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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딸) [괴문서] 첫 만남을 회상하는 심볼리 루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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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 트레센의 학생회장, 심볼리 루돌프.



 황제라는 별명을 가진 우마무스메답게 그녀는 군림한다.



 물론 그 군림이라는 것은 레이스에서일 뿐이다. 원체 성격이 강단 있지만 유하기 때문에, 정말로 다른 우마무스메들 위에 군림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 오로지 레이스에서만, 잔디 위에서만 압도적인 강함으로 군림할 뿐이다.



 “―라고 누가 그러던? 루돌프, 너야?”



 언제나처럼 티타임의 시간에 황제를 찬양하던 제왕, 토카이 테이오의 말에,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이자 심볼리 루돌프의 담당 트레이너는 어이없다는 듯이 하, 코웃음을 친다.



 “나, 나는 딱히 테이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만.”



 살짝 당황한 듯, 심볼리 루돌프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트레이너 군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트레이너 군의 담당 우마무스메로 함께 한 시간이 벌써 5년 차다.



 아무래도 중등부 때부터 지금까지 온갖 일을 겪으며, 그녀가 트레이너 군을 아는 만큼 트레이너 군 또한 황제의 본질을 알고 있을 테니까.



 지금이야, 다른 우마무스메들에게 귀감이 되며, 특히나 토카이 테이오에게 있어 멋진 회장, 본받을만한 선배, 목표인 우마무스메라지만…어디까지나 지금의 이야기다. 그녀에게도 조금 숨기고 싶은 과거, 흑역사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에…회장은 거짓말 안 해. 트레이너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토카이 테이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제기했지만, 심볼리 루돌프는 ‘그렇다’라는 말을 잠시 머뭇거렸다. 그 틈을 타, 옆에서 우아하게 차를 홀짝이던 메지로의 아가씨가 슬그머니 거든다.



 “회장님의 거짓말은 너무 그럴듯해서, 거짓말처럼 안 들리니까요.”



 “…….”



 그 말에, 심볼리 루돌프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이 아가씨 또한 강력한 적이라는 것을 가끔 잊어버린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상기시켜 주다니, 얼마나 착한 아가씨인가, 메지로의 아가씨란.



 “그런 거야, 회장?”



 “테이오…나를 못 믿는 거니?”



 심볼리 루돌프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토카이 테이오에게 가스라이팅…아니, 호소했지만, 그 광경을 보고 있던 트레이너 군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루돌프 너, 예전에는 완전―”



 “트레이너 군, 조용히.”



 “―읍, 으브븝, 읍으븝, 읍읍!!”



 순식간에, 심볼리 루돌프가 번개처럼 움직여 손으로 트레이너 군의 입을 틀어막는다. 트레이너 군은 뭔가 말을 하려고 열심히 입을 움직이지만, 우마무스메의 힘을 히토미미가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계속되는 황제의 폭거에 트레이너 군 또한 조금 열을 받았는지, 서랍에서 순식간에 작은 마편(馬鞭)을 꺼내어 그녀의 허벅지를 찰싹, 때린다.



 “꺅―?!”



 “……꺅?”



 물론, 우마무스메에게 있어 마편이라는 존재는 유전자에 각인된 것처럼 이상하리만치 아픈 것이기 때문에, 심볼리 루돌프가 불의의 습격에 깜짝 놀랄 수는 있다.



 하지만 ‘꺅’이라니, 황제답지 않은, 한창때의 소녀나 낼 법한 목소리에 마편을 휘두른 트레이너 군도, 그리고 토카이 테이오도 뭘 들은 거지, 라는 표정으로 심볼리 루돌프를 바라본다. 유일하게 메지로 아르당만이 낯빛 하나 바뀌지 않으며 호록, 차를 한 모금 더 마실 뿐이었다.



 “사실 언니에게 조금 들은 적이 있어요.”



