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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살 노처녀 딸을 대하는 홀아버지의 자세

늘 없었으므로 없다체!
 
아버지 연세 올해 72세.
언제부턴가.. (내 나이 35살을 넘었을 때부터였던가?)
아버지 입에서 "너 사귀는 사람 있냐?", "결혼은 언제할래?" 등등의
걱정어린 말씀이 차츰 줄어드기 시작했다.
딸 스트레스 받을까 봐 그러시는가 싶었다.
한편으로는 죄송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지난 명절,
가족들이 모여서 밥 먹는 자리에서
고모들을 비롯한 집안 어르신들과 사촌 형제자매들이
나에게 "너 결혼이 이렇게 늦어져서 어떻게 하니?"라며 집중포화.
그때 아버지가 나 대신 친척들에게 전한 말씀.
"왜 그러냐. 결혼이든 뭐든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하게 냅두지." 그러시면서
 
나에게 그런 말씀을 남기셨다.
처음이었다. 무뚝뚝한 아버지가
속에 담아두셨던 말을.
 
"야! 기왕 늦어진 것, 급한 마음에 할 생각 말고
45살이 되든, 50, 60이 되든지 간에
네가 좋아하고 "이 사람이면 되겠다" 싶었을 때 해.
괜히 주눅들어 살지 말란 말이야. 알았어?!!!!"
 
이후 인삼주로 목을 축이시고는
결혼한 이들에게 한말씀 남기셨다.
(참고로 나는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음. 그래서 아버지는
삼남매를 홀로 키우셨음. 현재 아빠도 솔로. 딸도 솔로)
 
"인연이라는 게 누가 등떠민다고 만나는 거냐?
너희들 매번 얘(그것은 바로 나ㅠㅠ)한테
결혼 얘기하면서 스트레스 주는데,
자꾸 그럴거면 내년에는 따로 밥상 차리자고."
 
아빠가 세상 최고로 멋졌다.
그런데, 아빠도 매년 명절때마다 재혼 질문을 받으셨다는.
나를 통해서 당신이 하고 싶은 말씀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감사하고
뭐랄까. '동지애'를 뜨겁게 느꼈었던 명절이었다.
솔직히 아빠 외롭지? 나도^^
 
댓글
  • 공망 2017/10/15 19:57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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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가을하늘 2017/10/15 19:58

    아버님 멋지시네요ㅎㅎ
    그런 사람들이 하는말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그런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만나도 그렇게 상처주는
    말만 하는 사람들일거에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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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elly 2017/10/15 20:00

    아버지 어깨라도 주물러 드리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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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uNai 2017/10/15 20:02

    세상 억지로(?) 살 수 없어요.
    뭐 그냥 so so하게 사시는 분들도 많지만, 모두가 다 그렇게 살 수는 없으니까요.
    어쩌다 그 상황이 되었으면, 그냥 그~~냥 그러려니 하며 살면 됩니다.
    세상에 정답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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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로라고래 2017/10/15 20:05

    제 속이 시원하네요ㅎ 멋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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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urohara 2017/10/15 20:27

    제가 아는 분은 등떠밀려 결혼했다가 문제가 생겨서 이혼도 못하고 같이 살자니 스트레스 받는 생활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등떠밀려 가는거보다 혼자 사는게 백배 나은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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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 2017/10/15 20:28

    사촌형 이혼하고 제 결혼 언급 안하시던 고모.
    그 형 재혼하고 나서 이번 추석때 오셔서는
    "사귀는 사람 없냐? 한번 가봐야지~?" 이러시길래,
    "한번으로 되나요. 몇번 가봐야지." 이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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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코다시지름 2017/10/15 20:41

    멋진 아버님이시네요.
    장인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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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스코 2017/10/15 20:42

    솔직히 아빠 외롭지? 나도^^ 이거보고 울었습니다. 나도 외로웡...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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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tago 2017/10/15 20:46

    ㅎㅎㅎ 두분 모두 멋진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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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라리458 2017/10/15 20:48

    오유 댓글 처음 쓰는데
    와 멋지다 라고 속으로...
    정말 멋있으시네요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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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리플리 2017/10/15 20:58

    진짜 나이가 먹으면서 저소리가 듣기 너무 싫어서 발길이 안가는데.. 든든한 내편이 있으셔서 좋으시겠 ㅠㅠ 울 아부지는...
    아들 아빠는 맘이 열려있어 꼭 한국사람 아니어도 아빠는 괜찮다 ... 이러시는ㅋㅋㅋ
    아니 한국사람도 안생기는데 너무 많은걸 바라시는거 아닙니까?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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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탕별 2017/10/15 21:08

    와우....  넘넘  멋지네요
    나도  우리딸한테   그런말  할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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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묻은허리띠 2017/10/15 21:13

    멋진 아빠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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