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67390695(전편 줄거리 요약: 타즈나가 선자리에서 술마시고 좋다고 폭주하다가 차임 -> 단골 술집 와서 위스키 먹다가 정신 잃음)
‘맞아…. 그랬지. 선자리가 파토나서 술집에 갔다가, 이와시타 씨가 위스키를….’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던 타즈나는 기절하기 직전의 상황을 겨우 떠올렸다.
‘잠깐…! 그러고 보니 이와시타 씨가 준 위스키를 먹고 갑자기 정신을 잃었어!
핫! 그때 말한 [볼일]이라는게 설마?!’
조금 전 부자연스럽게 기절했던 것이 어쩐지 마음에 걸린다. 멀쩡하던 자신이 갑작스레 상태가 나빠진 것은 분명 미츠마사의 위스키를 먹은 직후였다.
‘이와시타 씨… 내 몸을 노리고 술에 약을? 선자리가 파토나서 다행이라고 한 것도 그런 의미였나? 이런 짓을 할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타즈나가 몸을 일으켜 침대 아래로 내려간다. 사지가 말을 잘 듣지 않아 넘어질 뻔 했지만, 겨우겨우 균형을 잡고 설 수 있었다.
‘옷… 내 옷은 어디에…? 이 꼴로 나갈 수는….’
타즈나가 애타게 주위를 살핀다. 속옷 차림으로 객실을 벗어날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도통 보이질 않는다. 이불로라도 몸을 가리고 도망칠까? 그녀가 주섬주섬 이불을 주워 몸을 가린 순간, 욕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어? 일어나셨어요, 하야카와 씨?”
욕실 안에 있던 것은 역시나 미츠마사였다. 가운을 걸친 채 태평하게 인사하는 미츠마사를 보며, 타즈나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이… 짐승!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실망이에요!”
“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 좀 서운한데요.”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마저 털어낸 미츠마사가 어깨를 으쓱한다.
“제 탓을 하시면 안되죠. 자초한건 하야카와 씨인데.”
치가 떨린다. 술을 먹여 기절시킨 후 호텔로 업어온 주제에, 피해자의 탓을 한단 말인가?
‘이런 파렴치한 짐승 같은…!
짐승 같은… 짐승 같은 몸을 하고 있네. 이제 보니….’
욕실 형광등에 비친 미츠마사의 몸에 문득 시선이 간다. 평소에 옷을 입고 있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으나, 이제 보니 직각으로 떡 벌어진 어깨, 딱 과하지 않을 만큼만 발달한 대흉근, 선명하게 갈라져 자기주장 중인 복근이 눈에 들어온다. 상반신 일부 외에는 목욕가운으로 가려져 있는 것이 되려 상상을 자극한다. 거기에 금방 샤워를 해서 달아오른 피부와 물기가 남아있는 머리카락까지 더해지니 무의식적으로 침이 꿀꺽 넘어간다. 원래도 준수한 외모라고는 생각했는데, 저 얼굴에 탄탄한 몸매가 더해지니 왠지 모르게 아랫배가 저려온다.
‘...물론 의식을 잃은 여성을 호텔로 데려온건 용서할 수 없는 범죄 행위야.
하지만 내가 깨어날 때까지 손 안댔으니까 세이프 아닐까?’
타즈나의 본능이 제멋대로 폭주하며 상황을 합리화할 변명을 짜낸다. 배신감이나 당혹감 따위는 어느샌가 사그라든지 오래였다.
‘내가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상대는 히토미미 남성일 뿐이야. 제압하는건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 것만큼 쉬워.
일단 날 여기로 데려온건 이와시타 씨 자신이니까 이제부터 벌어지는 일은 모두 자업자득…. 어떻게든 제압한 다음, 뾰이하고… 책임지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그래, 이건 기회야! 앞으로 살면서 이런 상황이 몇번이나 더 있겠어?’
“...야카와 씨! 하야카와 씨?”
망상이 점차 구체화되며 멍하니 한걸음을 떼려던 순간, 미츠마사의 목소리가 그녀를 일깨웠다.
“헉! 내가 무슨 생각을?!”
“괜찮으세요? 갑자기 눈에 초점이 사라지셔서 걱정했어요.”
미츠마사가 걱정스러운 낯빛으로 묻는다.
“이제 와서 걱정해주는 척 하는거에요? 이상한 거 먹이고 기절시킨 다음에 이곳에 데려온건 이와시타 씨잖아요!”
“아니, 그러니까 아까부터 무슨….
