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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눈치가 없어서 소소한 사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괴롭힌 썰)

눈치가 없어서 사이다 제조하신 청원경찰분의 글을 보니,
저도 눈치없던 옛날 얘기가 생각이 나네요.
(뭐 지금도 눈치는 없습니다만)

한참 초등학교 다닐때였는데,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바뀐지 3,4 년정도 지났을 때였죠.)
어릴때도 나름 앞장서서 나대는 걸 좋아하고,
말도 아이치곤 제법 유창하게 잘했었습니다.
 
반에서 반장을 뽑는데,
저는 반장, 조장, 팀장, 회장 등등 완장 차는걸 참 좋아하던 저는 언제나 손을 번쩍 들었고,
선거유세(?) 할때도 유창한 말빨로 언제나 한자리씩 차지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잖아요..
초등학교 반장 부반장은 지가 하고싶어서 하기 보다는,
엄마 치맛바람 쎈 애들이 많이 하는거요.
왜 학기초에 막 피자 돌리고, 햄버거 돌리고 뭐 그런 애들이 되고,
그런 엄마들이 지속적으로 학교에 계속 와서 이거저거 주시곤 하니까
선생님도 사실 그런 친구들이 반장 부반장 하는게 좋았겠죠.
 
그런데 어쩌나?
뜬금없이 제가 반장이 되버렸네요?
문제는, 우리 어머니께서는 학교에 오시는걸 별로 안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항상 제가 학교에서 한자리씩 맡아서 오면 한숨부터 내쉬었다고... ㄷㄷㄷ
 
아무튼 제가 반장이 되고,
어머니는 뭐 아무것도 안하고 계시다가
보다못한 부반장 어머니께서 어머니회(?)를 소집(?)한 뒤에야 학교에 한번 오셨습니다.
그리곤 두번다시 학교를 오지 않으셨고,
부반장 어머니께서 마치 반장 어머니인양 어머니회(?)를 진두지휘해서 스승의날 선물도 사고,
학교 행사있으면 뭐 가져다 바치고.. 뭐 그러셨답니다.
물론 저는 그런건 전혀 몰랐죠. 애가 뭘 알겠습니까.
완장도 찼겠다 기분도 좋게 친구들이랑 열심히 놀았죠.
 
아.. 서론이 길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배경설정이였고 이제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그런 제가(저희 어머니가) 좀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 봅니다.
선생님이 저를 나름대로 괴롭히기 시작했죠.
뭐 인터넷에 흔히 나오는 뭐 애를 때리고 벌주고 그런건 아니였어요.
저는 인생살아오면서 인터넷에서 보는 그런 나쁜사람들은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평화로운 삶이였죠.
 
아무튼 선생님이 저를 괴롭히는 방법은,
수업시간에 자주 질문 몰아주기.
환경미화 몰아주기.
우유급식담당 따로 안두고 저한테 시키기.
각종 심부름 몰아주기 및 매일 청소감독시켜서(반장이니까) 늦게 보내기.
(남자가 더 많았던 학급이라) 남-남 짝지어 앉히기.
운동회때 짝지어서 신랑각시 춤추는게 있는데,
(학급인원이 홀수라) 다른반에 보내서 낯선(?)애들과 운동회 준비, 행사 보내게 하기.
뭐 이런 티는 별로 안나고 소소한 것들 정도였죠.
 
아직 질풍노도의 반항기에 접어들기엔 어린 아이인지라,
매일 학교 끝나고 집에가면 어머니께 오늘 이런일 이런일이 있었다 하고
미주알 고주알 다 보고드리던 시기였는데,
어머니께서는 제 얘기를 들으면서 복장이 뒤집혔다고 하시더라구요.
 
키가 제일 작거나 큰것도 아니였고, 번호가 제일 앞번이나 뒷번이였던것도 아니였는데,
각종 뭐 인원자르거나 튕겨나가거나 하는건 전부 제 몫이였다고..
말은 '반장이 솔선수범을' 이라는 명목이였지만,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더랍니다.
그래서 진짜 어머니 자신의 신념을 깨고 촌지를 가지고 학교에 가야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셨다는데..
그래도 끝까지 학교에 안오셨던건,
 
"엄마~! 오늘 선생님이 이거이거 물어봤는데 내가 요래요래 대답해서 애들이 와! 했어!"
"엄마~! 오늘 수업끝나고 교실 뒤에 꾸미는데 내가 이것도 만들고 저것도 만들고!"
"엄마엄마! 애들이 우유 안먹는 애들이 많아서 내가 가져왔어! 학교에서도 3개나 먹었다!"
(우유 겁나 좋아함)
"엄마! 오늘 청소하는데 OO이가 내 말을 안들어서 내가 이렇게 저렇게 혼내줬어!"
"엄마~! 내 짝지 철수는 너무 잘생긴것 같아(숨겨왔던 나의..?)"
"엄마아~! 내가 이번 운동회에서 우리반에서 제일 잘하니까, 대표로 다른반에 갔는데,
 거기서 새로운 친구도 만나고, 그반 선생님도 막 막 잘해주고! 이거도 해주고 저거도 해주고 (아마 불쌍해서..?)"
 
