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는
잇토키에게 의뢰를 맡아 달라는 요청과
동시에
이번 사건의 전말에 관해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그녀는
불과 1시간 전까진
영웅을 위한 축제가 다시 시작 됐다는 소식에
마음이 들뜬 상태였다.
이 기분 그대로
시드니에 도착해
일주일 뒤에 있을 장관 임명식까지
아델리아와 레이첼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조촐한 휴가를 보내면 되는 것이었다.
모두가 축제를 즐기고 있었던 그 시각.
그녀의 행복한 시간을
한 번에 무너트린 것은
단 한 통의 전화였다.
루시는
갑자기 울려 대는 위성전화기를
잠시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시드니에 있던
자신의 아버지가
기다리다 지친 마음에 전화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액정에 표시 되고 있는
[01-18]이라는 발신 번호를 보자마자
미 중앙정보국인 CIA에서 걸려 온 전화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자신의 오랜 친구인
CIA 부국장 (The Deputy Director, DD/CIA) ‘에드’의
직통 발신번호였다.
웬만한 상황이 아니면
이렇게 대놓고 통화를 하지 않는 친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잠시 후,
루시는
잠든 아델리아를
레이첼에게 부탁한 후
조용한 장소로 이동해
계속해서 울려 대는 위성전화를 받았다.
역시
그녀의 예상대로
상대방 목소리는
자신의 ‘베프’이자
현 CIA 부국장인 ‘에드’였다.
하지만
에드의 첫 마디는
루시가 그 자리에 서서 기절할 만큼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바로 하루 전,
시드니에 있던 그녀의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갑자기 납치되었다는
믿기지 못할 말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루시의 머릿속은
온통 ‘갑자기 이게 무슨?’ ‘누가 왜?’ ‘’무엇 때문에?’ 등등
이런 혼란스러운 단어들만이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후면
시드니에서 만나기로 한 아버지였기에
그녀가 황당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루시의 아버지인 ‘케인’은
61세의 나이로
현 민주당의 미 상원의원이었다.
그는 평소
미 상원의원으로서
이라크와 시리아 부근에서
이슬람 극단적 수니파 무장단체인 ‘다에시(Daesh) IS’ 때문에 벌어지는
내전 상황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미국이 ‘다에시(Daesh) IS’와 맞서 싸우고 있는
쿠르드 족 군사조직에
직접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특히 케인 상원의원은
미군의 지원 병력 파견이 아닌
군사원조와 무기만을 제공하자는
단순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었다.
케인이 그런 꾀를 쓰자
가득이나 전쟁이 피로해진
국민과 여론의 관심을
단번에 돌릴 수 있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과거 인도 테러로 인해
자신의 사위를 잃어야 했었고,
더군다나
사랑하는 손녀딸이
엄청난 후유증을 겪게 된 원인이 가장 컸었다.
그 때문에
루시의 아버지는
중동의 내전 상황을 개혁하려는
마지막 정치적 신념을 걸었던 것이다.
이렇게
케인 상원의원이 쏘아 올린 신념은
쿠르드 군사조직을 지원하자는 비준 동의안을
빠른 시일 내에 열기로 결정이 되었다.
향후
케인의 동의안이 통과가 된다면
앞으로 ‘다에시(Daesh) IS’ 놈들과 싸우는
모든 쿠르드 족 전사들은
높은 수준의 군사적 지원을 받으며
놈들을 상대할 것이었다.
이로써 케인 상원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어느 정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잠시 정치활동을 멈추며
시드니에 있는
작은 별장 안에서
루시와 아델리아를 기다리고 있었던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루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간 큰 미친놈들이
감히 미국 상원의원을 대상으로
납치극을 벌이겠는가?
물론
정치 생활에 적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건 서로가
어느 정도 감당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렇게 루시가
잠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사이,
에드는
하나의 사진과
여러 자료들을
그녀의 위성전화기에 전송해 주었다.