 심볼리 루돌프의 손이 트레이너 씨의 입에서 떨어지자, 메지로 아르당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트레이너 씨야 히토미미니까 황제가 쉽사리 입을 틀어막을 수 있었겠지만, 메지로의 중전차의 입을 물리적으로 막긴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지금, 심볼리 루돌프는 트레이너 씨에게 마편으로 맞은 허벅지를 살살 쓰다듬은 채 황제답지 않게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트레이너 씨와 눈싸움하고 있었기 때문에, 메지로 아르당의 말에 재빠르게 대응하기란 불가능했으리라.



 “중등부 때의 회장님은 폭군이었다고.”



 “……라모누.”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심볼리 루돌프가 낮게 으르렁거린다. 중앙 트레센에 늦게 입학한 메지로 아르당과는 달리, 그녀의 친언니인 메지로 라모누는 심볼리 루돌프와 비슷한 시기에 입학했고, 이런저런 일로 제법 가까운 사이였다. 그렇기에 분명, 심볼리 루돌프의 본성도 잘 알고 있으리라.



 그래서, 마음에 안 든다. 물론 정말로 마음에 안 드는 것은 그 천박할 정도로 거대한 가슴의 유전자가 친동생인 메지로 아르당에게도 있다는 점이지만, 그건 차치하고서라도 동생에게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다니, 황제의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심볼리 루돌프만이 알고 있는 메지로 라모누의 이런저런 치부들을,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에게 정리해서 익명으로 보내 줘야만 하겠지. 그래, 이쪽만 당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미 토카이 테이오는 트레이너와 메지로 아르당의 말에 귀를 쫑긋쫑긋 기울이고 있었다.



 “그때의 회장은 어땠는데? 어땠어?”



 “저도 언니에게 자세하게는 듣지 못해서요.”



 그렇게 말하며, 메지로 아르당은 트레이너 씨를 슬쩍 쳐다보았다. 물론 그녀가 메지로 라모누에게 들은 것을 말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러다가 정말로 황제의 옛날 성격이 나와버리게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을 당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에, 공을 트레이너 씨에게 넘긴 것이다.



 트레이너 씨라면, 제아무리 심볼리 루돌프라도 어찌할 수 없을 테니까. 애초에 옛날, 폭군이라고 할 수 있었던 심볼리 루돌프를 제어하던 사람이 아닌가.



 그런 메지로 아르당의 생각을 읽었는지, 트레이너 씨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피식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네, 테이오 너보다 한 살 어릴 때, 처음 만났었지. 그때 저 녀석은 독선적이고 오만하―”



 “잠깐, 트레이너 군. 기억이 조금 왜곡된 것 같은데, 내가 직접 말하겠다.”



 뭔가 트레이너 군이 이상한 말을 할 것만 같아, 심볼리 루돌프는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금 트레이너 군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그의 손에 들린 마편을 보곤, 얌전히 책장에 기댄 채로 말했다.



 “직접? 뭐…그래, 얼마든지.”



 그렇게 말은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심볼리 루돌프가 사실만을 말할까, 라는 의문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옛날의 폭군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황제는 적어도 그의 앞에서 거짓말을 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애초에 거짓말하면 곧바로 옆에서 사실관계를 바로잡아 주면 되니까.



 그런 트레이너 군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심볼리 루돌프는 흐흠, 작게 헛기침을 하더니 천천히 운을 떼기 시작했다.



 “……트레이너 군과 처음 만났을 때는, 조금 예민한 시기였지.”



 처음 만난 것은 중등부 1학년 봄의 어느 날. 중앙 트레센 학원에 입학한 심볼리 루돌프 본인이 한껏 트레이너라 지칭하는 자격 없는 자들의 손을 쳐내고 있을 시기였다.



