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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딸,괴문서) "의외로 절반은 딱 나누기 어렵지 않아?"

"아, 알아요 알아요. 그런 거.
저도 단츠짱이랑 단팥빵 나눠 먹으려다가 잘못 뜯어져서 난처했던 적 있었다니까요~."


"게다가 다시 나눠 보려고 해도 쉽지 않지.
빵은 가루만 조금 튈 뿐이지만 아이스크림 같은 건 녹아내리니까 다시 할 수도 없고.
파스타나 라멘 같이 빨리 부는 음식은 한 번에 옮기기 어려우니까 여간 성가신 게 아니란 말이지."


"...트레이너씨. 혹시 그거 파스타 양 분배 실수하실까 봐 밑밥 깔아두시는 거에요?"
"피, 들켰나. 그럼 들킨 김에 와서 식기 좀 세팅해 주렴.

면도 다 삶아진 것 같으니 소스랑 섞으면 끝이니까."


"금방 가요~"


"금방이 아니고 바로 와줬으면 좋겠는데."


미라코가 저렇게 뭉그적대는 이유는 하나.

소파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딱 편안한 자세로 발라당 누워있는데

갑자기 일어나서 뭔갈 하라니 싫겠지.


"...그러다 불어도 난 모른다?"
"바로 갈게요!"


걸려들었군.


아무것도 없던 식탁에 어느새 포크가 가지런하게 있는 것도 모자라 물컵에 물까지 채워지고 있었다.


때마침 파스타도 완성된 참이니 그릇에 먹을 만큼만 나눠서 가면 끝이다.

양은, 언제나 먹던 그 양만큼.


"와아~역시 트레이너씨가 해주신 요리는 언제나 좋다니까요~?"


"욘석, 그렇게 칭찬해도 뭐 나오진 않는다고."


"에이. 그렇게 겸손하지 않으셔도 된다고요. 

저는 항상 감사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설거지는 네가 해야 하는 건 알지?"


"윽~알았어요. 할게요 할게."


순순히 칭찬해주는 미라코의 모습이 보기 좋은 건 사실이지만
이걸 핑계로 집안일에서 도망치는 건 사양이다.


"...어라? 트레이너씨. 혹시 또?"


"또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미라코는 설거지 당번이라는 역할을 받아들이고 얌전히 파스타를 포크로 돌돌 말다가

갑작스레 뭔가 깨달았다는 듯 자신의 접시와 내 접시를 번갈아 보더니 내 쪽을 바라보았다.


"우으~역시나. 또 제 접시에 많이 담아주셨죠?

트레이너씨의 접시랑 제 접시만 척 봐도 양이 다르잖아요."


"우마무스메의 식사량은 일반 사람을 훌쩍 넘...


"그걸 감안해도 양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잖아요.
저야 쉬는 날이니 조금만 먹어도 된다구요."


조금 토라졌다는 얼굴이 되어 하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리곤 
자신의 접시를 들어 내 접시에 파스타를 덜어주었다.


"이걸로 딱 절반. 

응응, 공평하고 좋네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미라코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포크로 파스타 면을 맹렬히 뭉치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더 주는 건 역시 그렇겠지.

나도 면이 더 불기 전에 포크를 들기로 했다.


이윽고 한두 입 정도만 남았을 때쯤.
미라코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니 트레이너씨는 항상 이런 식이셨죠.

저한테 뭔갈 더 많이 주려고 하시잖아요.


어쩌면 데뷔조차 안 했을 저를 이렇게 레이스의 세계로 들어오게 해주시고.

게다가 트레이닝 하기 싫어할 때도 끝까지 어떻게든 하게 만들어주셨잖아요."


"그건 트레이너로서 당연한 일이니까."


"이것 뿐만이 아니에요. 

제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각오가 부족할 때도 저 대신 그걸 짊어져 주셨잖아요. 

원래대로라면 그건 제가 짊어져야 할 짐이었는데."


"..."


"트레이너씨는 상냥해도 너무 상냥해요.

제 쪽에서 드린 건 너무 작은데 트레이너씨가 주신 건 너무 커요.


...반반으로 나누기엔 공평하지 않아요.
트레이너씨가 많이 주신다면 저도 더 돌려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제 인생 전부를 트레이너씨에게 드릴게요!"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끝낸 미라코는 잠시 그대로 굳어있다가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는 듯, 얼굴이 무척이나 붉게 달아올랐다.


"...그건 받아드리기 어렵겠는걸."


"네헤? 왜...죠?"


"그야...너무 많아서 다 못 먹을 것 같거든.

그러니까, 내가 부족하다고 하면 그때 더 줘."


"정말~ 이런 식으로 나오시기에요~

거절당한 줄 알고 심장이 철렁했다구요?"


미라코는 어느새 한고비를 넘겼다는 듯 평소대로 돌아왔다.


사실 굳이 티는 내지 않았지만.


지금 내 심장이 미칠 듯이 뛰고 있다는 사실은 숨기기로 했다.


내 안이 미라코로 꽉 차있다는 사실을 들키면 더 받을 수 없을 테니까.



---


반반 치키치키

댓글
  • 카니에타 2025/02/24 02:09

    와 미친 순애... 너무 달콤해서 당쇼크로 뻗을 거 같아요 선생님

    (0oxp5R)

(0oxp5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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