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머하노"
나는 회사에 있을 망할년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5년 동안이나 같이 산 사람인데
마지막은 저녁을 먹고싶었다.
"내 지금 퇴근할라고. 오빠 어딘데"
오빠? 웃음이 나왔다. 이것은 조소가 아니다.
갑자기 그녀가 돌아온 기분이였다. 오빠라니.
"어. 가는길이다. 저녁묵게 들어온나."
이제 미쳤다느니 욕하느니 하는건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마지막이다. 죽은 사람이 생전에 무슨 일을
했든 영정앞에선 숙연해야 한다. 나는 내 안의
그녀가 죽었기에 모든것을 초월하기로 했다.
버스정류장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나는 한쪽 골목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야!"
그녀가 내 팔 자락을 잡았다.
"어 왔나. 가자."
나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걸었다.
"저 봐라. 아지매 장사할땐 드럽게 맛없드만 할매가
장사하고 나서 문전성시네."
나는 얼마전 주인이 바뀐 백반집을 지나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그녀는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었다.
집에 오고 나서 나는 남은 짐을 꾸렸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다롱개와 도롱냥이가 자꾸
날 따라다녔다.
"요 봐라. 인자 아빠 아이다. 저 가서 놀아래이"
그걸 알아들으면 개 고양이가 아니다.
책상이며 드라이기 빗 헤어롤을 끝으로 나는 모든 짐을
다 쌌다. 이제 저녁때 다시 와서 짐을 가져가기만
하면 되었다. 가만히 날 보던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배고프다."
나 역시 조용히 웃었다.
"응. 밥먹자 그래."
밥통이며 그릇 전자렌지 필요한건 다 싸놨기에
밥을 할 만한게 없었다. 나는 나도 좋아하고 그녀도
좋아하는 닭발집에서 닭발과 치킨을 주문했다.
소주잔을 가득채워 나는 웃으며 말했다.
"자. 그동안 수고했소. 한잔 하소."
우리는 말없이 술과 음식을 먹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울거나 찡그리지 않았다.
도롱냥... 아니 개와 고양이는 평소처럼 저들끼리
뛰어다니고 우리가 밥먹는걸 지켜보고 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특별한 날의 저녁식사였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평소처럼 세상이야기를 하고 나는 정치이야기를
들려주고, 옆집 조선족 아줌마가 분리수거 망을
훔쳐간 이야기를 했다. 그 사이 마지막 빨래가 돌고
세탁 끝을 알리는 알람이 들렸다. 나는 술을 마시다 말고
마지막 빨래를 건조대에 널었다.
"오빠 나중에 차 사면 드라이브 하러 가?"
"그건 니 남친한테 해달라캐라 내차를 니가 와 타노"
"아니 그래도 나중에..."
"나중 없다. 이게 우리 마지막이다."
나는 기어코 축제의 끝을 알리는 선언을 하고야 말았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서 독일군의 폭정에 수업을
마쳐야 했던 아멜선생의 심정이 이런걸까.
이제 모두 끝이다. 나는 옷을 챙겨입고 가방을 메었다.
"어디가?"
그녀의 물음에 나는 가만히 그녀 손을 잡았다.
"서울 가모 담부턴 노선 헷갈리지 말고 잘 타고 댕기라
거 복잡해가 한번 잘못타면 나도 잘 몬찾는다. 얘들 밥은
하루에 두번씩 챙겨주고 아니다. 고양이는 니 밥물때
같이맥이라. 모래는 똥 보이면 바로 갈아주고. 찬장에
다시다는 김치국 끓일때 3분의 1포만 넣어라. 뜯은건
집게로 집어가 가스렌지 옆에 놔라. 라면 많이 묵지 마라
냉동실에 고기 있다. 쪼매 녹하가 팬에 구워무라
찬은 일주일은 묵을끼라 마른건 좀 나중에먹고 콩나물
시금치무침 이런건 빨리무라."
"오늘 나랑 같이 자."
"낼 모레쯤에 나물반찬 싹 모다가 비벼무라.
계란 해가 얹어묵고. 가계부 써라. 현금 있는거 먼저 쓰고
카드는 쓰지마라."
"안가면 안돼?"
"페페리코 뒤에 보면 공구함 있다. 도라이바나 그런거
필요하모 뒤에서 꺼내다 써라. 플스옆에 있는 길티기어
씨디 안에 피파씨디 있다. 나중에 할때 착각말고 해라."
"이삿짐 옮겨놓고 주말에 오면 안돼?"
"창고에 휴지 많이 쌓여있다. 물티슈는 냉장고 옆 선반에
김은 찬장에 있다. 느그 어머니 댁에 우리집김치 한그득이다
김치는 거서 묵을만큼만 갖다무라."
"가지마."
"수고했다. 사랑했다. 남 가슴에 대못박는건 나로 끝내라."
후회를 할 짓을 만들지 말라고 했다.
나는 문을 닫고 밤 열두시에 집에서 나왔다.
