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코스 괜찮은데? 사진 보니까 다들 점잖아 보이고.”
어느 한가로운 금요일 오후, 트레이너는 트레이너실에서 편한 자세로 앉아 SNS를 보고 있었다.
“뭐 봐?”
트레이너 맞은편에서 과제를 하고 있던 스칼렛이 묻는다.
“트레센 근처에 러닝크루가 있대서 게시물 좀 보고 있었어.”
“러닝크루…?”
트레이너의 말에 불안하게 귀를 움찔대는 스칼렛.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가 핸드폰에 뜬 화면을 살핀다.
“...여자가 좀 많…지 않나? 게다가 전부 우마무스메잖아!”
“성별 상관없대. 트레센 졸업생도 있어서 잘 가르쳐줄 수 있다고 하고.”
스칼렛의 걱정스러운 반응에도, 트레이너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마침 초심자 모집 중이네. 요즘 운동이 좀 부족하던 참인데, 한 번 나도 들어가서 뛰어 볼까?”
“뭐? 안돼!”
스칼렛이 빽 소리치며 트레이너를 막는다.
“깜짝이야… 왜 그래?”
“러, 러닝크루, 그거… 뾰이하려는 사람들이 들어가는 거잖아! 인터넷에서 봤어! 러닝크루는 아주 동물의 왕국이라고!”
“뭔소리야? 인터넷에서 이상한거 보고 막 믿지마. 여기도 순수하게 달리고 싶은 사람들만 모이는 곳라고 써있잖아. 이 사진도 봐봐.”
트레이너가 어이없어하며 여봐란듯이 화면을 보여준다. 과연 그의 말대로, 땀을 흘리며 화기애애하게 웃는 사진만이 있을 뿐, 불건전한 요소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 아무튼 가지 마! 왠지 불안하단 말야!”
“스칼렛, 그렇게 멋대로 넘겨짚어 말하면 이 분들께 실례잖아.”
“우으으… 그건 그렇지만….”
트레이너가 정론을 꺼내들자 스칼렛도 무어라 더 말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귀를 접어내리며 침울하게 꼬리를 내렸다.
“아무튼 난 갈거니까 그렇게 알아. 너도 그만 들어가서 쉬어.”
트레이너는 더 할 말 없다는 듯 축객령을 내린다. 스칼렛은 뾰루퉁하게 입을 내민 채로 짐을 챙겨 트레이너실을 나섰다.
“...아,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조금 도와주셨으면 해서….”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스칼렛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이야기가 잘 풀렸는지, 그녀는 전화기 너머의 누군가에게 연신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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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다음날 오후 4시경, 트레이너는 전달받은 약속장소로 향했다. 가벼운 운동복과 러닝화를 신고, 수분 보충을 위해 생수병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머나, 반가워요.”
“프로필 보고 짐작은 했는데, 역시 멋지신 분이네.”
이미 약속장소에 나와 있던 우마무스메들이 환히 웃으며 트레이너에게 인사를 건넨다.
‘보자마자 웃으면서 맞아주시네. 역시 좋은 분들인게 분명해. 스칼렛도 참, 쓸데없는 걱정이 많다니까.’
예상 이상의 환대에 트레이너의 마음이 놓인다. 스칼렛의 말을 듣고 조금은 불안했는데, 역시 괜한 걱정이었다.
“쓰읍...♡”
“후우…♡”
트레이너가 고개를 돌린 순간, 조금 전까지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인사하던 두 우마무스메의 표정이 바뀐다. 트레이너는 다른 크루원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알아차리지 못하였지만.
“어, 그런데 남자는 저밖에 없네요?”
그렇게 자리의 모두에게 인사를 건넨 후, 트레이너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분명 오늘 남자가 두어 명 정도는 온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온통 우마무스메들 뿐이다.
“아… 네. 원래 오시기로 했던 남자분들이 컨디션이 좀 안좋다고 하셔서.”
“그…런가요?”
이야기를 꺼낸 순간 분위기가 조금 바뀐다. 단순히 몸이 안좋아서 못 나왔다는 이야기 치고는 어쩐지 석연치 않은 느낌이다. 껄끄러운 부분을 건드렸던 걸까? 트레이너는 구태여 더 캐묻지 않았다.
