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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우연이 선택한 비극, 공유되지 않은 불행..영화 "미스틱 리버"를 보고...(스포 포함 장문)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2003년 문제작,
"미스틱 리버 (Mystic River)"를 십여년 만에
다시 보았습니다.
미국의 사회파 추리소설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2001년작,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미스틱 리버'는
미국 메사츠세츠주에 실재하는 강 이름입니다.
200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남우주연상(숀 펜), 남우조연상(팀 로빈스) 수상을
이루어낸 명작입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나중에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더 좋았습니다.
소설은 700페이지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하네요.
제 자신은 좋은 영화의 기준을,
'글을 써서 붙잡아두고 싶은 영화'라고 규정하는데,
이 영화는 관람 후 감정의 여진이 너무 커서
리뷰를 쓰고 싶음에도 쓰기 쉽지 않은,
그런 부류의 영화입니다.
글을 쓰면서 다시 그 감정들을 되새김질하는 것이
참 버겁지만, 그래도 쓰겠습니다.
지미(숀 펜), 숀(케빈 베이컨), 데이브(팀 로빈스),
세 친구의 어린 시절 한 시점에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보스턴 한적한 동네에서 마르지 않은 시멘트에
각자 자신의 이름을 새기면서 놀고 있던 그들에게
경찰을 사칭한 아동성추행범들이 접근해 옵니다.
셋 중 하필이면 데이브를 납치해가고
지미와 숀은 그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보죠.
며칠 후 데이브가 기적적으로 탈출하고
시간은 미스틱 리버를 따라 25년을 흐릅니다.
성인이 된 그들의 모습은
25년 전 그 사건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
데이브는 가정은 꾸렸지만 무력한 루저가 되어
여전히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도피하고,
보스 기질이 넘치는 지미는 수퍼마켓을 운영하며
지역의 유지로 생존의 먹이사슬에서
포식자의 위치를 점합니다.
숀은 강력계 형사가 되었지만 이혼의 아픔을 겪었죠.
셋의 관계는 유년기 사건 이후로 단절되어있고
문제의 사건은 말없는 강물처럼 함구됩니다.
어느 날 지미의 딸이 살해당하는 범죄가 벌어지면서
셋은 다시 운명의 격랑 속으로 얽혀서 빠져들고
이제 세 친구의 관계는
비극적인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세 친구의 삶과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25년 전 그 사건에서의 우연적인 선택이었죠.
범인들이 차에 태워 간 것이 데이브였다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미와 숀이 불행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들 역시 불행의 그늘에서 벗어나지는 못하죠.
숀이 지미에게 말했듯
그들 역시 그 날 그 차에 타고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둘의 불행은 손쉽게 합리화되고
데이브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됩니다.
즉, 데이브의 불행은
지미와 숀에게 결코 온전히 공유되지 않습니다.
더 무서운 건 데이브의 아내와 아들마저
남편과 아버지의 트라우마에 전염이 된 채
움츠러들고 불안해하며 두려움에 떤다는 점이죠.
개인의 불행이 그렇게
가족 전체에게로 전이되는 극의 전개는
한편 서늘하고 한편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반대로 지미의 아내는 남편의 권력을 등에 업고
지미를 조종하며 비극을 주도합니다.
데이브의 아내, 셀레스트 역은,
2007년 또 다른 수작인 "미스트"에서
민폐역으로 유명한 카모디 부인을 연기했던
'마샤 게이 하든'이 맡아서 열연합니다.
이 영화는
운명과 우연이 갈라놓은 우정이라는 주제에서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걸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지미 아들의 세례식과 비참한 사건이
교차 편집되어 보여진다는 점에서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를
각각 연상시킵니다.
연상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의도하고 있죠.
따라서 세 작품은 결국,
미국이라는 한 국가의 성장과 번영 이면에 감춰진
개인적, 가족적 고독과 붕괴라는 연결고리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작품은 세 주연배우의 연기력을 통해
명작으로서 탄생합니다.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숀 펜'의 연기는
수상의 충분한 자격을 증명했지만,
'팀 로빈스'의 퍼포먼스 역시 놀랍습니다.
그 큰 체격에 구부정하게 주눅이 잔뜩 들어
걷고 말하며 스스로를 소외시키다가
쌓이고 쌓였을 분노를 체념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바라보는 사람들에게까지
그 고통을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연기의 달인인 두 배우 사이에서,
그것도 그 둘 사이 균형을 잡는 역할을 부여받은
'케빈 베이컨'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합니다.
특히, 전설적인 문제의,
손가락총으로 지미를 겨냥하는 씬에서의
함축과 절제의 내공은 다시 보아도 기막히네요.
감독은 오프닝씬에서부터 수시로 부감을 이용합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의 세상과 인물들을
관조하는 부감은,
인간의 비극에 무심하게 침묵하며 흐르는 강과 함께
영화를 완성합니다.