 중앙 트레센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널리고 널린 평범한 트레이너들 따위보단 나, 심볼리 루돌프 스스로가 트레이닝 계획을 짜고, 훈련하고, 작전을 짜고 달리는 것이 효과적,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신마전 따윈 간단하게 통과해버렸고, 다음은 비록 오픈 리그였지만, 트레이너들이 딸린 다른 우마무스메 들과는 달리 트레이너 없이 자신의 힘만으로 레이스에 출주한 본인, 심볼리 루돌프는, 2위와의 차이를 대차의 대차 이상으로 벌리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딱히 다른 우마무스메 들이나 트레이너들을 비웃을 생각은 없었지만, 압도적인 신예의 등장에 언론이 자극적인 기사를 내세워, 중앙 트레센 내외가 시끌시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앙 트레센의 많은 트레이너가 내게 달라붙어, 어떻게든 담당 계약을 따내기 위해 아부도, 설득도, 조금 강한 말도 사용하며 애를 쓰던 것도 기억한다.



 물론 여전히, 심볼리 루돌프에게는 트레이너 같은 건 필요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너, 그렇게 달리다간 금방 발목 망가져.”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도발하는 사람은 굉장히 신선하다고 그 당시에는 생각했었다. 조금 솔직히 말하자면, 첫인상은 최악이었다.



 “호오, 뭘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거지?”



 “나보다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모른다. 내 주법에는 문제가 없어.”



 “그래?”



 그 반문 이후,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던 그 사람의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그때는 자격 없는 트레이너 한 명이 또 달라붙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곧이어 2주 뒤, G3급 야요이상에 출주하여 천천히, 마지막 직선 구간에서 다른 우마무스메들을 앞지르기 위해 스퍼트를 걸자, 미약한 통증이 발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지만 정말 작은 통증이었기 때문에 무시하고 스퍼트를 걸어, 또다시 압도적인 대차로 1착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시상이 끝난 뒤, 학원으로 돌아가기 위한 차에 탑승하기 전,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자랑은 아니지만 한번 본 얼굴은 잊지 않기 때문에, 일전에 헛소리하고 도망간 사람이라고 기억 속에서 그를 끄집어내었다.



 내게 다가오는 그 헛소리꾼에게 뭐라고 직설적으로 거절할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



 “받아.”



 휙, 하고 날아오는 물건을 받고 보니, 손이 차가웠다. 꽝꽝 얼어붙은 물병 하나가 손에 쥐어져 있었다.



 “말했지, 발목 망가진다고.”



 “…….”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다. 아주 미세하고 미약하지만, 실제로 그의 말대로였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으로 그를 한번 노려보곤, 칫, 하고 작게 혀를 차며 발목에 물병을 가져다 대어 냉찜질했다.



 “주법 바꾸는 편이 좋아. 그리고 단거리나 마일도 괜찮지만 중, 장거리가 더 적성에 맞아 보이니 그쪽으로 출주하는 걸 고려해 보면 좋을 것 같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앙 트레센의 그 어떤 트레이너도 알지 못했던 점이었다. 자신도 마일 거리보단 중거리나 장거리 쪽이 적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심볼리 루돌프는 애석하게도, 타인의 충고에 귀를 기울일 만큼 성숙한 우마무스메가 아니었다.



 그저 욱했을 뿐이었을까, 드러내지 않았던 것을 보여버린 것 같은 두려움이었을까.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렇게 충고를 하지?”



 그렇게 쏘아붙이자, 그는 지난번처럼 피식 웃었다.



 “네 평균 속도, 스퍼트 타이밍, 가속력, 지구력, 달리는 모습에서 나오는 공기 저항력, 다른 우마무스메 사이에서 치고 나오는 파워, 코스를 선택하는 시야 등, 이런 것들을 다 보여줬는데 몰라야 할 이유가 있을까.”



 ……보통은 그런 거, 한두 경기 보고서는 모른단 말이다.



 “그렇다면, 발목은?”



 “마지막 스퍼트하려고 가속 줄 때, 첫발 디디는 모습이 직전과 미세하게 틀어졌어. 그리고 체력이 떨어져 힘들어하는 표정은 아니더라. 끝까지 완주한 것을 보니 심하진 않았지만, 미세하게나마 통증이 있었지?”



 “…….”



