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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ㅇ동 소리를 내는 앵무새

[ 대박! 노숙자가 키우는 ㅇ동 앵무새! ㅋㅋㅋ ]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듯한 아가씨가 유튜브 동영상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어느 노숙자가 데리고 있는 앵무새가 ㅇ동처럼 ㅅㅇ소리를 내는 동영상이었다. 

[ 하아. 하으. 하아. 하으. 하아. 하으. ]

정말로 ㅇ동같은 ㅅㅇ소리를 내는 앵무새와 빵 터지는 사람들의 영상.
그러나 아가씨는 웃음 따윈 없는 진지한 얼굴로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단정한 양복의 사내, 김실장이 물었다.

" 어떻습니까 아가씨. 회장님이 키우던 앵무새가 맞습니까? "
" 예. 거의 맞는 것 같아요. 직접 보면 확실하겠지만...똘이가 맞는 것 같아요! "

아가씨의 목소리는 조금 열띠어 있었다. 그녀는 김실장을 돌아보며 재차 확인했다.

" 정말로 우리 똘이만 찾으면 아빠를 찾을 수 있는 거죠? 맞죠? 네 아저씨? "
" 예, 꼭 찾아야지요 아가씨. 회장님이 마지막으로 똘이와 함께 집을 나가셨으니, 분명 무언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요 아가씨. "

입술을 문 그녀는 간절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석 달 전 실종된 아버지를 꼭 찾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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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외제차가 작은 공원 근처에 멈춰섰다.
차에서 내린 아가씨와 김실장은 곧장 벤치에 앉은 한 노숙자를 향해 다가갔다.

노숙자의 앞에 서, 곧장 본론을 꺼내는 김실장.

" 혹시 앵무새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
" 응? 아~ 우리 ㅇ동왕 보러 왔나? 인터넷 보셨구나~ "

노숙자는 히죽 웃더니, 뒤로 몸을 늘어뜨리며 배를 문질렀다.

" 아이고~ 왜 이렇게 배가 고픈지 원. 술도 좀 고프고. 히히 "

김실장은 노숙자의 느릿한 웃음을, 오만원권 한 장으로 제압했다.

" 헉! 아이고 이런 적선을! 감사, 감사합니다! "
" 앵무새가 있습니까? "
" 아 그럼 그럼! 우리 ㅇ동왕 당연히 있지! 인터넷 보셨구나? 진짜 ㅇ동 소리를 기가 막히게 낸다니까! 잠깐만 기다리십쇼! "

시시덕대던 노숙자는 얼른 근처 공중화장실로 달려갔다. 잠시 뒤 돌아왔을 땐, 줄에 묶인 앵무새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김실장 뒤에 있던 아가씨가 한발 나섰다.

" 똘이야! "

그 부름에 날개를 푸드덕대며 반응하는 앵무새!

" 으,응? 뭐야? "

당황한 노숙자가 앵무를 억지로 제압하려 할 때, 김실장이 다급히 달려들어 노숙자를 밀쳤다.

" 컥! "

앵무새는 김실장에 의해 아가씨에게로 넘겨졌다.
쓰러지며 앵무를 빼앗긴 노숙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오만원권 뭉치를 내미는 김실장.

" 이 앵무새를 어디서 잡으셨습니까? "
" 으,응? "

돈뭉치에 눈에 휘둥그레진 노숙자는, 얼른 상황 파악을 끝내고 급히 돈다발을 챙겼다.

" 아, 아! 영선산! 영선산에서 잡았습니다! "
" 영선산? "
" 넵! 거기 절밥 얻어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날아다니는 걸 보고 돈이 될까 해서 잡았습니다! "
" 그게 석 달쯤 전입니까? "
" 아? 아 예! "
 
김실장이 이런저런 조사를 하는 사이, 아가씨는 똘이를 다그쳤다.

" 똘이야! 아빠는? 아빠는? 어? 똘이야! "

앵무새가 말의 뜻까지 알아들을 리는 없었지만, 아가씨는 간절했다.
곧, 다가온 김실장이 아가씨를 진정시키며 세단으로 향했다.

" 아가씨. 일단 가시죠. 저희가 회장님에 대한 단서를 찾아보겠습니다. "
" 예.. "

눈시울이 붉어진 아가씨는 앵무새를 품에 소중히 안았다. 유일한 희망을 찾은 사람 같았다. 
앵무새는 그 심각함에 상관없이 ㅇ동 ㅅㅇ 소리만 내었다.

