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대학생 시절이고, 꽤 오래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만...
오전 강의 듣던 중에 문자가 왔습니다.
그리 친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그때 아마 중딩인가 그랬던 아이였습니다.
수업 중 잠시 쉬는 시간에 문자를 확인해보니, 학교도 안 갔던 것 같더군요.
무슨 일이 크게 터졌다 싶어서 수업 끝나자마자 전화를 해보니.
구구절절 쓰면 끝도 없고, 기억도 애매하니까 앞뒤 다 자르고 포인트만 쓰면.
생일인데, 그 전날 케이크 이야기 꺼냈다가 밤새 혼나고 또 아침에 혼나고.
부모님은 따로 외출해서 몇 일 동안 집에 혼자 있어야 된다던가 그랬습니다.
전화 너머로 울더라구요.
어릴 적에 생일 잔치는 고사하고, 미역국이고 뭐고 생일 케이크 한 번 먹어본 적 없고.
그러면서도 부모님 생일에는 용돈 아껴서 선물 안 챙기면 또 한 몇 일 연속 혼나는 식이었다면서요.
아마 그 날.
나머지 수업은 쨌던 것 같습니다.
목소리가 어둡다 못해 아주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목소리였거든요.
그 상황에서 나머지 수업 들어봤자 귓구멍에 수업 내용이 들어올 것 같지도 않았고요.
집 어디인지 듣고 찾아가는 길에, 작은 케이크 하나 과자 몇 개 콜라 한 병? 아마 이렇게 사들고 갔던 것 같은데. (케이크는 확싫한데 나머지는 뭐 샀었는지 긴가민가...;)
문 딱 열자마자 폭죽 터뜨리고 "생축이다!!!" 라고 아주 대놓고 꽥 소리질러주고 들어가서 나눠먹고 잡소리 떠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들고 간 것도 얼마 안 되어서, 금방 없어진 뒤에 라면 끓여먹고 그랬던 것 같고요.
사실 문 열라고 벨 울리는데, "누구세요?" 라고 묻는 목소리가 진짜 엄청 어두웠습니다.
그래서 더 오버했던 것 같습니다.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라도 만들자. 뭣하면 콜라 흔들까? 이런 생각도 했던 것 같고요.
지금은 연락이 끊겼습니다만.
그 때 그 일에 대해서 그 아이가 고마워하면서 해준 말은 대략 기억납니다.
정말 콱 죽어버릴까 싶었는데, "생축이다!!!" 이러면서 쳐들어오는 순간 빛이 보이는 느낌이었다던가? 그러더군요.
뭐랄까.
저런 추억은 "평생 가는 정신적 자산" 인 동시에.
가족이 가족으로서의 유대와 "끈" 을 이어주고 버티게 해주는.
현 시점에서의 살아있다는 "생에 대한 집착" 을 유지해주는 마지막 보루로서의 동력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한 정신적 자산이 없다는 공허함은, "살 이유가 없다" 라는 공허함도 된다고 생각하고요.
아마 그런 위험한 느낌이 들어서.
가는 길에 눈에 들어오는 아무 빵집에나 들어가서 케이크를 사고.
케이크 하나 만으로는 허전하니까 슈퍼 가서 콜라 + 과자를 샀던 것 같습니다.
진짜 별 거 아닌 것이라도, 혼자 내버려두는 게 더 위험했을 것 같았거든요.
...단.
저때 수업 쨌다가. 하필 저 때 아주 중요한 내용이 나오는 바람에 그 수업 학점은 좀 망쳤던 것 같습니다.... 아하하하하-_-;;;
그래도 그때 그 아이를 외면했으면, 아마 제 인생살이에도 칼금 났을 것 같아서 후회는 안 해요. 아하하하하-_-;;;
골드박2025/02/21 02:42
어렸을때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받을기대로 머리맡에 양말걸어두고 기도했는데
부모님이 그런건없다고 비웃었는데
다음날 진짜로없어서 너무 실망했던 기억
내나이 38 내 인생에 손에 꼽을정도로 아니 어쩌면 최고로 실망했던 기억
어떻게 어린시절 단 한번도 크리스마스 선물이 없었는지
이것말고도 폭력,도박,외도,술로 참 안좋은기억이 많은 우리 부모님
지금은 어째저째 평범한 부모자식으로 지내는데
세월이 지나고 내가 부모가되고 내새끼가 커갈수록 더 이해가안되고 화만나고 그래도 부모라고 힘들게 돈벌어서 나키워준거 ..그나마 어릴때 몇번 있었던 즐거웠던 기억때문에 연 안끊고 사는거.. 양가감정이 들어서 힘듬.