‘나만 남자라니. 조금 어색하겠는걸.’
트레이너는 머릿속에 떠오른 위화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몸을 풀었다. 주위의 모두가 자신의 몸을 핥듯이 쳐다보고 있음을 알지 못한 채로.
“이거 드실래요? 발포 비타민이에요. 생수에 녹여서 달릴 때 먹으면 좋아요.”
“아, 주시면 감사하죠. 잘 먹겠습니다.”
한 우마무스메가 트레이너의 생수병에 동그란 약재를 넣는다. 약이 거품을 내며 녹아내리고, 우마무스메들은 기대에 찬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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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후우, 후우, 후우.”
“처음치고는 엄청 잘 뛰시는데요? 힘들진 않으시죠?”
“아… 네! 이 정도면… 그럭저럭…!”
크루원들은 유일한 히토미미인 트레이너를 배려하여 그의 속도에 맞추어 뛰었다. 트레이너도 처음에는 우마무스메들의 속도에 맞출 수 있을까 적잖이 걱정하였지만, 이 정도 속도라면 충분히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수분 보충도 잊지 말고 하세요. 수분이 부족하면 기력이 빠르게 바닥나니까요.”
“네… 알겠… 습니다!”
조언을 받아들여 생수를 1/3정도 벌컥벌컥 마시는 트레이너. 과연 목을 축이고 나니 기력이 솟아나는 것이 느껴진다.
“이쪽으로 가겠습니다~.”
“이쪽 길이 사람이 적어서 편하거든요.”
“아, 그렇군요.”
크루가 기존의 루트를 벗어난다. 트레이너를 안심시키려는 듯, 묻기도 전에 그 이유를 일러주는 크루원들.
‘확실히 사람이 적네. 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어둑어둑하기도 하고. 시원해서 기분 좋다.’
새로운 길에 들어서니, 나무들이 마구잡이로 자라 터널처럼 하늘을 가리고 있다. 그런 탓에 아직 해가 지지 않았는데도 상당히 어둡다.
“슬슬… 멈출까요?”
“벌써요?”
“그치만 이제 못 견디겠어요.”
“하긴, 저도 그래요. 잠깐 멈추겠습니다!”
선두에 선 우마무스메 두 명이 소곤거리더니 정지 신호를 보낸다. 트레이너는 달리기를 멈추고 호흡을 골랐다.
‘다들 멀쩡해 보이는데 왜 멈춘 거지? 날 배려한 건가? 나도 아직 좀 더 달릴 수 있는데.’
트레이너의 마음속에 작은 의문이 떠오른다. 하지만 처음이고 하니 무리하지 않도록 미리 멈춘 것이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
순간, 트레이너의 아랫도리에 강렬한 자극이 닥쳐든다. 마치 불타오르는 듯한 뜨거움과 함께, 인자봉이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 하필이면 얇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탓에 윤곽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어머, 왜 그러세요?”
“혹시… 무슨 문제라도?”
“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크루원들이 걱정스레 묻지만, 트레이너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로 양손으로 가랑이를 가릴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이러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트레이너가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와중, 우마무스메 한 명이 그의 배후에서 다가와 한쪽 팔을 잡아 들어올린다.
“왜, 왜 이러십니까?”
“그냥… 조금 ‘도와드릴까’ 해서요.”
트레이너는 당황하여 팔을 다시 빼내려 해 보지만, 우마무스메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어머나, 이렇게나…♡ 저희가 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또 다른 우마무스메가 하나 남은 팔도 잡아 들어올린다. 자연히, 하의를 뚫을 것처럼 우마닷치한 인자봉의 실루엣이 훤히 드러나고 말았다.
“놔, 놔 주세요! 왜 이러시는 거에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트레이너가 발버둥을 쳐가며 저항한다. 하지만 우마무스메들은 그의 애처로운 저항이 되려 반가웠는지, 한층 노골적인 미소를 지으며 성큼 다가왔다.
“후후, 글쎄요. 왜일까요?”
“이 정도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잖아요?”
“그, 그만… 큿!”
