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가 타임 스톤을 사용해 비전을 되살리는 장면은
서사적 기만(Narrative Deception)과 설정과 회수(Set-Up and Payoff)를 활용한 뛰어난 서사적 반전의 사례다.
이 장면은 단순히 예상 밖의 전개가 아니라,
관객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일시적으로 잊게 만든 후,
결정적인 순간에 회수하여 강한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이 장면의 핵심은 관객이 완다와 비전의 감정선에 몰입하도록 유도된 상태라는 점이다.
비전은 자신이 마인드 스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타노스가 직접 노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타노스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완다에게 스스로를 파괴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관객이 완다의 감정적 갈등에 집중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없애야 한다는 극한의 상황,
완다가 흐느끼면서도 필사적으로 마인드 스톤을 파괴하는 과정,
비전이 마지막 순간 "널 사랑해"라고 속삭이는 대사까지,
모든 연출적 요소는 관객이 이 순간을 따라가도록 조작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 과정에서 관객의 시야를 제한한다.
타노스는 바로 직전에 닥터 스트레인지에게서 타임 스톤을 넘겨받았고, 이 과정도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런데 완다와 비전이 신파를 찍고있는동안 영화는 이것을 중요한 위협요소로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이는 영화가 타노스가 타임 스톤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거나 일부러 감춰둔 것이 아니라,
관객이 그 정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설정과 회수 기법의 전형적인 사례다.
영화는 타노스가 타임 스톤을 가졌다는 사실을 분명히 제시했지만, 이를 강조하지 않고 부드럽게 흘려보낸다.
그리고 관객이 비전과 완다의 감정적 클라이맥스에 깊이 몰입한 순간, 타노스가 갑자기 손을 들어 타임 스톤을 활성화하면서,
관객들은 자신이 방금 몇 분 전에 본 정보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순간 관객은 예상하지 못한 충격을 받게 되지만,
다시 돌이켜보면 영화가 이미 모든 정보를 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놀랍지만 억지가 아닌 반전이 만들어진다.
이는 "반전은 놀랍지만, 되돌아보면 필연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정확히 따르고 있다.
타노스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명확히 드러났고, 이를 마지막 순간에 활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완벽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관객의 주의를 감정적인 서사에 집중하게 만들면서, 이 정보를 망각하게 했기 때문에,
타노스가 타임 스톤을 사용하는 순간 강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장면은 단순히 놀라운 반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조작하여,
감정적으로 몰입한 상태에서 논리적 반전이 작동하도록 설계된 장면이다.
즉, 관객이 논리적으로 알고 있는 정보와 감정적으로 몰입한 정보 사이의 간극을 활용하여 반전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관객이 비전과 완다의 슬픔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면서도, 실은 반전을 위한 설정을 완벽하게 깔아둔 것이다.
이 기법이 특별히 효과적인 이유는, 관객이 반전에 대한 불만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다.
반전이 억지스럽거나 사전에 힌트 없이 갑자기 튀어나온다면 관객은 이를 불공정하게 느끼지만,
《인피니티 워》는 모든 정보가 사전에 제공되었고, 관객이 이를 스스로 망각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에
반전이 강렬하게 작동하면서도 설득력까지 갖춘다.
이 장면은 현대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서사적 기만과 설정과 회수를 활용한 반전의 가장 정교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될 수 있다.
영화가 관객의 감정을 따라가게 만든 후, 논리적 반전을 극적인 순간에 터뜨리는 방식은,
향후 서사적 반전을 설계할 때도 중요한 전략적 요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적인 진폭을 일으키는 씬은 아니었지만 기법 측면에선 완벽히 같은 예시로 아바타2 최종전이 있다
아니 분명 쿼리치가 이긴 싸움이었다고!!
이럴수가 완다는 사실 죽음을 불러오는 스칼렛위치였지! 서사적 기만에 당했구나 엣큥
그거 말 되네. 분명 이론상 가능한데 전혀 생각 못했어.
DDOG+
2025/02/01 21:58
그거 말 되네. 분명 이론상 가능한데 전혀 생각 못했어.
noom
2025/02/01 21:59
감정적인 진폭을 일으키는 씬은 아니었지만 기법 측면에선 완벽히 같은 예시로 아바타2 최종전이 있다
아니 분명 쿼리치가 이긴 싸움이었다고!!
DDOG+
2025/02/01 22:00
글고 보니 저 전 서사에서도 은근슬쩍 타임스톤을 사용하는 모습을 2시간동안 안 보여주거나, 보여줘도 그냥 고개 휘적거리는 미래예측 정도로 써서
'타임스톤으로 파괴된 스톤을 되돌려 복구한다' 라는 걸 못 떠올리게 자연스러운 망각을 유도하기도 했고
루리웹-3096984951
2025/02/01 21:58
훌륭한 반전이지
사슴가이즈
2025/02/01 21:58
아니 중간에 완다짤 왜저렇게 마귀할멈처럼 나왔냐;
사슴가이즈
2025/02/01 21:59
이럴수가 완다는 사실 죽음을 불러오는 스칼렛위치였지! 서사적 기만에 당했구나 엣큥
라시현
2025/02/01 21:59
에보니 모와 싸울때, 그리고 타이탄전에서 타임스톤을 전투에 한번이라도 쓰는 묘사가 나왔다면 불가능한 연출이었겠네.
noom
2025/02/01 22:03
그것보단 감정을 너무나도 강하게 전달해서 정보(=이성)을 마비시킨 사례 아닐까.
뭐 임마?
2025/02/01 22:03
난 인피니티 스톤이 인피니티 스톤에 간섭할 수 있다는거에서 놀랬음
파괴된 인피니티 스톤을 시간을 되돌려 복원 할 수 있는게 분명 설정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지만 보통 동급의 아티팩트(?)끼리는 서로 간섭할 수
없다는 설정이 흔해서 복원 못할 줄 알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살난 상태에서 후퇴하고 이후 전면전이 벌어질거 같았는데 그걸 복원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