 놀라울 정도로 이 사람은 심볼리 루돌프라는 주자의 습관과 행동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였기 때문에, 인상을 구기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어린아이의 오기였을 것이다. 그 사람도 알았을 것이다.



 논리적인 말, 설득에 최적화된 어구, 판단력. 명석한 두뇌다. 재수 없다.



 찜질하던 물병을 다시 그에게 홱, 던졌다. 이젠 괜찮다. 아프지 않다.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전혀. 아프지 않았다.”



 “고집 세네.”



 “고집, 세지 않다.”



 “그래, 그러시겠지.”



 “멋대로 생각해라. 아무튼, 내게는 트레이너 같은 건 필요 없다.”



 황제에게 필요한 것은 가신이지, 어쭙잖은 태사(太師)가 아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한 얼굴로 알랑방귀를 뀌어도, 그저 그런 트레이너 따윈 이쪽에서―



 “무슨 착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네 트레이너 자리 같은 건 관심 없어.”



 “……하?”



 걷어차 주겠다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걷어차였다.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해 보았지만, 우마무스메의 압도적이고 우월한 청력, 그리고 경이로울 정도의 기억력을 자랑하는 이 두뇌는 방금 들은 말을 머릿속에서 그대로 재생하고 있었다.



 관심 없어.



 관심 없어.



 관심 없어.



 저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날파리들이 황제의 총애를 사기 위해 아양을 떨어대고 자기 능력을 어필하며 격하게 관심을 표했으면 표했지, 그 누구도, 단 한 명도 관심 없다는 말을 대놓고 면전에서 던지지 않았다.



 심볼리 루돌프는 그런 우마무스메였고, 그럴만한 기대주였기 때문이다.



 감히 이 심볼리 루돌프를, 장차 레이스의 정점이 되어 모든 우마무스메 위에 군림할 황제를, 거역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그 당시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아이의 오기, 치기, 아무튼 부끄러운 그런 자존심 내세우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짓을 당당하게 행하던, 그런 시기였다.



 “누군가, 너는. 중앙의 트레이너인가?”



 “일단, 그렇긴 하지.”



 “그래? 어느 우마무스메를 담당하는 트레이너지?”



 그의 담당 우마무스메가 출전하는 레이스에 같이 출전해, 트레이닝 따위로는 뒤집을 수 없는 황제의 위용을 몸소 보여주겠다, 그런 생각으로 물어봤었으리라.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없어.”



 “…무슨 말이지?”



 “지금은 누구도 담당하지 않아.”



 “……?”



 그럼 그게 트레이너인가? 그때는 잘 몰랐었다. 중등부 1학년이기도 한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학원 트레이너는 서브 트레이너가 아니라면 모두 담당 우마무스메가 있거나 구하는 트레이너인 줄로만 알았었다.



 그러나 이처럼 의외로 무지했던 탓에, 자신감 넘치고 당당했던 어린 심볼리 루돌프는 조금 다른 생각을 했었다.



 그런가, 이 트레이너는 황제를 돕기 위해 담당 우마무스메도 없이 지내 온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다. 실력 면에서는 합격이다. 어중이떠중이 같은 트레이너가 아니다. 이렇게 레이스 한두 번으로 많은 정보를 얻어내고, 정확하게 조언할 줄 아는 트레이너라면 초임자급은 아니다.



 인성 면에서는 어떤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황제가 손을 내밀기도 전에 거절한 것으로 보아, 딱히 심볼리 루돌프라는 우마무스메를 이용해서 자기 잇속을 채울 사람인 것 같지는 않았다.



 자신에게 트레이너가 있어야 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리라. 욕심이 생겼다.



 마치 와룡 선생을 만난 유비 현덕 같은 기분으로, 그때의 심볼리 루돌프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렇다면 너, 나를 도와라.”



 물론, 조금 욱해서 지른 감도 없잖아 있었던 것 같았다. 감히 황제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곁에 두고 관심이 생기도록 만든 뒤, 쫓아내리라, 그렇게 생각했던 어린 날의 자신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싫어.”



