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어디 놀러 온 학생인가?”
“······.”
놈은 두 손을 천천히 올리는
잇토키의 행색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런데 여길 어떻게 들어왔지?
대답해.”
“그게······.”
잇토키는
자신의 뒤통수에 총구를 밀어대는 놈을 향해
몸을 서서히 돌렸다.
그 순간.
- 휘익-! 탁! 탁!
전광석화처럼
두 손을 교차 시키며
웨이터가 들고 있던 총을 회수한
잇토키는
바로 놈에게 총을 겨눴다.
“어? 어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놈은
사쿠라바 잇토키의
‘크리스 마가’ 호신술로 인해
한순간 권총을 빼앗긴 채 잠시 얼빠진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잇토키 옆에 있던 카이토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잇토키는
이 넓은 창고에 들어오자마자
숨어 있는 놈을 찾기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잇토키는
자신이 미끼가 되어 ‘어그로’를 끌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종의 미끼를 던진 셈이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놈은 알아서 나타나
그 미끼를 물었고 말이다.
잇토키는
잠시 손에 들린 권총을 살펴보았다.
“‘발터 PPK M2’?
2차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제조된 PPK지만
7.65mm 의 원본이 아닌
9mm의 짝퉁이기는 해도
그래도
제대로 작동하는 총이기는 하지.”
환상적인 그립감과 방아쇠를 자랑했기에
신이치의 7.65mm와는 틀리게
잇토키가 자주 애용하는 놈이기도 했었다.
“더구나 소음기까지 장착하고······.”
딱 봐도
초보자가 지니고 있을 무기가 아니었다.
이 정도 준비라면
분명 보통 웨이터가 아닐 거였다.
잇토키는
당황해하는 놈에게 총을 겨누며
딱 한마디만을 꺼냈다.
“지금부터
이 화물에 대해 설명해.”
“이봐 학생.
어설프게 총 겨눠 봤자 소용없ㅇ-······.”
하지만 잇토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놈의 왼쪽 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아직 상황파악이 안 되는 놈에게 전하는
잇토키의 메시지였다.
- 따닥-!
“아-아악!!”
콩 볶는 소음과 동시에
놈은
통째로 날아간
자신의 귀를 부여잡으며 고통에 몸부림쳐 댔다.
“······.”
잠시
잇토키는
그런 놈을 지켜만 보았다.
일종의 심리 작전으로서
시간적 우위와 함께
공포를 심어 주기 위함이었다.
반면 놈은
잇토키의 가차 없는 손속과
놀라운 사격 솜씨에
경악해하고 있었다.
‘저, 정확하게 귀만을 노리다니······.’
더군다나
뒤로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한 번에 맞춰 버렸다.
그저 여행이나 온
어린 동양인 두 놈 인줄 알았는데
한 친구는
보안 문도 쉽게 여는 능력자에
저 소년은
무기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당연히
두 친구
특히 잇토키에 대한 공포심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자,
이제 정신 차렸으면
이 빌어먹을 물건에 대해 설명해 봐.”
잇토키는
그 말을 끝으로
놈을 향해 느긋하게 총구를 겨누었다.
역시 사람은 학습의 동물인지
놈은
그제야
다급하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난 저 마약만 조금 팔았을 뿐이야!”
“죽을래?
그딴 변명 말고.”
“저, 전부 ‘아부사야프’ 놈들이 시켜서 한 거라고!”
“뭣?”
순간
잇토키는
놈의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다
이내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럼······. ‘이스닐 하빌론’을 알고 있나?”
“어? 그걸 어떻게······.”
“허-이거야 원.”
[동남아시아의 IS 지도자격 인물 ‘이스닐 하빌론’.]
놈은
이슬람국가(IS)에 충성 서약을 한
필리핀 무장단체 ‘아부사야프’를 이끄는 수장이었다.
각종 테러와 납치
그리고
장기 매매 등.
그밖에
여러 불법적인 일을 자행하는
최악 중의 최악인 놈이었다.
때문에
미국 정부가
500만 달러(약 56억 원)의 현상금을 걸고
놈을 추적하는 중이다.
“하필.......
‘하빌론’ 그 개새끼가 관련된 일이란 말이지?”
사실 잇토키도
잘 알고 있는 놈이었다.
과거
진짜 쿠도 신이치와 같이 벌인
수많은 비밀공작 작전 중
‘칸딜산악작전’에서
자신과 신이치
그리고
그 둘을 호위하던 대원들을 죽이러 쫓아왔던
적들.
그놈들의 수장이
바로 ‘이스닐 하빌론’이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잇토키가
큭-큭- 대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이거
그 동안
쥐새끼처럼 짱박혀 있어서
어디 숨었나 했는데.”
쿠도 신이치와 사쿠라바 잇토키는
몇 년간을
이스닐 하빌론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 왔었다.
놈에게 희생당한
자신들의 동료들의 복수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웬일인지
꼬리만을 잡았을 뿐
몸체인 놈을 찾아내기란 정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알아서 나타나 줬네?”
잠시
옛 생각을 마친 잇토키는
이내 섬뜩한 표정을 보이며 입 꼬리를 올렸다.
정말이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놈에 대한 단서를 잡았으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반면
그런 잇토키의 모습에
웨이터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뜬금없이
자신의 귀를 날려 버리더니
이제는
미친놈처럼 웃고 있으니
오히려 섬뜩하기까지 했었다.
‘도대체······. 누구야?’
허나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저 어린놈을
절대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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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기후변화가 만든 괴물이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