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추첨 후기 ㅠ .jpg

조추첨 결과에 정신을 못 차리다가 이제야 후기 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왠지 저 때문에 강한 조에 걸린 것같은 느낌이.. 

1. 조추첨 당시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B조의 톱시드국이 상당히 궁금했을겁니다. 제발 독일, 브라질이 아니기를 빌었을테죠. A조 2위로 가면 16강에서 만나야하니까요. 포르투갈이 나왔습니다. 러시아의 기분이 괜찮습니다. C,D조의 톱시드국도 궁금했을겁니다. 혹시 8강 간다면 만날 수 있으니까요.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나왔습니다. 폴란드가 없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최악은 아닙니다.

떨리는 2포트 A조 추첨에서 우루과이가 나왔습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근데 B조에서 스페인이 나왔습니다. 포르투갈이야 표정이 어두워지는게 당연한데, 러시아 관계자의 표정도 일그러지는게 화면에 잡혔습니다. 왜인지 아시겠죠? 16강 상대로 스페인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걸 포착하는게 조추첨의 묘미죠. 이집트, 사우디가 A조에 자리잡았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만족스런 조편성입니다. 개막전이 약체 사우디라 부담도 크지 않습니다.

브라질, 독일이 E, F조에 자리잡았습니다. 두 팀 중 한 팀이 조 2위로 떨어지면 16강에서 붙을 수도 있게 됐습니다만 그런 경우는 잘 없으니 둘 다 조 1위로 올라간다면 결승에 가야만 만날 수 있습니다. 어쨌든 한국은 저 두 조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근데 저는 이 때부터 왠지 한국이 E, F 조 중 하나에 들어갈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ㅠ 폴란드가 H조에 들어갔습니다. H조가 벌써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스페인이 B조, 멕시코가 F조로 갔습니다. B,F는 가면 안 되는 조가 됐습니다. 스페인은 B2에 자리잡아서 포르투갈, 스페인이 첫 경기에서 맞붙습니다. 세 번째 경기는 팀 상황에 따라 눈치보는 게임이 될 수 있어서 재미가 없는데 첫 경기에 걸려서 제대로 빅매치가 됐습니다. 콜롬비아가 H조로 갔습니다. H조에는 꿀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근데 이란이 B조로 갔네요. 3포트의 이점이 사라졌습니다. 케이로스 감독의 표정이 의미심장합니다.

그리고 F조에 스웨덴이 들어갔네요. F조는 절대 안 됩니다. D조도 힘들어보입니다. 아르헨티나에 유럽 두 팀이니까요. 3포트까지 추첨하고 나서 보니 다행히 B조에는 한국이 들어갈 일이 없습니다. A, H가 좋아보입니다. 가만히 보니 세르비아는 A, E, H 조에만 들어갈 수 있네요. E에 들어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고, 실제로 E조에 들어갔습니다.

개막전 자리에는 사우디가 들어갔습니다. 호주가 C조네요. D조 추첨 순서입니다. 여기는 안 됩니다. 다행히 나이지리아입니다. 응? 또 아르헨티나 조에 나이지리아? 이제 세 자리가 남았습니다. 근데 파나마는 높은 확률로 G조로 가겠네요. 멕시코가 F조에 있으니까요. 실제로 파나마가 먼저 뽑혀서 G조로 갔습니다. 자 운명의 한일전이네요. F조와 H조가 남았습니다. 아시다시피 결과는...

진짜로 한 번도 안 걸려봤던 F조를 찾아갈 줄이야..

2. 조추첨이 끝난 지금 시점에서 F조를 평가한다면..

미리 말씀드리지만 16강은 기대하지 마십시오. 역대 최악의 조입니다. 멕시코는 2포트에서 스페인만큼 피해야할 팀이었는데 당첨되고 말았구요. 스웨덴도 3포트에서 최강팀입니다. 그나마 비벼볼 만한 팀이란게 하나도 없구요.(이런 면에서는 86 월드컵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불가리아보다도 더 최악입니다.) B조가 더 안 좋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F조가 더 안 좋습니다.

독일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94 월드컵을 회상하면서 선전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그 때 독일은 선수들 나이가 많았지만 지금은 특별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또 러시아의 6월은 미국만큼 덥지도 않습니다.

멕시코는 도대체 얼마나 더 보여줘야 저평가가 안 나올까요? 아직도 멕시코 할 만하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습니다.