 그 짧은 답변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또다시 황제를 거역할 셈인가, 이 인간 남성은.



 “어째서지?”



 “관심 없으니까.”



 “그러니까 어째서 관심이 없느냐 묻고 있다.”



 고집이 세다, 네가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등의 좋지 않은 소리가 나올 거라 솔직히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시기의 심볼리 루돌프는 지금과는 다르게 조금 건방졌고, 속된 말로 버릇이 없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나이대 어린아이들은 대부분 그러하잖은가.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주법 바꾸면 더 도와줄 거 없기도 하고, 중앙 트레센에 다니는 우마무스메라고 해서 하나하나 다 봐줄 정도로 한가하지 않거든.”



 무슨 소리지, 라고 그때의 어린 심볼리 루돌프는 생각했었다. 뭐, 나중에야 그가 트레이닝 업무 이외의 이런저런 많은 일을 하는 트레이너 중의 하나였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땐 정말로 몰랐다.



 그에게 있어 심볼리 루돌프는, 목을 매어서 꼭, 반드시 담당 트레이너 계약을 따내야겠다는 그런 대상이 아니었다. 비단 심볼리 루돌프뿐만 아니라, 어느 우마무스메―신마 토키노 미노루라면 모를까―를 데려다 놓아도 마찬가지였으리라.



 그래도 그때는 정말로 몰랐기 때문에, 강경하게 나갈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한 이상, 네겐 거부권이 없다.”



 “후회할 텐데.”



 “나를 담당하지 않는다면, 네가 더 후회할 텐데.”



 “이거 참.”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터트리며, 그는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아무리 성인 남성이라 해도 인간이 우마무스메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이상하게 위압감이 느껴졌기에 한 발짝 자동차 쪽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더 이상 도망칠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닫곤, 다시금 그를 노려보았다.



 “잘 들어, 이 망아지야. 다른 트레이너들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살며시 무릎을 굽혀 나와 눈높이를 맞췄던 기억이 있다. 완전히 아이를 대하는 어른의 여유잖아, 그때를 회상하면 항상 부끄럽다.



 그러면서, 그는 점잖게, 아이를 타이르듯 말했다.



 “내 일은 내가 정해. 네가 아니라.”



 “큭―”



 “알았으면 어서 기숙사로 돌아가라, 사감이 기다리잖아.”



 “……가, 정한다.”



 “뭐라고?”



 욱해서, 처음 받아보는 타인의 타이름에 정말로 욱해서, 중등부 1학년짜리 새파랗게 어린 꼬마 우마무스메가 칭얼거렸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수치스러운 기억이다.



 “내 트레이너는 내가 정한다! 바보 자식!”



 “…….”



 갑작스러운 기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그 얼굴, 떠올려보니 귀엽고 사랑스럽다만, 그때의 나는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씩씩대고만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눈에 들어왔을 리 없었다.



 “내 가신이 될 준비나 하고 있으란 말이다!”



 그렇게 선전포고 아닌 선전포고를 해놓고 나서야, 차로 달려가 문을 쾅! 닫아버렸다. 밖에서 황당한 얼굴로 이쪽을 보는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며칠 고생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  *  *  *  *  *  *  *  *  *




 “……와.”



 “정말로 ‘폭군’이었네요.”



 토카이 테이오가 조금 깬다는 눈빛으로 심볼리 루돌프를 바라보았고, 메지로 아르당은 호호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메지로 라모누에게 익히 들었던 만큼, 대강 예상은 하고 있었으리라.



 “뭐, 그때는 정말로 망아지였으니까.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믿기라도 했겠지.”



 “하지만 나로서 말하자면, 트레이너 군 역시 지금보다 훨씬 못돼먹은 성격이었다고 생각한다만.”



 믿었던 트레이너 군의 배신 같은 말에, 심볼리 루돌프는 살짝 토라진 얼굴로 투덜거리듯 트레이너 군의 치부를 지적한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중앙 트레센에 복직한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조금 예민했었으려나.”



 “솔직히 어른답지 못했지 않은가, 트레이너 군.”



