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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이라고 침울한 것만은 아니다.txt

0.


아흔 넘으신 울 외할아버지


당일까지 크게 아프신 거 없이 주무시듯 돌아가셨음.



1.


어머니 : 야ㅎㅎㅎ 니 조카 생긴다.


나 : ???


제수씨 : 원래 나중에 말 할랬는데 자기가 입이 근질근질해가지고 말해버렸네요;; 4주 됐어요.


나 : 아이고 축하해요 제수씨 ㅎㅎ


나 갑자기 조카 생김.



2.


어머니 : (사촌여동생에게) 여기 했으니까 담은 얘 차례네.


사촌1 : 부모님이 안 키워준대옇ㅎㅎㅎ


외삼촌 : 야야 니라면 나한테 애 맡기겠나?


사촌1 : 아빠한텐 안 맡기짛ㅎㅎㅎ


아버지 : (나한테 귓속말로) 와 쟈 왜케 대장부가 됐어?


나 : 아버지, 그 갸가 아빠 옆에 있는데?


아버지 : 어익후, 나 니 욕 안 했다 ㅎㅎㅎ



3.


삼촌 : 니(동생) 이제 고생길이 훤하네.


동생 : 다를 거 없어요. 이 몸 하나로 먹고 살아야지.


나 : 니 몸은 이제 니께 아니다. 니 1/3 제수씨 1/3 조카 1/3이다.


동생 : 그건 OO이(제수씨)랑 내 애도 마찬가지니까 합치면 1이다.


나 : 이 색히 ㅎㅎㅎ 똑똑한데 ㅎㅎㅎㅎ



4.


사촌2 : 아고 고모 (울 엄마) 요즘엔 고모 때처럼 애를 막 못 키워요 ㅎㅎ (둘 째 임신 중)


어머니 : 누가 내가 애를 막 키웠대?


사촌2 : 할머니가요.


어머니 : 씁. 울 엄마는 그런 말 할 수 있지. (30년 전에 애 셋을 다 맡김)



5.


군위군 공무원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군위 군수 휘장은 어디...


상주 : 저기 저 놓으시죠.


군위군 : 아 네... ... ...여기 경북 도지사님 휘장이 있는데요...?


상주 : 네 뭐 괜찮습니다. 저기 대통령 휘장은 공무원 노조 휘장 뒤에 있어요.


군위군 : 아하하하;;;



6.


향만 올리는 사람, 술만 올리는 사람, 향 술 둘 다 하는 사람


술 따를 때 한 번에 따르는 사람, 세 번에 나눠 따르는 사람


향에 술잔을 휘휘 젓는 사람, 그냥 올리는 사람


양말이 흰색인 사람, 검정인 사람


이런 건 다 사소한 것이다. 오신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7.


인제 손님들 폭발할 시간이라 더 추가 못할 듯.


상주는 몸이 최소 셋이 필요하다.


입구에 한 명


재 앞에 한 명


식사자리에 여러 명.


그러면서 간간히 장례 행정 절차도 밟아야 한다 


손님 올 때마다 고인의 사인을 읊어야하니 슬픔도 닳아 깎여나간다.


상주는 눈물 흘를 틈도, 슬퍼할 겨를도 없다.

댓글

  • Le_Olis
    2025/01/15 19:01

    고생하는구나..

    (uAIkBh)


  • 클라크 켄트
    2025/01/15 19:01

    외할아버지 아무 걱정 없이
    올라가셔서 호상하셨다고 여기저기 자랑하시겠다 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uAIkBh)


  • ksykmh
    2025/01/15 19:02

    몸이 바쁘지 ㄹㅇ
    고생해

    (uAIkBh)


  • 환타포도맛
    2025/01/15 19:02

    그래도 어르신 잠들면서 돌아가시면 호상이지......
    안아픈것맘해도 축복임...

    (uAIkBh)


  • 죄수번호-4151019490
    2025/01/15 19:04

    그거도 어르신이 덕이 있으셨으니 가능한거임

    (uAIkBh)


  • 치르47
    2025/01/15 19:05

    아흔에 자연사면 진짜 드문 호상임

    (uAIkBh)


  • 루리새
    2025/01/15 19:05

    마지막줄 공감되네

    (uAIkBh)

(uAIkB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