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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나이먹고 초등학생이랑 진심 듀얼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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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제가 군대를 다녀온 후 대학 복학하기 전

영어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기에 있던 이야기 입니다.


당시 학원 등하원 봉고차에 대한 안전 미숙으로 사고가 많던 시절이고,

때문에 제가 일했던 학원의 등하원 안전담당을 제가 맡아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제일 멀리 사는 한 어린 학생으로 인해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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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학원 - 학원 트리를 타던 다른 아이들과 달리

유희왕을 좋아하던 그 학생(이하 듀얼학생)은

학교에서 하교 후 거리가 먼 집에 있다가 등원해야 하기 때문에


저 멀리서 듀얼학생을 태우고, 다시 시내로 돌아와서

다른 아이들을 태운 뒤 일하는 영어학원으로 돌아가는 경로였습니다.



아무래도 빠르게 학원으로 이동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차에서 기다리는 누적 시간도 길고, 개인 스마트폰도 없었기에

지루함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그 듀얼학생은

봉고차에서 유독 심하게 소란을 피워

제어하는데 힘든 부분이 좀 있었습니다.


이 아이를 어떻게 제어해야 하나 고민을 거듭하던 한 날

그 듀얼학생이 유희왕 카드를 들고와서

차 시트에 카드를 펼쳐놓고 전개를 연습하는걸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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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바닥에 앉아 차 시트위로 카드를 펼쳐두고 떠들던 그 아이를 보자마자

바로 해결법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누구?

마제스펙터로 애미마술사를 잡은 동물박이

티배깅으로 체어샷을 맞을뻔한 쇼크 마스터의 화신

매 판 토템버드를 곧추세우는 토템버드의 왕


저는 그 듀얼학생에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내일 선생님도 덱을 들고올거니까

선생님이랑 듀얼해서 지면

앞으로 안전벨트도 잘 하고,

옆자리에 앉아서 얌전히 학원까지 가자고요.


그리고 그 듀얼학생은 기뻐하며 승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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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듀얼학생이 시트위에 펼친 카드군은 무사신


한때는 강력한 전개력으로 강함을 뽐내긴 했지만

메타에 뒤쳐진 낡은 테마군,


무엇보다 그 당시의 저는

상대의 수단을 다 틀어막고 티배깅을 하던 다크 시그너 시절이기에

어떻게 해도 질거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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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아이도 제가 아끼고 보살펴야 하는 우리 학원의 학생

그런 어린아이를 상대로 티배깅을 하거나 농락을 하면

파릇파릇한 듀얼 새싹이 그 열매를 보기도 전 시들어 버릴것을 염려하여


티배깅 없이, 아쉬움 없이

저는 그 당시 제가 메인으로 쓰던 최고전력으로

최단시간으로 (봉고차 안에서) 마무리를 하겠다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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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몬스터가 마법사족 미소녀로 이루어져 있고,

상대의 플레이를 틀어막고 진흙탕 싸움으로 밀어붙이는 더티파이트의 신

'동포의 연'을 최고점으로 활용하는 무자비함의 대명사

나에게 언제나 승리를 가져다 준 파트너

'마제스펙터'를 꺼내들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날이 밝았습니다.

등하원 기사님, 듀얼학생과 미리 말을 맞춰뒀기에

평소보다 일찍 듀얼학생에게 도착하여

차를 정차시켜두고 듀얼을 개시했습니다.


그러나 상대는 제대로된 카드 매장 한 번 가 보지 않았을 어린아이

쿨하게 첫 판의 선공을 양보했지만

그때부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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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스탭으로 넘어가며 어린아이가 절대 내뱉어서는 안되는 말,


'티쳐 메인 시작에 체인 있어요?'


를 듣자마자 그때부터 머리가 멍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체인??? 체인???? 체인????

분명 학교에서나 듀얼했을 초등학교 저학년이 뱉을 단어가 아닌데?

???????????


그리고 그 아이는 전개를 하는 내내 체인에 대해 물어봤고,

집이 다 완성되고 나서야 제 턴을 다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허름한 집,

잘 풀린 손패

그저 요새 어린아이는 룰을 잘 숙지하고 있구나

하며 웃어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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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소환에 한 번

펜듈럼 소환에 한 번

이렇게 2연속으로 신심을 맞기 전 까지는요.


선공을 내어줬던 탓 일까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상대를 얕잡아봐서 그런 것일까


첫 판은 집도 제대로 지어지지 않은 마제스펙터가

그대로 무너저 내리는걸 구경해야했고,


메타의 흐름에 뒤쳐진 테마라고 생각했던 무사신은

싸움의 신 답게 제 명치를 바로 뚫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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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랑.다.음.판.할.까?


거울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때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어른으로서도, 선생으로서도 지어선 안 될 표정이었을겁니다.


제가 쓰는 카드는 일종의 방어테마군

듀얼학생이 쓰던 카드는 일종의 공격테마군


첫 판은 농락당했지만

두 번째 판은 제가 선공(집 지으며 후속을 방어턴)을 가져오고

듀얼학생이 후공(집을 부수는 공격턴)을 가져가는 만큼

두번째 판이야 말로 진정한 승부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듀얼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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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듀얼 시작과 동시에 듀얼학생의 손에서 떨어지는 바퀴벌레


사실 이건 어느정도 예상했습니다.