86 월드컵 8강 (B조 1위, 벨기에 파라과이 이라크)

90 월드컵. 징계로 불참 (청소년대회 나이 속임)

94 월드컵 16강 (E조 1위, 이탈리아 아일랜드 노르웨이)

98 월드컵 16강 (E조 2위, 네덜란드 벨기에 한국)

02 월드컵 16강 (G조 1위,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에콰도르)

06 월드컵 16강 (D조 2위, 포르투갈 앙골라 이란)

10 월드컵 16강 (A조 2위, 남아공 프랑스 우루과이)

14 월드컵 16강 (A조 2위, 브라질 크로아티아 카메룬)

같은 조 면면을 보시면 86, 06 빼면 조편성도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86, 06 빼면 항상 조 3위 정도로 평가받았지만 보란 듯이 모두 16강에 진출했습니다.

이 팀은 플레이 자체가 상당히 빠르고 역동적입니다. 체구는 크지 않은데 모든 선수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발놀림이 빠르며 패스가 빠르고 정확하고 유기적입니다. 경기 자체를 굉장히 재밌게 하는 스타일입니다. 자국리그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우수한 선수들이 유럽에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구요. 그래서인지 대표팀의 조직력도 매우 우수합니다. 지역 예선, 평가전에서는 비실비실하다가도 정작 본선에만 오면 웬만한 강팀을 농락시키는 미친 경기력을 보여줍니다. 최근 몇 번의 월드컵에서는 지역 예선에서 고전하며 올라왔는데, 이번에는 지역 예선도 쉽게 통과했습니다.

스웨덴은 이탈리아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팀 컬러를 잘 보여줬습니다. 상대의 전력에 따라서 끈끈하게 수비적으로 경기할 줄도 알지만 약팀을 만나거나 득점이 필요할 때는 공격적으로 경기할 줄도 아는 상당히 까다로운 팀입니다. 즉 이기는 경기를 할 줄 안다는거죠. 우리 첫 상대가 스웨덴인데, 말로는 멕시코에 신경쓴다고 하겠지만 아마 우리를 상대할 때도 절대 방심하지 않을겁니다. 보통 오랜 기간 뛰던 에이스가 빠지면 팀이 휘청거리게 되어있는데 스웨덴이 요즘 하는 모습을 보면 특별히 그렇지도 않아 보입니다.

덴마크나 폴란드처럼 공격력이 강해도 수비에서 약간의 빈 틈이라도 보이는 경우가 차라리 우리가 상대하기 편한데, 스웨덴은 수비도 강한 편이어서 더욱 걱정이 됩니다.

객관적으로 F조는 1강 2중 1약이고, 마지막 경기인 멕시코 vs 스웨덴 전이 F조 최고의 빅매치입니다. 이 경기의 승자가 16강 한 자리를 차지할겁니다. 16강 보증수표 멕시코, 2002년 죽음의 조에서도 1위로 올라갔던 스웨덴. 결과가 궁금합니다. 현재 시점의 제 예상으로는 독일, 멕시코의 16강 진출을 조심스레 점쳐봅니다. 물론 한국의 입장에서는 그 전에 두 팀 상대로 잘해서 판도를 바꿨으면 좋겠습니다만.

16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한 건 그렇다치고,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경기 자체는 상당히 재밌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는 점입니다. 경기 시간도 세 경기 다 좋구요. 첫 두 경기가 스웨덴, 멕시코 전이라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재미있게 지켜보고, 지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마음의 준비를 하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왠지 졌잘싸 가능성도 높다고 봅니다. 14 알제리 전 같은 패배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94 처럼 선전할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역대 월드컵은 국민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움직였으니까요. 그 전 대회에서 졸전을 벌여 기대치가 낮으면 이상하게 다음 대회에서 더 잘하더라구요. 조편성도 그렇고 충분히 그럴 만한 여건은 조성되어 있습니다. 14 호주도 스페인, 네덜란드, 칠레가 속한  죽음의 조에서 비록 3패했지만 경기력은 괜찮아서 박수를 받았습니다. 우리도 3패를 당할지언정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마무리) 물론 여기까지는 지금 시점에서의 예상이므로 사실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예상을 하고 싶다면 월드컵 직전 5월의 경기력을 보시면 됩니다. 이 때 평가전 많이 하는데 이 시기에 잘하는 팀은 대체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더군요. 다만 예외가 있는데 그 나라는 바로 멕시코! 입니다. ㅠ 멕시코는 이 때 잘하든 못하든 본선에서는 항상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ㅎㅎ 이번에도 과연 그럴 지 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