 저 말고도 상당수의 선후배들은 인정하고 있어요. 젊은 선후배 사이에서는 "우리부터 고쳐나가자"며 노력하고 있어요. 믿기지 않겠지만 네...사실이에요. 아직은 부족하죠. 언론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 공감합니다. 

원래 제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닌데 지금의 제가 있기 까지 오유의 긍정적인 영향이 컸던 지라 조금 길게 이야기 했어요.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면 언제부터인가, 오유를 보면 제가 알고 있던 오유가 아닌 것 같아요.

앞서 언급했듯, 과거 오유는 서로를 존중하고 진영을 넘나들어 잘못된 것을 비판할 줄 알았죠. 비판 역시 합당해서 대부분 수긍할 수 있었어요. 불쾌하기는 커녕 오히려 고마웠습니다. 스스로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최근 글을 보면 특정 게시판을 중심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는 실종되고 '내 생각을 따르지 않으면 적폐다'라는 풍조가 강해진 것 같아요. 많이 속상했습니다. 혼자 술도 많이 마셨죠. 믿는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기분이랄까. 과거에는 합리적인 비판이었다면, 지금은 그저 감정에 앞세워 공격하는 느낌이에요.

사실 일베나 태극기 할배들 한테 면전에 쌍욕을 먹고 폭행 직전까지 가도 여유가 있었어요. 지난 최순실 국정농단부터 박근혜 탄핵까지 전 정권을 비판하는 기사 정말 많이 썼거든요. 그래서 태극기 할배들이 저를 만나면 죽이려고 했어요. 사실이에요. 그 때만 해도 흔들리지 않았는데, 요즘 오유로부터 '적폐 기자'로 낙인 찍힌 느낌은 서글프더라고요..

다행이랄까 최근 자유게시판을 중심으로 자정의 노력을 하는 유저들을 보면서 희망이 생긴다랄까요. 덕분에 로그인하게 됐습니다. 역시 잘못된 것을 고치고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상대를 공격하고 제거하는게 아니라 합당하게 비판하고 잘한것을 칭찬해 서로 '화합'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게 문재인 대통령님이 말한 '화합의 가치'라고 믿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을 지지해도 모든 정책에 찬성을 할 수 없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에요. 개인의 생각과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집단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항상 같을 수는 없거든요. 의사 중에서도 문재인 대통령님을 지지한다해도 '문재인 케어'에는 반대할 수 있어요. 문재인 대통령님 지지자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에요. 수 백, 수 천만명의 사람들이 한가지의 입장을 고수할 수는 없어요. 서로 다른 부분을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더 공익적으로 결정하는게 맞다고 봐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이다', 이 말을 참 좋아해요. 깨시민은 오늘날 살고 있는 대중들이라고 믿어요. 그럼 민주주의는 무엇이냐. 사전적으로 정의할게요. 

민주주의는 상대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수용하면서 타협과 화합을 제도화 한 이념이에요. 생각이 다른 이들을 배척하고 하나의 가치로 똘똘 뭉치는 파시즘은 100년전 패망하면서 실패를 입증했죠.  

마지막으로 오유만큼은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고 화합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최근 자정의 노력을 하는 유저분들 응원합니다.





(혹시 질문이 있으시면 댓글로 받겠습니다)
댓글
  • 거대한까마귀 2017/12/19 20:07

    일단 베스트로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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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변태 2017/12/19 20:09

    질문이 없겠죠.
    안타깝게도 그들은 의문이 없거든요
    단지 본인들의 입장을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러는거니까요.
    장문이지만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일만 있길 바랄게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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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르미 2017/12/19 20:11

    2// 추운날 항상 건강하세요 :)
    저 역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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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래날개 2017/12/19 20:14

    정성글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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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요미 2017/12/19 20:24

    오... 간만에 진정성있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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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르미 2017/12/19 20:28

    4,5/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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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빛여행자 2017/12/20 07:56

    탈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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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하른푸 2017/12/20 08:07

    '장문주의'는 읽어도 무얼 말하는지 모르게  길게 썼을때 붙여야죠.
    배려와 인정이라는 당연한 가치에 대해 배려를 담아 쓰신 진심이 담긴 글에 지지를 보냅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배려와 인정의 여유조차 내비치는 것을 막아버린 지난 10년간의 기득권자들의 비인간적이고 처참한 농간과, 그것에 트라우마가 생겨버린 우리들의 모습이 많이 아프네요.
    그래도 견디고 극복하고 이겨냅시다.
    정의가 항상 이기지 못해도, 아니 경험만으로는 패배할 때가 더 많았어도
    우리가 정의의 편에 서는 것은 이길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리하지 않고서는 '내가' 견딜 수 없어서가 아닐까요.
    작성자님 하시는 일에서도 작은 곳에서부터 옳음이 구현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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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똥 2017/12/20 08:16

    글 내용에는 공감합니다.
    다만 이런 비아냥과 조롱만 가득한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가 의문점이 생깁니다.
    그런 행동이 싫다면서 똑같이 때론 더한 행동을 서슴없이 지독하게 하고 있는 지금 상황이 우스울 따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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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가한마음 2017/12/20 08:22

    소수인 이명박 지지자가 약자라면 그 약자는 처벌하고 싶네요. 소수의 자유한국당 지지자가 약자라면 그 약자자가 설치는 꼴 보기 싫구요.
    소수의 이명박지지 알바는 똥물에 빠뜨려서 죽여도 당연하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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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가한마음 2017/12/20 08:23

    이런 식으로 약자의 탈을 쓰면 알바가 설치기 딱 좋은 오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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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냥더쿠 2017/12/20 08:23

    음 기자내부에서도 목소리를 냈다면 지금처럼 서글픈일은 없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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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퀄리브리엄 2017/12/20 08:25

    비슷한 이유로 오유를 잘안들어왔는데요.
    회의적이지만 애초에 오유라는 사이트에  정의롭고 화합 존중 이런 개념을 대입하면 안된다고 봐요
    다른 커뮤도 마찬가지겠지만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듯 완전하게 평등할 수 없어요. 주류 시각이 있고 소수는 비공받으며 묵살되고 심지어 배척당하는.
    하지만 전 이런방식도 그의 연장선이라 보이고 권력다툼으로 밖에 보이지 않네요.
    지금 이렇게 도배하는분들이 추구하는 그가치.배척하지않고 중립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까? 싫으면 떠나면 돼요.승리하게 되면 달라질까요? 똑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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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ngsonge 2017/12/20 08:33

    그대가 의사라서 문케어가 잘못된 정책인줄 알았죠? 다른 부문도 다 마찬가집니다. 에너지 주택 안보 경제 어느것 하나 제대로된 정책이 아무것도 없어요. 의료 정책은 엉망이지만 다른 부문 정책은 괜찮아보여서 지지해라고 말하신다면 다른 부문 정책 전문가들이 말하는 문재인 정부 비판에도 귀기울이셨으면 하네요. 의료쪽은 워낙 기본페이도 세고 해서 잘 못느끼실 수도 있지만 지방은 지금 비명을 지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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