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끼리 쌈붙이는 담임 만난 썰

6학년때 작은 학교로 전학갔는데 50대 후반정도 되는 남선생이 담임이었음.
근데 이 선생이 언제 한번 권투 글러브를 가져오더니 방과후에 책상 싹 뒤로 밀고 공간 만든 다음 맞짱을 뜨라는거야.
최약 1등 2등끼리 싸우게하고
최강 1등 2등끼리 싸우게함
문젠 내가 최약 1등이었고 내 친구가 최약 2등이었음.
선생이 심판 맡고 오직 주먹으로만 싸우는거로 했는데
애초에 글러브 끼고 싸우는거에 체급 비슷한 사람끼리 붙인거란 말이야?
좀 때려도 안아프고 다칠거같지도 않아서 졸라 뒤지게 싸움 ㅋㅋ
우리가 흥분해서 의외로 열심히 싸우고 투닥거리니까 애들이 도파민 아드레날린 뿜뿜했으니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였음.
그렇게 비슷한 애들끼리 붙여서 쌈좀 하게하니까
웃기게도 정작 쌈하는 당사자들도 스트레스 해소되서 재미있었던거야. 너무 격화된다 싶으면 선생이 중재하면서 심판을 잘하니까 딱히 불만? 이란게 없었던거 같음.
지금 와서 이런일이 있다면 뉴스뜨고 그 선생은 바로 짤릴만한 사건이었지만 지금 나한테는 좋은 추억임.
그때 한참 혈기넘치는 애들에게 나쁜쪽으로 분출되기 전에 해소시켜주기도 했고 의외로 나같은 찐따들이 싸우는 모습 보면서 평가가 오르는 계기가 되기도 했음.
덕분에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억울하게 왕따같은건 당한적이 없음.
지금까지도 그 선생님은 내 평생 만나본 선생중에 가장 좋으신 분이고 존경하는 분임.
잘 계시나 모르겠네.
생각난김에 한번 연락드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