울먹이는 목소리는 뒤로했다. 네가 만든 일이 인생에
얼마나 후회되는 짓이였는지 깨달았을때는 늦었다.
별 하나 없는 쌀쌀한 가을 밤 하늘을 천장삼아 걸었다.
피씨방으로 향하는 그 골목길을 걸으며 담배를 물었다.
쥐어짜내져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눈물이
났다. 오지은의 노래가사 말이 생각났다.
바람이 가요
가끔 소식이 궁금해요
당신이 나를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비록 당신의 미래 위에 그 어떤 사랑이 온대도
하지만 시간이란 항상 겹겹이 쌓여갑니다
별빛들은 사라지고
마음마저 사라지고
남은 것은 닿지 않는 목소리
봄의 인사
여름의 행복
어긋난 가을
기나긴 겨울
계절 거치고
남은당신과 변한듯 그대로인듯 새로 온 봄을 준비
합니다.
https://cohabe.com/sisa/400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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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읽고 나니 마음한켠이 아려오네요.
한때는 사랑스럽고 좋았을 두 사람의 마지막이..
쩝... 행복하시길 바라고 응원합니다.
글 잘 보고있다면 좀 이상하려나요??
여튼 응원하는 맘으로 정독중입니다
분명 실화이고, 진행형이고 가슴아픈 이야기임에 불구하고 글쓴이가 글을 너무 잘 써서 읽다말고 눈물이 그렁그렁 ㅜㅜ 잘 사실거에요!!!!
형... 술한잔 허자
잘 지내니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겠지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쓸쓸히 음 음
그러려니
휴우...버스안에서 하품하는 척 하면서 눈물을 참습니다..글쓴님의 앞날에 찬란하고 밝은 행복만이 가득하시길..
이 리벤지의 끝에 글쓴님의 진정한 행복이 있길...
전 부인은 지나버린 햇빛들과 작별하는 자기연민의 시간을 한동안 보내겠죠. 차단하시고 받아주지 마세요.
있을때잘해야합니다
어우... 눈물이 왜 날까요.
행복한 날들만 가득하길 기도드릴게요.
행복하시길...
"오빠 나중에 차 사면 드라이브 하러 가?" 뒤에 가지마 어쩌고도 그렇고..
이 무슨 개뼥다구같은 소리인지..
망할+미친..인가요?
똑같은 일 당하고 피눈물 흘리며 후회하는 날이 오길
그동안 고생많았고 수고했고 고마워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
형 X발 행복하자
읽기만 해도 눈물이 핑돌고 가슴과 머리가 복잡하네요...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들에서 슬픔이 읽히는 거 같아요...
무었보다 빠른손절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남은인생 우상향만 있으시길...
너무 먹먹하네요...
작가님! 잘 견뎌내시길...
화이팅
시벌 ㅠㅠ
이 장면은 영화로 만들어도 될 것 같은데요
아픔은 빨리 잊으시고 좋은 일만 가득 하시길....
하..... 글발도 좋고......
그냥 소설이라고 해주세요.
이렇게 좋은 남자를 지키지 못한 그분은 정말 바보에요... 지금은 아프지만 더 좋은 날들 기다리고 있을꺼에요 꽃길만 걸으시길!
글 잘 쓰시는데 이번 리벤지 씨리즈 끝나면 실화-행복을 찾아서 - 도 부탁 드려요~ 구독신청 하겠습니다~
솔직히 전부인분이 뻔뻔하신거 같긴 하지만
5년동안 작성자님께서 얼마나
상대방에게 헌신하면서 살았는지
이글을보니 알겠네요....
이젠 작성자님을 위해서 사시길..
본인을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기댈수있게 해주는
인연을 만나길 바랄게요
행복합시다 형님
아무리 봐도 여자가 진짜 미친X같은데 그래도 작성자님이 사랑했던 여자니까 더 심한 욕은 못하겠네요 ㅠㅠ
부디 행복하세요
당신이 없다는것이 가장 큰 리벤지가 되겠네요. 아이고 마음고생 많으셨습니다.
...
글 쓰시는 분인가요?
차갑게 정제되어 있는 글로 속에 있는 슬픔과 분노, 걱정을 버무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가슴이 먹먹하네요.
저도 작년 이맘때 와이프 외도로 이혼을 했습니다. 결혼한지 2년밖에 안된터라 신혼이라면 신혼 때였죠... 심지어 외도장소가 저희 신혼집이었습니다. 한두번도 아닌...... 님 글을 읽어봤는데 저랑 상항이 비슷하네요. 그래서 1년 전 생각이 나가서 가슴이 많이 아파요. 저도 제가 그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그년 쫓아낼 수도 있었으나 도저히 그 집에서 먹고 자고 할 수가 없겠더라구요. 합의이혼하고 숙려기간 갖고 마지막 판사앞에서 덤덤히 이혼 결정받고 그날 그 년이랑 마지막 낮술 한잔 하고 말한마디 안하고 바로 돌아섰습니다. 위자료? 그거 청구 안했어요. 더이상 얼굴도 마주치기 싫었거든요. 재산분할? 그냥 집, 차, 신혼가구, 현금 모두 반띵했어요. 재산분할로 왈가왈부 말섞기 싫었거든요.