그 전에 에드는
루시에게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는 말과 함께
사진의 진위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곧바로 사진을 확인한 루시는
터지려는 울음을 손으로 막아야만 했었다.
그것은 잘린 새끼손가락에
‘A’라는 이니셜이 박힌 반지가 끼워진 사진이었다.
분명
아버지 케인의 새끼손가락이 틀림없었다.
그녀가 이렇게 확신한 이유는,
먼저 ‘A’라는 이니셜은
딸의 이름 첫 글자였다.
그 이니셜을 새긴 반지는
케인의 새끼손가락에 딱 맞게 특별 제작된 것이었다.
언제나 루시와 아델리아를 만나기 전,
케인은 새끼손가락에
그 반지를 꼭 착용했었기 때문에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에드는
그런 루시의 마음을 확인한 듯
한숨을 내쉬며
추가적인 설명을 이어 나갔다.
케인의 주변에는
늘 미 비밀경호국인 ‘SS’(United States Secret Service)가
24시간 대기 중이었다고 했었다.
그는
미 상원의원 이전에
S급 대상자의 루시의 아버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케인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자체 조사를 벌이며 주변을 샅샅이 찾아봤지만
케인을 찾는 건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실종 당일
케인은
특별한 약속 없이
집에서만 있었다고 했다.
그 외적인 사항은
가끔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있었지만,
전부 신원이 확실한
정부관계자들이었다.
그중에는
고위 정보 수장도 포함 되어 있었다.
몇 시간 후
그녀의 아버지집 앞에
하나의 소포가 발송이 되었다,
확인해 보니
정상적인 국제 화물로 발송된 소포였다.
하지만
작은 소포 안에는
놀랍게도
누군가의 것으로 보이는
잘린 새끼손가락이 찍힌 사진과
‘수신자 루시’라는
글씨가 적힌
봉투가 하나 들어 있었다.
그 봉투 안에는
한 장의 A4 용지가 들어있었는데,
기겁할 내용의 경고문이 써져 있었다.
아버지를 무사히 보고 싶다면
국무부 장관직을 포기하라는 글과 함께
1주일 안에 답이 없을시
손가락 대신 목을 보내겠다는 협박 편지였다.
이때부터
케인은 단순 실종이 아닌
납치에 의한 사건으로 전환되었다.
재빨리
비밀 경호국 ’SS’는
이 사실을 중앙정보국에 알렸고,
곧바로
CIA 부국장인 에드에게 보고가 올라갔다.
사안의 심각성을 빠르게 인식한 에드는
그 즉시
모든 정보망과 수사망을 총동원했다.
그러나
단시간 내에 사라진 케인을 찾아낸다는 것은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러시아, 유럽 분석부 (OREA)’을 담당하는
CIA 작전국(The Directorate of Operations) 감시망에서
작은 단서를 찾아낼 수 있었다.
CIA 정보국이
비밀스럽게 운용 중이던 ‘RQ-180 무인 항공기’에서
케인의 용모와 일치하는
한 사람을 포착했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다른 작전을 위해
상공을 배회 중이던
‘RQ-180 무인 항공기’가
그의 모습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다.
덕분에
정체불명의 무리에 둘러싸인 채
어디론가 끌려가는
케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찾아낸 흔적을 기점으로
‘러시아, 유럽 분석부 (OREA)’을 담당하는
CIA 작전국은
케인이 숨겨진 의심 포인트 한곳을 지목했다.
문제는
그 해당 포인트 지형과 이동경로가
알프스 산맥 중에서
가장 개발이 덜 된
슬로베니아 지역이었고
거기에
슬로베니아 지역에서도
가장 험준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트리글라우 산과 맞먹는 지역인 것도 모자라
인간이 전혀 출입할 수 없는 산악지대였기에 확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지목한
포인트 지형이
워낙 광범위했기 때문에
만약 수색을 한다고 하더라도
거의 몇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었다.
여기까지가
케인이 실종 후,
단 하루 만에 찾아낸 결과물이었다.