 “그렇지만 먼저 무례했던 건 루돌프, 너였고.”



 “다짜고짜 그렇게 달리면 발목 망가진다고 한 건 트레이너 군일 텐데?”



 “난 어린 유망주가 다칠까 봐 걱정되어서 했던 말인데, 무례하게 받아들였다니 슬프네.”



 “…….”



 트레이너 군이 능구렁이같이 빠져나가자, 할 말이 없어진 황제는 입을 닫는다. 하지만 입꼬리를 씰룩이며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 봐야 변명거리나 나오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원래 이 녀석 담당 안 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그날 이후부터 위에서 현장직으로 복귀할 생각 없냐고 짜증 날 정도로 치근덕대더라고.”



 “그, 그랬군…하하. 하하하. 하, 하하하.”



 “…….”



 트레이너 군의 말에, 심볼리 루돌프가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린다. 어라, 이 녀석 왜 이러지? 라는 생각도 잠시. 그 짜증 났던 과거의 일에 심볼리 루돌프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트레이너 군은 바보가 아니었다.



 애초에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듣던 메지로 아르당 또한 살짝 가늘어진 눈으로 심볼리 루돌프를 보고 있었으니, 그녀 또한 알아차린 것이리라.



 물론, 토카이 테이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접시 위의 쿠키를 하나 더 집어 입에 넣고 오물거릴 뿐이었지만 말이다.



 “심볼리 루돌프.”



 “…….”



 “뭔 일이 있었는지, 한번 말해 보실까.”



 “……따, 딱히 아무 일도 없었다, 만.”



 “네가 말할래, 내가 전 이사장님께 전화해 볼까.”



 “루나아앙…….”



 안타깝게도, 황제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  *  *  *  *  *  *  *  *  *




 차를 타고 중앙 트레센으로 돌아오자마자 기숙사가 아닌, 이사장실로 먼저 달려갔다. 마침 이사장실에서 나오던 갈색 머리카락과 녹색 옷의 비서, 하야카와 타즈나가 ‘무슨 일인가요~?’하고 웃으며 물어보았지만, 이사장을 보러 왔다고만 말한 뒤, 그녀가 말릴 새도 없이 이사장실의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그곳에는 당근색 머리카락의 이사장이 서류에 사인하던 자세 그대로 고개만 들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어린 심볼리 루돌프 역시 그 시선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후후, 웃으며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묘하게 그 트레이너가 느껴졌지만, 잡념 따위 머리를 흔들어 털어냈다.



 “아키카와 이사장, 요구사항이 있다.”



 “어머, 심볼리네 아가씨 아닌가요. 약속을 잡고 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안 되겠죠?”



 “요구사항이 있어서 왔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래요, 이쪽으로 와서 자리에 앉아요.”



 아무리 봐도 중년은 아닌 것 같은데 꽤 나이가 있는 중년의 여성이다. 비서인 하야카와 타즈나도 조금 나이가 있는 편이라 들었는데, 이사장에 비하면 어린아이 수준이라고는 들었다. 그런 것치고는 굉장히 젊게 보인다.



 능숙한 솜씨로 홍차를 한잔 내리고, 심볼리 루돌프의 앞에는 그녀의 머리카락 색과 같은 당근 주스를 한잔 내민다. 마침 목이 마르기도 했기에 당근 주스를 꼴깍꼴깍 마신 뒤, 후우, 숨을 고르며 입가심을 했다.



 “그러면.”



 아키카와 이사장이 먼저 입을 뗐다. 소문의 신입생이 갑자기 쳐들어와서 요구사항이랍시고 당돌하게 발언하니, 이 어찌 들어보지 않을쏘냐, 그런 생각이었겠지.



 “루돌프 양은 뭘 요구하시려고 여기까지 달려오셨을까요?”



 “전속 트레이너를 붙이고 싶다.”



 “어머나?”



