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팬들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주장 중 하나가
"CG는 몇 년 지나면 티가 나지만, 실사 촬영은 수십 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실물을 직접 촬영했으니, CG처럼 기술 발전과 함께 시대에 뒤처질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특수효과의 발전사를 살펴보면, 아날로그 방식 역시 시간이 지나면 그 나름의 한계를 드러내며, "무조건" 더 현실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점은 아날로그 특수효과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니어처, 애니매트로닉스, 카메라 트릭 등은 단순히 "옛 기술"이 아니라, 지금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으며 최신 촬영 기술과 결합해 발전하고 있다.
다만 그 발전 속도가 CG만큼 눈에 띄지 않거나, 대중적인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정체된 기술"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실사 특수효과도 언제나 최선의 선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들이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오펜하이머(2023)에서는 "실제 핵폭발을 CG 없이 촬영했다"는 점이 강조되었지만, 막상 영화 속에서 등장한 핵폭발 장면은
단순히 많은 양의 폭약을 터뜨리는 것에 불과했다. 이는 관객들에게 "핵폭발의 스케일과 공포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즉, "실물 촬영"이라는 점 자체가 반드시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진다.
타이타닉(1997)의 침몰 장면은 어떠한가. 이 영화는 당시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으며,
CG보다 물리적 모형과 미니어처 촬영이 더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미니어처 특유의 물리적 한계가 눈에 띈다. (물론 '미니어처'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마어마하게 크지만)
배가 가라앉을 때 물거품이 지나치게 작게 표현되거나, 물리적 질감이 현실과 미묘하게 다르게 느껴지는 문제다.
크기가 작은 모형을 사용하면 중력과 유체의 반응이 실제 크기와 다르게 보이는 현상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러한 차이를 인간의 눈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스타워즈(1977)에서도 볼 수 있다.
당시 CG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주선과 전투 장면은 대부분 미니어처를 활용한 촬영 기법으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다시 보면, 작은 모형을 촬영할 때 나타나는 빛의 반사 차이, 움직임의 물리적 불일치 등이 드러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의 실사 특수효과가 오히려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한계를 더 강하게 드러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CG 기술은 쥬라기공원 이래 급격하게 발전했고, 현재 와서는 충분한 수준의 현실감이 평균적으로 담보되는 기술이 되었다.
물론 [미이라]의 스콜피온킹이나, [보이지 않는 위협]의 자자빙크스 등 차라리 하지말지 싶은 CG들도 많았다.
하지만 1990~2000년대는 CG기술에 있어서 일종의 격동적인 발전시기였다. 빛의 반사, 텍스처, 유체 시뮬레이션 등에서 어색한 부분이 많았지만,
2020년도가 된 지금은 프랙탈 기반 렌더링 기술과 인공지능 기반 시뮬레이션이 등장하면서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CG가 가능해졌다.
[듄 2](2024)이나 [아바타: 물의 길] (2022) 같은 작품을 보면, 최신 CG는 더 이상 "가짜처럼 보인다"는 평가를 받기 어려울 만큼 발전했다.
이러한 착각은 일부 영화팬들 사이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실물을 촬영했기 때문에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주장이다.
특촬물이나 고전 고질라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CG보다 미니어처와 실제 세트장을 활용한 촬영이 훨씬 생생하다"는 의견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미니어처 촬영과 세트장은 그것만의 개성이 있으며, 특정 장르적 미학을 형성하는 요소로서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하지만 단순히 "CG가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더 현실적"이라는 논리는 쉽게 반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촬물의 거대 괴수 전투 장면을 보면, 땅이 패이거나 건물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스케일의 차이가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작은 모형을 가까이서 촬영하면 중력과 물리 법칙이 실제 대형 구조물과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팬들은 "실물이니까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CG를 적절히 활용하면 오히려 물리적 스케일감을 더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으며,
인위적인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조작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CG냐 실물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의 문제다.
이러한 착각은 최근 블록버스터 영화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사 촬영을 강조하는 영화들은 종종 "이 영화는 CG 없이 진짜로 찍었다!"는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며,
일부 팬들은 이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영화 제작의 본질을 간과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2023)의 오토바이 절벽 점프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톰 크루즈는 실제로 오토바이를 타고 절벽에서 점프했으며, 영화 홍보 역시 이를 강력하게 내세웠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장면이 완전히 "CG 없는 실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톰 크루즈가 달린 코스 자체가 자연 그대로의 절벽이 아니라, 철저하게 설계된 특수 슬로프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영화적 연출을 위해 구조적으로 설계된 특수 환경에서 촬영되었으며,
실제 점프한 오토바이는 VFX를 통해 지형을 보강하고, 안전장치를 제거하는 등의 후반 작업을 거쳐 완성된 것이다.
정말 영화팬들 사이에서 언급되던 수준의 "진짜 아날로그" 영화는 성룡영화 시절까지 돌아가서나 볼수 있을 것이다.
근데 지금 시기에 그렇게 영화 찍으면 여러가지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CG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CG와 실사 촬영이 얼마나 조화롭게 결합되어 영화적 경험을 극대화하느냐의 문제다.
실사 촬영과 CG의 조합이 영화 제작의 필수 요소가 된 시대에서, "진짜니까 더 낫다"는 단순한 논리는 더 이상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영화적 현실감을 유지하면서도,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CG든 실사든, 결국 영화는 현실을 조작하는 기술의 예술인 만큼, 특정한 방식만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자작글을 기반으로 챗gpt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사실 그냥 TNT 천톤 가량 터트리면 진짜 핵폭발 같은 묘사 가능하긴 함 ㅋㅋ
크리스토퍼 놀란이 폭약을 아끼지 않았으면 ㅋㅋ
얼마전 쥬라기 공원 1편을 다시 보면서 그래픽과 실사 모형의 절묘한 조화를 보면서 감탄했는데
마침 그런 내용의 글을 이렇게 잘 써주시니 반갑네요
특히 오펜하이머 핵폭발 장면이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부분에는 백번 공감을 하는지라
앞으로는 제작자들의 센스와 기술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질 것 같네요
343길티스파크
2025/01/31 01:41
사실 그냥 TNT 천톤 가량 터트리면 진짜 핵폭발 같은 묘사 가능하긴 함 ㅋㅋ
크리스토퍼 놀란이 폭약을 아끼지 않았으면 ㅋㅋ
noom
2025/01/31 01:42
??? : 그러다 다 죽슴다 씨1발!
루리웹-1033764480
2025/01/31 01:45
얼마전 쥬라기 공원 1편을 다시 보면서 그래픽과 실사 모형의 절묘한 조화를 보면서 감탄했는데
마침 그런 내용의 글을 이렇게 잘 써주시니 반갑네요
특히 오펜하이머 핵폭발 장면이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부분에는 백번 공감을 하는지라
앞으로는 제작자들의 센스와 기술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질 것 같네요
noom
2025/01/31 01:47
쥬라기공원1도, "지금 시대의 관객" 입장에서 CG는 CG대로, 로봇은 또 로봇대로 다 티나는게 보이는 입장인지라 이런 글을 꼭 써보고 싶었어요.
THERei3.
2025/01/31 01:47
터미네이터2는 지금보면 튀는 장면들이 보이지만 액체형태라는 점에서 시각적 약점을 스토리로 잘 보완한것 같고
CG랑 애니매트릭스를 적절히 섞어서 극대화 효과를 낸 쥬라기 공원이 가장 좋은 예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