쓸쓸하고 처연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온기를 남김으로써
특유의 휴머니즘을 작품 속에 담아둠을 잊지 않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미스틱 리버"에서만큼은
온기를 완전히 거둔 채
관객들을 비극의 자장 속으로 빨아들입니다.
쓰디 쓴 술이라도 두어 잔 삼키지 않고서는
이 아리고 씁쓸한 슬픔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나는 너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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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X1user | 2017/12/11 04:59 | 4707
- 가즈아~~~!!!! [1]
- 카메라처분 | 2017/12/11 04:55 | 2095
아직 못 본 영화인데 리뷰를 읽고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 추천드립니다.
NEVERMIND// 꼭 보셔야할 작품이고 자신있게 권해드립니다. 추천, 칭찬 고맙습니다.
소설도 있군요.. 몰랐습니다..
영화를 보고 소설을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송중기// 소설은 두 권인데 좀 길죠. 밀도에 있어 영화가 더 치밀하답니다. 많이 춥네요. 건강 챙기시면서 한 주 잘 시작하세요, 중기님...^^
강물에 어른어른 거리는 미묘한 통증이 느껴지죠. 글 잘 읽었습니다
haruhana// 표현 적절하고 좋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정말 재밌게 본 영화입니다 글보니 다시 한번 더 보는 느낌이네요
이면수//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영화죠. 기분좋은 칭찬 고맙습니다.
리뷰가 생생해서 한번 봐야겠다란 생각이 들 정도네요.
Yellowrain//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하면서 내용과 감상을 전달하려고 노력은 했지만...직접 영화를 체험하실 때 느껴지는 먹먹함과 울림은 실로 엄청날 겁니다.
이 영화 진짜 슬픕니다ㅜ
나행복// 맞습니다. 슬픈데, 그냥 슬픈게 아니라 수십가지 감정이 얹어지고 더해져 슬프죠.ㅠㅠ
우울함 때문에 다시 보기 싫은 영화였는데 이 글 보니까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숀펜 와이프가 아주 무서운 여자라는 기억이 남네요.
글리세린// 맞습니다. 얄밉고 못됐죠. 위에 썼듯이 사실상 비극을 주도하는 인물입니다.
이 글을 보니 꼭 한번 보고 싶은 맘이 들게 하네요. 조만간 꼭 봐야겠습니다.
조중동마약// 제 글로 인해 누군가가 명작과 만날 수 있다면...그건 큰 기쁨입니다. 좋은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너무 좋은 영화죠.
생각난김에 책을 빌려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beergeek// 책도 훌륭합니다. 그야말로 술술 읽혔던 기억이 나네요. 상,하 두 권이구요.
저는 용서받지 못한 자보다 심드렁하게 봤는데, 이 리뷰보고 반성합니다.
다시 각잡고 한번 더 감상해야겠습니다.
의외로 미국의 이라크전쟁을 비판한 영화라는 평도 있지요. 이스트우드야 말로 진정한 보수주의자가 아닐지
저도 한번 보고 싶어지네요...
이영화 보고나면 가슴이 너무 아리죠
덤벼라레기// 동림옹 광팬으로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용서받지못한 자와 밀리언달러 베이비랍니다. 두 작품보다 더 낫지는 않지만 충분히 훌륭한 명작이죠. 반성하실 일은 없습니다.^^;;
엔켈라두스// 동림옹에 대한 정치적 비판도 꽤 있지만, 보수주의자인 동시에 리버럴리스트이죠.
Vajra// 한 번 보세요. 투자한 두 시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대리보이// 아리고 먹먹하고 불쌍하고 슬프고 화나고 안타깝고 쓸쓸하고...수십가지 감정이 밀려오죠.ㅠㅠ
하...미스틱리버라니...너무나도 반가운 영화네요
이 영화에 대해선 진짜 너무나도 할 말이 소소하게 많아서요..ㅋㅋ
이 영화를 여자사람과 처음 접했는데..보고 나서 막 서로 논쟁아닌 논쟁이 붙었다는..
신기하게 미스틱리버는 너무나도 잼나고 우울하게 봤는데도... 보고 난 후 금방 잘 까먹음..
작년 말인가에도 함 다시 봤나했거든요..
이 글때문에 이번 주 가기 전에 꼭 다시봐야겠습니다..포스터 정말 느낌좋네요
마지막 숀펜 아내였나...막 계단에 앉아서 허무하게 바라보던..미스트에 나왔던 배우였군요
암튼 매번 좋은 영화...그리고 기억속에서 사라졌던 영화 다시 끄집어내주어서 넘 감사하네요!!!
안녕요정// 논쟁이 붙을만한 성격의 영화죠.^^; 숀펜 말고 팀로빈스 아내 역이 미스트 민폐녀입니다. ㅎㅎ 날씨 많이 춥습니다. 건강 관리 잘하세요, 요정님...^^
혁명전야//아..팀로빈스 아내였군요 ㅎㅎ
숀펜이 팀로빈스를 어케하나
암튼 저에겐 요상한 영화임.