한 우마무스메가 대놓고 트레이너의 인자봉을 어루만진다.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어 그 손에서 벗어나려 해 보아도, 어느샌가 주위를 빈틈없이 에워싼 다른 우마무스메들에게 저지당할 뿐이었다. 인자봉은 평소 이상으로 우마닷치했을 뿐만 아니라 더없이 민감해져 있었고, 옷 너머로 마찰하는 것만으로도 쉬이 넘길 수 없는 쾌감이 등허리를 내달렸다.
“부, 분명 건전하게 달리기만 한다고…!”
“그렇게 써 둬야 당신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남자들이 들어오니까요.”
“이번은 진짜 취향에 딱 맞는 남자가 와서 여기 올 때까지 참는거 엄청 힘들었어요.”
“원래 있던 두사람은 얼굴만 반반하지 영 시원치가 않아서 좀 아쉬웠거든요.”
“그나마도 못 버티고 계정 폭파한 다음 잠수타서 못 하게 됐지만….”
“그만큼 힘내주셔야 해요…♡ 다들 엄청 달아올라 있으니까요♡”
우마무스메들이 충격적인 진실을 전한다. 트레이너는 순진하게 사자의 아가리로 걸어들어온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후회하였다.
“원망을 하려거든, 굶주린 우마무스메들 틈사이에서 좌우로 잔뜩 흔들리면서 유혹한 당신의 야한 엉덩이를 원망하세요♡”
“아니면, 발정제가 녹아있는 줄도 모르고 물을 벌컥벌컥 마셔버린 부주의함이라던가…♡”
발포 비타민인 줄 알고 먹었던 것이 발정제였다니. 인자봉이 평소와 너무도 달랐던 것은 그래서였다. 이래서는 빠져나갈 구석이 없다. 흥분한 우마무스메들에게 덮쳐져서 한계까지 짜내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안해, 스칼렛…! 이럴 줄 알았으면 네 말 들을걸!!’
“자, 그럼 처음으로 제가 맛을…♡”
바지가 우악스러운 손길에 의해 무력하게 끌려내려갈 때, 트레이너는 스칼렛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음을 속으로 사죄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치이이이익!
“안타깝지만 거기까지라네! 물러서게나!”
“꺄아악! 이게 뭐야?!”
“콜록, 콜록!”
모든 것을 포기한 그 순간,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상황이 급변했다. 정체 불명의 스프레이 캔 대여섯 개가 날아오더니, 형형색색의 연기를 세차게 뿜어낸다. 당장이라도 트레이너를 덮치려 하던 우마무스메들은, 연기를 들이마시고는 눈물과 콧물을 뿜어내며 연신 기침을 했다. 어째서인지 트레이너만은 연기의 한 가운데 서있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뭐, 뭐야…?”
“트레이너, 괜찮아? 이 쪽으로!”
우마무스메들이 비틀대며 사방으로 흩어졌을 때, 붉은 머리칼의 우마무스메가 방독면을 쓰고 난입했다. 그녀는 트레이너의 손을 잡고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났다.
“자, 잡아!”
“가지 마세요! 갈거면 인자봉이라도 보여주고 가!”
“안돼애애애! 내가 두번째였단 말야!”
우마무스메들의 애탄 외침을 뒤로 하고, 두 사람은 쉼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헉, 헉, 헉….”
“후우우… 하여간….”
그렇게 몇 분이나 달렸을까. 완전히 기진맥진해진 트레이너가 바닥에 나동그라져 엎드린 채 숨을 몰아쉬었다. 스칼렛은 방독면을 거칠게 벗어던지고 트레이너를 흘겨보았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러닝크루는 동물의 왕국이라니까! 사진 보자마자 알았다구.”
스칼렛이 쫑알대며 트레이너를 나무란다. 트레이너는 반박 한 마디 하지 못하고 묵묵히 잔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미안…. 네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아니, 나도 뭐… 그냥 걱정돼서 한 말이니까….”
트레이너가 의기소침해진 채로 시무룩해 있으니 스칼렛의 마음도 무거워진다. 따지고 보면 트레이너야말로 가장 큰 피해자였으니 말이다. 가시돋힌 스칼렛의 태도가 순식간에 부드럽게 변했다.