잠깐, 마지막으로 기억나는게 뭐에요?”
어이없어하던 미츠마사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 물었다.
“네? 어어… 이와시타 씨가 가져온 위스키를 세 잔 마시고 정신 잃은 거요.”
“그래요? …그럼 네잔부터 못마시게 하려고 하니까 절 밀쳐서 넘어뜨린건 기억 못하시겠군요.”
“네, 네? 제가 어쨌다구요?”
“위스키로 병나발 불어서 원샷하신 것도 기억 못하실 거고…. 그대로 술집 바닥에 대자로 뻗은 것도 기억 못하실 거고…. 제가 택시 불러서 보내려고 하니까 붙잡고 안 놔줘서 하는 수 없이 같이 탄 것도 기억 못하시겠고요.”
“....”
타즈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그런 추태를 부려놓고 기억하지도 못한 채 상대를 탓했다니.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그럼… 제가 술 마시다가 갑자기 정신 잃은건….”
“그거야 43도짜리 위스키 한병을 통째로 마셔버렸으니까 그런거죠. 그렇잖아도 거나하게 취하신 상태였는데.”
“제가 속옷 차림인 건…?”
“토하셨거든요. 그래서 대강 빨고 스타일러 돌리고 있었어요.”
마침 웅웅대던 소리가 멈춘다. 미츠마사가 스타일러의 문을 여니 단정하게 개켜진 두 사람의 옷이 나타났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상황을 이제서야 파악한 타즈나가 더듬대며 입을 연다.
“제가… 이와시타 씨의 귀한 술을 통째로 마셔버리고… 술김에 난동을 피운 것도 모자라… 토사물로 이와시타 씨의 옷을 더럽혀버린 다음… 제멋대로 오해해서 매도했다는… 말씀이신가요?”
“뭐… 정리하자면 그렇죠.”
타즈나의 얼굴이 한순간에 새파랗게 질린다.
“죄, 죄, 죄죄, 죄송해요! 이와시타 씨! 이 결례는 어떻게든 갚을 테니 제발 용서를!”
타즈나가 바닥에 납작 엎드려 도게자한다. 몸에 두르고 있던 이불이 툭 떨어지고, 선자리를 대비해 고르고 골라 입은 육감적인 속옷이 드러났다.
“아, 아니, 괜찮아요! 일단 뭐라도 좀 걸치세요!”
미츠마사가 허둥대며 가운 하나를 꺼내 타즈나의 몸 위에 덮어준다. 슬쩍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살펴보니,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로 시선을 피하고 있지 않은가.
‘...음? 이거 설마…’
이제껏 그 모든 추태를 다 보고서도, 이 남자는 자신을 여성으로서 보고 있다는 말인가? 저 반응을 미루어보아 아주 터무니없는 추론은 아닌 듯 싶다.
“이와시타 씨가 괜찮아도 제가 괜찮지 않아요. 절 위한 거라고 생각하시고, 뭐든 말씀해 주세요. 이 일을 바로잡기 위해 정말로,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
타즈나가 사죄하는 척 몸을 일으키고서 양팔로 가슴을 모아 은근하게 어필해본다.
“아, 알았으니까! 일단 옷부터 입어주세요! 하다못해 가운이라도!”
미츠마사의 얼굴이 한층 더 붉어진다. 실수로라도 타즈나의 맨몸을 ㅂㅈ 않기 위해 눈까지 질끈 감고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외모… 무조건 합격.
성격은… 저 반응을 보니 꽤나 건실한 스타일인 것 같고.
수십만 엔짜리 위스키를 턱 사오는 걸 보면 경제적 상황도 양호….
무엇보다 내가 꽐라돼서 깽판치고 토한걸 보고서도 호감을 보인다….’
타즈나의 두뇌가 촤르륵 소리를 내며 빠르게 계산을 마친다.
‘여기서 자빠뜨려야 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현역 시절의 날카로운 감이 깨어난다. 뜨겁게 끓어오르는 우마무스메의 피가 일러주고 있다. 바로 지금이 승부를 걸 타이밍이라는 것을.
“이와시타 씨가 벗겨놓고 부끄러워 하시기에요?”
타즈나가 가운을 걸치며 미츠마사에게 한 걸음 다가간다.
“그, 그건 죄송해요! 더러워진 옷 입고 주무시게 하면 안될 것 같아서…!”
어쩔 줄 몰라하며 한 걸음 물러서는 미츠마사. 그 반응으로부터 한층 더 자신감을 얻은 타즈나가 미츠마사의 팔을 껴안고 의식적으로 가슴을 부벼댄다.
