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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헌신적인 의사의 인생은 포장되어 의료계를 망친다.

 ‘성공한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후에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을 망친다’라는 말이 있죠. 


의료계도 마찬가집니다. 몇몇 예외적인 사람들이 포장되어 의료계를 망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이 스스로 포장한 것은 아닌게 더 큰 문제죠.


이국종 교수만 해도 마찬가집니다. 이미 이국종 교수는 한계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0&aid=0003088124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8&aid=0002381676


본인도 한쪽 눈이 실명할 정도고, 밑에 있는 다른 교수는 일년에 4번 집에 가고. 절대로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죠? 그렇다고 교수 월급이 뻔하기도 하고 외상센터가 돈 벌어다주는 곳도 아니기 때문에 이국종 교수가 받는 월급이 일반의가 미용의료3년 정도 경력 쌓고 버는 돈과 차이 없을 겁니다. 차라리 후자가 돈 더 벌 가능성이 높겠죠.


돈돈돈 거리지 말라는데 돈 벌어서 가족 부양해 보는 경험 없으면 쉽게 얘기하지 마세요. 돈 때문에 양심팔아도 안되지만, 돈 더 많이 주는 일이 매력적인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겁니다. 500만원 벌 때보다 1000만원 벌 때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늘어나고, 노후자금 마련해서 노후에 풍족하게 사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외상외과 특성 상 정년 넘기고 하기는 어려울텐데, 경제적 보상이라도 많으면 은퇴 후 여유롭게 살 수 있겠지만 지금 정도 수준의 보상이면 은퇴 후 사학연금 밖에 없으니 생활수준 유지하려면 요양병원 같은 데서라도 일해야 할 겁니다.) 위에 언급한 이국종 교수와 미용 일반의 벌이가 별 차이 없다는 건 냉정하게 말해 자본주의 하에서 둘의 행위에 대한 가치를 비슷하게 본다는 겁니다.


외상외과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거기에 제대로 돈을 쓴다면 적어도 힘든 일을 하는 외상외과 의사 및 의료인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통해 가치를 인정해주거나 (위에 얘기했듯 금전적 보상이 크면 은퇴 후 여유롭게 살 기회가 많아집니다.), 더 많은 인력을 뽑아서 일년에 4번 집에 가는 일은 없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돈이 많이 들죠? 이국종 교수가 말하듯 외상외과 환자들은 저소득층이 대부분입니다. 사회적 파워가 없으니거기에 재원을 투자하라는 목소리는 작을 수 밖에 없죠. 대신 이국종 교수만 영웅 만들기 하는 겁니다. 그건 돈 안 들거든요.


그런데 이국종 교수처럼 상위 1% 정도의 사명감을 가진 의사1명과 10% 정도의 의사 10명 중 누가 더 많은 환자를 구할까요? 당연히 아무리 1명이 날고 기어도 10명보다 많이 살릴 수없습니다. 그런데 가뜩이나 경제적인 보상 수준은 박하면서, 이국종 교수나 동료 교수처럼 본인의 신체든 가족이든 희생해가면서까지 할 매우 강한 사명감을 요구한다면 99%의 의사들은 거기에 도달할 수 없으니 알아서 포기하는 겁니다. 그리고 남은 1%가 자신의 몇배 역량의 일을 하다 지치고 쓰러지겠죠. 그게 지금 이국종 교수가 처한 현실입니다.


그러니 이국종 교수를 보고 ‘보아라 너희 의사들아 돈독 오르지 말고 이국종 교수처럼 살아라’를 외칠수록 이국종 교수 옆을 채워줄 동료는 생기지 않고 이국종 교수 혼자 외롭게 만드는 겁니다. 외상외과 같은 분야는 워낙 힘든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의 몇배를 주더라도 저같은 사람은 절대 선택 안 합니다. 하지만 고생에 비해 박한 보상, 그리고 자신의 뭔가를 희생해야 하는 엄청난 사명감 요구에 그 길을 포기한 ‘어정쩡한 사명감을 가진’ 동료들은 많이 봤습니다. 적어도 그 들이 원래 가고자 하던 길을 갔다면 이국종 교수가 외롭게 저 길을 가고 있지않겠죠.


의사에게 사명감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돈 때문에 환자에게 해를 주지 말라는 겁니다. (Do no harm.) 그 외에는 사명감과 돈을 결부지을 당위성은 없다는 겁니다. 아무리 사명감 넘치는 의사라도 한들 직원 월급, 수술 기구, 의약품, 병원 임대료 모든 게 다 돈입니다. 이국종 교수가 개업하면 임대료 면제라도 해주는 거 아니잖아요? 슈바이처 박사도 아프리카에서만 있던 게 아니고 모금 받기 위해 수시로 유럽온 것은 아시나요? 의사라고 돈에 초월할 수 없다는 겁니다. 대신 양심을 팔아먹지는 말라는 최소한의 사명감은 가져야 하겠죠. 그리고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인 이상 사명감이 필요한 중요한 일일수록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통해 사회적 자원이 흐르도록 해야죠.


영웅 이국종 대신, ‘수많은 평범한 의사 이국종’을 만들어야 이국종 교수의 길이 홀로 가는 길이 아니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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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서울대의대 출신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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