[ 하아. 하으. 하아. 하으. 하아. 하으. ]

" 똘이야.. "

두 사람이 차의 뒷좌석에 올라타고, 운전사가 차를 출발시켰다.
아가씨는 내내 아버지에 관해 물었지만, 앵무새는 그저 ㅇ동 소리만 내었다. 마치 그래야만 먹이가 나온다는 듯이.

[ 하아. 하으. 하아. 하으. 하아. 하으. ]

" 아 정말! "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아가씨를 옆자리의 김실장이 위로했다.

" 너무 걱정하지 마십쇼 아가씨. 회장님은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
" 고마워요 아저씨. 제가 기댈 사람은 정말이지 김실장님 밖에 없어요. "

김실장은 푸근하게 미소지었다.

한데 그때, 앵무새가 '김실장'이란 단어에 반응했다.

[ 김실장! 네놈이 어떻게 나를 배신해! ]

" ! "

[ 김실장! 네놈이 어떻게 나를 배신해! 김실장! 네놈이 어떻게 나를 배신해! ]

" ... "

김실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가씨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 아, 아저씨...? "

혼란스러운 아가씨의 물음에, 무표정으로 침묵하던 김실장. 그는 곧 피식하고 웃었다.

" 앵무새란 게 정말로 영리하네. "
" 아저씨? "

불안해하는 아가씨의 손에서 앵무새를 확! 뺏어 드는 김실장! 그는 앵무새를 얼굴 높이로 들어보며 대화라도 하듯 말했다.

" 어떻게 배신하긴요~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죠~ "
" 아,아저씨...? "

온몸이 잘게 떨리는 아가씨!
김실장은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아니 회장님이 글쎄, 제게 권한을 너무 많이 주시는 게 아닙니까? 제가 몇 년이나 모셨다고 말입니다. 거참, 모든 걸 빼앗을 수 있게 됐다면, 당연히 빼앗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 아으...! "
" 그런데 이게 참. 회사를 몽땅 다 빼앗고 보니, 알맹이가 너무 형편없더란 말입니다. 알고 봤더니, 중요한 재산은 모두 현물화해서 따로 숨겨두셨더군요? 쌍팔년도도 아니고 거참. "
" 어, 어떻게... "
" 아무도 그것을 숨겨놓은 장소를 모르는데, 유일하게 그 장소를 앵무새에게 교육해놨다더군요. 회장님이 앵무새만 들고 잠적했을 때는 얼마나 화가 나던지요 원. "

김실장이 운전사에게 손짓했고, 차가 갓길에 섰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아가씨를 놔두고 내리는 김실장. 문을 닫기 직전에 허리 숙여 웃었다.

"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편히 쉬고 계세요. 회장님 소식은 제가 곧 전해드릴 테니까요. 물론, 좋은 소식은 아니겠지만. "

뱀처럼 흩어보는 김실장의 모습에 아가씨의 온몸이 소름 돋게 굳었다.

뒤따라오던 차에 옮겨탄 김실장이 운전사에게 말했다.

" 영선산으로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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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박은? "

[ 수박은 영선산 화장실에서 철망 뒤로! 수박은 영선산 화장실에서 철망 뒤로! ]

쪽지를 보며 앵무새에게 말을 걸던 김실장이 감탄하듯 웃었다.

" 우리 회장님 정말 머리 많이 쓰셨네. 007이야 완전히. "

회장실을 다 뒤져서 찾아낸 암호 쪽지. 그것과 앵무새가 함께 있을 때만 비밀 금고가 숨겨진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김실장은 앵무새의 안내대로 철망을 넘어, 길을 따라 걸었다.

" 멜론은? "

[ 멜론은 개구리 바위 왼쪽으로! 멜론은 개구리 바위 왼쪽으로! ]

" 개구리 바위가 뭐야? "

김실장은 예상보다 너무 헤맸다. 앵무새가 생각만큼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더 그랬다. 
밤이 깊어 어쩔 수 없이 산에서 내려온 김실장은, 다음 날 새벽에 다시 출발했다. 

