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정도 단렌즈 하나만 써 본 사용자의 단렌즈에 대한 생각

아래 어떤 분이 물어보셨죠
줌렌즈 쓰다가 단렌즈 가면 어떻냐고요
그래서 2년여 정도 단렌즈 하나만 가지고 사진 찍어본 느낌 간략하게 써봅니다
물론 절대 개인적인 관점이니 다르게 느끼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제가 쓴 단렌즈는 이놈입니다 후지논 35mm f/2.0
후지필름 측에서 공짜로 렌즈를 며칠 정도는 빌려주기 때문에 체험차
어쩌다가 빌려서 다른 단렌즈로 찍어본 적은 있지만 제 사진 99%는 이놈입니다 ㅎ
그리고 빌린 렌즈도 어쨌든 단렌즈
단렌즈 쓰는 이유를 물어보면 여러가지 대답이 나올겁니다
누구는 화질, 어떤이는 조리개값 때문에 배경 날림 잘되서 등...
저는 "휴대성" 때문에 단렌즈를 썼습니다
취미 중 하나로 사진을 내세우기는 하지만 동호회 등지에서 그러듯
"출사" 라는 이름을 걸고 사진만을 위해 날잡아서 일부러 어딘가를 가는 편은 아닙니다
가방 한쪽에 단렌즈 물린 카메라 넣고 다니다가 그냥 찍을만한게 있으면 찍어요
동네 고양이, 먹으러 간 음식, 길거리 가다가 만난 유명인 등...
물론 유명장소나 여행 갈 때도 챙겨 담아오는데 원래 사진만을 위해서 움직이는건 아니긴 합니다
간 김에 겸사겸사 하는 정도
암튼 이런 스타일이라 부피가 있는 줌렌즈보다는 단렌즈,
그 중에서도 부피가 작은 APS-C 판형 f/2.0 렌즈를 사용합니다
흔히 말하는 심도도 크게 관심 없어서 여건이 가능하다면 오히려 조여 찍는 편이고
화질도 일정 수준 이상만 되면 딱히 관심이 없긴 하지만... 뭐 단렌즈니만큼 화질은 저에게는 덤 정도?
이전에는 부피가 더 작은 마이크로 포서드를 사용했는데
아무튼 디자인이나 이런저런 이유로 끌리는 물건 중에서는 부피가 작게 쓰고 있죠
단렌즈를 쓰다보니 드는 생각이 "단렌즈는 욕심을 덜어내는 렌즈" 라는 것입니다
화각이 고정되어 있다보니 모든걸 다 담기는 힘듭니다
줌렌즈는 변하는 상황에 따라 간단하게 화각을 조정해서 바로바로 대부분 상황을
원하는만큼 프레임에 담을 수 있는데 단렌즈는 그게 불가능합니다
소위 말하는 '발줌' 을 할 수도 있는데 그게 한계가 있는 상황이 많아요
그러다보니 모든 장면을 다 담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쳐내고 포인트만 담습니다
그러다보면 의외로 그런 부분에서 모든 것을 쓸어 담는 것보다 느낌이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경우가 많기도 합니다
그마저도 안되는 상황이면 그냥 사진으로 남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손을 뗍니다
그리고 눈으로 담아두는거죠
단렌즈를 제대로 안써보시고 줌렌즈만 사용하신 분들 중 단렌즈로 넘어가보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이런 부분만 짚으면 될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단순히 화질이나
배경날림만 보고 단렌즈로 넘어가기에는 줌렌즈가 주는 이점이 훨씬 커요
결혼식 등 행사 사진에 줌렌즈를 쓰는 이유가 이것이기도 하고요
화질 조금 덜 좋고 배경날림 덜되면 어때요?
요즘 고급 줌렌즈는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화질을 제공하고
배경날림 잘된다고 사진 내용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다만 단렌즈의 덜어내기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써 볼 만도 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