첫 판, 자신이 선공임에도 체인을 물어봤다는 것은

패트랩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다는것

이런 패트랩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온갖 전장을 누비던 베테랑 듀얼리스트


집을 짓진 못하더라도 견제 카드를 세팅하고,

펜듈럼 드래곤을 세팅 한 다음

턴을 넘기면서 후속을 보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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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드래곤 위로 유령토끼가 떨어지면서 그 계획은 박살이 났지만요.


가증스런 패트랩 육자매의 시발점

돈독이 오른 코나미가 만든 개초딩 카드

필드에 튀어나와도 효과 발동이 가능한 씹사기 카드


너 선생님한태 왜그러니 소리가 목젖까지 올라왔지만

뒤 이어 금제가 풀렸던 해피의 깃털까지 휩쓸고 지나간 뒤

다시 한 번 무사신에 명치를 뚫리고,

완전히 패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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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조용히 만들겠다더니 뭐하는 거냐 싶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기사님


개운하다는 표정으로 덱을 집어넣고 제 옆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듀얼 학생


놀아 준 것도 아니고, 진심으로 듀얼했는데 쳐발려서 멘탈이 반쯤 나간 저


이 셋을 태운 봉고차에는 미묘한 적막이 흐르다가

이내 다른 아이들을 태울 시간이 되어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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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그 봉고차 듀얼을 전해들은 다른 아이들이


'티쳐가 일부러 져 준거죠!'


하며 물어보는 말에 '그렇지!' 하며 웃어 넘기긴 했지만

사실 마음속은 전혀 웃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듀얼학생은 저와 두번 다시 듀얼을 하지 않았습니다.

차에 타고 나서 떠들거나 지루하다며 투정부리는 일도 전혀 없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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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다크 시그너이자 야생곰이던 시절의 독기가 다 빠져

티어덱만 찾아다니거나 상대를 앞에 두고 티배깅을 하는 행위는 하지 않지만

이 이후로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방심하지 않습니다.



듀얼리스트는 어엿한 전사이며

이 전사들은 얕잡아 볼 상대가 아니거든요.




3줄 요약


1. 알바하는 학원 봉고차에서 심하게 떠드는 아이가 있었음


2. 내가 이기면 차에서 소란피우지 않기로 약속하고 듀얼


3. 진심으로 듀얼했는데 영혼까지 탈탈 털림

댓글
  • 코파카바나 2025/02/06 15:47

    학생 : 불쌍하니 얌전히 있어준다

  • 고래밥임시 2025/02/06 15:45

    결론 : 어린애한테 듀얼로 털림

  • 갱생 젠틀곰 2025/02/06 15:49

    진짜... 지고싶지 않았어요...

  • 티아라멘츠 코코미 2025/02/06 15:50

    2신심ㅋㅋㅋㅋ

  • 코파카바나 2025/02/06 15:47

    근데 샵좀 다닌 친구인가보네 시작부터 체인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ㄱ


  • 돌프른
    2025/02/06 15:45

    허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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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밥임시
    2025/02/06 15:45

    결론 : 어린애한테 듀얼로 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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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갱생 젠틀곰
    2025/02/06 15:48

    아니 제가 듀얼을 못하는게 아니라
    그 어린 학생이 듀얼을 졸라 잘했다니꺼ㅏ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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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밥임시
    2025/02/06 15:50

    어쨌든 유희왕 카드를 보고 스스로 돌격해서 나락의 함정 속으로 떨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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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파카바나
    2025/02/06 15:47

    학생 : 불쌍하니 얌전히 있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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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파카바나
    2025/02/06 15:47

    근데 샵좀 다닌 친구인가보네 시작부터 체인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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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gouter HHT
    2025/02/06 15:49

    어른이 된 건 학생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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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sper Q.LEE
    2025/02/06 15:47

    헬카이저가 되었어야 했는데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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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갱생 젠틀곰
    2025/02/06 15:49

    진짜... 지고싶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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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파카바나
    2025/02/06 15:50

    헬카이저처럼 어른의 카드로 더 강한덱 맞추라는 의미지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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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아라멘츠 코코미
    2025/02/06 15:50

    2신심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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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터base
    2025/02/06 15:51

    난 지고싶지 않아!!!!!
    하면서 목에 실버☆를 감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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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뚜막의 모그리
    2025/02/06 15:51

    썩 꺼져 패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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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まっギョ5
    2025/02/06 15:51

    결론: 작성자 초딩한테 털리는 허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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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봉방주
    2025/02/06 15:52

    오늘 본 글 중 제일 크게 웃었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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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poche
    2025/02/06 15:52

    듀얼은 도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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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RDs
    2025/02/06 15:53

    승리도 인품도 잃어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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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구찜빌런
    2025/02/06 15:53

    …결론은 거 자기 본덱 들고와서 초딩한테 진심으로 듀얼하고 패배한…범부미만 듀얼리스트라는 거군요
    당신은 인권이 없어도 할말이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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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모르고 한소리였어요
    2025/02/06 15:53

    나이 불문 진심이 두 듀얼리스트를 보고 나도 끓어 올라 마스터듀얼을 실행하자 나를 반긴건 점검 공지였다...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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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r.lu
    2025/02/06 15:53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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