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은 직선과 함께 기하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음. 고대 그리스 기하학의 핵심 개념인 작도를 구성하는 것이 바로 직선과 곡선이기도 하고, 직선은 곧으며 원은 휘어있고, 직선은 무한히 뻗으며 원은 유한에 갇혀있음. 수학적으로 Yes / No 에 대응하는 1과 0이 각각 선과 원이라는 것 또한 재밌는 대비임.
따라서 모든 수학의 기하라고 불리는 분야에서는 원이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등장하고, 또 각 분야별로 원을 보는 시각이 조금 다르다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임.
우선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정의는 "한 점으로부터 거리가 같은 점들의 모임"이 그 정의라고 할 수 있음. 이는 유클리드의 원론에도 등장하는 정의로, 가장 원초적이고 직관적임.
이 정의에서 알 수 있듯, 수학에서 기본적으로 원은 "내용이 비어있는" 도형임. 내용이 차있는 경우는 '공'이 됨. 다시말해 〇 얘는 (1차원적) 원이고, ● 얘는 (2차원적) 공임. 영어로는 sphere와 ball로 구별함.
이에 대한 변형으로는 원뿔과 밑면에 평행한 평면이 만나는 도형으로도 정의할 수 있음. 이는 아폴로니우스의 발견에 의한 것으로, 모든 이차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타원, 쌍곡선, 포물선, 두개의 교차하는 직선, 한 점 등은 모두 원뿔과 평면의 교차로 해석할 수 있음.
이러한 기하학적 정의에 좌표 공간을 도입해서 튀어나오는 정의가 "대수기하" 적인 관점의 원
이라고 할 수 있음. 여기에 사영 평면의 개념을 도입하면 이 식이 살짝 변형되어서
라는 식으로도 논의할 수 있음. 이는 무한 원점에서 원이 어떻게 되는지를 논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 실수 평면에서는 원이 유한한 영역에 갇혀 있으니 큰 의미가 없지만 일반적으로 대수기하학적으로는 대수적으로 닫혀있는, 즉 못해도 복소 평면에서 논의를 하기 때문에 무한대에서의 움직임이 의미를 가지게 됨.
이 원의 정의는 음함수적, 암시적인 정의로 불리고, 이를 표준적인 함수의 형태로 바꾸면
라는 해석기하적인 정의가 튀어나오게 됨. 여기서 이 정의는 함수 하나가 아니라 두 함수의 조합으로 되어있다는 것은 주의. 이 정의는 딱히 그렇게 중요한 점은 아니지만 다양체 관점에서는 엄밀하게는 전부 열린 구간에 기반하여 정의되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이 정의가 살짝 변형되어서
라는 네 개의 식으로 쪼개지기도 함. (정말 엄격하게는 이를 기반으로 갈기갈기 쪼개지는 것까지 있지만 그런 부분은 생략하면.)
여기서 이 식은 미분을 할 때 모양이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미적분학이나 미분기하에서는 아무래도 이 정의로 계산을 시키기 보다는 매개변수를 이용해서
라는 정의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 흔할 것임. 여기에 좀 더 표준성을 담보하기 위해 길이에 기반한 매개변수를 도입하면 큰 변화는 없지만
가 됨.
이 정의들은 모두 "좌표", 즉 "길이"나 "거리" 개념이 뒤 배경에 존재하는 정의들임. 조금 더 순수한 위상 기하쪽으로 가면 더 이상 이러한 개념들은 힘을 잃어버리게 되고, 원 또한 그 예외는 아니라서 궁극적으로 말하자면
이건 "위상기하"적으로 원임. 믿기지 못하겠지만 원이 맞음. 위상적으로 원은 "시작점과 끝점이 같고, 스스로 교차하지 않는 곡선" 이면 되기 때문임.
전공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철학적인 얘기를 살짝 섞자면, 수학 수업 때 선생님이 칠판에 원을 그리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뭐 애초에 기하학적으로 모든 선은 두께가 없기 때문에 보일 리가 없다는 물리학적인 얘기를 제외한다고 쳐도, 수학 선생님이 그리는 원이 반드시 정확한 원인 경우는 드물 거임.
하지만 이는 그 선생님의 그림 실력에 의존하는 상황일 뿐, 대충 한 바퀴 돌리면 대체로 "아 이거 원 그리고 있구나"라고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 큰 문제를 겪지 않을 것임. 심지어 좀 너무 삐뚤어져서 그림이 설명하는 내용이랑 안 맞는 경우에도 그냥 그 부분만 살짝 고쳐 그리는 정도지 그걸 가지고 "저 선생은 틀린 내용을 가르친다" 라고 할 수는 없음.
즉, 대충 한 바퀴 돌리기만 하면 이는 "원의 이데아"를 표현하는 데 충분한 약속이 될 수 있고, 위상 기하적인 원은 이 개념을 지극히 추상화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음.
마지막으로 재밌는 관점으로, 원은 "직선에다가 점 하나를 더한 것"이라는 다소 낭만적인 정의도 있음. 이는 일종의 사영 기하적인 정의로,
라는 그림에 기반하여, 원의 모든 점은 P를 제외하고는 직선과 자연스러운 일대일 대응 관계가 있기에 원은 직선 + 점 P가 된다는 해석임. 실제로 이는 "사영평면에서 직선"이 일종의 "원"이 된다는 설명이기도 하고, 동시에 직선의 "한 점 컴팩트화" 와도 연관이 있음.
또, 이 대응 관계를 이용하면 원의 또다른 매개변수화를 얻을 수도 있는데, 이는 또 삼각함수에 기반한 매개변수를 tan (theta / 2) 변환을 통해 변형한 것이기도 함.
1. 똑같은 원이라도 관점에 따라서 굉장히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음.
2. 서로 다른 정의와 이를 연결하는 고리들은 수학적으로 중요한 고찰임.
3. 만약 누가 나처럼 원 삐뚤빼뚤하게 그리면 "너 원을 못 그리는 구나!" 라고 하지 말고 "너 원을 위상수학적으로 그리는 구나!" 라고 해주자.
아 알겠어 대충 못생긴애한테 니얼굴 위상수학 하면 되는거지?
N8
2024/12/11 00:03
?
음덕음덕
2024/12/11 00:03
수학에 영어가 나오다니 이무슨
닉네임.중복확인
2024/12/11 00:06
그렇다고 숫자가 나올 순 없잖아
정실 오메가
2024/12/11 00:06
어찌 이리 해괴한 발언인가!
타이어프라프치노
2024/12/11 00:05
아 알겠어 대충 못생긴애한테 니얼굴 위상수학 하면 되는거지?
닉네임.중복확인
2024/12/11 00:07
위상수학적 얼굴이구나! =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귀 두 개 있구나!
루리웹-034626775
2024/12/11 00:08
내가 알아먹은 원,직선......
제주감귤라그
2024/12/11 00:09
좋은 정보 감사감사
새벽늑대
2024/12/11 00:10
사영기하 낭만 지리네
무한한 직선을 원에 가두다
우주를 물잔에 담아내는 느낌이야
닉네임.중복확인
2024/12/11 00:11
무한원점을 유한에 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