 담당 트레이너는 고사하고 팀에도 안 들어가며 혼자 트레이닝을 하며 작전도 레이스 선택도 모두 혼자 하던 그 심볼리 루돌프가, 전속 트레이너를 두고 싶다고 먼저 요청해 온 것이다.



 중앙 트레센 학원의 큰 기대를 받는 기대주였기 때문에, 그리고 아키카와 이사장에게는 심볼리 루돌프의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말에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출 수 없었다.



 다만 걱정스러운 점이 하나 있다면, 그녀가 선택하는 트레이너가 학원의 평판 및 평가, 그리고 기대에 못 미치는 트레이너인 경우인데…일단 들어보자, 이사장은 그렇게 생각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



 “나를 담당해도 좋을 정도로 실력 있는 트레이너일 것으로 생각한다.”



 “루돌프 양의 요청이라면, 학원 측에서도 가능한 한 도와줄 생각이에요. 그래서, 그 트레이너는 누군가요?”



 이사장의 말에, 루돌프는 으음, 하고 조금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름은…모른다.”



 “……?”



 예상치 못한 답에 이사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래, 심볼리 루돌프는 굉장히 좋은 기억력의 소유자가 아닌가. 그녀의 기억을 토대로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렇지. 중앙 트레센 소속이라는 것은 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학원 소속 트레이너라면 더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



 “혹시 그 트레이너분의 특징이나 생김새를 기억하나요?”



 “물론이다. 그러니까―”



 “…….”



 “그래서, 얼굴형이…눈이…헤어스타일이….”



 “…….”



 “…의 옷을 입고 있었고, 신발도 같은 브랜드의 운동화였다.”



 심볼리 루돌프가 트레이너의 인상착의를 설명할 때마다, 이사장의 머릿속에선 한 명의 트레이너만이 떠올랐다. 



 하지만 진짜로 그 트레이너면…조금 곤란한데.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녀는 루돌프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 기다려주겠나요?”



 그리고 그녀의 책상 왼편의 서랍을 열어 한 뭉치의 계약서를 꺼냈다. 이름순으로 정렬된 계약서를 재빠르게 뒤적거리더니, 하나를 꺼내어 계약서 부분을 하얀 종이로 가린 후, 사진 부분만 노출하여 루돌프 앞으로 가져왔다.



 “이 트레이너분인가요?”



 “아, 그래, 이 사람이다.”



 “하아…….”



 설마설마했지만 진짜였나, 아키카와 이사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루돌프를 보았다. 그 한숨에서 뭔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한 심볼리 루돌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사장에서 설명을 요구했다.



 “루돌프 양, 이분은 그러니까, 현장에서 우마무스메들을 담당하는 분이 아니에요.”



 “무슨 소린지…경력 없는 서브 트레이너인가?”



 “서브…뭐, 확실히 젊은 분이니 그렇게 착각할 수 있지만요.”



 본인이 들었더라면 눈살을 찌푸렸을 법한 발언이었기에 못 들은 것으로 하자, 이사장은 그렇게 마음먹었다.



 “현장 트레이너라기보단 관리직…에 가깝다고나 할까요.”



 “이해할 수가 없다. 중앙 트레센에서 우마무스메의 레이스 출주보다 중요한 것이 있나?”



 “중앙 트레센 학원 같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이론과 현장을 두루 아는 능력 있는 트레이너분들 또한 필요한 법이거든요.”



 “내겐 중요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시겠죠. 건방진 꼬마 우마무스메의 떼쓰기를 감당해야 하는 아키카와 이사장은 곤혹스러운 얼굴로 쓴웃음을 지었다. 



 물러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대충 거부하고 돌려보내기에는 심볼리 루돌프라는 우마무스메의 놀라운 재능, 그리고 심볼리라는 성씨가 정계에서 제법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의 결정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래도 루돌프 양의 요청이니, 긍정적으로 고려해달라고 이쪽에서도 말해 두겠지만…….”



 말끝을 살그머니 흐렸다. 아무리 중등부 1학년 학생이라지만 약속할 수 없는 일에 확답을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중앙 트레센 학원의 이사장 자리를 거저 얻은 것은 아니다.