“...모, 몸 상태는 괜찮으신 것 같네요. 마침 옷도 다 말랐으니까… 전 이만 가볼게요!”
심상치 않은 낌새를 알아챈 미츠마사가 빠져나가보려 했으나, 타즈나에게 잡힌 팔은 조금도 움직이지가 않았다.
“사실 아직 낫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조금 봐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어디 아프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다면 뭐든… 우와악!”
미츠마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타즈나는 아주 쉽게 그를 들어올려 침대 위로 집어던졌다. 침대가 크게 출렁이며 미츠마사의 몸이 살짝 떠오른다.
“이와시타 씨… ‘뭐든’이라는 말… 함부로 하면 안된다고요? 특히나, 저처럼 잔뜩 고픈 여자 앞에서는…♥”
어느샌가 미츠마사의 위를 점한 타즈나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내리누른다.
“어… 하야카와 씨? 잠깐만… 으읍?!”
미츠마사는 몸부림을 치며 타즈나의 품 속에서 빠져나가려 하였으나, 그녀의 압도적인 완력 앞에서는 부질없는 저항이었다. 마치 맹수에게 잡아먹히는 먹잇감과도 같은 꼴이 된 미츠마사는 너무도 쉽게 입술을 빼앗기고 말았다.
“푸하앗… 하아… 흐우으으…♥”
충분히 미츠마사를 맛본 타즈나가 숨을 몰아쉬며 입술을 떼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이성은 어느샌가 깨끗이 휘발되어, 강렬하고 원초적인 욕망만이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하, 하야카와 씨? 이제 좀 괜찮아 지셨나요? 다행이에요! 전 이만 가볼…”
“어딜 가신다는 건가요?”
미츠마사가 다시 한 번 도주를 시도해보지만, 타즈나의 태도는 확고했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타즈나의 브래지어가 나풀거리며 떨어졌다.
“지금부터 시작인데.”
“자, 잠깐만요! 하야카와 씨! 꺄아아악!!”
타즈나가 미츠마사의 가운을 찢듯이 벗긴다.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쳐지지 않은 미츠마사의 몸을 핥듯이 살펴보고는…
(대충 격렬한 우마뾰이 씬)
(처음인거 안들키려고 괜히 허세부리는 타즈나)
(사실 진작 알아챘지만 어디까지 하나 보려고 입닫고 있는 미츠마사)
(들통나서 얼굴 새빨개지는 타즈나)
(축 늘어진 타즈나 잘 다독여서 북돋워주는 미츠마사)
(뾰이 1회 완료 후 감 잡아서 미츠마사 짜내는 타즈나)
(비명지르는 미츠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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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어어….”
골수까지 쪽쪽 빨아먹힌 미츠마사가 힘없이 ㅅㅇ한다. 그와는 반대로, 얼굴에서 광채가 반짝이는 타즈나는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럼 우리 사귀는 거에요. 알겠죠?”
“네에….”
미츠마사의 영혼 없는 대답으로 말미암아, 두 사람은 정식으로 연인이 되었다. 그야말로 엎드려 절 받기였지만, 좋아라 하며 안겨드는 타즈나를 마주 안아 주는 것으로 보아 미츠마사도 마냥 싫은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볼일이라는 건 뭐였어요?”
문득 술집에서의 이야기가 떠오른 타즈나가 물었다. 처음에는 술에 약을 타서 기절시킨 뒤 뾰이하는 것이 ‘볼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해였음이 드러났으니 필시 다른 용건을 뜻하는 것이리라.
“어… 별건 아니고 사인해달라는 거였어요.”
“사인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타즈나의 고개가 갸웃 기울어진다.
“네, 하야카와 씨한테서 사인을 받으려고… 아니, 토키노 미노루 씨라고 해야 할까요?”
“…!!”
타즈나의 눈이 경악으로 커진다. 미츠마사가 자신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었다니!
“사실 현역 시절에 엄청 팬이었거든요. 왠지 하야카와 씨 눈매가 토키노 미노루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한번 의식하기 시작하니까 이것저것 걸리는 점이 많더라고요.”
“절대로 연결짓지 못하게 하려고 나름 신경을 많이 썼는데….”
“뭐어… 저도 사실 확신은 없었어요. 히비키 30년산 드리면서 슬쩍 떠볼 생각이었죠.”
“그럼 어떻게 확신하시게 된 거에요?”