1년이 갓 지난 지금, 정말 이혼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울고불고 매달렸지만 언젠가 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란 걸 확신하거든요. 하지만 시간 좀 지나면 님도 힘들거에요. 좋았던 시절이 꿈에도 나오고..... 슬프지만 잘 견디라는 말씀밖에 못드리겠습니다. 소주한잔 사드리고 싶네요~
글을 읽을때마다 마음이 아프네요..
앞으로 행복하시기를 바랄게요
죽은사람이라는 표현이 참 와닿습니다.
그대는 한없이 아름답게 피어나소서ㅡ
잘 해뿌따.
지꺼라고 생각했던 ㅈㅣ겨웠던 뭔가가
닐로 떠난다카이 아쉬웠나보다.
미래도 불안 하겠지 한순간의 불꽃으로 타올랐지만
다 타버리면 작은 숯불이나마 재로 없어질테니.
아니 그 놈은 구공탄 이었겠지.
한순간 당신을 황홀한 착각에 빠뜨린 구공탄.
이제 안녕이다.
두사람에게 각자의건승이 있기를
수고많으셨습니다.
앞으로더욱 즐겁고좋은일만가득하실꺼에요.
화이팅!!!!!
다름 아니라 정말 필력이 대단하세요.
마무리 잘 하셨네요..
글 써보세요
로멘스 장르가 돈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응원!!
부디 행복하시길...ㅜㅜ
짜잔~이건 제 소설이였습니다 서프라이즈 ~
였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더 행복하세요 ㅜㅜ
글 읽는 저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더 좋은 날이 꼭 옵니다! 힘내세요.
작성자님 글 첨 읽을때 소설인줄 알았슴. 내면의 모든 감정이 글속에 녹아 있구려. 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시길...
그리고 후에 꼭 책한권 내시길....
토닥토닥.
당신의 앞날에 행복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남의 일상 이야기에 술땡기기는 참으로 오랜만....
마지막에 이기적으로 붙잡는 그녀의 손이 야속하면서도 또한 그 손이 위안이 되네요. 붙잡을 정도로 나의 가치가 아직 남아있다는거니.. 그럴 때 흔들리지말고 매몰차게 돌아서야합니다.
진짜 소주 땡기네요
순간 감정에 취해서 자고가라니.... 냉정하게 잘 끊고 나오셨네요. 글고 이렇게 많은분이 책으로 내라는 댓글은 또 첨보네요. 저도 책 한번 쓰시라고 또 권해보고싶다는 ㅎㅎ 항상 좋은일만 있으시길 바랄게요.
부디 행복 하시길.
필력보소........작가로 문단에 발가락하나 올리보이소
고생하셨어요.. 무슨 말로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바닷가에 같이 앉아 소주한잔 부어드리고 싶네요
히야 고생했다..
글 읽고 눈물 글썽하기는 오랜만이네요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행복하세요 앞으로는 꽃길만 걸으시구요
글이 참 감칠맛 나는데
끝맛이 씁슬해
조용히 글 하나하나 정독하며 응원중입니다. 작성자님 빠이팅 하십쇼
힘내이소
아침부터 눈물이...
고생하셨 습니다. 원없이 사랑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희생을해서 이시간이 지나면 미련은 없을꺼예요.
저도 그랫거든요. 시간이지나 저는 미련이 없는데
그땐 그사람이 미련을 갖더군요.
정말 있을때나 잘하지!!??
그때서야 기분이 더러우면서 머랄까 홀가분하더군요.
구차하게 연락하고 미련을 갖다니.. 흥이닷!
최선을 다했으니 훌훌털어버리고 행복해지세요
자신을 위해서...
그 와중에 글 왜케 맛나게 쓰셔요^^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힘내세요!!
오늘은 오지은...들어야겠네요. 빛나던 시절 따뜻한 기억만 남는 그 날이 올겁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흔한 노래 가사를 매일 마음속에 새기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새 좋은 기억만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네요. 비록 저는 결혼이 뭔지 모르는 오유러이지만.. 글이 너무 아름답고 아파서 댓글 남깁니다.
낮시간에 이글을 보기를 잘했다
잠시 나를 가려줄 어둠이 있었다면
몸으로 바로 직진하는 슬픔을
난 견딜 재주가 없다
작성자님 행복하세요
진짜 좋은글의 힘이네요... 엿같고 더러운상황이 이렇게 아름답게 보이다니.
행복하세요. 근황업데이트도 잊지마시고(찡긋)
힘내십시요. 이겨내 집니다.
당신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해줄꺼에요.
잊을 것은 잊고 힘내세요.
쉽지는 않을겁니다.
하지만 항상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