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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프로젝트 4 월드 그레이트 게임 (319)


「제네바, 11:55 AM」- 윌슨 호텔 지하 벙커
“N-글루코나이드는 포합반응이에요.
NH₂에 R을 3개 배치하는 조합식으로······.”
키리토는
환기구의 끈적끈적한 공기에
자꾸만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아스나가 받아적기 편하게 계속 화학식을 일러주었다.
테러범들의 신무기 연구를 돕고 있긴 하지만,
저쪽은
단지 성능 개선일 뿐이고,
이쪽은
사람 다섯의 목숨이 오가는 일이었다.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ISTC의 그분들이 뒷수습 제대로 해줄 거야.’
그렇게
20여 분을 떠든 끝에
저쪽에서 흠을 잡을 수 없는 식 5개가 모니터에 기록됐다.
“고생했어, 아스나.
많이 떨렸지?”
자신은
이렇게 숨어 지시만 하고 있다지만,
아스나는
실제로 저 무시무시한 테러범과 대면해야 했었다.
- 지금 부상자들 터널 쪽으로 나갔어.
키리토가 있는 곳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기에
적외선 시야로 변경해 지켜보았다.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고
부상자를 등에 업은 다섯이 밖으로 걸어나가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삐이이익.
갑자기
귓가의 통신기에서 잡음이 심하게 들려와
키리토는 고개를 움찔했다.
- 미스터 키리토. 들려요?
『어? 데이빗?』
- 전파간섭을 억지로 뚫었습니다.
문이 닫히면 다시 끊기니까 정보만 간단히 말할게요.
앞으로 1시간 후,
테러범들이 요구한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인질구출작전이 시작될 겁니다.
희생자가 나올 수 있으니까
꼼짝 말고 안전한 곳에 대기···
터널 저편에서 철문이 닫히자
바로 통신이 끊겼다.
키리토는
구출작전이라는 말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다
광장 한복판에 우두커니 선
아스나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혼자 이렇게 숨어있다가
혹시라도
그녀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것 또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곳 테러범들은
인질이 300명이라
주의력이 꽤 분산되어 있어.
혼자서 최소 20명을 봐야 하니까.
최소한 안개라도 만들어서
저들의 시야를 가리면
특수경찰이 진입할 때 유용할지 몰라.’
이런 쓰임이 있을지 몰라서
최대한 가져온
진짜 귀하다고 할 수 있는 희귀 물질들이었다.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화학무기를
이리저리 떠올려보던
키리토의 눈이 벽면 모니터를 향했다.
테러범들의 신무기.
수많은 응용이 가능한 화합물을
잔뜩 소유한 몸이기에
저것 중에 몇 개는
이 자리에서도 제작할 수도 있었다.
키리토는
엎드렸던 상체를 일으켜
전술조끼에 있던 화합물을 모두 꺼냈다.
바지의 건빵주머니에도 손을 넣어
덜그럭거리는
각종 밀폐용기를 빼내고,
허리벨트의 소형가방을 열어 고무장갑까지 착용했다.
“좋아. 해보자고.”
백여 개의 병 속에 담긴
물질성분의 환상 같은 구조식이
키리토의 눈앞을 떠다녔다.
분자 세계를 두루 지켜보며
맞춤 성분을 조합하는 것은
레고 블록을 찾아 조립하는 것과 비슷했다.
원하는 형태에 맞춰
블록을 하나하나 결합하면
그뿐.
여기에
복잡한 화학반응을 둘러싼
정밀검사나
잘못된 혼합으로
성분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분자 하나하나의 크기가
사각의 레고 블록처럼 보이는 세상 속에서
키리토는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강제 안개 발생제부터 시도했다.