원망하고 화나는데 불쌍하기도하고..
4살 때 부모님께서 "갈 곳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쫄래쫄래 손 잡고 따라 갔더니 현대컴보이랑 금색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젤다의 전설을 사주셨어요.
그 때부터 당시의 기쁨, 날씨, 옷차림, 부모님의 표정까지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퍼런하늘2025/02/21 11:17
오래된 이런 추억은 없어도 맨날 부모님께 잘못한 일들만 기억나는데....ㅠㅠ
백색마법사2025/02/21 11:46
나도 저렇게 이따금씩 나뭇잎 사이로 윙크하는 봄날의 햇살처럼 좋았던 적이... 정말 있었을까?...
그 햇살을 가린 커다란 비바람과 눈바람이 대부분이어서 그런 적이 있었는지 기억에서 조차 희미해졌을까?...
이젠 가슴에는 부모 뿐만 아니라 형제들도, 친척들에 대한 서운함을 넘은 분노 덩어리들이 가득 차버렸는데.
파이낫푸르2025/02/21 11:50
전교 등수 추억을보니 저도 기억나는게...
중2때 처음으로 전교1등하고 신나서 가서 자랑했더니 그게 뭐? 하던 말이 아직도 안잊혀지네요. 이것도 추억이라면 추억인가 ㅋㅋ..
물좋은나이트2025/02/21 15:32
나이 먹고나니 어릴적 생활 환경이나 시설들이 엄청나가 지금과 비교도 안되게 낙후되고 불편했던 시절이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려면 가고 싶네요.
어릴때 똑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지금은 볼수 없는 밤하늘의 은하수, 반딧불, 지금은 주택으로 뒤덮힌 배추밭의 거름 냄새...
나 다시 돌아갈래~~~~~
호오올리이쓑2025/02/21 15:53
왜이렇게 눙물이 나는걸까요.. 참나 ㅋㅋ;;
저도 어렸을적 어머니가 저를 포대기로 업고 시장을 다니시던 그때의 그 감촉과 소리들 어두웠지만 포근했던 어머니의 등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이것 말고 어렸을때의 기억들이 제법 있는데 저에겐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기억들이에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저도 대학생 시절이고, 꽤 오래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만...
오전 강의 듣던 중에 문자가 왔습니다.
그리 친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그때 아마 중딩인가 그랬던 아이였습니다.
수업 중 잠시 쉬는 시간에 문자를 확인해보니, 학교도 안 갔던 것 같더군요.
무슨 일이 크게 터졌다 싶어서 수업 끝나자마자 전화를 해보니.
구구절절 쓰면 끝도 없고, 기억도 애매하니까 앞뒤 다 자르고 포인트만 쓰면.
생일인데, 그 전날 케이크 이야기 꺼냈다가 밤새 혼나고 또 아침에 혼나고.
부모님은 따로 외출해서 몇 일 동안 집에 혼자 있어야 된다던가 그랬습니다.
전화 너머로 울더라구요.
어릴 적에 생일 잔치는 고사하고, 미역국이고 뭐고 생일 케이크 한 번 먹어본 적 없고.
그러면서도 부모님 생일에는 용돈 아껴서 선물 안 챙기면 또 한 몇 일 연속 혼나는 식이었다면서요.
아마 그 날.
나머지 수업은 쨌던 것 같습니다.
목소리가 어둡다 못해 아주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목소리였거든요.
그 상황에서 나머지 수업 들어봤자 귓구멍에 수업 내용이 들어올 것 같지도 않았고요.
집 어디인지 듣고 찾아가는 길에, 작은 케이크 하나 과자 몇 개 콜라 한 병? 아마 이렇게 사들고 갔던 것 같은데. (케이크는 확싫한데 나머지는 뭐 샀었는지 긴가민가...;)
문 딱 열자마자 폭죽 터뜨리고 "생축이다!!!" 라고 아주 대놓고 꽥 소리질러주고 들어가서 나눠먹고 잡소리 떠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들고 간 것도 얼마 안 되어서, 금방 없어진 뒤에 라면 끓여먹고 그랬던 것 같고요.
사실 문 열라고 벨 울리는데, "누구세요?" 라고 묻는 목소리가 진짜 엄청 어두웠습니다.
그래서 더 오버했던 것 같습니다.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라도 만들자. 뭣하면 콜라 흔들까? 이런 생각도 했던 것 같고요.
지금은 연락이 끊겼습니다만.