애가 분명히 선생님한테 괴롭힘을 받고 있는것 같은데,
너무 해맑게 모든 고난과 시련을 즐기고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좀 더 지켜보다가 애가 힘들어하는 티가 조금이라도 나면 촌지들고 가려고 했는데,
1년을 어떻게 한번을 얼굴한번 안찌푸리고 학교를 다니더라고..
 
사실 저는 소소한건 잘 기억이 안나는데 (다 어머니께 들은 얘기..)
다른반에서 운동회 준비를 했던건 기억이 나더라구요.
아 물론 나쁜 기억이 아니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던
즐겁고 행복한 기억입니다.
 
뭐 오유에서 자주 보는 악을 응징하거나 퇴치하는 사이다는 아니지만,
그냥 절대방어로 데미지 받지 않고
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촌지를 주지않고!?)
제풀에 지치게 만들었다는 것도 (아마 뭐 이런애가 있지.. 하면서 1년이 끝날무렵에는 포기하지 않으셨을까요?)
일종의 사이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릴때부터 엄청난 탱킹능력을 가지고 있던걸 봐선 역시 훌륭한 한마리 오유징어가 될 운명이였..
 
 
 
 
 
 
 
댓글
  • 댓망의요정 2017/12/17 00:14

    엄마 : 내가 곰탱이를 낳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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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의노래 2017/12/17 00:15

    아.. 눈치가 있었다면 작성자 님을 흠모 하다가도 그저 스쳐 지나간 여성 분들 중에 한 분 정도는..(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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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수자리 2017/12/17 07:58

    타고난 탱커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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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shgal 2017/12/17 09:20

    분명 사이다글인데
    사이다같은데
    선생쪽에만 눈치가 없었던게 아니고 여자분들한테도 눈치가 없었던거같은데...
    다읽고 생각해보니 갑자기 고구마 열개먹은 느낌 ㅜㅅ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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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킵비트 2017/12/17 09:31

    우유3개 갖고온거 부럽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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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ㄹ버트ㅅㅌ 2017/12/17 09:34

    나도 나름 탱커였는데
    딜이 너무 셌음
    수업시간에 자세 고쳐 앉느라
    의자 당겨앉았다고
    끌려나와서 뺨따구 후려쳐맞고 날라갔음
    초등학교 4학년때
    결국 친구 엄마한테 그 얘기 듯고
    우리 어머니가 촌지 상납했음
    일다니시면 힘들게 번돈으로..
    그후로 겁나 자상하게 대해줌
    그렇게 1학기 마칠대쯤 담임선생이 바꼈음
    비리가 하도 많아서 학교차원에서
    감당이 안됐나봄
    1학기후반쯤에 선생이 전근가서 바뀐경험은 그때 처음
    암튼 학기중에 갑자기 선생이 바뀐다니까
    반 애들이 선생님 가지 말라며 울었지
    난 속으로 "악당같은놈인데 왜울지?"이러면서
    우는 시늉함ㅋ
    여자애들 무릎에 앉혀놓고
    가슴도 주무렀던 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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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ucky 2017/12/17 09:49

    이건뭐 때리지만 않았지 더 괴롭혔네...  그래도 님 좀 멋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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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 2017/12/17 10:29

    여전히 눈치도 없고 여친도 없네요.
    ㅠㅠ 하늘고 울도 땅도 울고 오징어들도 울고 작성자 어머님도 울었다 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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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레라니아 2017/12/17 10:29

    눈치 없는 게 제일 좋은거군요 ㅠㅠ
    눈치가 빠른데다 소심한 저는 엉엉 울었을지도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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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cuderia 2017/12/17 10:36

    이런 사람이 눈치까지 갖추면 체력무한 폭딜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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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프티콘 2017/12/17 10:50

    뭣같은 선생면허 취득자들은
    그시절에도 지금도 내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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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카이알라 2017/12/17 11:06

    학창시절이 좋지않은 기억이 아니라서 다행이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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