 “저희가 결정할 사항은 아니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쓸 뿐이다.”



 황제이자 폭군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시절의 심볼리 루돌프는 그랬었다.



 이사장실을 뛰쳐나온 심볼리 루돌프가 다음으로 직행한 곳은, 자신의 기숙사 방이었다. 본디 2인 1실이 원칙이었지만, 고독한 황제에게 친구 따위가 필요할 리 없다.



 자신의 가신이 아니라면, 아니, 가신이라 할지라도 사적인 공간까지 허용할 생각은 없었다.



 기숙사로 돌아와 문을 잠그고, 그녀의 부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들리고, 그녀의 귀에 부친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님.”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학원에서 안 된다면 집안의 힘으로, 손에 넣고 싶은 것은 반드시 넣을 것이다. 심볼리 루돌프의 작은 독점력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  *  *  *  *  *  *  *  *  *




 “됐어, 거기까지.”



 “그게, 그러니까 이게 다 이유가 있던―”



 “그만.”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변명을 하려 했지만, 트레이너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심볼리 루돌프를 침묵시킨 뒤, 한숨을 내쉬며 토카이 테이오와 메지로 아르당에게 말했다.



 “테이오, 아르당. 티타임은 여기까지야. 오늘은 이만 돌아가 줄래?”



 “에…어, 으응….”



 “아하하…….”



 평소와는 사뭇 다른 트레이너 씨의 분위기에 압도당해, 토카이 테이오도 메지로 아르당도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한 채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볼리 루돌프가 그런 그녀들을 보며 ‘가지 말아다오!’라는 듯한 눈빛을 강렬하게 보내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



 토카이 테이오는 분명 심볼리 루돌프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메지로 아르당의 입장에선, 괜히 여기에서 회장의 편을 들다가 트레이너 씨의 정당한 분노를 같이 받게 되는 불상사에 휘말리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두 우마무스메 모두 심볼리 루돌프의 간절한 눈빛을 모른 체 하며 사무실을 나선다.



 “그러니까 그때 매일같이 나한테 위에서 질척대고 가는 곳마다 이상하게 양복쟁이들이 따라붙었던 이유가, 너였다…이 말이지?”



 “오, 오해다! 그렇게까지 하라고 말한 적은 없었어―!”



 그 뒤로, 사무실에서 트레이너 씨의 화난 목소리와 황제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두 우마무스메 모두 귀를 앞으로 숙이며 기숙사로 돌아간다.



 세상에는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있으니까.



 마편이 찰싹찰싹 무언가를 때리는 소리가 들리고, 루나아아앙―, 하고 울부짖는 황제의 목소리가 복도를 넘어서까지 들린다. 책상을 때리는데 왜 네가 아픈 것처럼 소리를 지르냐고 트레이너 씨가 조곤조곤 화내는 소리도 들린다.



 뭐 어쩌겠는가. 제아무리 황제라도 과거의 업보를 언젠간 청산해야만 했고, 하필이면 그게 오늘일 뿐인 것을. 그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무실 안쪽에서 들려오는 황제의 곡소리를 뒤로한 채, 두 우마무스메는 천천히 복도를 빠져나간다. 어두워진 하늘의 옅은 달빛이 복도의 창문을 넘어 사무실 문 앞을 비춘다.



 중앙 트레센의 평범하고 평화로운 어느 날이었다.





 ==========

 

 

 

 

 뭔가 끊긴 거 같다면 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괴문서는 아리마 챔미 유관하면 쓸래...

댓글
  • KaidoHKS 2025/02/16 20:21

    드디어 오랫만의 괴문서.....과거의 망아지 루돌프 귀엽습니다

    (cak4sr)

  • 린성신관알타 2025/02/16 20:35

    ㅋㅋㅋㅋㅋㅋ 망아지때 회장 요거 귀하거든요

    (cak4sr)

  • 카니에타 2025/02/16 21:22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 잡채

    (cak4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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