볼땐 엄청 잼있게보고 왓차평점도 다섯개줬음에도 잘 까먹는 영화임 ㅋㅋ
이 아내에 대한 태도였나 이것과 암튼 여러가지로 이여기했던 아련한 추억이 ㅋㅋ
자꾸 까먹는 누를 더이상 범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 볼 준비 다 마쳤습니다^^
다시 새로운 영화 첨 본다는 생각으로 초집중해서 볼려고요
암튼 좋은 영화 다시 상기시켜주셔서 또 한번 넘 감사드려요!!
날씨 넘 춥네요. 혁명님 글고 모든 댓다신 불패너님들도 건강 유의하셔요!!!
안녕요정// 개인의 불행과 가족의 불행 사이의 악순환,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제죠. 즐감하세요, 요정님~~~^^
어제 바로 봤네요..
첫장면 시작하자마자 아~~이 영화였구나 하면서 잊었던 기억들이 그래도 하나하나씩 다 되살아났습니다
초반장면의 충격을 잊을 수 없었거든요..
영화라는게 저번에도 적었던거 같은데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다시볼때 그당시 캐치해내지 못햇던것을 찾아내는 것도 기분좋은 일이네요
그당시 같이 본 여인네랑 뭘로 막 말을 했는지도 다 생각나더라구요
숀펜 그리고 로빈스의 아내 케빈형사 이 세명을 집중적으로 막 욕했던거같아요 ㅋㅋ
특히 형사를 젤 많이 욕했던거같아요...
다시 보니 그당시 숀펜의 아내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했네요.
아무래도 서로 나름 어렸을때라...ㅋㅋㅋㅋ
또한 데니스 루헤인이란 사람도 전혀 몰랐구요..전혀 소설은 안읽었던 시기라...^^
올해 데니스의 책은 운명의 날 딱 한권 읽었지만 소설속의 풍기는 이미지가 미스틱리버에서도 웬지 풍기는거같아요...특히 야구이야기..ㅎㅎ
미스틱 리버 소설도 엄청 땡깁니다..
운명의 날도 상하로 되어있었는데...책에선 어린 시절의 모습들이 더 많이 나와있을거같아 궁금해지네요
암튼 개인의 불행과 가족의 불행사이의 악순환...ㅠㅠㅠ 너무나도 공감하네요
또한 마지막 장면에선 정말 대부(올해 본영화 ㅎㅎ)도 많이 겹치네요
그당시 여인네에겐 마지막 장면은 헬스키친이란 영화 비슷하다고 알려준 담에 또 헬스키친도 같이 봤던 격이 생생하게 납니다...
여인네가 숀펜 멋있다고 ㅎㅎ
어린 시절 이름을 끝까지 못새긴 어린 로빈스의 모습이 계속 떠오릅니다..ㅠㅠㅠ
암튼 이번 기회를 통해서 미스틱 리버란 영화는 절대 이제 안잊어먹을거같아요..
좋은 영화 다시 한번 되살려주어서 넘 감사드려요!!
안녕요정// 의미있게 감상하셨다니 제가 더 기분좋고 보람됩니다.^^ 기득권을 지키려 발버둥치면서 데이브를 나락으로 몰아넣는, 숀펜의 아내(로라 리니)를 악의 축으로 볼수도 있을것 같습니다..다 쓰지 못한 자신의 이름은 참 아리고 슬픈 복선이었네요.. 데니스 루헤인의 원작에서는 숀펜 아들 세례식에서 조금 늘어지는 단점이 있더군요. '운명의 날은 못 읽었고 '리브 바이 나잇(밤에 살다)'는 읽었는데 매우 좋았습니다. 사회적 추리소설이란 장르에서만큼은 분명 입지를 굳힌 작가같더군요.
안녕요정// 이제 3주도 남지않은 2017년 행복하게 마무리하세요, 요정님~^^
혁명전야// 와..정말 댓글마저도너무나 잘 읽었습니다
숀펜아내 못적은거 같아서 다시적을라했거든요
맞아요...
지금 다시보니 손펜아내 욕을 젤 많이하고있는 저 자신을 보게되네요 ㅋㅋㅋ
그쵸...넘 슬픈 복선이더라구요.
운명의 날 읽게된 이유가 리브바이 나이트라는 벤애플렉 출연소식때문이었거든요..
리브바이 나이트가 2부라하더라구요 운명의 날이 1부구요
근데 리브바이는 영화 완전망했다구해서..ㅠㅠ
벤 애플렉도 엄청 좋아하거든요...
리브바이나이트도 읽는다 읽는다했는데 이렇게 시간이..
넵..혁명님도 올 한해 마무리 정말 잘 하서요!!
소설 경우는 케빈 베이컨이 숀펜을 보고 주시하고 있겠다는 듯 손가락총을 겨누는 장면 대신 지미를 잡겠다,어쩌구저쩌구...이런 장면이었는데...
영화 먼저 보고 이 장면을 보니, 동림옹이 얼마나 훌륭한 각색을 했는지 실감이 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