‘너희 방망이에 너희가 한번 맞아보라지.’
삽시간에 30여 분이 흘렀다.
키리토는
반죽하듯 주물럭거리던 야구공 크기의 검은 덩어리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고
분자 세계를 유심히 살폈다.
이것은
테러범들이 신무기로 개발중인
초소형 풍압 발생제를
보다 가성비 높은 재료로 재구성한 물질이었다.
‘어디 보자······.’
화학반응을 가늠해 보던
키리토는
침을 꿀꺽 넘기고 말았다.
자칫
지하 벙커 전체가 날아갈 정도로
기압이 팽창할 뻔했다.
이 자체로는
너 죽고 나 죽는 자폭탄이었다.
‘아껴 쓰려는 생각에 너무 위력을 세게 했어.’
가지고 온 화합물의 반이 투자됐기에
키리토는
울며 겨자 먹기로
조금씩 떼
떡을 빚듯이 빚어나갔다.
콩알 크기보다 더 작게.
BB탄 수준의 알갱이들이 유리병에 담겼다.
‘대충 준비는 됐어.’
그렇게
구출작전이 시작되길 기다리던
키리토는
벤조가 부하들을 대동하고
아스나를 우악스럽게 끌고 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흠칫했다.
배터리를 들어
음파를 끌어왔다.
- 네 공식을 본 보스가
아주 흡족해하고 계셔.
다른 과학자는 몰라도
너 같은 과학자는 죽게 놔둘 수 없다신다.
‘보스?’
키리토는
거주구역으로 사라진
아스나의 발자취를 따라 시선을 돌리다
갑자기
열기와 소리가 전부 차단되어
그녀의 흔적까지 사라지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곳의 어느 방은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장치가 되어 있다.
‘이거 어째 일을 잘해서 끌려간 기분인데,
나 대신에.’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환기구의 철조망에
산성 물질의 화합물을 둥글게 뿌려 무르게 만든 뒤
발끝으로 밀었다.
툭 넘어진 철조망에서 기어 나와
몸을 일으켰다.
당장 아스나가 사라진 거주구역으로 가려는데
경계를 서고 있던
스포츠머리의 방독면 사내와 딱 마주쳤다.
『뭐야, 너?』
‘젠장.’
키리토는
번쩍 양손을 들어 올리고 말했다.
『화장실이 급해서 그만···』
채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방독면 사내의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키리토는
가슴팍을 얻어맞고
축축한 콘크리트 벽에 처박혔다.
속옷 바로 위에 방탄조끼를 덧대고 있어
생각보다 충격은 덜했지만,
아픈 건 마찬가지였다.
『함부로 움직이지 마.
머리에 구멍 나고 싶지 않으면.』
『죄송합니다.』
조명이 거의 없는 공간이라
환기구에서 나오는 건 들키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키리토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광장 안으로 진입했다.
사람들을 스쳐 지나며
사라진 아스나 쪽으로 더욱 접근하던
키리토는
단순히 움직일 게 아니라는 판단에
일단 걸음을 멈췄다.
‘박사 세 분의 연구를 종합하면
EOW가 나온다는 정보.
그걸 알아낸 수준 높은 화학자가 저쪽에도 있다는 거잖아.’
아까 목격한
벤조의 화학지식을 보면,
저쪽의 브레인은
따로 있을 가능성이 컸다.
‘나를 노렸던 것도 그렇고,
이 집단은
실력 있는 과학자를 함부로 죽이진 않아.
게다가
어차피 출구는 하나야.’
007 수준의
일대 다수의 격투를 벌일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님에야
저 안으로
아스나를 구출하러 들어간다는 건
사지로 걸어 들어가는 꼴이었다.
키리토는 고민하다
건빵주머니에 담아둔 유리병의 뚜껑을 열었다.
안에 들어있는 수백 개의 풍압탄.
그것을 한 움큼씩 집어
일단 광장 곳곳에 흩뿌리기 시작했다.

댓글

  • 사이보그 탐색자
    2025/01/17 05:42

    잘 보고 갑니다

    (Hryv6N)

(Hryv6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