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이 급격하게 오른 지하 노역장의 음식

늘 찾아오는 지하의 식사 시간

원래는 맛대가리라곤 없는 음식들이었지만

이 날은 반찬이 하나 추가 됐고

된장국에선 가쓰오 육수 향기가 나는데다 생선구이도 간이 딱 맞다고 한다

거기다 반찬에 넣는 깨를 한 번 볶는 등 평소에는 있을 수 없는 정성이 들어가서 반장조차 당황함

이 원인을 찾아보니

어느 중년 검은 양복이 주방에서 무를 돌려깎기를 하고 있다

지하에서 음식을 만드는 건 기본적으로 검은 양복인데

야나우치라는 소바 만들기가 취미인 철인 검은 양복이 급식 담당으로 들어왔다

이 사람은 소바 만들기를 30년 동안 해왔는데 100% 메밀 가루로 면을 만들 정도로 솜씨가 좋다

하지만 예산 자체는 별 다른 게 없어서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함

그런데

야나우치는 먹을 순 있지만 쓰진 않던 무의 이파리를 볶아서 밥에 뿌려 먹는 후리가케를 만들어 내놨다

맛은 당연히 뛰어나다고 함

예산은 한정됐지만 그 예산 속에서 최대한 저렴한 재료들을 직접 발주해서

먹을 수 있는 건 최대한 활용한 요리들을 만들어 내고 있던 것이다

야나우치는 자기 취미를 하고 있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이게 지하의 식사 수준을 엄청 향상 시킨 건 맞아서

채무자들은 압도적인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인사이동 시기가 오자 야나우치가 자리를 옮기는 것이 거의 확실시 된 상황

인사이동 당일, 과연 야나우치는 연임했을까?

아쉽게도 야나우치가 자리를 옮긴 것인지 밥은 노랗고 국은 된장도 없는 허연 국에 고기는 푸석푸석하다

채무자들은 당연히 망연자실 함

근데 반장이 뭔가 이변을 감지했다

밥은 생강밥이라 노란 색이었고 하얀 국에서는 닭고기 향이 나고 고기는 치킨 소보로라고 한다

알고보니 야나우치는 연임했고 이 날 밥은 닭고기 오차즈케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