“어디 봐, 다친데 있어? 걷기 힘들면 내가 업어줄…”
“앗, 잠깐만!”
스칼렛이 트레이너를 일으킨다. 하지만 불행히도, 트레이너의 인자봉은 바지를 반쯤 걸친 채로 달리던 도중 팬티 너머로 끄트머리를 살짝 드러낸 상태였고, 그 폭력적인 형태는 스칼렛의 망막 깊숙이 새겨지고 말았다.
“업어… 업… 업어줄…”
순간 얼어붙은 스칼렛이 트레이너의 인자봉을 멍하니 바라본다. 트레이너가 뒤늦게 바지춤을 갈무리했지만, 인자봉의 모습은 이미 스칼렛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 후였다.
“여, 여기 다친 것 같은데? 잠깐 있어봐. 내가 봐줄게.”
“스, 스칼렛! 진정해! 진정하라니까? 야!”
결국 스칼렛도 한명의 우마무스메. 눈앞에 사모하는 남자의 인자봉이 있다면 달려들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그녀는 초점이 사라진 눈으로 의미없는 말을 중얼대며 트레이너의 바지를 찢듯이 벗겨냈다. 트레이너는 필사적으로 그녀를 진정시키려 해 보았지만, 지금의 스칼렛은 마치 중전차와도 같아 히토미미의 힘으로 막아세울 수 없었다.
“스칼렛 군, 내가 돌아왔네. 내가 개발한 우마무스메 전용 최루탄, 효과가 정말 좋지 않나? 그 어떤 우마무스메라도…”
때맞추어 아그네스 타키온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 전 대(對) 우마무스메 최루탄 캔을 던져 트레이너를 구출한 것은 그녀였다. 어제 스칼렛의 부탁을 받고 이제껏 그녀와 함께 러닝크루를 미행했던 것이다.
“....”
“....”
“....”
하반신을 훤히 드러낸 트레이너, 그의 인자봉에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스칼렛, 그런 와중에 의기양양하게 귀환한 타키온.
세 사람의 눈빛이 어지러이 얽히며 어색한 공기가 그 자리를 가득 채운다.
“...오호라. 이거이거, 내 모르모트 군에게 지지 않는 훌륭한 물건인걸. 역시 스칼렛 군이 사람 보는 눈이 있다니까.”
먼저 입을 연 것은 타키온. 그녀는 트레이너의 인자봉을 보고 감탄사를 흘린 뒤 스칼렛을 치켜세우고는…
“나는 주위를 좀 둘러보고 오지. 조금 전의 우마무스메들이 이쪽으로 올지도 모르니까 말야…. 스칼렛 군은 트레이너 군을 잘… ‘돌봐’주게. 나는 30분, 아니, 여유롭게 1시간 후 돌아올테니.”
그 말과 함께 다시 자취를 감추었다.
“후우… 후우…♡”
방해꾼이 사라지자, 스칼렛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트레이너의 인자봉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스, 스칼렛? 진정해! 너는 모범적인 우마무스메잖니! 이런건 잘못… 우읍?!”
어떻게든 상황을 벗어나려던 트레이너의 입이 스칼렛의 입술로 막혀버린다. 스칼렛은 트레이너를 잡아먹으려는 듯이 한참 동안이나 그의 숨결과 타액을 갈취하다가, 트레이너가 호흡곤란으로 실신하기 직전이 되어서야 그를 해방했다.
“자… 잠깐… 잠깐마안… 이러면, 이러면 안…”
“이, 이건…♡ 내 경고를 대충 넘긴 트레이너 잘못이니까…♡ 그러니까…♡”
트레이너는 반쯤 기절한 상태였음에도 스칼렛을 말렸지만, 스칼렛은 단숨에 속옷을 벗어던지고는…
“얌전히 인자봉 세우고 있으라고…♡ 아프게는 하지 않을 테니까…♡”
트레이너의 인자봉을 그대로 잡아먹고야 말았다.
리빙포인트: 우마무스메가 소속되어있는 러닝크루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이거 보고 써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