" 너 오늘도 못 찾으면 삶아 먹어 버린다! "

김실장은 괜히 짜증 섞인 협박을 내뱉으며, 다시 금고가 숨겨진 위치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그리고 해가 지기 직전, 드디어 숨겨진 동굴을 찾아냈다.

" 이곳이구나! 어쩐지, 여기는 절대 못 찾지! "

사람의 인적이 절대 없을 것 같은 장소에서 김실장은 희열에 떨었다.
망설일 것 없이, 김실장은 곧장 동굴로 들어갔다. 입구를 지나니 생각보다 넓었다.

핸드폰 불을 켜서 주변을 비추며 조심스럽게 걸어가는데, 순간!

" 억?! "

앞으로 뻗던 발이 갑자기 푹 꺼지며, 순식간에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굉장한 깊이의 구덩이는, 마치 절벽에서 구른 것과도 같은 충격이었다.

구덩이의 바닥, 혼절할 것 같이 널브러진 김실장의 근처에 썩어가는 시체 하나가 보였다. 실종된 회장이었다.

그러나 김실장은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온몸이 부서진 듯, 혼절할 것 같았다. 

김실장의 입에서는 그저 아프게, ㅅㅇ소리만이 흘러나왔다.

" 하아..하으..하아..하으... "

근처의 돌 위에 내려앉은 앵무새와 같이.

[ 하아. 하으. 하아. 하으. 하아. 하으... ]

앵무새는 그리 오래 곁을 지켜주진 않았다. 날개가 달린 녀석은 언제든 이 구덩이를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댓글
  • 복날은간다 2017/11/05 05:07

    질 좋은 이야기가 잘 안 나오니까, 이렇게 양으로라도 승부하게 되네요 흐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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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무네지아 2017/11/05 05:21

    동물들의 원초적인 본능을 다르게 이해하는 인간의 모습을 풍자하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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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뭘보쭈카 2017/11/05 05:23

    항상 재미있게 잘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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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무네지아 2017/11/05 05:46

    회장을 살리고 권선징악으로 갈수 있지만 앵무새의 소리로 임팩트를 주려고 하신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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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시중한디 2017/11/05 06:32

    회장은 죽었고 배반했던 김실장도 죽을 것 같고, 회장의 재산이 현금으로 동굴에 있는 거라면 이제 그 재산은 없는 셈이 되겠네요.
    그런데 동굴 안의 덫과 같은 구덩이에 김실장이 빠진건 이해가 되지만, 회장은 왜 빠진 걸까요?
    혹시 본인 사망을 감추고 실종상태로 두고 싶었던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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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큐어 2017/11/05 09:21

    https://youtu.be/3-Hz5SkjeSc
    이건 줄 ㅎㅎ 앵무새 *ㅅㅇ소리* 소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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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탄소뎐단 2017/11/05 11:22

    와 항상 감탄하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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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게덕후 2017/11/05 11:31

    헐 ㅅㅇ 소리는 ㅇ동 ㅅㅇ이 아니라 회장이 죽어가면서 내는 ㅅㅇ 소리였군요 ㄷㄷ
    앵무새가 그걸 따라한 걸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좋아하며 웃은 거고..
    회장은 딱히 죄를 지은 건 아니지만, 재산에 숨기는 데에 너무 집착하다가 봉변을 당한 것 같고..
    약간 탐욕과 어리석음..? 그리고 김실장은 배신하려던 걸 앵무새 때문에 들키고, 역시 회장처럼 구덩이에 빠져 죽음으로써 죄를 받네요.
    배신한 김(남우) 실장의 죽음으로 결국은 해피엔딩?ㅋㅋ
    아침에도 재미있는 소설로 힐링받으니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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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말쉽게 2017/11/05 13:24

    이 글은 제목 때문에 조회수가 폭증할 것 같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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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햄슽어 2017/11/05 13:41

    와... 오늘도 진짜 소름이 끼치네요 어떻게 이렇게 아이디어가 다양하신가요??? 진짜 이런분들이 글을 써야되는데...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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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튜핏 2017/11/05 13:43

    야한거 언제 나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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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아저씨 2017/11/05 13:47

    전 회장이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앵무새에게 함정으로 가는 루트를 알려줬고, 이미 김실장 전에 다른 사람 처단 그리고 이번엔 김실장 처단 이렇게 해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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