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퇴마록 알못의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스포일러 주의!)
천만부 베스트셀러 겸 아재들의 영원한 친구였다는 퇴마록. 이번에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나온다길래 보고 왔습니다.
아 근데 난 원작 안봤음.
진짜 1도 모르고 그냥 아 그 유명한 옛날 소설? 정도만 암.
(눈치보는 중)
그렇다 보니... 이 리뷰는 '원작 모르는 사람이 볼 때 이 영화가 어떤 장단점이 있느냐' 를 중점으로 둘 생각입니다.
원작 잘알이 리뷰하는게 있다면 모르는 사람이 리뷰하는 것도 있어야 균형이 맞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우선 가장 큰 장점으로는, 흉흉하고 잘 살려낸 오컬트 비쥬얼과 작화력을 뽑고 싶습니다.
이 영화가 12세 이상 관람가인데, 생각보다 잔인하고 유혈넘치는 장면들이 제법 나와서 놀랐어요.
초반부터 소 멱을 따버리고 피를 홀짝거리니까 ㅇㅇ
초반 이후 중반부터 시작되는 빌드업 장면에선 전투씬이 거의 없는데, 저런 기괴한 오컬트 묘사들로 흥미를 유지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빌런인 서교주가 그쪽에서 득을 제법 봤습니다.
사실 저 양반, 요즘은 거의 안보이고 유행 지난 빌런 캐릭터거든요. 대충 웃음기가 너무 많고 모어 빠와 하는 그런 분들 말이죠.
하지만 잘 구현한 연출과 작화로, 그래도 최종전 직전까지 극의 중심을 나름 잘 잡아줬습니다.
사
작화 자체도 (다들 아케인 말하긴 하지만) 꽤 잘 뽑아냈습니다.
전 초반 성당 퇴마 씬이 가장 좋았는데, 물리퇴마 떡대 신부님 캐릭터도 인상적이고
악마 아스타로트도 퇴마씬도 오컬트 이능력물 느낌 신나게 풍기면서 아주 호쾌했거든요.
퇴마물이라고 부마자 붙잡고 네 이름을 말하라고 소리치는 것도 너무 자주 본 감이 있는데,
저렇게 벌크업 신부님이 퇴마펀치 신앙 빔 날리면 속이 뻥 뚫리죠.
즉 이 작품의 장점은,
이젠 수십년 지난 옛 원작을, 그것도 수많은 클리셰의 원작이 된 작품을 기반으로 어떻게 몰입도를 유지하고 흥미를 부여하는가... 가 관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안 뻔하게 만들고, 어떻게 세련되게 꾸며내느냐가 이 작품이 보여준 강점인 셈이죠.
...
다만 단점이 발목을 잡은 것도 있습니다.
우선 빌런 서교주님.
그.. 제가 위에서 올드한 악역을 최종전 직전까지 연출로 살려냈다고 말했죠?
그러면 어떤 분들은 '뭐야 그럼 최종전에선?' 이라고 생각하실텐데
연출로도 못 살렸습니다...
아니 서교주님 웃음이 너무 많다고요. 크항하하ㅏ라에에헤헤헤 아주 웃음벨 다발로 달고 다니셔.
안 웃으면 대사를 못 치는 병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그것도 수십년 전 신이 된다 흐하하하 대사를.
그냥 초반에 나온 아스타로트 양반처럼 폼 잡으면서 여유로운 모습만 보여줬으면 더 나았을 텐데요.
다만 저 빌런양반이 이 영화의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전 올드한 웃음조절장애 양반이라고 여겨서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극중 대립자로 활동하며 긴장감은 적당히 부여했거든요.
그러면 가장 큰, 본질적인 단점은...
이 극장판은 엄청난 두께의 시리즈물의 일부란 점이죠.
첫 작품인데도, 단독 작품으로서의 기능과 완결성이 눈에 띄게 떨어집니다.
예를 들자면 분명 4명의 퇴마사가 온다고 예고편에서 광고하고,
또 포스터에서도 저 여자애가 팀으로 오는 것처럼 보여주는데
(심지어 포스터에선 뭔 최종병기처럼 그려놓음)
막상 저분, 교회 초반 씬에서 떡밥 한번 뿌리면서 힘 보여주고 등장 없습니다.
아 엔딩 후 쿠키에서 후속작 예고하면서 나오긴 하네요.
그... 저걸 4명 인원수에 끼어넣는건 좀 무리 아닙니까?
아니 난 4명 퇴마사가 다구리까는줄 알았지, 누가 저 예고편 보고 '아 저 여캐는 깔짝 나오고 안나오겠구나' 하고 예상을 해요.
그나마 저 여자분이.. 이름이 현승희씨였나. 현승희씨가 '잠깐 나오고 사라지는' 쪽이라 물음표만 나오고 작품에 별 지장은 없다면,
이쪽 남성분 파이어 펀치 이현암씨는 더 문제가 심각합니다.
왜냐면 이분의 나름 비중 잡아주는 서사 자체가, 이 애니메이션의 줄거리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거든요.
작중의 이야기는 '서교주의 음모를 막고 해동밀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하자'가 주축입니다.
헌데 이현암은 해동밀교와 완전히 괴리되어 있어요.
본인이 겪은 사연과 복수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고,
그냥 저기 가라고 해서 해동밀교에 찾아갔고, 그냥 뭔 소란이 있어서 최종전에 뛰어오고, 그냥 눈앞에 뭔 괴물놈이 있어서 줘팬겁니다.
떡대 신부님처럼 해동밀교 쪽에 인연이 있다? 아니 그냥 현암씨는 죄다 처음 보는 분들이라니까요?
막말로 이현암씨 말고 콘스탄틴 십자가 총 비스무리 가져와서 최종보스 패는 무력으로 써먹고
현암씨가 빠진 분량을 장호법, 준후, 서교주 묘사에 더 다뤘다면
장호법이 얼마나 준후를 아꼈고, 서교주가 어떻게 타락했는지, 과거에 어떤 인간이었는지를 보여줬다면
전 그게 훨씬 나았다고 여겼을 겁니다.
물론 저 이현암씨가 퇴마록의 주인공이란 거센 반론이 날아오겠지만...
...그치만 저 영화에서는 빼도 상관없는걸요.
결국, 전 이 영화의 본질적인 단점은 시리즈물 영상화에 자주 관찰되는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완결되지 않고 억지로 끼워넣은 캐릭터 소개. 후속작 떡밥이 그것이니까요.
사실 전 극장판이 아니라 시즌제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면 훨씬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경우엔 저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았겠지만...
종합하자면 이렇습니다.
전 퇴마록의 오컬트 세계관과 또 본작이 보여준 유려한 묘사면에서 호평을 주겠지만,
동시에 거대 원작의 한계에 부딪쳐 신규 유입자에겐 다소 흥미가 떨어지는 부분 역시 존재합니다.
고로 난 퇴마록을 모른다는 분들에게 강추한다는 그런 수준까진 아니지만,
오컬트 장르물, 혹은 한국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권해도 나쁘지 않는다는 정도의 감상이네요.
저도 호오와는 별개로 흥행 잘 해서 시리즈물로 나왔음 하고 말이죠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