그 때 그 일에 대해서 그 아이가 고마워하면서 해준 말은 대략 기억납니다.
정말 콱 죽어버릴까 싶었는데, "생축이다!!!" 이러면서 쳐들어오는 순간 빛이 보이는 느낌이었다던가? 그러더군요.
뭐랄까.
저런 추억은 "평생 가는 정신적 자산" 인 동시에.
가족이 가족으로서의 유대와 "끈" 을 이어주고 버티게 해주는.
현 시점에서의 살아있다는 "생에 대한 집착" 을 유지해주는 마지막 보루로서의 동력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한 정신적 자산이 없다는 공허함은, "살 이유가 없다" 라는 공허함도 된다고 생각하고요.
아마 그런 위험한 느낌이 들어서.
가는 길에 눈에 들어오는 아무 빵집에나 들어가서 케이크를 사고.
케이크 하나 만으로는 허전하니까 슈퍼 가서 콜라 + 과자를 샀던 것 같습니다.
진짜 별 거 아닌 것이라도, 혼자 내버려두는 게 더 위험했을 것 같았거든요.
...단.
저때 수업 쨌다가. 하필 저 때 아주 중요한 내용이 나오는 바람에 그 수업 학점은 좀 망쳤던 것 같습니다.... 아하하하하-_-;;;
그래도 그때 그 아이를 외면했으면, 아마 제 인생살이에도 칼금 났을 것 같아서 후회는 안 해요. 아하하하하-_-;;;
어렸을때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받을기대로 머리맡에 양말걸어두고 기도했는데
부모님이 그런건없다고 비웃었는데
다음날 진짜로없어서 너무 실망했던 기억
내나이 38 내 인생에 손에 꼽을정도로 아니 어쩌면 최고로 실망했던 기억
어떻게 어린시절 단 한번도 크리스마스 선물이 없었는지
이것말고도 폭력,도박,외도,술로 참 안좋은기억이 많은 우리 부모님
지금은 어째저째 평범한 부모자식으로 지내는데
세월이 지나고 내가 부모가되고 내새끼가 커갈수록 더 이해가안되고 화만나고 그래도 부모라고 힘들게 돈벌어서 나키워준거 ..그나마 어릴때 몇번 있었던 즐거웠던 기억때문에 연 안끊고 사는거.. 양가감정이 들어서 힘듬.
원망하고 화나는데 불쌍하기도하고..
초5.6정도 아니면
기억도못함
미취학데리고
좋은데가봤자
도루묵
6~7 살쯔음 늦봄이나 초여름 같았는데 마당보이게
문열어놓고 엄마 무릎배고 누워있으면 엄마가 책읽어줬던 기억. 30년전이지만 너무 좋았다 또르르
4살 때 부모님께서 "갈 곳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쫄래쫄래 손 잡고 따라 갔더니 현대컴보이랑 금색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젤다의 전설을 사주셨어요.
그 때부터 당시의 기쁨, 날씨, 옷차림, 부모님의 표정까지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오래된 이런 추억은 없어도 맨날 부모님께 잘못한 일들만 기억나는데....ㅠㅠ
나도 저렇게 이따금씩 나뭇잎 사이로 윙크하는 봄날의 햇살처럼 좋았던 적이... 정말 있었을까?...
그 햇살을 가린 커다란 비바람과 눈바람이 대부분이어서 그런 적이 있었는지 기억에서 조차 희미해졌을까?...
이젠 가슴에는 부모 뿐만 아니라 형제들도, 친척들에 대한 서운함을 넘은 분노 덩어리들이 가득 차버렸는데.
전교 등수 추억을보니 저도 기억나는게...
중2때 처음으로 전교1등하고 신나서 가서 자랑했더니 그게 뭐? 하던 말이 아직도 안잊혀지네요. 이것도 추억이라면 추억인가 ㅋㅋ..
나이 먹고나니 어릴적 생활 환경이나 시설들이 엄청나가 지금과 비교도 안되게 낙후되고 불편했던 시절이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려면 가고 싶네요.
어릴때 똑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지금은 볼수 없는 밤하늘의 은하수, 반딧불, 지금은 주택으로 뒤덮힌 배추밭의 거름 냄새...
나 다시 돌아갈래~~~~~
왜이렇게 눙물이 나는걸까요.. 참나 ㅋㅋ;;
저도 어렸을적 어머니가 저를 포대기로 업고 시장을 다니시던 그때의 그 감촉과 소리들 어두웠지만 포근했던 어머니의 등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이것 말고 어렸을때의 기억들이 제법 있는데 저에겐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기억들이에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