“아까 옷 세탁하려고 할 때 모자가 같이 벗겨지지 뭐에요.”
미츠마사가 타즈나의 머리 위에 쫑긋 서있는 귀를 가리킨다.
“앗! 그러고보니!”
타즈나가 화들짝 놀라며 머리를 만지작댄다. 어쩐지 허전하다 싶더니, 모자를 깜빡하고 있었다. 몇년간 철저하게 숨기던 비밀이 이런 어이없는 실수로 드러날 줄이야.
“뭐, 들통난 건 어쩔 수 없….”
선을 넘은 이상 언젠가 밝혀야 할 진실이긴 했다. 고백할 타이밍이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라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야 할 텐데….
“....”
순간 타즈나의 마음 속에 두려움이 스멀스멀 퍼져나온다. 하야카와 타즈나로서 살아가며 늘상 곁에 있던, 하지만 애써 눈을 돌리고 피하던 바로 그 두려움.
“혹시… 실망하지 않으셨어요…?”
타즈나가 조심스레 묻는다.
“실망이라뇨?”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되묻는 미츠마사.
“그 토키노 미노루가… 이렇게나 보잘것 없어진 것에 대해서요.”
그래. 바로 이것이다. 토키노 미노루와 하야카와 타즈나. 둘 다 틀림없는 자신이지만, 그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다.
혜성처럼 등장해 만인의 위에서 군림하며 신화를 써내려간 전설적인 우마무스메, 토키노 미노루.
냉엄한 현실 앞에 번번이 좌절하고 서민 술집에서 싸구려 술이나 마시며 신세한탄하는 주정뱅이, 하야카와 타즈나.
그 누가 이 둘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까? 자신마저도 지금의 스스로가 한심해 견딜 수가 없는 노릇인데.
“....”
타즈나의 귀가 불안하게 떨린다. 평생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비밀을 너무 섣불리 털어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껏 평생의 짝을 찾은 것에 기뻐하던 참이었는데, 자신의 이런 약하고 한심한 면모에 질려버리면 어쩌지?
“뭐어… 딱히 상관없지 않나요?”
하지만 미츠마사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뿐이다.
“상관… 없다고요?”
“음… 뭐라고 해야 할까… 누구나 그렇잖아요? 사실.”
타즈나의 반응을 보고 설명을 덧붙이는 미츠마사.
“전 초등학생 시절에 여자애 5명이랑 결혼하는게 꿈이었어요. 그때 꽤나 인기가 많았거든요. 달리기가 빨라서.
아시잖아요? 초등학생… 특히나 저학년 때는 달리기 빠른 남자애가 최고인 거.
저 좋다고 하는 여자애가 한 10명쯤 있으니까 그중에 5명 골라서 결혼해야지- 했었죠.”
이어지는 그의 설명은 다소 터무니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다 달리기 좀 잘하는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시기가 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나둘씩 사라지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중학교 들어갈 즈음 살쪄서 달리기조차도 느려지니까 거의 투명인간 취급이었어요. 또 피부는 아주 여드름 투성이가 돼버려서, 저랑 짝 됐다고 울던 여자애도 있었던가?”
“...음… 네…. 그렇군요…?”
맥락을 알 수 없는 이야기에 물음표를 띄우는 타즈나.
“하야카와 씨처럼, 저도 어렸을 적의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해보면 여러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아요. 친구라고는 단골 술집에서 만나는 다른 손님들밖에 없고, 이 나이 먹고 여자친구도 한 번 못 사귀어 보고…. 물론, 제 어린 시절은 하야카와 씨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닌 수준이지만.”
‘의외로 여자 경험 없으셨구나….’
타즈나가 예상 외의 반가운 소식에 살풋 미소짓는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누구든 살면서 좋은 시절을 한 번은 겪게 마련이에요. 하지만 그 시절은 자의로든 타의로든 사라져요. 그 좋았던 시절이 다시 올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겠죠.
그리고 뭐냐… 과거의 빛이 드리운 그림자 속에 서 있는 지금의 자신이 일견 비참해 보여도, 또 마냥 잃기만 했나 따져보면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미츠마사는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은 뒤 타즈나를 꼭 안았다.
“돌고 돌아서 이런 최고의 여자친구를 얻은 저처럼요.”
“...푸흡!”
타즈나는 싱긋 미소지어보이는 미츠마사를 한참 바라보다가 더는 견디지 못하고 마주 웃음을 터뜨렸다.