루시가 차기 국무부 장관 예정자라는 영향력과
그녀의 친구인
CIA 부국장 에드의 힘으로
그나마 이 정도 흔적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루시도
과거 정보국 일을 했었기에
그녀의 친구인 에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추후 상황을 다시 알려 주겠다’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종료했다.
전화를 끊은 루시는
잠시 멍해진 머리를 차갑게 식히며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그녀는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과거 ‘인도 뭄바이 테러’로 남편을 잃어야 했었고,
아델리아까지
크게 다쳐야만 했었다.
그런 상태에서
누군지 모를
그 빌어먹을 놈들에게
자신의 아버지까지 뺏길 수는 없었다.
그때
그런 루시에게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몇 시간 전,
배에 침입한 ‘이슬람 테러’ 놈들을
전부 삭제시켜 버린 영웅인
사쿠라바 잇토키를 말이다.
그녀는
조금 전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던
잇토키의 활약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았다.
분명
인간의 범주를 넘는 힘과 스피드,
신속 정확하고
허를 찌르는 귀신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동양인.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뭔가 번뜩이는 생각에
그녀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녀는
다시 위성전화기를 통해
어디론가 통화를 시도했다.
이 난관을 타계할 방법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담당 비서관의 목소리가 들리자
루시는
자신의 ‘특별 코드명’을 알려 준 후
그에 맞는
최고 담당자와의 통화를 부탁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 지나고
전화기 너머로 상대방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미합중국 국가원수인
토마스 아담 커크먼 대통령이었다.
커크먼 대통령은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다며
그녀를 격려해 주었다.
역시 그도
이번 사건에 대해 이미 보고를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루시는
커크먼 대통령과
긴급하게 통화를 시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아직 루시의 장관 임명은
상임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았다.
놈들의 의도대로
지금 그녀가
커크먼 대통령에게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
이 한 마디만 통보하면
그 즉시
국무부 장관 예정은 없었던 일로 될 것이다.
하지만
루시는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국무부 장관직을 지키는 동시에
납치된 자신의 아버지까지
꼭 구출하여
그놈들에게
빅 엿을 날려 줄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커크먼 대통령의 재가가 반드시 필요했다.
일주일.
단, 일주일만이라도
이번 ‘케인 미 상원의원’의 납치사건을 총괄하고
그에 대해 모든 권한을 달라고 말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파격적인 부탁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미합중국 대통령(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에게서
원하는 대답을 들 수 있었다.
[차기 미 국무부 장관에게 모든 권한을 허락합니다.]
그런데
그런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인물이
토마스 아담 커크먼 대통령이었다는 것은
진짜 미국 정치를 아는 사람으로서는
놀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커크먼 대통령은
역사상 처음으로
지정생존자 식으로 대통령직을 인계받은
유일한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정치적이니 뭐니 하는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진짜 관료출신의 대통령이었다는 것이랄까...............
루시는 여기까지 설명을 마친 후
잇토키를 바라보며
자신의 요청에 대한 대답을 기다렸다.
그에게
의뢰에 대한 사연을 설명한지
거의
1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잇토키는
그런 루시에게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우선 그녀의 아버지가 납치된 것은······
상원의원이라서가 아니라,
루시를 저격한 것이었다.
단순해 보였지만,
1주일 안에
국무부 장관을 포기하라는 협박편지가
그 증거였다.
놈들의 경고대로
루시는
1주일 안에
어떠한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기간 안에
반드시 자신의 아버지를 구출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 자식들에게
선빵을 날리겠단 각오를 보인 것이다.
문제는
납치범들의 세력불문,
정확한 장소불문,
1주일이라는 시간. 등등
모든 것이
의뢰를 맡기에는 불리한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은 처리해야 할 일이 산재해 있었다.
지금 자신이 실패한 임무을
진행할 수 있는 단서가 전무한 상황에서
그런 의뢰를 맡는다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할 수 있었으니...............
그래서
잇토키는
이런 종합적인 상황과 이유 때문에
루시의 의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이 서질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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