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덴호 북쪽에 있는
독일 프리드리히스하펜(Friedrichshafen)과
남쪽의 스위스 로만스혼(Romanshorn) 사이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운항하는 페리선,
MF Euregia호는
관광객은 물론
보덴호 남쪽에 거주하는
스위스 국적의 지역민들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그들에게는
프리드리히스하펜이 가장 가까운 대도시였다.
쇼핑을 하기 위해
차를 몰고 취리히를 가는 것보다
페리를 타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했다.
로만스혼 초등학교(Primarschule Romanshorn)의 미술 교사인
하이케 하버만(Heike Habermann)도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쇼핑을 마치고
다시 스위스로 돌아오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약한 뱃멀미를 느낀 그녀는
바람이라도 쐬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3층 갑판으로 올라갔다.
그런 그녀의 눈에
갑판 난간에 기대어
호수를 바라보고 있던 수녀가 보였다.
이상할 것은 없었다.
장크트갈렌은
17세기까지 수도원의 지배를 받는 수도원령(修道院領)이었고,
지금까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수도원과 수녀원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한 영향으로
가톨릭 신자의 비율도
다른 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하이케 하버만은
잠시 수녀를 바라보다,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말을 걸었다.
“참 아름다운 호수지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대화라도 나누면
울렁거리는 속이 좀 가라앉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말을 건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독일어를 알아듣지 못합니다.”
하이케 하버만 쪽으로 고개를 돌린 수녀가
영어로 답했다.
하이케 하버만은
그제야 수녀가
이국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 호수지요?”
하이케 하버만이
다시 영어로 말하자,
수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러네요.
참으로 아름다운 호수예요.”
“우리 지역 수녀원에 계신 수녀님인 줄 알았어요.
보덴호에는 어쩐 일로 오셨나요?
혹시 관광?”
하이케가 물었다.
하이케의 질문에,
수녀는 다시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시선을 호수로 향하면서 말했다.
“언니를 만나러 왔어요.”
주방에서 차 한 잔을 우려
거실로 나온
신시아 챔버는
창밖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창문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챔버가의 막내딸인 마리아가
치마를 펄럭이며
앞마당에서
열심히 축구공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얼마나 신이 났는지,
마리아의 까르륵하며 웃는 소리가
창문을 통해
거실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런 마리아의 모습을 바라보는
신시아 챔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한동안
위험 징후를 보이던 마리아가
많이 호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안 그래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신시아 챔버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신시아 챔버의 시선이
마리아와 놀아 주고 있는 젊은 여자에게로 향했다.
고등학교 때
여자 축구부에서
중앙 수비수를 담당했다던
트레이시는
능숙한 발놀림으로
축구공을 트래핑하고 있었다.
신시아는
고마움이 담긴 눈으로
그런 트레이시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챔버가에 와서 다행이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신시아 챔버는
더욱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신시아 챔버는
주방으로 몸을 돌렸다.
놀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두 사람을 위해
간식을 좀 만들어 놓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시아 챔버는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식빵을 토스터에 넣으면서,
앤을 떠올렸다.
바쁜 신시아 챔버를 대신해
앤은 마리아의 간식을 만들어 주고는 했었다.
그때마다
앤은 절대로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인스턴트를 사용하지 않았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걸려도
항상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건강한 간식을 만들었다.
-엄마도 그랬어요.
매번 그렇게 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신시아 챔버의 질문에
앤이 그렇게 말했었다.
-다른 애들 다 먹는 과자, 인스턴트, 패스트푸드를 못 먹게 했어요.
어릴 때는
그런 게 제일 맛있는데,
못 먹게 하니까
좀 속상하고 그랬는데.
‘그랬는데?’
-엄마의 방식이 옳다는 걸 이제 알게 된 거죠.
마리아도 원망하겠지만,
나중에 알게 되겠죠.
그렇게 말하며 웃던
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얼굴을 떠올리자,
가슴 한쪽에서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괜찮을까.
신시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넉 달 전,
앤과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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