“아, 진짜. 뭐에요. 나름 심각한 얘기였는데 실없는 소리나 하고.”
타즈나는 눈물까지 흘리며 한참을 웃다가 미츠마사의 품에 폭 안겨들었다.
“그래도… 고마워요. 위로가 됐어요. 엄청.”
맞닿은 피부에서 전해지는 온기, 귓가에서 들려오는 심장박동,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 그 모든 것에 둘러싸여 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더이상 신마가 아니면 뭐 어떤가. 레이스에서 뛸 수 없으면 뭐 어떤가.
평생 자신의 곁에서 나란히 걸어줄 반려를 얻었는데 말이다.
“근데 있죠. 우마무스메한테 달리기로 어필하는거 엄청 노골적인 유혹이거든요?”
타즈나가 미츠마사의 몸 위에 올라탄다. 마음 속의 가장 큰 불안함이 진정되니 자연히 몸이 달아올라 버렸다. 미츠마사의 가슴을 손톱으로 살살 긁으며 책임을 요구하는 타즈나.
“알고 얘기한 건데요?”
미츠마사는 여유롭게 웃으며 타즈나를 끌어당겨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후후.”
“흐흐흣.”
가볍게 맞닿은 입술이 떨어지고, 두 사람은 실없이 웃음을 터뜨린다.
“앞으로는… 미츠마사 씨라고 불러도 되나요?”
“당연하죠. 타즈나 씨.”
그 짧은 대화를 신호탄으로 삼아, 침대의 스프링은 또 한동안 삐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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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금요일 저녁, 평소보다 더욱 치장에 신경쓴 타즈나가 단골 술집 카운터석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며 풋콩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오늘은 얼굴 좋아 보이네? 또 선자리 잡혔어?”
벌게진 얼굴로 묻는 단골 하나. 타즈나는 구태여 대답하지 않고 왼손을 우아하게 펼쳐 보인다. 단골은 넷째 손가락에서 표표히 반짝이는 반지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야! 하야카와 씨 남자친구 생겼어? 지난주에 선봤던 그 남자야?”
“엥? 남자친구? 하야카와 씨가?”
“우정링 아니여?”
“저 주량 감당할 수 있는 남자가 있단 말이야?”
그 외침에 주위가 일제히 술렁인다. ‘그’ 하야카와 타즈나가 드디어 솔로 탈출이라니! 세기의 대소식에 저마다 축하의 말을 건네는 술꾼들.
“죄, 죄송해요. 타즈나 씨! 제가 좀 늦었죠?”
그때 미츠마사가 나타난다. 그의 넷째 손가락에도 타즈나의 것과 똑같은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이와시타 너 이 자식! 지난주에 하야카와 씨랑 같이 들어가더니 눈맞았구만!”
“이와시타면 최고지. 하야카와씨 땡잡았네.”
“사귀는 기념으로 한턱 쏴! 나 지난주에 히비키 30년산 한방울도 못 먹었단 말야!”
두 사람의 사이를 바로 눈치챈 술꾼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저마다 한마디씩을 건넨다.
“기념할 만한 날이구만…. ‘그걸’ 꺼낼 때가 된 건가.”
소란이 가라앉을 때까지 상황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사장이 무게를 잡으며 찬장 깊숙한 곳에서 나무상자 하나를 꺼냈다.
“어이어이! 설마 그 상자는…!”
“[카루이자와 1960년]이잖아!”
“꺄아아악! 말로만 듣던 5000만 엔짜리 위스키?!”
일주일 전의 히비키 30년산을 ‘따위’로 만들어 버리는 전설의 위스키가 등장하자 술꾼들이 너나 할것 없이 광란에 빠진다.
“아니… 이런 위스키를 턱 까셔도 돼요?”
“우수 고객 사은품이라고 치지 뭐. 너희가 십 몇 년동안 이 병 대여섯 개쯤 매상 올려줬는데 이 정도야.”
공손하게 양손으로 샷잔을 받아든 술꾼들에게 카루이자와 1960년이 한 잔씩 하사된다. 타즈나와 미츠마사는 전설의 위스키를 맛보고 한껏 들뜬 술꾼들에게 한껏 축복을 받았고, 그 날의 술집은 평소보다도 훨씬 활기차고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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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특히나 좀 힘들었읍니다... 고객사한테 까이고 상사한테 까이고...
미츠마사가 타즈나를 위로해주는 대사는 제가 저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생각하고 써봤읍니다...
아 출근하기 싫어
린성신관알타
2024/08/28 23:46
신마뾰이!