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너도 알 거라고 생각해."
담담하게 말하는 트레이너 씨의 말이, 귓가에 크게 울린다.
트레이너 씨에 손에 들려, 이내 탁자 위에 올려지는 한 장의 종이.
트레이너와 담당마 간의 합의하에 담당 계약을 끝낸다는 내용이 적힌 서류.
"이제, 그만 끝내자."
이내 쐐기를 박듯이, 그런 말을 하면서 펜을 건네주는 트레이너 씨.
"...읏..."
아직 더 할 수 있다고. 더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말조차 꺼내지지 않는다. 꺼낼 수 없다.
말 대신 올라오려고 하는 원망스러운 기침과, 울음을 간신히 참아내는 ㅅㅇ만을 간신히 내뱉을 뿐이다.
그저, 그렇게 참으며. 좌절감을 담긴 눈동자를 굴렸을까.
"...이제 무리라는 거 알잖아. 단츠. 이제는..."
이내 그렇게 달래듯이, 어르는 듯이 들려오는 트레이너 씨의 목소리.
차마 담담하게 말하는 것도 한계에 달하셨을까.
그렇게 말하는 트레이너 씨의 목소리에도, 좌절감과 미안함이 섞여 있어. 그것에 더욱 울어버릴 것만 같다.
"...레이스는, 이제 무리야. 레이스는 그만두고. 이제 제대로 치료받아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도 그랬잖아."
"...그렇지만..."
더, 더, 더,
달리고 싶다.
지치고 지쳐 쇠퇴한 다리일지라도, 숨을 쉬려고 하면 대신 기침을 내뱉는 삭은 폐부일지라도.
그렇더라도, 한번만, 한번만 더.
트레이너 씨에게 한번만 더 빛나는 승리의 관을 쓴 채로, 달려가고 싶다.
웃으며, 그리고 울면서 반겨주는 트레이너 씨를, 한번만 더-
-보고 싶다.
"....안 돼. 단츠."
"...."
그렇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그렇게, 트레이너 씨가 말하고 있었으니까.
내 마음이 트레이너 씨를 위한다는 이타심이 아니라, 그런 트레이너 씨를 보고 싶다는 이기심인걸 안다.
만약, 진짜로 트레이너 씨를 위한다는 이타심이었다면, 지금 나를 멈춰 세우려는 트레이너 씨의 말을 따랐을 테니까.
그러니까. 지금 내 마음은, 그저 트레이너 씨와 같이. 지금처럼 계속 있고 싶다는, 이기적인 마음일 뿐이다.
"...으으..."
그걸 알면서도, 나는 트레이너 씨의 말에 긍정하지도. 트레이너 씨가 건네는 펜을 받아 들지도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만큼, 트레이너 씨를 좋아하니까.
"...단츠..."
그러면서도, 트레이너 씨에게 계약을 이어가자고. 아직 더 달릴 수 있다고 말하지도, 탁자에 놓인 계약해지서류를 치워내지 않는다.
아니, 그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만큼, 그만큼이나, 트레이너 씨를 좋아하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이 연옥같이 괴로운 순간이더라도, 서로 탁자를 두고 앉아 마주 보면서 괴로운 말을 들고 들을지라도, 그저 같이 있고 싶다.
빛나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하니까. 지금 이런 순간이라도-
-계속하고 싶다.
"...."
"...."
나를 바라보는 트레이너 씨. 그런 트레이너 씨를 바라보는 나.
괴로운 숨소리를 내뱉는 나. 괴로워하는 나를 보며 침음성을 흘리는 트레이너 씨.
숨소리만이 들려오는 정적으로 가득 차는 트레이너 룸.
"...그래. 단츠. 그럼 이렇게 하자."
그런 정적을 깨트린 것은, 트레이너 씨였다.
"...너도 알다시피, 담당계약은 서로간의 동의하에 끝낼 수도 있지만, 한쪽에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그저 통보로 끝낼 수도 있어."
그렇게 말한 트레이너 씨는 이내 내 숨소리를 살피듯이 가늠하다가 말을 잇는다.
"...이런 경우에는, 물론 받아 들여질 거고."
"...흐윽...."
알고 있다. 당연히, 알고 있다.
내 주변 친구들도, 언젠가의 타즈나 씨도, 진료해주시는 담당 의사선생님도.
나에게 그렇게 말하곤 했었으니까.
"그만두자. 단츠. 이제 그만두자. 이제 레이스는 그만두고. 제대로 치료받자..."
애원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트레이너 씨의 부탁.
계약해지까지 말을 꺼낸 것은, 분명 그만큼이나 내가 위험하고.
...그리고, 그만큼이나 트레이너 씨가 간절하다는 뜻이겠지.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이다.
거절하면 안 될 부탁이다.
거절하더라도 의미 없을 부탁이다. 그저, 내 이기심으로 트레이너 씨에게 상처입힐 뿐이다.
내가 좋아하고, 좋아하는 트레이너 씨에게.
나랑 함께해주고, 함께해온 트레이너 씨에게.
나와 웃고, 울어온 트레이너 씨에게.
그저, 상처입히는 시간만 늘어날 뿐이다.
"아...."
어느샌가, 흘러나오던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이기적인 마음을 이겨내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조심스레, 떨리는 손을 뻗어 트레이너 씨의 손에 들려 있던 펜을 잡아 든다.
생선도마
2024/12/10 00:46
그냥 단츠가 울먹이는 콘을 쓰고싶었는데 왜 이런 콘이 있는 거시야...
생선도마
2024/12/10 00:47
그런데 단츠 마생 생각하면 빠르게 꿀밤 100대 때리고 병원 끌고가는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